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격 초읽기? 가자 지구 재건 계획설도

‘난공불락’ 포르도 핵시설 표적
‘협상에서 강경’ 변곡점 맞나?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심 핵시설을 겨냥한 군사 공격 계획을 승인했으나, 최종 실행 명령은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사실상 용인하고 협상 대신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강경 기조로 급선회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군사 개입 카드까지 꺼내 들며 이란을 극한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각) 외교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고위 보좌관들에게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지 지켜보기 위해 실제 공격 실행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탈리아 명문 축구팀 유벤투스 선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동참할지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시한 도래 1초 전에 최종 결정을 하고 싶다”면서 “왜냐하면 상황은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미국이 구상 중인 공격 계획의 핵심 표적은 이란의 포르도(Fordow) 핵시설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악지대 지하 80~100m 깊숙한 곳에 콘크리트로 요새화된 이 시설은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단행한 대규모 공습에서도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을 정도로 ‘난공불락’으로 꼽힌다.


<WSJ>은 이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미국의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 MOP’를 지목했다. 무게 13t, 지하 60m까지 관통할 수 있는 이 초강력 무기는 현재 B-2 스텔스 폭격기로만 운반 및 투하가 가능하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국은 이미 중동지역에 상당한 규모의 전력을 증강 배치했다.

F-35, F-22 등 첨단 스텔스 전투기는 물론, 니미츠 항공모함 전단과 공중 급유기 30여대가 추가로 배치됐다. 중동 내 미군 기지들도 고도의 경계 태세에 돌입한 상태다. 이는 언제든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지게 될 경우, 즉각 공격을 실행할 준비가 완료됐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공격 계획 승인은 그가 대이란 정책 기조를 협상에서 ‘군사적 압박’으로 완전히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임기 초반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의 독자적인 이란 공격을 만류하며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뒀다. 지난 11월 당선 직후 스티브 위트코프를 중동 특사로 임명하고,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에게 “전쟁을 원치 않는다. 협상을 원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해를 넘긴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자정 노력은 계속됐다. 지난 4월에는 오만에서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고, 5월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을 요구하는 서면 제안까지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란이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사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3일 이란 핵 개발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전격적인 공습에 나서자 상황은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훌륭하게 해냈다”며 이스라엘을 두둔했고, 오히려 이란이 협상 기회를 놓쳤다고 비난했다.

그는 캐나다 G7 정상회의 도중 귀국하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으며, 하메네이를 겨냥해선 “그가 숨어있는 곳을 정확히 알지만 아직은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노골적인 위협까지 가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선회가 이란의 지지부진한 협상 태도에 대한 불만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이란 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이란에 60일간 시한부 협상을 제안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종용했다. 그러나 이란은 끝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란을 선제 타격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미국이 이란과 시한부 협상을 맺은 지 61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란이 데드라인을 넘겨 합의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공습을 더 이상 만류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충분히 나올 법한 대목이다.

2015년 오바마정부 시절 맺은 이란 핵합의(JCPOA)가 결국 이란에 핵 개발 시간만 벌어줬다고 비판하며 2018년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더 이상의 시간 끌기는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선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이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해침)’의 기회로 삼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껄끄러운 군사적 충돌의 부담을 이스라엘이 상당 부분 짊어진 상황에서, 미국이 직접 ‘마지막 카드’인 군사 공격 가능성을 내비치며 이란을 굴복시키겠다는 셈법이 깔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군사 개입 결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누구도 내가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군사 공격 계획을 승인해 놓은 채 실행 시점을 저울질하며, 이란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하메네이는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이란 국민은 항복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미국 대통령이 용납 못할 발언으로 이란 국민에게 굴복을 요구했다”며 “이란 국민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대외적으로는 이 같은 확고한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이란 측은 협상 관련, 외국의 파트너 국가들과 접촉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과의 휴전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회담을 수용할 것이라는 의사도 내비쳤다.


<WSJ>도 지난 16일(현지시각) 이란이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핵 협상에 복귀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아랍권 당국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이란 공격의 이면에는 이란의 핵 억제보단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가자 지구를 손에 넣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가자 지구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현재 팔레스타인의 수니파 이슬람주의 단체인 하마스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2월4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가자 지구 장기 재건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가질 것이다(We don’t have to buy Gaza; there’s nothing to buy)”라고 발언했다.

그는 ‘소유(own)’이라는 단어와 함께 미국이 가자 지구를 개발 및 운영하겠다면서도 ‘미국 체납료나 세금 형식으로의 구매가 아닌 전쟁 이후의 인도받는 형태’의 형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일자 보좌관 및 대변인들은 “미국이 일시적 재건을 주도할 뿐, 영구적인 점령이나 구매는 아니다”라면서 “미군 투입은 고려 대상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민간 주도 재건”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당시 이집트 및 요르단 등의 인근 국가들에선 “강제 이주나 영구 이전 등은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이 나왔다. 유엔 및 다수의 국제사회에선 “이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권리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강력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사실 트럼프의 영토 확장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그는 그린란드와 파나마를 비롯한 타 국가들의 영토를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국제사회의 뭇매를 맞았던 바 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으로 석유 및 천연가스에 네오디뮴 등 반도체, 전기차 제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희토류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당선인 자격이었던 그는 지난 1월7일, ‘그린란드를 장악하기 위해 군사력이나 경제적 압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보장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해당 발언은 무력으로 그린란드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져 ‘무력 침탈’ 논란으로 번졌다.

집권 1기였던 지난 2019년에도 일방적인 그린란드 매입설을 꺼냈던 바 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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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