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아리셀 공장 화재 참담하게 지켜본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화성 사고, 우연 아닌 필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소화기로 불을 꺼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불과 31초 사이에 4번의 폭발이 일어났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실종자 명단을 보고 ‘살아만 있으라’고 가슴 졸이던 가족은 신원을 확인하기도 어려울 만큼 훼손된 시신과 마주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필연적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담합니다. 참담합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탄식했다. 취재진은 지난 26일, 경기도 의정부시 곤제역 인근서 김 대표를 만났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이 일어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김 대표는 “30년 이주노동자 역사상 가장 큰 참사”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폭발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30분께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 내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날 화재로 사망한 23명은 신원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시신 훼손이 심했다. DNA 대조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는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다.

남성은 6명, 여성은 17명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지난 26일 아리셀 공장과 인력공급 업체인 메이셀, 한신다이아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 자택 등 회사 관계자의 주거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박 대표 등 아리셀 관계자 3명과 인력공급 업체 관계자 2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 전원 출국금지 조치된 상태다.

31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건의 쟁점 중 하나는 사업주를 중대재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다. 중대재해법은 기업서 노동자 사망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22년 1월27일 시행됐고 지난 1월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됐다.

일단 회사 관계자 일부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지만 처벌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실제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업주 처벌이 이뤄진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기업활동 위축 등을 우려한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법에 규정된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 등의 충실한 업무 수행’ 의무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동시에 사망자 23명 가운데 18명이 외국인 노동자로 확인되면서 ‘불법파견’ 의혹도 불거졌다. 파견법은 원칙적으로 32개 업종만 파견근로를 허용하며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업무’는 파견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한 파견이 금지된 업종이다.

사망자 23명, 18명 외국인 노동자
“죽을 수밖에 없는 노동 조건·환경”

하지만 이번에 희생된 외국인 노동자가 맡았던 군용 일차전지 검수와 포장 업무는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업무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셀 측은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도급 인력으로 이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린 것은 인력공급 업체라는 주장을 폈다. 반면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업체 메이셀 측은 언론 인터뷰서 “우리는 아리셀에 직접 갈 수도 없다”며 “아리셀이 불법파견을 받았으면서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 파견을 두고 아리셀과 메이셀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이 유족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타국서 사망한 가족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사람’이 들어온다는 생각을 못하고 ‘인력’으로만 여기는 듯하다”며 “일회용품 쓰듯이 노동력만 쏙 빼먹고 부품 취급을 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는 한, 이번 아리셀 사고 같은 일은 또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진행 중인 현실, 그리고 이를 조장하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구조, 특히 경제구조를 ‘착취 공장형 재벌왕국’이라고 명명하면서 10%의 기업이 나라 전체 기업 이익의 90%를 싹쓸이하는 구조가 현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고령사회에 진입하자 정부는 인구감소를 명분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데리고 오고 있다”며 “그들을 착취 공장형 재벌왕국의 먹이사슬 끄트머리에 법과 제도로 고정해 놓고 다치거나 죽을 위험이 높은 일을 집중적으로 몰아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리셀 사고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리튬 배터리 제조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사업장이나 국가는 작업장을 반드시 1층에 놓는다고 한다. 매우 위험한 화학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아리셀 사고의 경우 2층 작업장서 불이 시작됐고 이 때문에 인명피해도 컸다.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
산재보상

실제 경고음은 분명히 있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 4월17일, 도내 소방서에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3류 자연발화성 물질 및 금수성 물질 취급 시설에 대한 화재 예방 컨설팅을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5일 화성소방서 남양119안전센터가 아리셀 공장을 방문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당시 남양119안전센터장을 비롯해 4명이 아리셀 공장 안전관리 담당 직원 3명을 대상으로 대피 등 비상대응 방법을 설명하고 3류 위험물의 특성 설명, 위험물 사고 사례 등을 소개했다. 

또 남양119안전센터는 지난 3월28일에도 아리셀 공장의 소방 여건을 조사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이 화성소방서로부터 확보해 공개한 ‘소방 활동 자료조사서’를 보면 ‘연소 확대 요인’ 항목에 ‘사업장 내 11개 동 건물 위치, 상황 발생 시 급격한 연소로 인한 연소 확대 우려 있음’이라고 기재돼있다. 

