혼돈의 경찰 인사 막전막후

밀렸던 지휘부 복귀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3년간의 전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경찰국 반대를 외치다 보복성 인사를 당한 총경들의 이야기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피해 회복을 주문했고 경찰청은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인 방안이나 이들을 위한 직책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재명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에서 경찰국 설립에 반대한 총경회의 참석자들의 인사 불이익 회복을 주문했다. 지난 2022년 7월 경찰국 설립에 반발하면서 전국경찰서장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가 완전히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복 주문

지난 2022년 윤석열정부는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산하 경찰국을 31년 만에 부활시켰다. 경찰국은 1991년 경찰청이 내무부(현 행안부)의 외청으로 분리되면서 사라진 조직이다.

경찰국 부활 당시 행안부 장관이 직접 경찰을 지휘·감독해 경찰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행안부가 총경 이상 고위직 인사 권한을 가져가면서 ‘대통령-행안부-경찰청’으로 이어지는 지휘체계를 공고화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경찰청장을 임명하고, 경찰청장의 지시하에 전국의 경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중앙집권적 구조에서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 반대 단체의 시위·집회를 탄압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국 설립에 반발해 열린 지난 2022년 7월 전국경찰서장회의에는 전국 총경 중 3분의 1에 달하는 190여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복무 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해, 참석자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당시 울산중부경찰서장은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사직했다. 이 외 참석자 전원에 대한 감찰 조사도 이뤄졌으나, 직무명령 위반 등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돼 모두 불문 처리됐다.

이후 이듬해 총경회의 참석자들에 대해서는 보복성 인사 논란이 일었다.

경찰국 반대 이후 보복성 인사
총경이 경정급 자리 다수 배치

지난 2023년 2월2일 당시 윤희근 경창청장은 총경급 457명에 대한 전보 인사발령을 시행하면서다. 윤 전 청장은 당시 회의 참석자들을 시도·경찰청 112 상황팀장으로 대거 보냈다. 112상황팀장은 지난해까지 경정급 간부가 맡다가 총경 복수직급제가 도입되면서 총경급 경찰관도 보임하게 됐다.

하지만 보통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총경급 경찰관이 주로 맡는 보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28명에게 경정급 자리에 인사 발령을 내렸다.

보복성 인사 조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23년 7월에 총경 344명의 보직을 옮기는 정기 전보인사에서도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가 있던 것이다. 이 당시에 회의 참석자 12명은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6개월 만에 단기 인사 조치됐다.


이 같은 보복성 인사는 이재명정부에 들어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가 경찰에 과거 경찰국 설치를 반대했던 전국경찰서장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국정기획위는 경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경찰국 폐지,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과 함께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역량을 강화할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경찰국 폐지 공약 이행의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로 경찰청에 ‘과거 경찰국 설치 반대 총경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인사불이익을 회복 조치할 것’을 당부했다.

이외 경찰청 업무보고에선 경찰청의 주요 업무 현안과 함께 소관 공약의 이행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후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3일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기획위의 ‘경찰국 반대 총경회의 참석자에 대한 인사 불이익 회복 조치 주문’에 대해 “2년 전에 있었던 일이긴 한데, 잘 살펴보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정위서 인사 불이익 회복 주문
현실적인 피해 회복 방안은 의문

일부 전문가도 국정기획위 주문을 경찰이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국내 정의와 법질서가 살아있다면 인사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나 명예 회복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찰 내·외부에서는 피해 회복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이 있겠냐는 방안이 나온다.

서울지역 지휘관 직급 경찰 A씨는 “불이익을 받은 사람들이 피해 복구 받는 방법이 뚜렷하게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직에 있는 사람에게는 보직을 챙겨주거나 승진을 보장하면 되겠지만 가처분 소송하는 것도 안 될 테고 법리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불이익 받은 사람이 회복 받을 방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도 “차별이 있어도 위법한 부분이 없다면 법적 호소가 통하지 않는다”며 “류 전 총경 같은 경우 본인이 사표를 냈기 때문에 재판을 통해서 복권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지휘부 혼란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원 12만1158명의 경찰 중 총경 이상의 경찰은 총 807명이다. 현직에 남아있는 전국경찰서장회의 참석자들의 승진을 약속하거나 보장하게 되면 이들을 위해 새로운 직책을 만들 수밖에 없다.

경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시 전국경찰서장회의에 참석한 인물 중 원래 승진 대상자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 모두에 대한 승진을 약속하게 되면 이들이 맡을 직책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경정급 직책을 맡던 인물들을 총경급 직책으로 인사 발령하는 것도 같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직책을 만들거나 원래 총경급이 맡는 직책을 경무관급으로 올리는 방안밖에 없는데 이를 당사자들이 진정한 회복이라고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선 경찰들은 국정기획위의 주문으로 조만간 경찰에 대한 대대적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대적 물갈이?

한 일선 경찰관은 “현재 청장의 공백으로 승진 적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국정기획위에서 경찰국 폐지와 더불어 인사 회복을 주문했다”며 “이로 인해 보복성 인사로 총경급에 머물렀던 동료들이 치안감이나 경무관으로 승진하면 경정 등 계급에서도 승진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정부 당시 경찰국에서 총경 이상의 인사를 담당하면서 용산(대통령실)을 경호하는 사람들에 대한 승진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면 이번 정부에서는 공정한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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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