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잠 겨냥’ 다카이치 안보 밀당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2.02 11:08:12
  • 호수 15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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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자력 잠수함 하이재킹?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불과 16일 간격을 두고 중원선을 치르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했다. 이를 두고, “입헌민주당·공명당의 정당 연합에 대응하려는 조치”란 평가가 많다. 수면 아래엔 우리나라의 원잠 보유를 강하게 의식한 향후 조치들이 기다리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23일 중의원(하원)을 해산했다. 일본 주요 언론은 ‘한 겨울의 단기 결전 해산’이란 해산 통칭을 지어 붙였다.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는 오는 8일 진행된다. 의회 해산일 이후 불과 16일이 지나 중원선이 진행되는 것도 이례적이다.

한겨울의
단기 결전

1월에 중의원이 해산돼 2월에 중원선이 진행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5년 하토야마 내각 당시 ‘하늘의 소리’ 해산 ▲1990년 가이후 내각 당시 ‘소비세’ 해산 등에 이은 세 번째다.

일본 의회에선 매년 1월엔 매년 4월 시작되는 회계연도 예산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지난 1990년 가이후 도시키 당시 총리가 이끌던 내각은 중의원 해산 이후 예산안 제출 기한인 2월28일까지 예산안을 제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1990년도 예산안은 6월 통과됐다.

다카이치 총리의 중의원 해산 이후 재무성 관계자들도 “3월까지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적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성에선 임시 예산안을 편성할 예정이다.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선거운동을 진행해야 하는 후보자들·정당 관계자들에게도 겨울 선거는 극복해야 할 요소들이 많은 선거로 꼽힌다.

홋카이도 등 폭설이 자주 내리는 일본 북부에선 유세 차량 이동이 어렵고, 벽보 게시판 관리가 어렵다. 특히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핵심 지지층인 고령 유권자들의 투표 불참이 이어질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일본 <지지통신>은 다카이치 총리의 중의원 해산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달 18일 “일본 북동부 아키타현엔 매년 1~2월 인도에 눈이 쌓이고 보행자가 없다”며 “눈부터 치운 후 선거 포스터를 붙여야 하고, 포스터 설치를 할 수 없는 곳도 있을 것”이란 지역 선거 관리 담당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내무성에선 선거관리위원회에 폭설 대응 부서를 설치하면서, 유권자들에게 “가급적 사전 투표를 하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각종 이권단체 등 자민당·일본유신회가 가진 전통적 조직표의 영향력은 투표율이 낮을수록 강해진다는 것을 노렸다”고 분석한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지난해 10월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한 공명당이 지난달 16일 일시적으로 정당 연합 ‘중도개혁연합’을 구성한 것도 중의원 해산에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조기 선거를 치러 중도개혁연합이 일본 정계에 안착할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취지의 계산이 있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와 자민당의 지지율 간 불균형도 중의원 해산 사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2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의 지지율은 40%로 확인돼, 13%의 지지율을 기록한 중도개혁연합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그런데 <요미우리신문>이 같은 날 공개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69%로 확인됐다. 자민당의 자체 지지율도 높지만, 더욱 우월한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을 당에 유입시켜 압도적으로 중의원을 장악·재편성하는 구도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

사상 세 번째 겨울 선거…노림수는?
지지율 불균형 극복·야권 연합 대응”

해산 전 기준으로 전체 중의원 의석 465석 중 자민당은 196석을 보유했고, 일본유신회는 34석을 보유하는 등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다카이치 총리와 자민당은 ‘3석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의원 의석 27석을 가진 국민민주당과의 협상에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20일 “국민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한 것도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결심한 이유”라고 보도했다.

