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고생 성희롱’ 경찰관 봐주기 수사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29 10:42:16
  • 호수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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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당했는데 ‘증거불충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편의점서 일하는 여고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남성이 현직 경찰관으로 드러났다. 경찰관 신모씨는 급기야 여고생 A양에게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CCTV에 찍힌 ‘손하트’를 본 편의점주는 관할 경찰서를 찾았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신고를 거부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였다.

대구남부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신씨는 2022년 말부터 1년 가까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양에게 수차례 접근을 시도했다. 편의점주 유씨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자신을 믿고 일한 A양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씨는 A양에게 노골적으로 애정 표현을 구사했다. 그때마다 A양은 무시하며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신씨가 편의점에 찾아가서 한 행동은 A양 등 일부 아르바이트생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편의점서…

신씨는 A양에게 “술은 대형마트서 구매하는 것이 싸다”며 대형마트서 구매한 주류의 공병을 돈으로 교환하러 왔다. 이후 주문을 마친 신씨는 A양에게 대뜸  “클럽은 가봤냐” “나랑 술을 같이 마시러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자신을 경찰관이라고 소개한 신씨는 2022년 11월경 A양을 처음 마주했다. 당시 신씨는 담배를 구매하면서 A양에게 “머리는 왜 그렇게 짧게 자르는 것이냐? 사회에 대한 반항이냐?” 등 무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또 신씨는 A양에게 자신의 은행계좌 잔고를 보여주며 재력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편의점주 유씨는 신씨의 존재를 익히 알고 있었다. 인근 지구대서 근무하는 경찰관으로 주민들에게 익숙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경찰 신분이 알려졌음에도 미성년자인 A양에게 술을 마시자고 권유하는 등 파렴치한 행동을 일삼았다.

유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신씨가 손님이고 경찰관이기 때문에 처음엔 무시하려고 했다”며 “1년을 참다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진상규명에 나섰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A양을 비롯한 다수의 아르바이트생이 ‘일이 힘들다’며 조용히 떠날 때까지도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성실하게 근무해오던 A양이 그만두겠다고 하자 유씨는 가게 내의 방범카메라(CCTV) 녹화물을 돌려봤다. 지난해 2월8일경 녹화된 영상에는 신씨가 A양에게 지속적으로 말을 걸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A양은 이어폰을 낀 채 무시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딴청을 피우지만 신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내 ‘손하트’를 보내기까지 한 것이다. 그제서야 분노에 찬 유씨는 대구중부경찰서로 달려갔다. 유씨는 “신씨를 스토킹 혐의로 진정하오니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2023년 2월17일 제출했다. 이후 경찰 공무원의 행동은 사건의 불씨를 키웠다. 

유씨는 이날 오후 5시경 여성청소년수사팀(이하 여청팀)에 방문해 해당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를 접수한 경찰 공무원은 진정서의 내용을 보고 난 뒤 “신씨가 영업장서 벌인 행동은 업무방해에 해당되니 형사과에 가보는 게 좋겠다”고 안내했다. 

“술 마시자”던 중년 잡고 보니···경찰?
‘손가락 하트’ 날리며 애정표현

유씨는 “신씨가 위력을 행사한 적은 없기 때문에 업무방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자 한 여성 경찰관이 유씨에게 다가와 “혹시 녹음하고 있는 것인가요?”라고 물으며 스마트폰 확인을 요구했다.


