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트럼프 취임식 직관기’

MAGA 시대를 마중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다시’ 트럼프 시대가 도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뒤 1기 때보다 더 강한 행보를 공언했다. ‘Make America Great Again(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세계 질서 재편에 나섰다. <일요시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을 만나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8년 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사업가로 이름을 날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포부와 함께 미국 우선주의를 부르짖으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의 당선을 예측하지 않았지만 당선 이후 행보는 더더욱 예상 밖이었다.

4년 만
재집권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벽을 세우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했다. 미국에 무역 흑자를 기록한 나라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지도자가 관례, 관행처럼 따르던 선을 서슴없이 넘나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언행과 불도저 같은 추진력은 지지 세력과 반지지 세력 모두를 자극했다.

재선에 도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밀려 낙선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성추문 의혹으로 기소되는 등 송사에 휘말렸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한 선거를 ‘부정선거’로 단정 짓고 ‘STOP THE STEAL’을 외치며 국회의사당을 점거, 폭동을 일으켰다.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크게 이겼다. 31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전국 득표율에서도 상대 후보를 200만표 차로 따돌렸다. 상·하원 의석수도 공화당이 우세한 상황이라 의회 권력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은 4년 만에 세계 패권국의 수장으로 다시 올라선 그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평가다. 이날 취임식은 원래 국회의사당 앞 야외 무대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한파로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국회의사당 중앙홀로 장소가 바뀌었다.

국회의사당 중앙홀에 600여명, 인근 체육관 ‘캐피털 원 아레나’에 2만여명이 실내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의사당서 취임식을 진행한 이후 캐피털 원 아레나로 이동해 즉흥 연설을 펼쳤다. 지지자들 앞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사용한 펜을 던져주는 ‘쇼맨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캐피털 원 아레나 메인 좌석서 취임식을 지켜본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은 “우아하고 장엄했다. 생동감 넘치는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의 공식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김회창 박사(미국 공화당 필승 한인팀 총회장), 박문희 예당미디어 대표, 임주영 중국 목포그룹 대표 등이 함께했다.

유 원장은 지난 1985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에 현역 의원 자격으로 참석했던 바 있다. 당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년 당선된 뒤 4년 뒤 재임에 성공했다. 유 원장은 그 시기를 “(자신의)정치적 변곡점”이라고 언급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에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난 것이다.

공화당 하원의원 직접 초청으로 참석
국내 참석자 중 가장 가까운 메인 좌석

전두환정권의 정치 탄압을 피해 1982년 미국으로 망명한 김 전 대통령은 3년 만인 1985년 2월 총선을 사흘 앞두고 귀국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미국으로 갔던 유 원장은 워싱턴 D.C.가 아닌 LA로 날아가 김 전 대통령을 만났고, 1985년 1월19일 귀국 기자회견에 배석했다.

그로부터 꼭 40년 만에 유 원장은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다시 미국을 찾았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식은 경제 침체와 정치 불안정성이라는 이중고를 겪던 미국의 새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은 기존의 외교·경제정책을 대대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현장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40년을 사이에 뒀지만 두 대통령의 취임식은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레이건정부 때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했고 트럼프정부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일 현장의 열기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갑작스러운 한파에도 수십만 명의 미국 국민은 행사장인 캐피털 원 아레나에 입장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등 열정을 보였다. 취임식 전날인 지난달 19일 열린 전야제 ‘MAGA 승리(VICTORY)의 랠리’ 역시 대규모 집회를 방불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야제에 참석해 1시간 동안 즉흥 연설을 선보였다.

유 원장은 “1973년 서울 여의도 집회 당시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연설을 연상케 할 정도로 대단했다”고 감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명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아들과 함께 깜짝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머스크에게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기는 등 신임을 보내고 있다.

유 원장은 “이틀에 걸쳐 진행된 전야제와 취임식 행사는 미국 국민에게 강한 지지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정치 이벤트를 넘어 미국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논의의 장이 됐다고 말하고 싶다. 2기 트럼프 정부에 대한 미국 국민의 기대감이 느껴졌고 전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100여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성별과 인종 등을 고려한 다양성 정책을 폐기하는 행정명령도 포함됐다. 그는 “오늘부로 미국에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고 공언했다. ‘PC(정치적 올바름)’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등 민주당 정부의 정책을 180도 뒤집었다.

40년 전엔
현역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등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통상 전쟁의 막을 열었다. 덴마크의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등을 언급하면서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국주의로의 회귀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유 원장은 2기 트럼프정부에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여러 측면서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먼저 미국의 경제 회복과 성장에 대한 강력한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1기 정부 때 경제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내 제조업과 일자리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 정책 역시 트럼프 대통령만의 방식대로 풀어갈 가능성이 크다. 취임식서 본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이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그걸 추진할 힘을 가진 인물로 봤다. 실제 보기 전까지는 사업가 마인드로 정치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연설을 들어보니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대단했다”고 평했다.