자민당이 중의원 과반을 넘어 310석을 확보해 전체 2/3 이상을 확보하면 참의원(상원)에서 부결시킨 법원을 중의원에서 다시 의결해 통과시킬 수 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로선 중국의 경제 보복 여파가 본격적으로 미치기 전에 선거를 마무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중국이 전함을 사용하는 등 무력을 행사하면,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중국은 희토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이중 용도 물자 수출 금지 조치 대상에 일본을 포함했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 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1년 동안 이어지면, 손실액은 약 2조6000억엔(약 2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달 26일 “대만에 큰일이 생기면, 일본은 대만 내 일본인·미국인을 구하러 가야 하고, 미국과 공동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의 숨은 명분 중 하나로 미국이 우리나라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하 원잠) 보유를 승인한 것이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이를 승인했다.

이는 일본 정계에 큰 충격을 줬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그 이전에 각외 협력 형태의 연정에 합의하면서 “차세대 동력을 활용한 수직발사장치(VLS) 탑재 잠수함 보유를 위해 힘을 모은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포함시켰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승인을 얻기 전에 이미 원잠 도입 추진을 암시한 것이다.

이후 다카이치 총리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원잠 도입 추진을 공공연하게 언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지난해 11월 참의원에 출석해 “미국·중국이 가진 원잠을 앞으로는 한국·호주도 보유한다”며 “우리가 억지력·대처력을 높이기 위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주일 미군 기지를 방문해 미 해군의 시울프급 원잠을 시찰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지난해 12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억지력·대응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원잠 도입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큰 충격 후
암시된 명분

다카이치 총리와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원잠 보유를 추진하려면 압도적인 중원선 승리가 필요하다. 일본이 원잠을 도입하려면 ▲평화헌법 제9조 개정 ▲비핵 3원칙 파기 혹은 개정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2% 조기 달성 등을 이뤄야 한다.

평화헌법 제9조는 ‘전력 불보유’ 원칙을 내포하고 있다. 일본이 원잠을 보유하려면 개헌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개헌은 중의원·참의원 모두 2/3 이상 찬성을 얻어 통과한 후 국민투표에서 과반수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자민당·일본유신회가 310석 이상 중의원 의석을 확보해야 참의원 문턱을 밟을 수 있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참의원 전체 의석수 248석 중 각각 101석·19석을 보유해 전체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중의원에서 압도적인 의석수를 확보한 후 참의원에서 부족한 46석을 확보하기 위한 이합집산에 나설 가능성을 암시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미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국회 연설에서 “내년엔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한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며, “GDP 대비 방위비 2% 달성 시점도 추가경정예산을 합쳐 2026년 3월까지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 등 일본의 방위 정책 방향이 담긴 핵심 지침이다. 여기엔 지난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천명한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취지의 비핵 3원칙이 반영돼있다.

일본이 원잠을 보유하려면 비핵 3원칙·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야 한다. 지난달 11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3대 안보 문서에 ‘태평양 방위 강화’를 명기할 것을 추진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원잠 보유를 승인하면서 “한국이 보유할 원잠은 미국의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이 곧 크게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을 통해 필리 조선소의 기술·인력 부족 문제를 우리나라의 자본·기술력을 이전받아 해결하려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한국의 원잠 건조로 인해 한국 민간 부분의 대미 투자액도 6000억달러(약 854조원)를 넘길 것”이란 기대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원잠 보유 시도를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한 다른 옵션으로 인식하는 태도는 한·일 간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 일본 조선업은 1990년대까지는 세계 1위였지만, 현재는 중국·우리나라에 이은 3위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진행된 미일 관세 협상에서도 조선업 협력을 협상 카드로 제시했다. “일본의 군함 건조 기술력이 여전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토대로 한 카드였다. 자민당·일본유신회가 오는 8일 진행되는 중원선에서 압승하면, 미국에 각종 협상 카드를 제시해 원잠 보유 승인·기술 이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호주의 원잠 보유를 승인한 계기가 지난 2021년 미국·영국·호주 3국이 결성한 AUKUS 군사동맹이었다는 것을 토대로, 일본의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3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4월 “필라 2 첨단 역량 프로젝트와 관련해 일본과의 협력을 고려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예고된
이합집산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치를 당시 난적은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1차 투표에서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2차 투표에서 185표(54.3%)를 얻어 156표(45.7%)를 얻은 고이즈미 방위상을 물리쳤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서 농림수산상이었던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한 계기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방위상은 요직으로 분류되지만, 고이즈미 방위상은 총재 선거 라이벌이었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서 자민당 내 강경 보수 성향 ‘보수 방류’의 핵심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고이즈미 방위상은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처럼 자민당 내 개혁 성향 무파벌로 분류된다.