유씨가 녹음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자 여성 경찰관은 “진정서에 적혀진 내용으로만 봤을 때는 해당 행위는 스토킹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씨는 사건 접수부터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런 걸로 수사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윽고 상관으로 보이는 남성 경찰관은 유씨에게 “지나가는 사람이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고 신고하면, 되겠냐?”며 “신씨가 근무하는 지구대에 전화해서 ‘앞으로 그러지 말라’ 정도는 이야기는 해줄 수 있다”며 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도 대구중부서 여청팀의 유씨를 무시하는 행위는 계속됐다. 유씨는 재차 “진정서를 작성하겠다고 중부경찰서까지 찾아왔는데 너무 불쾌하다”며 “진성서를 반려하는 해당 행위에 대해 민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앞서 진정서 접수를 거부한 여성 경찰관이 “알겠다. 진정서와 임시접수증 다시 달라”며 “이게 꼭 필요하냐”고 또 물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권유한 경찰관에 대한 진정서를 경찰이 거부한 행위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씨가 “지금 접수를 거부하는 거 맞죠?”라고 묻자 여성 경찰관은 “거부가 아니고 안내하는 것”이라고 답하면서 임시접수증과 진정서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접수 과정서도 유씨를 향한 회유는 계속됐다. 앞서 신고 접수가 어렵다고 한 남성 경찰관은 유씨에게 “그럼 피진정인(신씨) 출석 조사 없이 그냥 사건 진행시켜도 되죠?”라고 물었다. 유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어선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고 회상했다.

진정서 제출을 마치고 나온 유씨는 곧바로 청문감사실에 방문해 청문감사관에게 여청팀 소속 경찰관의 소극행정 행위를 고발했다. 청문감사실 담당자는 “조사해보겠다”는 말만 남겼다. 유씨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도 ‘대구중부서 여청팀의 소극행정 행위’를 신고했다.

노골적으로 치근덕···스토킹 혐의 인정
“꼭 해야 되냐” 비꼬더니 결국 무혐의

이후에 경찰의 태도는 더욱 공분을 샀다. 유씨가 제기한 ‘경찰의 진정서 접수 거부 행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중부서 여청팀이 “신씨가 스토킹이라는 범죄에 이르기에는 범죄사실이 좀 미약하지 않겠냐”고 말한 사실은 있지만, 사건접수를 거부한 사실은 없다고 일축했다.

또 경찰청 청문감사인권관은 “신씨가 A양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한 사건이 정식으로 접수됐기에 여청팀이 유씨의 진정서 신청을 거부한 것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결국, 청문감사인권관은 대구중부서 여청팀의 소극행정을 확인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유씨는 권익위에 경찰 공무원 소극행정에 대해 재신고를 했다. 그러자 권익위는 경찰청으로 해당 민원을 이송했다. 이후 청문감사관의 동일한 답변만 되풀이됐다. 현재 유씨와 A양 등은 경찰로부터 받은 갑질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 중이다. 특히, 유씨의 어머니는 신씨에게 편의점 출입을 삼가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수사 과정서 신씨는 자신이 A양에게 한 행위를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를 받은 신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지난해 4월 불송치를 결정했다.


경찰은 “신씨에 대해서는 민원사건을 야기하고 경찰관의 품위를 손상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돼 ‘경찰서장 서면경고’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부경찰서 소극행정 신고에 대해서는 경찰관이 피진정인이 된 사건과 관련해 경미하게 처리된 부분이 없었는지 확인했다”며 “차후 같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경고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조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통상 재판부는 직무의 성격상 준법성과 공정성, 도덕성이 요구되는 경찰관의 성범죄에 대해 엄중히 다루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으로 근무한 C씨는 2021년 2월 언론사 수습기자 2명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총 15회에 걸쳐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만약에 취재원이 모텔 가자고 하면 어떻게 대답할 거냐, 일단 알았다고 가자고 해야지” “네가 여자고 얼굴 반반하니까 받아주는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서울경찰청 측은 C씨에 대한 감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4월 정직 3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경고로 끝?

또 서울고법 행정11부는 “직무의 성격상 고도의 준법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경찰공무원 직위에 있었음에도, 업무상 알게 된 수습기자를 성희롱하고 사건 관계인과 사적 접촉행위를 한 것은 경찰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행위는 경찰 조직에 대한 사회 일반의 불신을 초래하고 경찰공무원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판단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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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