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고생 성희롱’ 경찰관 봐주기 수사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29 10:42:16
  • 호수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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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당했는데 ‘증거불충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편의점서 일하는 여고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남성이 현직 경찰관으로 드러났다. 경찰관 신모씨는 급기야 여고생 A양에게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CCTV에 찍힌 ‘손하트’를 본 편의점주는 관할 경찰서를 찾았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신고를 거부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였다.

대구남부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신씨는 2022년 말부터 1년 가까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양에게 수차례 접근을 시도했다. 편의점주 유씨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자신을 믿고 일한 A양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씨는 A양에게 노골적으로 애정 표현을 구사했다. 그때마다 A양은 무시하며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신씨가 편의점에 찾아가서 한 행동은 A양 등 일부 아르바이트생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편의점서…

신씨는 A양에게 “술은 대형마트서 구매하는 것이 싸다”며 대형마트서 구매한 주류의 공병을 돈으로 교환하러 왔다. 이후 주문을 마친 신씨는 A양에게 대뜸  “클럽은 가봤냐” “나랑 술을 같이 마시러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자신을 경찰관이라고 소개한 신씨는 2022년 11월경 A양을 처음 마주했다. 당시 신씨는 담배를 구매하면서 A양에게 “머리는 왜 그렇게 짧게 자르는 것이냐? 사회에 대한 반항이냐?” 등 무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또 신씨는 A양에게 자신의 은행계좌 잔고를 보여주며 재력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편의점주 유씨는 신씨의 존재를 익히 알고 있었다. 인근 지구대서 근무하는 경찰관으로 주민들에게 익숙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경찰 신분이 알려졌음에도 미성년자인 A양에게 술을 마시자고 권유하는 등 파렴치한 행동을 일삼았다.

유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신씨가 손님이고 경찰관이기 때문에 처음엔 무시하려고 했다”며 “1년을 참다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진상규명에 나섰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A양을 비롯한 다수의 아르바이트생이 ‘일이 힘들다’며 조용히 떠날 때까지도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성실하게 근무해오던 A양이 그만두겠다고 하자 유씨는 가게 내의 방범카메라(CCTV) 녹화물을 돌려봤다. 지난해 2월8일경 녹화된 영상에는 신씨가 A양에게 지속적으로 말을 걸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A양은 이어폰을 낀 채 무시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딴청을 피우지만 신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내 ‘손하트’를 보내기까지 한 것이다. 그제서야 분노에 찬 유씨는 대구중부경찰서로 달려갔다. 유씨는 “신씨를 스토킹 혐의로 진정하오니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2023년 2월17일 제출했다. 이후 경찰 공무원의 행동은 사건의 불씨를 키웠다. 

유씨는 이날 오후 5시경 여성청소년수사팀(이하 여청팀)에 방문해 해당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를 접수한 경찰 공무원은 진정서의 내용을 보고 난 뒤 “신씨가 영업장서 벌인 행동은 업무방해에 해당되니 형사과에 가보는 게 좋겠다”고 안내했다. 

“술 마시자”던 중년 잡고 보니···경찰?
‘손가락 하트’ 날리며 애정표현

유씨는 “신씨가 위력을 행사한 적은 없기 때문에 업무방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자 한 여성 경찰관이 유씨에게 다가와 “혹시 녹음하고 있는 것인가요?”라고 물으며 스마트폰 확인을 요구했다.