또 “27세 최연소 대변인을 백악관의 얼굴로 내세우는 등 정부를 조각하는 과정도 이전보다 자신감이 붙었다고 생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중 ‘함께 일한다면 이룰 수 없는 꿈은 없다(If work together, No dream cannot achieve)’는 구절이 인상 깊었는데, 취임식 과정서 주변 사람을 신경 쓰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가 환기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야제와 취임식 당일 가족은 물론 각료, 주변 인사들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유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막내아들인 배런 트럼프를 소개할 때 가장 큰 환호성이 터졌다”고 현장 상황을 언급했다. 배런 트럼프는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 사이에 낳은 아들이다.

유 원장은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긴 시간을 할애해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원칙 아래 동맹국과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진다. 2기 트럼프정부 출범과 공화당의 재집권은 미국과 한국 모두에 긍정적인 변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상황
우려 드러내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데, 이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중심축을 담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 원장은 “굳건한 한미동맹과 일본, 기타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은 아태 지역서의 미국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인 4년 동안 이 같은 방향으로 정책이 유지된다면 한국과 미국의 관계도 여러 변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한국 상황이다. 4선(11~14대) 국회의원이자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유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미국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개탄스러움을 표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맡고 있는 유 원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련의 정치 상황에 대해 국가 원로로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유 원장은 현재 한국의 상황을 ‘무정부 상태’라고 표현했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된 상태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대에도 올라있다. 국무총리도 탄핵소추돼 직무가 정지됐다. 경제부총리로까지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이 넘어가 있는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이다.

유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은 한국에 전략적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 갈등이 역으로 한국에는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새로운 무역 기회를 창출할 방향으로 상황을 끌고갈 수 있다. 현재의 기회를 잘 활용해 국제 사회서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하루라도 빨리 정치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실망감이 최고조에 달한 만큼 협치를 통해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물론 국민도 반으로 쪼개져 대화와 협력이 사라진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되,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우아하고 장엄한, 생동감 넘쳐”
‘미국 우선주의’ 앞세워 드라이브

유 원장은 ‘이미 많이 늦은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이 제일 빠르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역할이 어려울 경우에는 시민사회단체, 정당, 기업 등이 다각도로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 이후 오랜 시간 ‘스포츠맨’으로 살아온 그는 스포츠 외교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 과정서 유 원장은 이동섭 국기원장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2021년 11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태권도 명예 9단증을 수여하고 태권도복을 증정한 인연이 있다. 이 원장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해 그레이스 멩 뉴욕주 하원의원과 마르크 베세이 텍사스주 하원의원에게 명예 7단증을 수여하는 등 ‘태권도 외교’를 펼쳤다.

유 원장은 “스포츠는 모든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다. 스포츠 외교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나도 이 원장으로부터 명예 7단증을 받았다. 이번에 다른 일정 때문에 이 원장과 일정을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전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상황서 차기 지도자의 덕목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유 원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의 지도자는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안보와 경제 분야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고 북핵 문제에 대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균형 잡힌 외교 전략’을 강조했다.

개헌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유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서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모습을 보고 개헌의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 높은 확률로 감옥에 가거나 죽는 결말에 이르렀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1987년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 바꿔야 한다. 헌법재판소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서 ‘원포인트’ 개헌으로, 탄핵안이 기각되면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개헌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 장치가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유 원장은 “지난달 17일부터 25일까지 9일 동안 체류하면서 미국의 다양한 정치인, 전문가와 대화를 나눴다. 그들의 시각서 바라본 한미 관계와 미래,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한 시간이다. 동북아시아의 복잡한 정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교 전략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각적인 접근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87년 체제
종말 고해

