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고 씹히는’ 한동훈·이준석 먹이사슬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7.07 14:07:13
  • 호수 15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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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붙은 ‘보수 적자’ 쟁탈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사이의 입씨름이 다시 시작됐다. 두 사람은 3년 넘게 ‘보수의 젊은 적자’ 입지를 놓고, 상호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젊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쟁탈전은 꽤 길게 이어질지도 모른다.

지난달 21대 대선에서 낙선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최근 다시 활발한 방송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의원은 각종 방송에서 정국의 흐름을 짚는 등 평론 활동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이 의원이 특히 평론 대상으로 자주 거론하는 사람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다. 지난달 24일엔 <TV조선>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한 전 대표에 대한 평론을 제시했다.

평론 대상
자주 거론

한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 그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공석이 된 인천 계양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충남 아산 ▲재산 축소 신고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상식 의원의 지역구 경기 용인갑 등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은 “선거 중 가장 어려운 게 보궐”이라며 “내년 4월이면 이재명정부 지지율이 꺾이기 전”이라며 “개인 능력 하나로 돌파하는 게 쉽겠느냐”며 “그걸 해낼 수 있다면 영웅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셋 다 어려운 지역구들이기 때문에, 돌파하면 굉장한 정치적 동력을 얻게 되니, 한 전 대표가 욕심을 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낙선하면,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총리로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냈던 황 전 대표는 미래통합당 대표로서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 의원은 이 상황을 거론하면서 “한 전 대표가 황 전 대표처럼 낙선하면 ‘수도권에서 안 먹힌다’고 판명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도 ▲법무부 장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대표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 의원은 특유의 독설도 아끼지 않았다. 이 의원은 “한 전 대표 스스로 무슨 서울시장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보궐선거가 아닌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8월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도 한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과 당선 가능성을 크게 진단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대표로 당선되면 좋겠지만, 한 전 대표가 승리할 확률이 100%”라고 점쳤다.

그러자 친한계(친 한동훈) 일원인 새누리당 신지호 전 의원은 이 의원을 강력 비판했다.

신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준석 의원은 국민의힘을 떠난 지 한참 됐는데도, 한동훈 스토커를 하는 것 같다”며 “이 의원의 한 전 대표 논평엔 한 전 대표에 대한 미래 보수 정치의 리더 자리와 관련된 라이벌 의식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 전 대표를 언급한 이 의원의 논평에 대해서도 “걱정해 주는 건지, 그렇게 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의원의 말이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며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도 말을 잘못해서 굉장한 타격을 입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한 전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걱정해서 전당대회 및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거론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국민의힘엔 친윤(친 윤석열)계를 형성했던 의원들이 여전히 다수 그룹을 구성하고 있다. 그들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좌초시켰고, 송언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당선시켰다.


여전히 당내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3년 전부터 ‘으르렁’…또 시작된 갈등
출마 권유 빙자해 서로 차도살인 시도

차기 총선은 약 3년 후 진행된다. 한 전 대표가 다시 대표로 당선되면 이들과의 처절한 싸움을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친한계 내부서도 한 전 대표의 출마 여부를 놓고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이 평소 좋아하는 <삼국지연의> 비유대로라면, “이 의원이 한 전 대표를 화로 위에 올려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성립할 수 있다. 오나라 손권은 위나라 조조의 신하를 자처하면서 “한나라를 무너트리고 황제 자리에 오르라”고 권한 적이 있다.

이를 접한 조조는 “이 어린 놈이 나를 추켜세워 화로 위에 앉게 하려고 한다”면서 껄껄 웃었다. 당시 한나라는 오행의 화(火)를 표방했다. 따라서 한나라를 무너트린다는 것은 불 위에 앉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아울러 유비와 손권이 건재한 상황에서 황제가 된다는 것은 스스로 표적이 되는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즉, 이 의원이 한 전 대표에게 전당대회 출마 및 당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당 대표가 돼 친윤계와 난투극을 하면서, 지방선거 책임을 뒤집어쓰고 죽으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 전 대표와 이 의원이 딱히 갈등할 만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경험이 있다. 이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였을 당시 한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이었다. 따라서 당내에서 다툼을 했던 적도 없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함께 반대했고, 강경 보수와 사이가 좋지 않단 공통점도 있다. ▲친서방 외교관 ▲비교적 강경한 대북관 ▲공정성 강조 등 정책관도 큰 틀에선 충돌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따지고 드는 것을 매우 좋아해 적이 많다는 것도 비슷하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 2022년 9월부터 시작했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 의원들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었다.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는 이 의원을 한 전 대표로 대체하려고 했다.

이 의원은 당시 <신동아>와의 인터뷰서 “윤 대통령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한 장관을 키워서 내 자리에 앉히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동훈과 이준석의 지지층은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을 좋아하는 층은 주부들이 많고, 이준석은 2030 인터넷 커뮤니티 세대”라며 “보완재라면 모를까, 대체재는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체재?
보완재?

당시 이 의원의 주장은 자신을 한 전 대표로 대체하려는 시도에 대한 거부감과 견제 차원의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엔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컸기 때문에, “최소한의 견제” 차원에서 한 전 대표에 대한 높은 평가를 한동안 이어나갔다.