유씨가 녹음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자 여성 경찰관은 “진정서에 적혀진 내용으로만 봤을 때는 해당 행위는 스토킹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씨는 사건 접수부터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런 걸로 수사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윽고 상관으로 보이는 남성 경찰관은 유씨에게 “지나가는 사람이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고 신고하면, 되겠냐?”며 “신씨가 근무하는 지구대에 전화해서 ‘앞으로 그러지 말라’ 정도는 이야기는 해줄 수 있다”며 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도 대구중부서 여청팀의 유씨를 무시하는 행위는 계속됐다. 유씨는 재차 “진정서를 작성하겠다고 중부경찰서까지 찾아왔는데 너무 불쾌하다”며 “진성서를 반려하는 해당 행위에 대해 민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앞서 진정서 접수를 거부한 여성 경찰관이 “알겠다. 진정서와 임시접수증 다시 달라”며 “이게 꼭 필요하냐”고 또 물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권유한 경찰관에 대한 진정서를 경찰이 거부한 행위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씨가 “지금 접수를 거부하는 거 맞죠?”라고 묻자 여성 경찰관은 “거부가 아니고 안내하는 것”이라고 답하면서 임시접수증과 진정서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접수 과정서도 유씨를 향한 회유는 계속됐다. 앞서 신고 접수가 어렵다고 한 남성 경찰관은 유씨에게 “그럼 피진정인(신씨) 출석 조사 없이 그냥 사건 진행시켜도 되죠?”라고 물었다. 유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어선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고 회상했다.

진정서 제출을 마치고 나온 유씨는 곧바로 청문감사실에 방문해 청문감사관에게 여청팀 소속 경찰관의 소극행정 행위를 고발했다. 청문감사실 담당자는 “조사해보겠다”는 말만 남겼다. 유씨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도 ‘대구중부서 여청팀의 소극행정 행위’를 신고했다.

노골적으로 치근덕···스토킹 혐의 인정
“꼭 해야 되냐” 비꼬더니 결국 무혐의

이후에 경찰의 태도는 더욱 공분을 샀다. 유씨가 제기한 ‘경찰의 진정서 접수 거부 행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중부서 여청팀이 “신씨가 스토킹이라는 범죄에 이르기에는 범죄사실이 좀 미약하지 않겠냐”고 말한 사실은 있지만, 사건접수를 거부한 사실은 없다고 일축했다.

또 경찰청 청문감사인권관은 “신씨가 A양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한 사건이 정식으로 접수됐기에 여청팀이 유씨의 진정서 신청을 거부한 것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결국, 청문감사인권관은 대구중부서 여청팀의 소극행정을 확인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유씨는 권익위에 경찰 공무원 소극행정에 대해 재신고를 했다. 그러자 권익위는 경찰청으로 해당 민원을 이송했다. 이후 청문감사관의 동일한 답변만 되풀이됐다. 현재 유씨와 A양 등은 경찰로부터 받은 갑질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 중이다. 특히, 유씨의 어머니는 신씨에게 편의점 출입을 삼가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수사 과정서 신씨는 자신이 A양에게 한 행위를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를 받은 신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지난해 4월 불송치를 결정했다.

경찰은 “신씨에 대해서는 민원사건을 야기하고 경찰관의 품위를 손상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돼 ‘경찰서장 서면경고’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부경찰서 소극행정 신고에 대해서는 경찰관이 피진정인이 된 사건과 관련해 경미하게 처리된 부분이 없었는지 확인했다”며 “차후 같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경고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조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통상 재판부는 직무의 성격상 준법성과 공정성, 도덕성이 요구되는 경찰관의 성범죄에 대해 엄중히 다루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으로 근무한 C씨는 2021년 2월 언론사 수습기자 2명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총 15회에 걸쳐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만약에 취재원이 모텔 가자고 하면 어떻게 대답할 거냐, 일단 알았다고 가자고 해야지” “네가 여자고 얼굴 반반하니까 받아주는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서울경찰청 측은 C씨에 대한 감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4월 정직 3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경고로 끝?

또 서울고법 행정11부는 “직무의 성격상 고도의 준법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경찰공무원 직위에 있었음에도, 업무상 알게 된 수습기자를 성희롱하고 사건 관계인과 사적 접촉행위를 한 것은 경찰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행위는 경찰 조직에 대한 사회 일반의 불신을 초래하고 경찰공무원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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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