그러면서 “한국은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나라다. 주요 7개국 모임으로 불리는 G7(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20년 동안 정치인으로, 또 스포츠인으로, 야인으로 살아오는 동안 느낀 것은 결국 국민에게 달렸다는 점이다. 미국 국민이 또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권에 불러낸 것처럼 한국 국민도 행동을 통해 현재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최근 2030세대의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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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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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이 출범했다. 개문발차 상태다. 수장 공백과 법령 미비, 수사 인프라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 중수청의 경우 본청 사무실 공사 마무리까지 두 달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수사관 대부분은 출근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담당했던 사건이 처리되는 데 수개월이 밀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 기능을 담당할 공소청 모두 수장과 인력, 하위 법령, 사무 공간 등 총체적 부실 상태로 개청했다. 채용이 확정된 이들은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완성도 안 됐다 중수청은 지난달 7일 김지용 후보자가 초대 청장으로 제청됐으나 여권 내 반발로 인해 추가 검증을 거치느라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중수청법상 중수청 간부급인 1∼5급 수사관은 청장의 추천을 거치게끔 돼있지만, 청장 없이 문을 여는 바람에 첫 인사부터 원칙이 깨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307명 등 총 2874명인데, 1·2차 특례 임용에 지원한 이들이 총 1962명에 그쳤고 5급 이상은 정원 629명에 지원자 212명으로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까지도 인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어느 지역의 중수청에 출근해야 할지 통보받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중수청은 청사를 임대했으나 수사 인프라와 사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본청과 서울청이 쓰게 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은 2∼17층을 임대했으나 당장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은 여섯층뿐이다. 수사기관의 필수 시설인 조사실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당분간 타 기관의 공간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서울 3곳, 나머지 5개 지역 1곳 등 총 8곳의 경찰서 유치장을 사용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도 6개 지방중수청 인근 교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완성 전까진 경찰과 논의하며 사용하기로 했는데, 개청 직후에도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의 청사와 시스템을 활용하고, 인력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중수청보다 준비가 순조로웠다. 지난달 22일에 직제안을 확정한 데 이어 29일에는 공소청 개청 날짜에 맞춰 검사 192명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진용을 갖추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중이다. 다만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어서 후보자가 있는 중수청장보다도 임명에 먹구름이 꼈다. 중수청, 수사관 충원 부족한데 5급 이상 간부 1/3 수준 사무실 공사 마무리 최소 두달 “어디로 출근할지도 몰라” 우선 법무부는 공소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자로 이정현 신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공소청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하위·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도 끝마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게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하는 법령이 100여개에 달해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부령 24건을 공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검찰청 관련 명칭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오는 2일 개청에 맞춰 법령 개정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후속 법안 논의에서 일부 기관이 배제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중수·공소청·경찰 3개 기관의 사건 이첩 관련 규정을 담은 중수청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공소청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공소청 관계자는 나와 있느냐”고 묻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없다”고 답했다. 의사결정권자 공백으로 기관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중수청 수사와 겹치거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의 결단이 필수적인데 직무대행 간 협의만으로는 이견을 좁혀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기관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합동수사기구도 문을 닫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수사팀은 1년2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달 30일 활동을 중단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도 운영을 멈췄다. ‘검 목소리’ 완전 배제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에서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합동수사기구가 하던 업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중수청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두세달 뒤에야 다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됐다. 구자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경찰의 역량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에 따라 공소청은 출범 시작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혼란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만 개정됐을 뿐 그에 따른 하위 법령과 규칙 등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공소청 직제안마저 출범 열흘 전 가까스로 완성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동해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하위 법령은 137개에 달한다. 형법과 민사소송법은 물론 성폭력·스토킹 처벌법 등 개별 특별법과 법무부 소관 관계 법률만 61개에 달한다. ‘검찰’이라는 명칭 자체가 없어지는 탓에 50개의 대통령령을 정비해야 하고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된 각종 수사준칙도 수정해야 한다. 검찰사건 사무규칙은 조문만 300개가 넘는다. 그만큼 법제처의 심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논란만 검사의 역할 역시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으로 이원화한 데 포함되지 않는 검사는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 수사 역량이 뛰어난 다수의 검사를 중수청으로 보내 국가 수사 역량을 보존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정부안은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직할 경우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이름만 중수청으로 바뀐 도로 검찰청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두 기관 출범 직전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었다. 중수·공소청 출범 직전인 지난 1일에서야 옹호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이런 사람을 ‘친윤(친 윤석열) 검사’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허위임을 알면서도 흠집을 내고 공격하기 위해 하는 억지 주장이라면 비판이 아닌 비방이고 국정 조언이 아닌 국정 방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게 공개 비판해 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유튜브에서 “심지어는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 ‘친한(친 한동훈)’ 검사라고 일부가 지적한다”며 “여러 가지 추가 검증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그것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여권 일각의 비판을 이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에 대해 “전혀 아닌 것을 계속하거나,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프레이밍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공소청 수장 임명 법무부 장관 있어야 추천 거쳐 가능 대통령령 포함 하위 법령 100여건 깡그리 수정 필요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행안위원장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좀 과하지 않나”라며 “행안위에 중수청장 후보자를 보내서 (인사청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개문발차하는 만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될 경우 수장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인사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이날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철학도 없고, 친 윤석열 검사가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그 당시 항명 사건에서도 동참했다”며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새 체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경찰 역량이 충분한지, 권한을 공정하고 절제하며 행사하는지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신다”며 “관서·수사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 대응의 일환으로 경찰서장이 앞으로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 등의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청과 국가수사본부까지 교차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 권리 보호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사건 진행에 대한 통지를 내실화하는 등 수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비상 체제 돌입한 경찰 사건 조작과 은폐, 뇌물수수 등 중대 비위가 확인되면 엄정 수사하고, 비위 당사자에 대해서는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원칙으로 삼는 등 내·외부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대행은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권리 구제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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