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아리셀 공장 화재 참담하게 지켜본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화성 사고, 우연 아닌 필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소화기로 불을 꺼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불과 31초 사이에 4번의 폭발이 일어났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실종자 명단을 보고 ‘살아만 있으라’고 가슴 졸이던 가족은 신원을 확인하기도 어려울 만큼 훼손된 시신과 마주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필연적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담합니다. 참담합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탄식했다. 취재진은 지난 26일, 경기도 의정부시 곤제역 인근서 김 대표를 만났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이 일어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김 대표는 “30년 이주노동자 역사상 가장 큰 참사”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폭발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30분께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 내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날 화재로 사망한 23명은 신원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시신 훼손이 심했다. DNA 대조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는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다.

남성은 6명, 여성은 17명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지난 26일 아리셀 공장과 인력공급 업체인 메이셀, 한신다이아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 자택 등 회사 관계자의 주거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박 대표 등 아리셀 관계자 3명과 인력공급 업체 관계자 2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 전원 출국금지 조치된 상태다.

31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건의 쟁점 중 하나는 사업주를 중대재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다. 중대재해법은 기업서 노동자 사망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22년 1월27일 시행됐고 지난 1월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됐다.

일단 회사 관계자 일부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지만 처벌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실제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업주 처벌이 이뤄진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기업활동 위축 등을 우려한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법에 규정된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 등의 충실한 업무 수행’ 의무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동시에 사망자 23명 가운데 18명이 외국인 노동자로 확인되면서 ‘불법파견’ 의혹도 불거졌다. 파견법은 원칙적으로 32개 업종만 파견근로를 허용하며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업무’는 파견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한 파견이 금지된 업종이다.

사망자 23명, 18명 외국인 노동자
“죽을 수밖에 없는 노동 조건·환경”

하지만 이번에 희생된 외국인 노동자가 맡았던 군용 일차전지 검수와 포장 업무는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업무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셀 측은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도급 인력으로 이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린 것은 인력공급 업체라는 주장을 폈다. 반면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업체 메이셀 측은 언론 인터뷰서 “우리는 아리셀에 직접 갈 수도 없다”며 “아리셀이 불법파견을 받았으면서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 파견을 두고 아리셀과 메이셀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이 유족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타국서 사망한 가족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사람’이 들어온다는 생각을 못하고 ‘인력’으로만 여기는 듯하다”며 “일회용품 쓰듯이 노동력만 쏙 빼먹고 부품 취급을 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는 한, 이번 아리셀 사고 같은 일은 또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진행 중인 현실, 그리고 이를 조장하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구조, 특히 경제구조를 ‘착취 공장형 재벌왕국’이라고 명명하면서 10%의 기업이 나라 전체 기업 이익의 90%를 싹쓸이하는 구조가 현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고령사회에 진입하자 정부는 인구감소를 명분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데리고 오고 있다”며 “그들을 착취 공장형 재벌왕국의 먹이사슬 끄트머리에 법과 제도로 고정해 놓고 다치거나 죽을 위험이 높은 일을 집중적으로 몰아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리셀 사고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리튬 배터리 제조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사업장이나 국가는 작업장을 반드시 1층에 놓는다고 한다. 매우 위험한 화학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아리셀 사고의 경우 2층 작업장서 불이 시작됐고 이 때문에 인명피해도 컸다.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
산재보상

실제 경고음은 분명히 있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 4월17일, 도내 소방서에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3류 자연발화성 물질 및 금수성 물질 취급 시설에 대한 화재 예방 컨설팅을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5일 화성소방서 남양119안전센터가 아리셀 공장을 방문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당시 남양119안전센터장을 비롯해 4명이 아리셀 공장 안전관리 담당 직원 3명을 대상으로 대피 등 비상대응 방법을 설명하고 3류 위험물의 특성 설명, 위험물 사고 사례 등을 소개했다. 

또 남양119안전센터는 지난 3월28일에도 아리셀 공장의 소방 여건을 조사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이 화성소방서로부터 확보해 공개한 ‘소방 활동 자료조사서’를 보면 ‘연소 확대 요인’ 항목에 ‘사업장 내 11개 동 건물 위치, 상황 발생 시 급격한 연소로 인한 연소 확대 우려 있음’이라고 기재돼있다. 

