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지난주 백악관서 열린 정상회담이 파행으로 끝난 데 이어 광물협정 논의마저 무산되자, 전방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4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의지’를 보인다고 판단될 때까지 군사 원조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내린 명령에 따른 조치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지난달 28일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과 인프라 수익의 50%를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기금에 할당하는 광물협정을 제안하며 강하게 압박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미국의 안보 지원을 배제한 채 전쟁의 빠른 종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거세게 질책하며 사실상 그를 백악관서 내쫓다시피 했다. 이로 인해 회담 이후 예정됐던 오찬 일정과 광물협정 서명은 모두 취소되며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는 평가를 남겼다.
일각에선 이번 군사 지원 중단 조치가 정상회담 파행에 대한 보복이자,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해 향후 협상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당장 전쟁 수행 능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전히 미국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이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선 실질적인 외교가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미국과 유럽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평화로 가는 길에서 미국의 지원을 매우 바라고 있다. 가능한 한 빨리 평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원조 전면 중단 결정으로, 우크라이나는 항공기, 선박, 운송 중인 무기, 폴란드 등 제3국서 인도를 기다리던 물자 등 모든 군사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접경 지역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탄약, 유도 다연장 로켓 시스템, 대전차 무기 등 필수 전력의 공급이 끊기면서 실질적인 전투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쟁에 필요한 군사 장비의 55%를 자체 생산하거나 자금으로 조달하고 있으며, 나머지 20%는 미국, 25%는 유럽서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지원이 중단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현재 수준의 전투 역량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올해 중반까지로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코프먼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이 올해 초 공급한 포탄과 유럽의 지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의 포탄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다”면서도 “여름이 되면 어려움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게 한 줄기 희망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광물협정과 관련해 여전히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서 대만 TSMC의 대미 투자계획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서 ‘광물협정 협상은 이제 끝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진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손익을 중시하는 그의 성향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풍부한 천연자원은 여전히 중요한 협상 카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향후 종전 협상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응이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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