인명 피해를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조사서에 따르면 ‘다수 인명피해 발생 우려 지역’ 항목에 ‘3동 제품 생산라인 급격한 연소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 있음’이라고 돼있다. 이번 화재는 아리셀 공장 3동 2층서 시작됐다. 업체의 안전불감증과 관리 소홀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이번 사고서 외국인 노동자는 파견을 통해 공장에 배치됐다. 그들이 작업장 구조나 대피로에 익숙할 리가 없다”며 “아리셀 공장서 일한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이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안전 교육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980년대 10여년 동안 노동자와 부대끼며 선교활동을 해온 김 대표는 7년 전부터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일단 경기북부 지역서 외국인 노동자 산재 관련 사건이 일어나면 김 대표가 나선다. 대표로 있는 포천이주노동자센터를 비롯해 시민단체가 합심해 사건을 공론화하고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내가 만난 산재 피해자를 보면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노동 조건과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며 “기업은 이익 극대화에만 골몰해 외국인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투자 자체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있는 안전장치도 빼버리고 일을 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1년에 프레스 기계로 절단된 외국인 노동자의 손가락이 열두 가마니라는 말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그 정도로 원시적인 산재가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산재보상도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여전히 ‘높은 산’이다. 실제 아리셀 사건의 경우도 다치고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보상 가능성이 의문으로 떠올랐다.

경고음
있었지만…


현행법상 사업장의 산재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미등록(불법) 체류자를 포함해 모든 근로자는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메이셀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모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언어장벽, 고용불안 등으로 보상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연장은 사업주에 달려 있다. 사업장을 변경하는 것도 고용주의 사인이 필요하다. 모든 외국인 노동자는 하루라도 더 우리나라에 체류해 일하면서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입국한다. 이런 상황서 산재 피해를 언급하고 보상까지 받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약하나마 법과 제도가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열려 있지만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사고 현황을 볼 때 ‘산재 은폐율’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재 은폐율은 산재 사고를 당해도 신고조차 하지 않는 비율을 뜻한다.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은폐율이 80%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 배경으로 2021년 한국노동연구원 김정우 전문위원이 발간한 <노동조합은 산업재해 발생과 은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게재된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해당 연구서 산재 은폐율은 66.6%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 대표는 “해당 연구는 노동자 3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외국인 노동자는 대부분 50인 미만 사업장서 일한다. 내국인 노동자의 경우도 66.6%보다 산재 은폐율이 높을 텐데 외국인 노동자는 어떻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표면상 드러나는 산재 비율을 20%로 봐도 산재 사망자는 내국인 노동자보다 더 많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에 따르면 산재로 인해 사망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매년 늘고 있다.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 산재 사망자 수가 135명까지 늘어났는데 이는 정말 최소한의 수치”라며 “돌연사 등으로 사망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도 결코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돌연사한 외국인 노동자의 일부는 ‘과로사’로 인한 사망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국가의 의지 중요한데 윤 정권은…
‘속헹씨 사건’처럼 관심 필요하다

그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불교 국가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하면 우리나라에 있는 캄보디아 절에서 일단 화장을 하고 약식으로 장례를 치른다.

김 대표는 “해당 절에서 장례를 집행하는 캄보디아 스님이 있는데 그분이 2022년 집례한 돌연사한 외국인 노동자의 장례만 20건이 넘었다. 그해 우리나라에 일하던 캄보디아인 노동자는 2만5000명 정도다. 그중 2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인을 알지 못한 채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고 사망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도 적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들 중 일부가 과로 등의 이유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외국인 노동자 산재 사망자 수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나 통계는 없다.

김 대표는 변화를 위해서는 ‘국가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하면서도 윤석열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입국시킬 수 있는 근거로 고용허가제를 시행하면서 그 내용을 좋지 않은 쪽으로 개악하는 등 윤정권의 노동정책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고용허가제를 ‘개악’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는 먼저 사업장 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했다. 사업장 이동의 범위를 제한한 것이다. 또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때 사유와 이력에 대한 정보를 고용노동부가 수집해 사업주에게 제공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고용주가 외국인 노동자 ‘블랙리스트’를 만들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거나 부당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개악안이라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데리고 오면서 법과 제도는 그들을 더 옥죄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밝은 전망을 할 수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자본주의 사회서 사업주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상황서 정부가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며 “윤정권의 경우는 지나치게 사업주 쪽으로 치우쳐 있다. 중대재해법을 확대하는 일에 정부가 소극적인 것도, 고용허가제를 개악한 것도 전부 외국인 노동자를 보는 국가의 시선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한탄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한 줄기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시민단체의 노력, 국민의 관심, 언론과의 연대 등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 주거권 운동으로 발전한 ‘속헹씨 사건’을 언급했다. 2020년 12월 포천서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 속헹씨가 비닐하우스서 잠을 자다가 동사한 사건이다. 

김 대표의 추적으로 속헹씨 사건이 처음 세상에 드러났고 시민단체 등의 끈질긴 노력 끝에 산재로 인정받았다. 속헹씨 사건은 외국인 노동자 주거환경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지자체 차원의 조사가 이뤄졌고 일부 지자체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기숙사를 짓는 등 산재 사망사고가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깨어있는 시민
마중물 역할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개선 운동을 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지만 법과 제도가 그들의 손발을 꽁꽁 묶고 있다. 그러니 깨어 있는 시민과 단체, 언론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속헹씨 사건이 있기 전에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권 운동은 아주 미미했다. 하지만 모두의 관심이 속헹씨 사건에 응집되면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런 불씨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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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