인명 피해를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조사서에 따르면 ‘다수 인명피해 발생 우려 지역’ 항목에 ‘3동 제품 생산라인 급격한 연소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 있음’이라고 돼있다. 이번 화재는 아리셀 공장 3동 2층서 시작됐다. 업체의 안전불감증과 관리 소홀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이번 사고서 외국인 노동자는 파견을 통해 공장에 배치됐다. 그들이 작업장 구조나 대피로에 익숙할 리가 없다”며 “아리셀 공장서 일한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이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안전 교육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980년대 10여년 동안 노동자와 부대끼며 선교활동을 해온 김 대표는 7년 전부터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일단 경기북부 지역서 외국인 노동자 산재 관련 사건이 일어나면 김 대표가 나선다. 대표로 있는 포천이주노동자센터를 비롯해 시민단체가 합심해 사건을 공론화하고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내가 만난 산재 피해자를 보면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노동 조건과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며 “기업은 이익 극대화에만 골몰해 외국인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투자 자체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있는 안전장치도 빼버리고 일을 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1년에 프레스 기계로 절단된 외국인 노동자의 손가락이 열두 가마니라는 말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그 정도로 원시적인 산재가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산재보상도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여전히 ‘높은 산’이다. 실제 아리셀 사건의 경우도 다치고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보상 가능성이 의문으로 떠올랐다.

경고음
있었지만…


현행법상 사업장의 산재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미등록(불법) 체류자를 포함해 모든 근로자는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메이셀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모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언어장벽, 고용불안 등으로 보상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연장은 사업주에 달려 있다. 사업장을 변경하는 것도 고용주의 사인이 필요하다. 모든 외국인 노동자는 하루라도 더 우리나라에 체류해 일하면서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입국한다. 이런 상황서 산재 피해를 언급하고 보상까지 받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약하나마 법과 제도가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열려 있지만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사고 현황을 볼 때 ‘산재 은폐율’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재 은폐율은 산재 사고를 당해도 신고조차 하지 않는 비율을 뜻한다.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은폐율이 80%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 배경으로 2021년 한국노동연구원 김정우 전문위원이 발간한 <노동조합은 산업재해 발생과 은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게재된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해당 연구서 산재 은폐율은 66.6%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 대표는 “해당 연구는 노동자 3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외국인 노동자는 대부분 50인 미만 사업장서 일한다. 내국인 노동자의 경우도 66.6%보다 산재 은폐율이 높을 텐데 외국인 노동자는 어떻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표면상 드러나는 산재 비율을 20%로 봐도 산재 사망자는 내국인 노동자보다 더 많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에 따르면 산재로 인해 사망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매년 늘고 있다.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 산재 사망자 수가 135명까지 늘어났는데 이는 정말 최소한의 수치”라며 “돌연사 등으로 사망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도 결코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돌연사한 외국인 노동자의 일부는 ‘과로사’로 인한 사망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국가의 의지 중요한데 윤 정권은…
‘속헹씨 사건’처럼 관심 필요하다

그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불교 국가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하면 우리나라에 있는 캄보디아 절에서 일단 화장을 하고 약식으로 장례를 치른다.

김 대표는 “해당 절에서 장례를 집행하는 캄보디아 스님이 있는데 그분이 2022년 집례한 돌연사한 외국인 노동자의 장례만 20건이 넘었다. 그해 우리나라에 일하던 캄보디아인 노동자는 2만5000명 정도다. 그중 2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인을 알지 못한 채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고 사망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도 적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들 중 일부가 과로 등의 이유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외국인 노동자 산재 사망자 수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나 통계는 없다.

김 대표는 변화를 위해서는 ‘국가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하면서도 윤석열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입국시킬 수 있는 근거로 고용허가제를 시행하면서 그 내용을 좋지 않은 쪽으로 개악하는 등 윤정권의 노동정책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고용허가제를 ‘개악’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는 먼저 사업장 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했다. 사업장 이동의 범위를 제한한 것이다. 또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때 사유와 이력에 대한 정보를 고용노동부가 수집해 사업주에게 제공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고용주가 외국인 노동자 ‘블랙리스트’를 만들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거나 부당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개악안이라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데리고 오면서 법과 제도는 그들을 더 옥죄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밝은 전망을 할 수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자본주의 사회서 사업주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상황서 정부가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며 “윤정권의 경우는 지나치게 사업주 쪽으로 치우쳐 있다. 중대재해법을 확대하는 일에 정부가 소극적인 것도, 고용허가제를 개악한 것도 전부 외국인 노동자를 보는 국가의 시선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한탄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한 줄기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시민단체의 노력, 국민의 관심, 언론과의 연대 등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 주거권 운동으로 발전한 ‘속헹씨 사건’을 언급했다. 2020년 12월 포천서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 속헹씨가 비닐하우스서 잠을 자다가 동사한 사건이다. 

