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고 씹히는’ 한동훈·이준석 먹이사슬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7.07 14:07:13
  • 호수 15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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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붙은 ‘보수 적자’ 쟁탈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사이의 입씨름이 다시 시작됐다. 두 사람은 3년 넘게 ‘보수의 젊은 적자’ 입지를 놓고, 상호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젊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쟁탈전은 꽤 길게 이어질지도 모른다.

지난달 21대 대선에서 낙선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최근 다시 활발한 방송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의원은 각종 방송에서 정국의 흐름을 짚는 등 평론 활동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이 의원이 특히 평론 대상으로 자주 거론하는 사람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다. 지난달 24일엔 <TV조선>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한 전 대표에 대한 평론을 제시했다.

평론 대상
자주 거론

한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 그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공석이 된 인천 계양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충남 아산 ▲재산 축소 신고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상식 의원의 지역구 경기 용인갑 등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은 “선거 중 가장 어려운 게 보궐”이라며 “내년 4월이면 이재명정부 지지율이 꺾이기 전”이라며 “개인 능력 하나로 돌파하는 게 쉽겠느냐”며 “그걸 해낼 수 있다면 영웅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셋 다 어려운 지역구들이기 때문에, 돌파하면 굉장한 정치적 동력을 얻게 되니, 한 전 대표가 욕심을 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낙선하면,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총리로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냈던 황 전 대표는 미래통합당 대표로서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 의원은 이 상황을 거론하면서 “한 전 대표가 황 전 대표처럼 낙선하면 ‘수도권에서 안 먹힌다’고 판명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도 ▲법무부 장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대표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 의원은 특유의 독설도 아끼지 않았다. 이 의원은 “한 전 대표 스스로 무슨 서울시장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보궐선거가 아닌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8월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도 한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과 당선 가능성을 크게 진단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대표로 당선되면 좋겠지만, 한 전 대표가 승리할 확률이 100%”라고 점쳤다.

그러자 친한계(친 한동훈) 일원인 새누리당 신지호 전 의원은 이 의원을 강력 비판했다.

신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준석 의원은 국민의힘을 떠난 지 한참 됐는데도, 한동훈 스토커를 하는 것 같다”며 “이 의원의 한 전 대표 논평엔 한 전 대표에 대한 미래 보수 정치의 리더 자리와 관련된 라이벌 의식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 전 대표를 언급한 이 의원의 논평에 대해서도 “걱정해 주는 건지, 그렇게 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의원의 말이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며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도 말을 잘못해서 굉장한 타격을 입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한 전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걱정해서 전당대회 및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거론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국민의힘엔 친윤(친 윤석열)계를 형성했던 의원들이 여전히 다수 그룹을 구성하고 있다. 그들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좌초시켰고, 송언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당선시켰다.


여전히 당내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3년 전부터 ‘으르렁’…또 시작된 갈등
출마 권유 빙자해 서로 차도살인 시도

차기 총선은 약 3년 후 진행된다. 한 전 대표가 다시 대표로 당선되면 이들과의 처절한 싸움을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친한계 내부서도 한 전 대표의 출마 여부를 놓고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이 평소 좋아하는 <삼국지연의> 비유대로라면, “이 의원이 한 전 대표를 화로 위에 올려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성립할 수 있다. 오나라 손권은 위나라 조조의 신하를 자처하면서 “한나라를 무너트리고 황제 자리에 오르라”고 권한 적이 있다.

이를 접한 조조는 “이 어린 놈이 나를 추켜세워 화로 위에 앉게 하려고 한다”면서 껄껄 웃었다. 당시 한나라는 오행의 화(火)를 표방했다. 따라서 한나라를 무너트린다는 것은 불 위에 앉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아울러 유비와 손권이 건재한 상황에서 황제가 된다는 것은 스스로 표적이 되는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즉, 이 의원이 한 전 대표에게 전당대회 출마 및 당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당 대표가 돼 친윤계와 난투극을 하면서, 지방선거 책임을 뒤집어쓰고 죽으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 전 대표와 이 의원이 딱히 갈등할 만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경험이 있다. 이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였을 당시 한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이었다. 따라서 당내에서 다툼을 했던 적도 없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함께 반대했고, 강경 보수와 사이가 좋지 않단 공통점도 있다. ▲친서방 외교관 ▲비교적 강경한 대북관 ▲공정성 강조 등 정책관도 큰 틀에선 충돌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따지고 드는 것을 매우 좋아해 적이 많다는 것도 비슷하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 2022년 9월부터 시작했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 의원들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었다.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는 이 의원을 한 전 대표로 대체하려고 했다.

이 의원은 당시 <신동아>와의 인터뷰서 “윤 대통령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한 장관을 키워서 내 자리에 앉히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동훈과 이준석의 지지층은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을 좋아하는 층은 주부들이 많고, 이준석은 2030 인터넷 커뮤니티 세대”라며 “보완재라면 모를까, 대체재는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체재?
보완재?

당시 이 의원의 주장은 자신을 한 전 대표로 대체하려는 시도에 대한 거부감과 견제 차원의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엔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컸기 때문에, “최소한의 견제” 차원에서 한 전 대표에 대한 높은 평가를 한동안 이어나갔다.


