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81일째’ 제주항공 참사, 진상규명은 안갯속

유가족 “항철위 진실 은폐” 비판
“규정대로 해 문제 없다” 국토부
전문가 “블랙박스 문제 흔치 않아”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약 6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배상은 물론,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참다 못한 유가족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진상을 밝혀 달라고 호소에 나섰다.

이날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족협의회) 김유진 대표는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간담회를 열고 “저희 같이 고통에 사는 국민이 없도록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명명백백히 밝혀주시고, 책임자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해달라”며 이 대통령과 면담도 요청했다.

김 대표는 “오늘은 참사로 179명의 소중한 가족을 잃은 지 179일째 되는 날이다. 다시는 이런 참사로 가족을 잃는 사람이 없도록, 저희처럼 고통에 사는 국민이 없도록 관심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동안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무안공항 쉘터(임시 텐트) 찬 바닥에서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가족들이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재발 방지법 등이 제정되도록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항공 안전 공약 이행과 더불어 특별법 시행령의 ‘치유 휴직’을 근로자뿐만 아니라 공무원이나 자영업 하는 유가족도 해당되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국회는 ‘12·29 여객기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피해자에 대한 생활·의료 지원금, 치유 휴직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피해자를 비롯해 사고 수습이나 취재 등에 참여한 사람들도 심리상담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공원 조성 및 기념관 건립 등 추모사업 관련 내용도 포함돼있다.

이 대통령은 “진상규명은 수사·조사 기관에서 하고 있으니 기다려 보라. 당장 제가 나선다고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피해자가 근로자나 공무원이냐에 따라 차등이 있다는 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김 대표는 “법적으로 근로자만 치유 휴직이 된다. 공무원은 자기들의 병가를 써야 하고 자영업자는 전혀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 못하다”며 “(법 제정) 당시 유가족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특별법 시행령은 제가 결재할 당시엔 (국토교통부에서) 유가족들과 충분히 협의했다고 들었다”며 “국토부와 다시 이야기해서 대화하고, (대통령 면담 건은) 부족하면 그때 가서 또 이야기하겠다”고 말한 후, 국토부에 유가족과의 면담 일정을 잡으라고 즉각 지시했다.

일각에선 정부 조사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진실이 묻혀버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참사 발생 6개월 후인 지난 21일, 국토부 공무원과 한국공항공사 직원, 로컬라이저 시공업체 관계자 등 1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이 용산소방서장 등 관련자들을 9일 만에 입건해 수사한 것과 대비된다.

진상규명 과정에서 유가족에게조차 정보가 제한되는 등 절차적 투명성이 문제가 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유가족협의회는 무안국제공항 2층에서 공식 출범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는 공정한 진상규명을 위해 국토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유가족에게 엔진 손상 부위와 블랙박스 기록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는 항철위가 국토부 산하 한국공항공사의 감독을 받는 데 대한 ‘셀프 조사’를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여객기 폭발의 주요 원인인 둔덕(로컬라이저 지지대) 관련 안전시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기관으로, 그 산하인 항철위는 비행·음성기록장치(FDR·CVR, 통칭 블랙박스) 데이터 등을 유가족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13일 발생한 에어인디아 787-8 드림라이너 추락사고에 대해 인도 정부는 참사 3개월 안에 (블랙박스를 포함한) 사고 원인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며 “반면 항철위는 셀프 조사라는 오명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유가족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도 예비보고서에 공개하는 데이터를 (항철위가) 공개하지 않는 것은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라며 “대형 참사로 희생된 179명의 죽음을 규명함으로써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이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10일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에서도 “항철위의 조사 결과만 믿고 기다릴 수 없다”며 “20년 전 콘크리트 둔덕 보완 요구는 묵살됐고, 철새 도래지에 만들어진 공항에서 새를 쫓는 관리자는 단 한 명 뿐이었다”고 작심 비판한 바 있다.

비록 유가족들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그간 항철위의 조사 활동에서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참사 이틀 만에 구성된 항철위는 다음날 CVR 일부 데이터를 추출해 교신 내용을 공개했고, 한 달여 만에 조류 충돌 가능성과 사고기 항로 분석 등이 포함된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참사 98일 만인 지난 4월5일엔 사고기와 관제탑 간 4분7초 분량의 교신 녹취록을 유가족 일부에게 공개하며 조사되고 있는 상황을 알리기도 했으나, 이는 공개 하루 전 공지한 점에서 유가족들의 참여권을 보장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 역시 사고 직후인 지난 1월2일 관계 기관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이날 무안공항, 부산 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 3곳에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날 압수수색은 사고 원인 규명과 형사상 책임 여부(업무상과실치사상)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증거물 확보 차원에서 진행됐다.

당시 전남경찰청은 “사고 당시 관제 음성파일 등 1000여점을 압수했고, 제주항공 대표 등 50여명을 참고인 조사했다”며 “향후 국과수 등과 합동 정밀 조사를 거쳐 혐의가 인정되면 형사 입건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사고기가 충돌한 2m 높이의 콘크리트 둔덕에 초점을 맞췄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항공기 착륙을 돕는 로컬라이저의 지지 구조물은 안전성과 충돌 시 피해 최소화를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경찰은 이를 근거로 무안공항에 설치된 둔덕이 왜 그렇게 단단한 재료로 지어져야 했는지 조사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여객기 참사와 관련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은 오리무중이다.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 국토부는 “규정을 준수해 설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항철위는 사고 직전 4분이 빠진 음성 블랙박스 기록 및 관제소 교신록 등 일부 자료만 공개해 되려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탓이다.

지난 1월11일, 국토부에선 “사고기의 블랙박스가 사고 발생 4분 전부터 녹화를 중단했다”며 백업을 포함한 모든 전원이 차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필 이날 참사에서 전원 차단이 발생했다는 점은 의혹에 꼬리를 묻기에 충분했다.

당시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항공기 블랙박스는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 강도도 굉장히 강하다. 대략 3400G인데, 이는 중력가속도의 3400배를 견딜 수 있고 1100도에서 1시간을 견디는 수준”이라며 “(제가) 많은 사고 사례를 연구했지만 블랙박스가 작동하지 않아 기록이 안 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 175명, 승무원 6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끝 둔덕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항철위에 따르면 사고기는 착륙 도중 조류 충돌로 엔진이 고장난 것을 확인한 후, 복행(go-around)해 반대편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했다. 이때 랜딩기어가 전개되지 않아 비상 동체 착륙 상태로 진입했으나 활주로 바깥 철근 콘크리트 소재의 둔덕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이날 사고로 비행기 꼬리 칸에 탑승했던 승무원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했으며, 지난 1997년 229명이 숨진 대한항공 801편 사고 이후 국내 최대 항공 사고로 기록됐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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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