김 대표의 추적으로 속헹씨 사건이 처음 세상에 드러났고 시민단체 등의 끈질긴 노력 끝에 산재로 인정받았다. 속헹씨 사건은 외국인 노동자 주거환경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지자체 차원의 조사가 이뤄졌고 일부 지자체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기숙사를 짓는 등 산재 사망사고가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깨어있는 시민
마중물 역할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개선 운동을 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지만 법과 제도가 그들의 손발을 꽁꽁 묶고 있다. 그러니 깨어 있는 시민과 단체, 언론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속헹씨 사건이 있기 전에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권 운동은 아주 미미했다. 하지만 모두의 관심이 속헹씨 사건에 응집되면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런 불씨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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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망사건’ 1년 수사 불신론

‘채 상병 사망사건’ 1년 수사 불신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년 전 국방부 조사본부 발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에 대한 이야기다. 경북경찰청이 1년 동안 수사한 후 직권남용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법조계와 사건 관계인들은 해당 수사에 모순이 있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경찰이 약 1년 만에 채 상병 사망사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무혐의로 판단했다.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북경찰청 결과 발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8일, 채 상병 사망사고와 관련해 임 전 사단장 등 9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수사한 결과 “A 여단장 등 현장 지휘관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하고, 임 전 사단장 등 3명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불송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초 수중수색은 소방이, 수변수색은 군이 담당하기로 합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물속에 들어가 수색하지 않기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사고 전날 11포병 대대장(최모 중령)은 소방 측 현장 책임자로부터 ‘수변 아래 정찰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를 보고 받은 7여단장은 ‘장화 깊이까지 들어갈 것’ ‘위험한 구간은 도로정찰할 것’을 지시했다. 그럼에도 이후 당시 자체 결산 회의를 주재했던 11포병 대대장이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고 발언함으로써 다음 날 오전 채 상병이 속한 7포병 대대가 수중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해당 지시가 결국 사망사고로 이어져 11포병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봤다. 다만 그동안 언론과 정치권서 문제 삼은 임 전 사단장의 행위는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앞서 언론 등은 임 전 사단장이 ▲사단장 명의 단편명령을 내려 부대별 작전 임무 부여 ▲늦은 작전투입 등을 지적‧질책하고 신속히 수변으로 내려가 수색하도록 지시 ▲육군 50사단장으로부터 ‘우중 수색 지속 여부 검토 지시’를 받은 7여단장에게 예정 시간까지 수색 실시하도록 지시 등 작전통제권이 없음에도 여러 수색 관련 지시를 하거나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등 9가지 행위에 대해 문제 삼았다. 경찰은 작전통제권이 없는 임 전 사단장의 작전 관련 지시들은 ‘월권행위’에 해당하지만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원의 행사를 가탁해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혐의 인정하기 어려워” “대대장 책임이 무거워”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일반적 직무권한의 범위를 넘는 월권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작전통제권이 없는 임 전 사단장의 작전 관련 지시들은 월권행위에 해당해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이 작전과 관련해 단편명령과 지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작전 수행을 위해 투입되는 1사단 예하부대 지정 및 부대별 세부 임무를 부여한 것은 육군 50사단과 해병대 1사단 참모들이 세부 행정 협의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전 관련 지시들은 소방 측과 협의가 이뤄진 수색 지침을 충실히 수행하라는 취지하에 이뤄진 것들로 기존 지침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내용의 지시를 한 것이 아니며, 특히 우중 수색 지속 지시는 7여단장이 현장 지휘관의 의견과 수색 중이었던 소방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50사단장에게 보고한 후 승인받아 예정된 시간까지 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부규정에 근거해 행정과 군수, 군기, 내부 편성, 훈련 등에 관한 지침 하달과 현장점검 등의 권한은 원소속 부대장인 임 전 사단장에게 있어 육군 50사단장의 작전통제권 행사를 방해한 위법·부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직권남용죄가 성립되기는 어렵다는 결과를 내놨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이런 행위들은 급박한 재난 상황 속에서 실종자들 수색 구조하기 위한 목적하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7여단장 등 부대원들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거나 50사단장의 작전통제권 행사를 방해한 위법부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햇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월권행위에 대한 내부적인 징계나 인사상 불이익 조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형법상 직권남용죄가 성립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죄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관해서도 경찰은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월권행위 주의의무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전 시 현장 지휘관은 위험성 평가를 통해 식별된 위험 요인에 대해 감소 및 제거 활동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합참과 2작사의 각 단편명령은 50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을 전환하면서 