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나무서 떨어진 김범수 카카오 수장

왜 카카오만…독점의 민낯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카카오의 일대기는 두 번의 ‘상전벽해’로 요약된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혜성처럼 등장한 카카오는 카카오톡 ‘대박’에 힘입어 국내 스타트업 성공신화를 새로 썼다. 하지만 어느새 카카오는 국민에게 ‘밉상 기업’으로 각인됐다. 게다가 잇단 ‘먹통 사태’로 미운털이 제대로 박혔다. 이 가운데 창립자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덩달아 부침을 겪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감장에 서게 됐다. 

한국에서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전 연령 스마트폰 보급률 100%에 근접한 나라에서, 카카오톡은 메신저 앱 중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4000만명이 넘는 사용자는 메신저뿐만 아니라 쇼핑·게임, 심지어 대중교통 탑승까지 모두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다.

성공가도
승승장구

그런데 지난 15일, 카카오톡이 갑자기 먹통이 됐다.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이곳에 보관된 카카오 서버 전원이 내려간 탓이었다. 이 여파로 나라 전체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이날 먹통이 된 카카오톡 채팅은 다음 날 새벽에나 일부 복구됐고 ‘톡서랍’과 업무용 메일 등은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나흘이 넘게 걸렸다. 이외에도 선물하기·대리운전과 택시 앱 서비스 일시중단으로 해당 유료 기능을 활용하던 이들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스쿠터·킥보드 등이 반납되지 않아 당황했다는 일화와 카카오톡 로그인 기능을 활용하다 곤경에 빠진 코인 거래소의 상황 등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그간 카카오의 위치는 많이 변했다. 연간 수십억에 달하는 서버 유지 비용으로 만년 적자를 기록하던 스타트업이 독자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며 반등하기 시작한 때가 2012년이다.

이후 카카오는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 성공, 코로나 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산업 특수 등을 발판 삼아 크게 성장했다. 초기 창업 자본금 100억원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현재 재계 서열 12위의 대기업으로 변모했다. 시가총액은 40조원을 넘나든다.

하지만 카카오의 기업 이미지는 급격한 성장세와 반비례했다. 기업가치가 뛰어오르고 새로운 ‘쪼개기 상장’이 발표될 때마다, 카카오를 둘러싼 문어발식 경영·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들끓었다. ‘스타트업의 성공신화’ ‘혁신의 아이콘’ 등의 수식어도 어느덧 옛말이 됐다.

창업자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제각각이다. 한국 IT시장의 선두주자 격인 한게임과 카카오톡을 잇달아 성공시킨 혁신가는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력가가 됐다.

하지만 김 전 의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정감사에 불려 나와 수모를 겪을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정치권의 질타를 받았고, 올해는 먹통 사태 관련 보고를 앞뒀다. 이외에도 경영권 승계 준비·사익편취 등 개인 의혹은 해명한 후로도 뒷말이 무성하다.

최근 여러 논란과 의혹으로 빛이 바랬지만, 김 전 의장은 여전히 자수성가한 사업가 중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그는 1966년 전라남도 담양 농사꾼 집안 2남3녀 중 셋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후 그의 부모님은 다섯남매의 교육을 위해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부친은 막노동과 목공 일을, 모친은 식당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졌다.


김 전 의장은 자연스럽게 할머니 손에 자랐는데, 할머니를 포함한 8식구가 단칸방에서 살 만큼 형편이 여유롭지 못했다.

자식 교육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지만, 정작 그의 부모님은 공부를 강요한 적이 없었다. 김 전 의장은 노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모두 스스로 결정했다. 그런 그에게 부모님은 “넌 잘하고 있다”며 항상 응원을 보냈다. 훗날 김 전 의장은 “그런 격려와 지지가 큰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김 전 의장이 중학생 때, 부친이 정육 도매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가정형편이 나아졌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부도를 맞으며 가세가 다시 기울었다. 다섯남매가 모두 대학에 진학할 수는 없었던 상황. 결국 장남인 김 전 의장 혼자만 대학에 가게 됐다. 김 전 의장이 독하게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카톡으로 대박…이번 먹통 사태로 미운 털
도마에 오른 위기 대처…올해도 국감 망신

김 전 의장의 재수 시절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손가락을 베서 혈서를 썼고, 담배를 끊기 위해 낱개로 파는 담배 3개비를 사다 책상에 올려놨다. 결국 그는 피나는 재수 생활 끝에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 합격했다.