지난 2023년 10월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전 대표를 일컬어 “제 입장에서 봤을 땐 국민의힘의 다른 의원들에 비하면 천사 같은 존재”라며 “스타성·엘리트성·매너 등의 측면에서 군계일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후엔 평가가 달라졌다. 지난해 1월엔 “한 전 대표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차원에서 “한 위원장이 세계 최고의 꽁치구이를 한다는 홍보를 토대로 횟집에 손님을 모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부산을 방문하면서 연고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 연도인 1992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것과 관련해서도 “일부 부산시민들에겐 조롱의 의미”라며 “부산은 부산의 지도자를 원하겠지만, 한 위원장이 부산 다선 의원들을 다 자를 것”이라면서 내부 투쟁을 부추겼다.

또 국회의원 정수 축소 공약을 제시하는 한 전 대표에 대해 “국회의원을 100명만 유지하자던 사람도 있었다”면서 한 전 대표를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에 빗대는 발언을 했다. 자신이 출마하는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 함께 출마해 맞붙어보자는 권유도 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집권여당의 촉망받는 차세대 리더이자 당권을 손에 넣고 있던 비상대책위원장이었기 때문에 이 의원의 비난에 일일이 대응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 전 대표에 대한 이 의원의 인식은 이후로도 여전했던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이 의원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해 3월 명씨와 통화하면서 “김건희 여사의 김영선 의원 공천 요구를 한 대표가 받지 않으면, 한 대표의 국민의힘 내 입지가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공격수
친한 4인방

한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이 의원의 개혁신당 창당을 비판한 이후 틈틈이 이 의원을 비판하고 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당시엔 제3지대 세력이 모여 구성됐던 개혁신당을 일컬어 “정체성이란 게 있느냐”며 “선거에서 배지를 달기 위해 모였고, 영주권을 얻기 위한 위장 결혼과 비슷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5월 대선 정국 당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영부인 토론회’를 제안한 것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이 내 앞에 있었으면 혼냈을 것”이라고 비판한 것을 놓고, 한 전 대표는 “구태와 꼰대 짓은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고 꼬집었다.

한 전 대표는 가급적 이 의원을 직접 언급하진 않는다. 친한계 내 이 의원 공격수는 ▲신 전 의원 ▲김 전 최고위원 ▲윤희석 전 대변인 ▲김근식 송파구 병 당협위원장을 거론할 수 있다. 이들은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해 친한계의 입장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이 방송에서 이 의원에 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할 가능성은 작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 전 대표 측과 이 의원이 갈등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1985년생인 이 의원은 스스로 보수의 젊은 적자로 자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1973년생인 한 전 대표가 정치 전면에 등장했고, 친윤 등 기존 보수와 결이 다른 이미지와 정치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이 의원이 한 전 대표를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보수의 젊은 적자 입지를 한 전 대표에게 빼앗길 것 같은 상황에 직면하자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란 취지였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제 정치의 원칙은 저를 먼저 때리지 않으면, 그 상대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당협위원장이 ‘한 전 대표는 카카오 택시를 타고 다니니까 신선한 정치인’이란 정신 나간 얘기를 하면서, ‘이준석은 이런 걸 못한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전 대표가 카카오 택시를 타고 다니는 대단한 정치인인 양 띄우는 것을 보면, 바보 중에 이런 바보가 있나 싶을 정도”라며 “저는 법인 택시기사를 두 달 동안 하면서 기사용 앱도 써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을 먼저 시작한 사람은 이 의원이기 때문에,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이 의원은 한 전 대표의 가장 취약한 점도 건드렸다.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승리한 경험이 없다. 이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당선 당시 국민의힘 대표로서 선거를 지휘했고, 곧바로 진행된 지방선거도 승리로 이끌었다.

“보수의 젊은 적자는 누구?”
이기면 대표 지면 황교안?

이를 놓고, 이 의원은 한 전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중진들을 모두 비판했다. 이 의원은 “장수에게 중요한 것은 승리 경험”이라며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우세 지역구 당선 경험 외 지휘·승리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당에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에서만 승리 경험이 있다”고 자부했다.

한 전 대표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지난해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불과 108석만을 얻는 참패를 당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과 당내 혼란을 이겨낼 만한 승부수를 던지지 못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이조심판론’이란 이름으로 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당시 대표를 총선 심판 대상으로 올렸다. 이는 여당 비대위원장으로서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할 수밖에 없어서 제시했던 궁여지책이었다.

하지만 여당의 수장이 야당 대표들에 대한 심판론을 총선 구호로 제시한단 것은 어색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윤 전 대통령과 건강한 관계를 형성했던 것도 아니었다. 당시 국민의힘은 최소한의 견제조차 소화하지 못했고, 이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진행됐던 혼란으로까지 직결됐다.

친한계 내부에서 한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말리는 일부 기류도 한 전 대표의 당시 총선 참패 경험으로부터 비롯됐을 개연성이 있다. 지난해 총선 이후 보수층을 제외한 유권자들이 보이는 기류는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이다.

지금은 2년 전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비상계엄 사태 관련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도 대선 직전서야 형식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물러난 이후 새로 구성된 비대위도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계 일색이다. 당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친윤계가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와 체질 개선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새 보수
공통점

국민의힘 친윤계는 자체 대권주자를 배출하지 못할 공산이 큰데, 이는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한 전 대표와 이 의원은 ‘보수의 적자’로서 새로운 보수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지향점과 개인적 성향이 국민의힘에서 오랫동안 주류를 구성한 강성 보수층에게 비호감으로 작용한단 공통점이 있다. 하나뿐인 보수의 적자를 자처하는 두 사람의 경쟁이 과연 보수에 어떤 미래를 안겨줄까? 각각 50대 초반과 40대 초반 나이인 두 사람의 경쟁은 꽤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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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