일각에선 “복합적 취지의 임명”이란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 임명을 통해 대외적으로 당내 화합을 과시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후텐마 미군기지 문제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한 방위청 특성상 험지에 배치해 자멸을 유도하려는 임명”이란 분석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아베 전 총리 재임 기간에도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환경상에 임명됐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펀쿨섹’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처세를 했다.

그러던 중 미국이 우리나라의 원잠 보유를 승인하면서 다카이치 총리·고이즈미 방위상에겐 공통의 목표가 생겼다. 미국이 일본의 원잠 보유를 승인하면 두 사람 모두 날개를 달 수 있다. 특히 고이즈미 방위상은 일본의 원잠 보유를 추진하면서 “외교·안보 경력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할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따라서 자민당이 오는 8일 중원선에서 압승해 다카이치 2차 내각이 출범하면, 고이즈미 방위상은 유임될 가능성이 크단 분석이 나온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외교·안보 경력이 없는 것과 별개로, 그는 영어가 유창해 미국 국제전략연구소 CSIS 연구원으로 1년간 재직하는 등 미국 정계와 인연이 깊단 장점이 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JD 밴스 미국 부통령·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등과 교류하는 등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에 맞설 수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원잠 보유 위한 고이즈미와 ‘기묘한 동거’
자민당 승리 후 대 한국 대응 나설 가능성

다카이치 총리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내각에 묶어놔야 정치적 행동 반경을 통제할 수 있다. 방위상 임명 직후 ‘정치적 화합’이란 평가를 넘어 고이즈미 방위상의 존재 자체가 내각의 강경 보수 색채를 중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고이즈미 방위상이 주도할 원잠 추진 과정도 내각 관방 산하 국가안전보장국(NSS)을 통해 통제·관리할 수 있다.

다카이치 총리·고이즈미 방위상에겐 이번 중원선 압승이 간절할 정치적 이유가 많다. 다카이치 총리는 올해 신년사에서 ‘강한 일본’을 강조했다. 미국으로부터 원잠 보유를 승인받는다면 신년사에서 밝힌 다짐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지난달 21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유사시 자위대가 장기간 전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군수공장을 국유화한 후 민간기업에 운영을 맡기는 GOCO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몰두하는 방위 정책 방향 중 하나는 계전 능력 강화다.

일각에선 “태평양 전쟁과 같은 방식 아니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로서는 ‘강한 일본’을 구현할 방법 중 하나로 인식할 수 있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자민당의 승리 이후 유임돼 일본의 원잠 보유를 이끌어내면 ‘일본 원잠 보유 프로젝트’ 설계자·추진자란 위상을 얻는다.

다카이치 총리와 비핵 3원칙 개정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란 지분을 나눌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고위층의 맞상대’란 강력한 이미지를 얻는다. 안보 전문가란 이미지까지 형성되면, 차기 총리 0순위 위상이 더욱 확고해진다.

자민당의 중원선 승리에 이어 일본의 원잠 보유 성공까지 이어지면, 우리나라엔 다양한 과제가 남는다. 원잠 보유국이란 위상을 일본과 나눠야 하고, 동·남해에서 한일 원잠이 은밀하게 수중 패권을 경쟁해야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수면 아래서
끌어올리기

아울러 다카이치 총리·고이즈미 방위상은 자위대의 활동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해 한반도 주변의 자위대 개입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

자민당·일본유신회가 수면 아래 감춰진 원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여부는 오는 8일 진행되는 중원선에 달렸다. 과연 일본은 ‘동북아 비핵보유국 중 유일 원잠 보유’란 우리나라의 성과를 하이재킹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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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