김 전 의장은 과외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며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4년 만에 학사 학위를 받았고, 2년 뒤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김 전 의장은 1992년 석사 졸업 직후 전문연구요원으로 삼성데이타시스템에 입사했다. 이곳에서 컴퓨터 언어에 본격적으로 몰두했다. 그는 입사 첫해 양식편집기 ‘폼 에디터’를 개발했고, 1993년에는 호암미술관 소장품 화상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어 1996년에는 PC통신 유니텔을 개발해 여러 버전의 설계와 개발을 맡았다. 

이윽고 정식으로 연구소 생활을 시작한 김 전 의장은 삼성SDS에서 평생의 사업 동반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문태식 카카오VX 대표와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그가 첫 창업에 발걸음을 뗀 건 1998년이었다. 당시 PC방과 온라인 게임 열풍이 강하게 불었다. 김 전 의장은 남궁훈 카카오 전 공동대표(지난 19일 사퇴)와 함께 한양대학교 앞에 ‘미션넘버원’이라는 대형 PC방을 열었다. 전국 최대 규모 PC방으로 유명해졌다.

PC방은 개업 반년 만에 당시 가치로 매출 5000만원을 달성할 만큼 성업했다.

김 전 의장은 아내에게 PC방 운영을 맡기고 구석 자리에서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했다. 그는 한 자리에서 모든 컴퓨터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를 다른 PC방에 판매하면서 1억5000만원을 더 벌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같은 해 9월 삼성SDS를 나온 데 이어 11월 한게임을 창업했다. 보드·퍼즐게임을 제공하는 게임 포털사이트로 시작한 한게임은 서비스 5개월 만에 300만 회원을 동원하며 인기를 끌었다. 


김 전 의장은 2000년 한게임을 네이버와 합병하고 NHN 공동대표가 된다. 삼성SDS 동기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현 글로벌투자책임자, GIO)와의 동업은 7년간 이어졌다. 김 전 의장은 2004년 NHN 단독 대표에 이어 해외사업 대표를 지냈고, 그러다 2007년 8월 NHN을 떠났다.

그가 퇴사할 당시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는 명언을 인용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가족이 있던 미국으로 향했다. 1년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그는 홀로 귀국길에 올랐다. 귀국한 뒤에도 음악과 책에 매진하며 재충전 시간을 가졌다. 이후로는 미국에 있던 가족까지 한국으로 데려와 여행·게임 등 취미 생활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폐 포털
밉상 기업

그렇게 2000년대가 끝날 무렵, 김 전 의장은 스마트폰 보급에 발맞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미국에 머물 때 아이폰 출시를 지켜보고 PC에서 모바일로 시장의 중심축이 옮겨갈 것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에 그는 한창 준비하던 프로젝트를 무산시키고,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카카오톡은 “PC 메신저 일색인 시장 속 모바일 메신저라는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료 서비스와 그룹 채팅 등의 강점을 내세운 카카오톡은 출시 1년 만에 1000만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당시 카카오톡이 급속도로 성장했던 배경으로는 ‘차별성’과 ‘시장 선점’이 꼽힌다. 2010년대 초반 당시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던 문자 메신저는 별도의 통신비가 있었고, 글자 수가 제한됐다. 스마트폰 출시에 발맞춰 시장에 나온 메신저 앱들 역시 대부분 유료였다.

반면 카카오톡은 인터넷에 연결만 되면 무료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글자 수 제한도 따로 없었다. 

막대한 서버 운영비를 떠안은 대신 카카오톡은 몇 년간 다진 기반 위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냈다. 중소 게임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애니팡’ 등 카카오톡 기반 게임을 흥행시켰고, 이모티콘 판매·선물하기 기능 등을 통해 성공가도를 달렸다.

카카오는 2014년, 다음(한메일)을 비롯해 여러 기업을 인수·합병하며 몸집을 빠르게 불렸다. 그간 카카오는 플랫폼 영향력을 바탕으로 결제·은행·게임 등의 서비스를 키우고, 이를 분사·상장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카카오는 이를 수 없이 반복하면서 창사 9년 만에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김 전 의장은 사업 외에도 기부 등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졌다. 그는 평소 ‘성공이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라는 에머슨의 시를 자주 인용한다. 특히 인적 투자와 지원에 주안점을 둔다.