작전투입 전 안전성 평가를 통해 안전이 확보된 하에 작전을 수행토록 지시했고, 50사단장은 예천 지역을 할당해 7여단장의 책임하에 작전을 수행토록 했으므로 50사단장 및 7여단장이 아닌 작전통제권이 없는 1사단장에게 수색작전 관련 사전 위험성 평가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작전 관련 지시들은 소방 측과 협의가 이뤄진 수색 지침을 충실히 수행하라는 취지하에 이뤄진 것들로 기존 지침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내용의 지시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보다 위험을 더 증대시키거나 새로운 위험을 창출하는 등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다음날 수중수색으로 인한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 또한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수변으로 내려가서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는 지시는 소방과 협의된 수색 지침대로 군사교범상 의심지역 집중수색 방법인 바둑판식으로 꼼꼼하고 면밀하게 수색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현장 지도 과정서 1사단장의 작전 수행 관련 지적과 질책에 따른 일선의 부담감이 일부 확인됐으나 이를 이유로 포11대대장의 임의적인 수색지침 변경을 예상하긴 어렵고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 또한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해 무혐의로 보면서도 사단장으로서 부대를 점검하고 작전을 지시하는 등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위치에 있었다고 봤다. 경찰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부규정에 근거해 원소속 부대장인 임 전 사단장에게 수색지침을 충실히 수행하라는 작전을 지시하고 수색 태도를 점검 지시할 수 있으며 비록 작전통제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실제 작전 현장서 실질적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위치에 있었으므로 수색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부대원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방지해야 할 조리상, 사실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던 바 있다. 모순 지점 짚어보니… 법조계에서는 해당 조문 자체가 임 전 사단장에게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군사법 전문 변호사는 “육군 50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이 넘어간 상황서 임 전 사단장이 소속부대 현장지휘관에게 수색 방법을 지시하는 등의 행위가 그저 월권행위로 규정할 수 있는가 의문이 든다”며 “군대서 작전통제권이 다른 부대로 넘어갔어도 원소속 부대장의 지시나 명령을 어기는 행위는 오히려 항명죄에 해당할 수도 있어 임 전 사단장의 말 한마디에 부대는 움직일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는 “수사단서 수사할 당시에는 임 전 사단장의 이 같은 영향력을 갖고 혐의자로 특정해 이첩했다”며 “하지만 군검찰로 넘어가면서 해당 혐의가 사라진 것과 같이 경찰서도 같은 결과를 내놨다”고 읍소하기도 했다. 또 앞서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는 경찰이 임 전 사단장이 소방 측이나 육군 50사단과 협의한 점을 전달한 것만 주목한 것에도 의문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단 수사를 거론하며 “수색 임무 하달 자체가 급박하게 이뤄져 안전장비를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 전 사단장은 수사단 조사 당시부터 실종자 수색 임무를 하달하며 안전에 대해 강조했다고 하지만 해병대 관계자들은 실종자 수색이라는 임무를 늦게 하달받았다고 진술했다”며 “한 현장 지휘관은 ‘우리 임무가 무엇인지’ 카카오톡 단체방서 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무 내용이 무엇인지 모른 채 호우 피해 복구만 할 줄 알고 출동한 부대에 당연히 안전장비가 있을 리 만무하다”고 부연했다. “실질적 영향력은 인정돼” “진술과 수사 결과도 달라” 이에 대해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해당 발언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제대로 된 임무를 하달하지 않아 해당 부대가 안전장비를 갖추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수색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업무상과실치사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가장 책임이 무겁다고 본 포11대대장도 임 전 사단장의 행위는 그저 전달 수준이 아닌 명백한 지시라고 주장했다. 그는 “7여단장을 통해 임 전 사단장의 지시를 전달받아 다른 대대장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한 것뿐”이라며 “자신은 선임 대대장으로서 7여단장과 독대하는 가운데 사단장의 수색 관련 지침을 세부적으로 들었고, 그런 부분들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것들이 경찰서도 충분하게 조사가 됐고 다 소명이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저 국방부 조사본부의 1년 전 발표가 되풀이됐을 뿐”이라고 한탄했다. 채 상병의 직속 상관인 포7대대장(이모 중령)의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주장하는 무혐의 핵심과 경찰 조사 결과의 핵심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는 “임 전 사단장은 합참이나 제2작전사 단편명령 이후 작전 지도는 했으나 작전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주장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는 바둑판식 수색 지시와 가슴장화 지원 지시는 있었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임 전 사단장은 작전 지시가 없었다고 청문회서도 말했는데 수사 결과는 지시는 있었지만 위험을 증대시키거나 새로운 위험을 창출하는 지시가 없었다고 무혐의가 됐다”고 지적했다.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는 경찰의 판단과 별개로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수사를 통해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이 명령권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로 봤는데, 다른 관점에서는 실제로 명령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며 “어느 쪽 주장이 법리에 맞는지, 사실인지 아닌지는 계속 수사해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계속 수사 이 관계자는 “어느 쪽 주장이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공수처는 양쪽의 관점과 주장을 수사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며 “경찰 수사와 공수처 수사는 별개의 사안이다. 이후 (경북경찰청 사건의)검찰 송치 절차나 공소제기 여부 판단과 무관하게 공수처에 접수된 고발 및 진정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계속 수사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