지난 2023년 10월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전 대표를 일컬어 “제 입장에서 봤을 땐 국민의힘의 다른 의원들에 비하면 천사 같은 존재”라며 “스타성·엘리트성·매너 등의 측면에서 군계일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후엔 평가가 달라졌다. 지난해 1월엔 “한 전 대표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차원에서 “한 위원장이 세계 최고의 꽁치구이를 한다는 홍보를 토대로 횟집에 손님을 모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부산을 방문하면서 연고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 연도인 1992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것과 관련해서도 “일부 부산시민들에겐 조롱의 의미”라며 “부산은 부산의 지도자를 원하겠지만, 한 위원장이 부산 다선 의원들을 다 자를 것”이라면서 내부 투쟁을 부추겼다.

또 국회의원 정수 축소 공약을 제시하는 한 전 대표에 대해 “국회의원을 100명만 유지하자던 사람도 있었다”면서 한 전 대표를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에 빗대는 발언을 했다. 자신이 출마하는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 함께 출마해 맞붙어보자는 권유도 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집권여당의 촉망받는 차세대 리더이자 당권을 손에 넣고 있던 비상대책위원장이었기 때문에 이 의원의 비난에 일일이 대응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 전 대표에 대한 이 의원의 인식은 이후로도 여전했던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이 의원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해 3월 명씨와 통화하면서 “김건희 여사의 김영선 의원 공천 요구를 한 대표가 받지 않으면, 한 대표의 국민의힘 내 입지가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공격수
친한 4인방

한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이 의원의 개혁신당 창당을 비판한 이후 틈틈이 이 의원을 비판하고 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당시엔 제3지대 세력이 모여 구성됐던 개혁신당을 일컬어 “정체성이란 게 있느냐”며 “선거에서 배지를 달기 위해 모였고, 영주권을 얻기 위한 위장 결혼과 비슷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5월 대선 정국 당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영부인 토론회’를 제안한 것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이 내 앞에 있었으면 혼냈을 것”이라고 비판한 것을 놓고, 한 전 대표는 “구태와 꼰대 짓은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고 꼬집었다.

한 전 대표는 가급적 이 의원을 직접 언급하진 않는다. 친한계 내 이 의원 공격수는 ▲신 전 의원 ▲김 전 최고위원 ▲윤희석 전 대변인 ▲김근식 송파구 병 당협위원장을 거론할 수 있다. 이들은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해 친한계의 입장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이 방송에서 이 의원에 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할 가능성은 작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 전 대표 측과 이 의원이 갈등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1985년생인 이 의원은 스스로 보수의 젊은 적자로 자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1973년생인 한 전 대표가 정치 전면에 등장했고, 친윤 등 기존 보수와 결이 다른 이미지와 정치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이 의원이 한 전 대표를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보수의 젊은 적자 입지를 한 전 대표에게 빼앗길 것 같은 상황에 직면하자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란 취지였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제 정치의 원칙은 저를 먼저 때리지 않으면, 그 상대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당협위원장이 ‘한 전 대표는 카카오 택시를 타고 다니니까 신선한 정치인’이란 정신 나간 얘기를 하면서, ‘이준석은 이런 걸 못한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전 대표가 카카오 택시를 타고 다니는 대단한 정치인인 양 띄우는 것을 보면, 바보 중에 이런 바보가 있나 싶을 정도”라며 “저는 법인 택시기사를 두 달 동안 하면서 기사용 앱도 써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을 먼저 시작한 사람은 이 의원이기 때문에,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이 의원은 한 전 대표의 가장 취약한 점도 건드렸다.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승리한 경험이 없다. 이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당선 당시 국민의힘 대표로서 선거를 지휘했고, 곧바로 진행된 지방선거도 승리로 이끌었다.

“보수의 젊은 적자는 누구?”
이기면 대표 지면 황교안?

이를 놓고, 이 의원은 한 전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중진들을 모두 비판했다. 이 의원은 “장수에게 중요한 것은 승리 경험”이라며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우세 지역구 당선 경험 외 지휘·승리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당에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에서만 승리 경험이 있다”고 자부했다.

한 전 대표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지난해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불과 108석만을 얻는 참패를 당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과 당내 혼란을 이겨낼 만한 승부수를 던지지 못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이조심판론’이란 이름으로 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당시 대표를 총선 심판 대상으로 올렸다. 이는 여당 비대위원장으로서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할 수밖에 없어서 제시했던 궁여지책이었다.

하지만 여당의 수장이 야당 대표들에 대한 심판론을 총선 구호로 제시한단 것은 어색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윤 전 대통령과 건강한 관계를 형성했던 것도 아니었다. 당시 국민의힘은 최소한의 견제조차 소화하지 못했고, 이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진행됐던 혼란으로까지 직결됐다.

친한계 내부에서 한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말리는 일부 기류도 한 전 대표의 당시 총선 참패 경험으로부터 비롯됐을 개연성이 있다. 지난해 총선 이후 보수층을 제외한 유권자들이 보이는 기류는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이다.

지금은 2년 전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비상계엄 사태 관련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도 대선 직전서야 형식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물러난 이후 새로 구성된 비대위도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계 일색이다. 당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친윤계가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와 체질 개선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새 보수
공통점

국민의힘 친윤계는 자체 대권주자를 배출하지 못할 공산이 큰데, 이는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한 전 대표와 이 의원은 ‘보수의 적자’로서 새로운 보수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지향점과 개인적 성향이 국민의힘에서 오랫동안 주류를 구성한 강성 보수층에게 비호감으로 작용한단 공통점이 있다. 하나뿐인 보수의 적자를 자처하는 두 사람의 경쟁이 과연 보수에 어떤 미래를 안겨줄까? 각각 50대 초반과 40대 초반 나이인 두 사람의 경쟁은 꽤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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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