실제로 김 전 의장은 “100명의 CEO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2016년 스타트업캠퍼스 초대 총장으로 취임할 당시 “청년들이 직장이 아닌 업을 찾는 걸 돕겠다”고 발언한 것과 사회혁신가를 찾아 지원하는 아쇼카코리아에 기부한 일화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이외에도 코로나·산불·태풍 등 자연재해가 벌어질 때마다 큰 액수를 기부하는 ‘통 큰 기부’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해 2월에는 기빙플레지에 자신의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서약한 바 있다. 서약 직후 이를 활용할 브라이언임팩트재단을 세웠다. 보통 기부재단은 기금을 조성한 뒤 해당 기금에서 나오는 수익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브라이언임팩트재단은 기부금을 즉각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운 점이 특징이다.

업무, 생활…
암흑 속으로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된 카카오와 김 전 의장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김 전 의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감장에 서는 게 그 방증이다.

다만 지난해에는 정무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등 세 차례나 국감 증언대에 섰던 것에 반해, 올해는 과방위에서만 출석 요구를 받았다. 여야 협의를 통해 질의 내용은 이번 화재에 관한 것으로만 한정됐다.

김 전 의장은 지난해 국감장에서 ‘난타’ 당했다. 당해 국감에서 세 차례나 불려 나온 총수는 김 전 의장이 유일했다.

당시 전 국민적 공분을 샀던 ‘스마트 호출 서비스’가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영업시간 제한으로 택시·대리운전 수요가 특정 시간에 집중되자 배차 확률을 높여주는 대가로 많게는 5000원에서 수만원에 이르는 추가 금액 지불을 요구하는 서비스를 개시했다가 곧바로 철회한 바 있다.

모빌리티 시장 경쟁사들이 규제 철퇴로 주춤한 사이, 독과점 체제를 구축한 카카오모빌리티가 횡포를 부린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이를 기점으로 카카오의 계열사 면면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공룡 기업 ‘카카오’ 이름을 달고 꽃·간식·샐러드 배달 사업에 나선 점,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카카오헤어샵 사업에 투자한 점, 스크린 골프 시장에서 카카오VX가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 등이 연이어 지적됐다.

결국 카카오에는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대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김 전 의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고 있다. 투자회사로 설립됐지만 별다른 투자 활동이 없어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여겨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김 전 의장이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며 한 차례 조사한 바 있다. 여기에 경영권 승계 준비 의혹, 배당금 절세 의혹, 사익편취 등 가족 관련 의혹이 함께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케이큐브홀딩스는 마치 가족끼리 돈놀이하는 놀이터 같다. 동생한테 돈을 빌려주지를 않나, 선물옵션 거래를 한다든지 사모투자신탁에 가입한다든지 해서 이익을 낸다. 지주회사인지, 금융회사인지도 불분명하다. 금산분리 규정 위반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어려운 가정환경 딛고 자수성가 혁신가
문어발식 경영·골목상권 침해로 입방아

다방면에 걸쳐 날선 비판이 이어지자, 김 전 의장은 “골목상권을 절대 침해하지 않겠다. 성장에 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통렬히 반성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하겠다”며 추가 상생안 마련·이행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카카오 측은 지난 4월 “올해 계열사 수를 30~40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약속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카카오 계열사는 128개에 달한다. 138개였던 발표 당시와 비교해 단 10개가 줄어든 셈이다. 

이 가운데 터진 ‘카카오톡 먹통’ 사태에 여론 반응이 호의적일 리 없었다.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서버 백업 등 안전망 구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카카오를 향해 각종 비판이 쏟아졌다.

“서버 백업 조치는 이뤄져 있었다”는 카카오 측 해명에도 성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IT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카카오톡 사용자는 3905만명으로 화재 전인 14일 사용자 수 4112만명 대비 207만명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본 사태를 직접 언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카카오 무한 책임론’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 역시 눈길을 끌었다.

카카오는 김 전 의장의 국감 출석 전 여론 진화에 총력을 쏟는 모양새다. 카카오는 임직원들을 밤샘 비상근무에 투입한 데 이어 지난 19일 사과문과 남궁훈 전 대표이사의 사퇴 소식을 전격 발표했다.

남궁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 전체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계 당국의 우려 역시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여, 조사와 요청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며 “모든 서비스가 정상화되는 대로 이번 사건에 대해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이러한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장은 지난 3월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글로벌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본사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한 발 빠진 셈이다.

집단소송 
움직임도

하지만 김 전 의장은 결국 이번에도 국감장에 얼굴을 비추게 됐다. 과방위의 여러 증인 사이에서도 집중포화가 예상된다.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다지만, 관건은 다음 국감이다. 만약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이 내년에도 가라앉지 않는다면, 또다시 국감장에 불려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과연 김 전 의장은 국민과의 ‘불편한 대면’을 그만둘 수 있을까.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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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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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