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국민적 재난에 가까운 큰 피해를 봤는데 주무장관으로서 국민께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하셔야지 ‘말씀드릴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인사말이 어디 있느냐?”
정청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18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향해 이같이 질책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15일 발생했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관련해 “아무리 교수 출신이고 정무 감각이 떨어지고 국민 공감 능력이 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느냐”며 “오늘 여기서 사과하는 것은 정식으로 공식적으로 국민께 사과하는 자리니 기회를 드리겠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이 장관은 이날 대전 기초과학연구원서 열린 국감에 앞서 긴급 현황보고를 통해 “카카오 등 부가 통신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진다면 우리가 경험했듯이 국민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활동이 마비되는 만큼 이번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판교 SK C&C 데이터센터는 전원 공급이 약 95%까지 복구됐고 카카오톡‧카카오T 등 카카오 서비스의 주요 기능이 정상화됐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분석과 함께 중요한 부가통신 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 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등 제도적·기술적 방안들을 마련해나가겠다”며 “서비스 장애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드린 점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 먹통’ 사태에 주무장관인 이 장관이 ‘유감’을 표명하자 정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정 위원장의 질책을 받은 이 장관은 머쓱한 웃음을 보이다가 ‘제대로 된 사과를 하라’는 지적을 받고 결국 “이번 부가 통신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국민께서 큰 불편을 겪으셨다. 주무장관으로서 국민에게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90도에 가깝게 고개를 숙였다.
이날 정 위원장과 이 장관의 국감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때아닌 정 위원장의 갑질 논란이 제기됐다.
누리꾼 hpsk****는 정 위원장의 사과 요구에 대해 “카카오 사태가 과기부 장관 잘못이냐”며 “머리 90도로 숙이라고 호통치는 걸 보니 진짜 기가 막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기업에서 발생한 문제인데 왜 과기부 장관이 고개를 숙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 장관이)논란거리 만들고 싶지 않으니 사과한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다른 누리꾼 ssla****은 “사기업 서비스 장애를 왜 장관이 사과하느냐”며 “비상식적인 일이 국감장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누리꾼 juli****은 “유관기관들의 부정부패 행위라면 모를까, 장관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오히려 이번 사태는 카카오 사장이 나와서 사과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지위를 이용한 갑질 아니냐. 문제를 일으킨 원인 제공자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리꾼 kian****은 “이게 왜 과기부 장관이 사과할 일이냐”며 “국회의원들이 하라고 하면 해야 되나? 국민들이 원하면 국회원들이 사과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