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천안 유명 베이커리 ‘시멘트 빵’ 논란

백화점 들어간 ‘분진 덩어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시멘트 가루가 날리는 공사 현장 한복판서 구워진 빵. 천안의 유명 베이커리는 공사 중에도 제빵을 멈추지 않았다. 그곳에서 만든 빵 속엔 유해물질과 오염이 가득했다. 그 빵은 백화점 매장에 진열돼 소비자 입 안으로 들어갔다. A사는 그 유명세를 이용해 진실을 감췄다. 소비자들은 믿었던 달콤함 속에 감춰진 진실을 모른 채, 위험을 삼켰다.

충남 천안의 유명 베이커리 A사가 인테리어 공사 중에도 제빵 작업을 지속해 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제품들은 시멘트 분진, 금속 가루, 유성 페인트 등 각종 유해물질들이 노출된 환경서 빵이 제조됐다. 

먼지 범벅

해당 사실은 A사 본점의 리모델링 공사를 맡았던 실내건축업체 대표 B씨의 제보를 통해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만난 B씨는 지난 2월4일부터 3월20일까지 해당 매장의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으며, 이 기간 동안 제빵 작업이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고 증언했다.

공사 목적은 기존 주방을 확장해 납품 수요를 더 많이 감당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 과정서 벽체 철거 및 주방 재배치가 진행됐다. 하지만 대대적인 구조 변경 속에서도 제빵이 중단되지 않았고 공사와 제빵 작업이 동시에 진행됐다.

제보에 따르면 공사 현장은 철거와 전기공사, 유성 페인트 칠, 시멘트 샌딩, 금속 절삭 작업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B씨는 이 과정서 다량의 분진과 유해물질이 공기 중에 퍼졌으나, 제빵 공간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공사 과정서 목격한 위생 실태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제빵 작업은 공사 현장과 가까운 거리서 이뤄졌다. 페인트 분사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인근서 제빵이 이어졌고, 용접 작업 중 발생하는 금속 분진도 반죽 위로 날아들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작업자와 제빵사 사이의 거리가 1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며 “등을 맞대고 일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공사장 안에서 바닥 샌딩 작업이 진행될 때는 실내를 가득 메운 분진으로 인해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인부들조차 도저히 작업을 지속할 수 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그 시간에도 제빵은 멈추지 않았다.

문제는 공사 현장서 발생한 분진은 반죽이 올려진 작업대와 젤리·초콜릿 등 토핑 재료가 담긴 쟁반 위로 쌓였다는 점이다. B씨는 “페인트 작업 중 시너 냄새가 자욱한 공간서 제빵사들이 마스크만 착용한 채 작업을 이어갔고, 금속 절삭 장비서 발생한 가루는 공중에 흩날려 반죽 위로 낙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닥에 고인 물과 기름기, 버터 잔여물 등이 뒤섞인 곳에서 밀가루를 섞어 반죽하는 장면도 목격했다. B씨는 “초콜릿, 젤리 등 토핑 재료가 분진 가득한 작업 공간에 방치된 채 사용됐으며, 제빵용 쟁반 위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것도 봤다”고 언급했다.

A사, 내부 공사하면서 제조
분진 털어서 납품? “폐기 안 했다”

B씨는 이렇게 만들어진 오염된 빵 대부분은 폐기되지 않고 단순히 분진을 털어낸 후 납품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장 곳곳에 CCTV가 설치돼있었고, 대표가 직접 직원들에게 폐기 여부를 일일이 보고받는 구조였다”고도 했다. 반죽이나 제품에 분진이 떨어졌더라도, 폐기하려면 대표의 승인이 필요했고, 대부분은 그냥 ‘털어서’ 사용하는 방식이었다는 설명이다.

공사 시작 전 위생 상태도 문제였다. 공사 초기 벽체 철거 작업 중에는 다수의 바퀴벌레가 발견됐다고 한다. B씨는 “벽을 뜯자 수천마리의 바퀴벌레가 쏟아져 나왔다”고 설명하며 “작업자가 놀라 사다리서 떨어질 뻔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후 작업자들은 현장 환경에 강하게 불만을 표하며 “공사장 한복판서 빵을 만드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공사팀 측에서 임시 칸막이를 설치하기도 했으나, 실제 제빵사들이 문을 열어놓은 채로 작업을 지속해 칸막이의 효과는 사실상 없었다. 환기 문제로 문을 열어두면서 칸막이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던 것.

금속 자재로 칸막이를 제작하는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에도 제빵은 중단되지 않았다.

이에 B씨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공사를 중단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민원을 제기했다. 문제를 처음 인지한 이후 수차례 A사 대표에게 개선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공사를 중단하고 공론화하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일련의 과정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졌고, 이후 공사는 다른 업체가 진행했다.

식약처는 민원 접수 후 현장 조사에 나섰고, 이후 해당 업체에 대해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과태료 처분 이후에도 빵 제조가 계속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B씨는 공사 중단 이후에도 현장 상황을 지켜봤다.

“작업장 바로 옆에서 만들어"
인부들이 보다 못해 제보

지난달 29일 B씨는 공사 현장에 남아있는 짐을 회수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하려 했으나 출입을 막아 내부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 B씨는 “업체 측이 행정처분을 무시하고 제빵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짐을 못 빼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반죽 위로 시멘트 가루와 금속 분진이 날리는 환경서 제조된 제품이 포장돼 판매됐다고도 목소리 높였다. 진짜 문제는 이 곳이 A사 본점으로 천안 백화점, 불당점, 신부점 등 다른 지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심 제조처라는 점이다.

공사 기간 동안 제빵사들은 새벽 5~6시경 출근해 반죽, 발효, 굽기, 포장까지 진행했고 이렇게 생산된 제품들은 각 지점으로 배송됐다. B씨는 “직접 물어본 결과 본점서 만든 빵이 납품돼 판매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불당점은 학원가와 가까워 어린 학생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고, 신부점은 병원가와 터미널이 밀집된 상권에 위치해 있다.


B씨는 “A사 불당점과 신부점은 본점 대표의 친딸이 운영하는 지점”이라며 “그의 딸과 남편은 비위생적으로 생산되는 반죽과 빵을 보고도 모른 척하고 본인의 지점에 버젓이 진열하고 판매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무지에 의한 실수가 아닌 조직적 범죄의 현장임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A사는 천안 지역서 상위권 인지도를 가진 베이커리로, 주말에는 하루 수백명이 줄 서서 방문하는 매장으로 알려져 있다. 방문객 중에는 임산부, 아동, 학생 등 취약 계층이 다수 포함돼있어 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B씨는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을 때, 우리 아이도 그 빵을 먹었는데 그걸 생각하니 더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염된 제품

“제과 반죽에도 어린이용 토핑 재료가 분진 위에 방치된 모습이 있어, 부모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라는 그는 “대표가 자신이 대전 유명 빵집 사장과도 친분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했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정반대였다”고 비판했다.

한편, A사는 “빵 제조 과정은 있었지만 납품이 된 건 아니다”라며 “이는 악의적인 제보”라고 주장했다.

<imshar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