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다시 한번 밝히면서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7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서 가진 기자회견서 그린란드를 장악하기 위해 군사력이나 경제적 압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보장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는 군사력이나 경제적 압력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같은 날,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부친의 개인 전용기를 타고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방문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원래는 지난 봄에 방문하려 했다. 오게 돼 정말 기쁘다”며 “관광객으로 왔다. 아버지가 그린란드 모두에게 인사를 전해 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대선서 트럼프의 정치적 분신 역할을 맡았던 그의 이번 방문 시점이 그린란드 현지인들의 반감을 누그려뜨리기 위한 행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현지인들에게 ‘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를 나눠주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도 트럼프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외신들은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자꾸 언급하는 것을 두고 안보와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협상 카드 및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가 내포돼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단순 협상 카드가 아닌 ‘절대 패권’에 대한 트럼프의 본심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고, 미국의 경제·안보가 위협받을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경고성 의지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주기적으로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 이유는 크게 ▲지정학적 가치 ▲풍부한 천연자원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그린란드는 북극권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지정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미군은 그린란드 최북단에 위치한 피투피크 기지(옛 툴레 기지)를 운영 중인데, 이는 미사일 방어와 우주 감시 작전을 벌이기 위한 전략적 기지다.
또 유럽서 북미를 연결하는 최단 경로에 위치해 있어 미국이 탄도미사일 조기 경보시스템을 운영하기에도 적합한 곳이다. 러시아와 중국과의 우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서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중요도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런 이유로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관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앞서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북극 패권 장악을 위한 교두보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던 바 있다.
게다가 석유 및 천연가스를 포함한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 반도체, 전기차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있다. 사업가 마인드로 다져진 트럼프가 충분히 ‘군침’을 흘릴 만한 곳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그린란드 편입에 성공할 경우, 중국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덴마크는 자국 자치령인 그린란드가 미국 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임을 고수하고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8일(현지시각) “덴마크 정부 관점서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들의 것이라는 점을 아주 명확히 하겠다”며 “그린란드 총리가 이미 말했듯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우리는 미국과 아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미국과)우리는 같은 동맹(나토)의 일부”라며 “이는 중요한 한 측면이며, 다른 하나는 그린란드와 그린란드인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린란드의 미래를 결정하고 정의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린란드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가 집권 1기였던 지난 2019년 그린란드 매입을 일방적으로 주장했을 때도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프레데릭센 총리의 해당 발언을 문제 삼아 덴마크 방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외교 갈등을 빚기도 했다.
프랑스와 독일도 “유럽의 주권적 국경을 침해하지 말라”며 엄중 경고하고 나섰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8일(현지시각) 프랑스 앵테르라디오와의 인터뷰서 “덴마크는 유럽 영토로 유럽연합(EU)은 세계 어떤 나라도 주권적 국경을 침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침공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강자의 법칙이 통용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다만, 그린란드는 자치권을 획득한 이후 1985년 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서 탈퇴해 현재 EU의 회원국은 아니다.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도 트럼프의 그린란드 발언에 대해 “언제나 그렇듯 국경은 무력으로 변화시켜선 안 된다는 확고한 원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차 세계대전 직후였던 1946년 당시 미국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1억달러에 매입 의사를 밝혔으며, 1867년엔 윌리엄 수어드 미 국무 장관도 그린란드 및 아이슬란드를 동시 매입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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