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구린’ 파타야 살인사건 전모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5.20 13:21:00
  • 호수 1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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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죽이고 협박 “정말 나쁜 놈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국인 관광객이 살해된 이른바 ‘파타야 살인사건’과 관련해 현지 교민들이 불안감을 드러냈다. 앞서 유가족은 지난 7일에 실종 신고했지만, 끝내 파타야의 한 저수지서 드럼통 안에 담긴 노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시신은 사망한 지 3~4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달 30일, 관광차 태국에 입국한 노씨의 행방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묘연해졌다. 노씨는 지난 3일(현지시각) 오전 2시경 방콕에 위치한 클럽 ‘루트66’ 앞에서 2명의 한국인 남성과 함께 차를 타고 파타야로 이동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납치라고 보기에 어려운 행동이었다. 

수면제 투약 후···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범행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앞서 용의자들은 이날 오후 방콕의 유흥지 RCA의 한 술집에 노씨를 불러 약을 먹인 것으로 추정된다. 의식이 흐려진 노씨를 미리 준비한 차량으로 옮겼는데 이 과정서 노씨가 정신을 차리면서 몸싸움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행은 노씨의 재산을 노리고 수면제를 먹여 납치했다. 경찰은 이후 노씨가 일행 A씨, B씨, C씨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해 숨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들이 지난 7일, 노씨의 모친에게 “당신 아들이 마약을 버려 손해를 입혔으니 300만밧(태국 화폐 단위·약 1억10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아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마약, 불법 도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범죄 동기를 수사 중이다.


일각에선 용의자들이 유가족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 전인 지난 3일과 4일 사이 노씨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3일 용의자들은 파타야 수쿰윗 지역에 콘도서 짐을 챙겼고 이때 용의자 A씨는 먼저 한국으로 귀국했다. 남은 2명은 시신을 담을 드럼통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경찰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지난 4일 용의자들은 클럽서 노씨와 탔던 렌터카를 버리고 다른 픽업트럭으로 갈아타는 모습도 포착됐다. 새 차량의 트렁크에는 노씨의 시신이 발견된 검은색 플라스틱 드럼통이 실려 있는 모습도 보였다. 해당 트럭은 시신이 발견된 저수지 인근 한 숙박시설로 향했다. 

이어 용의자들은 지난 7일 유가족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냈고, 이를 받은 유가족은 주태국 대한민국대사관에 곧바로 신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담한 용의자들은 8일 노씨의 계좌서 두 차례에 걸쳐 170만원과 200만원을 이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경찰은 용의자들이 노씨의 돈을 뺏을 목적으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강요하다가 집단폭행이 가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저수지서 드럼통 속 시신 발견
사인은 폭력으로 인한 호흡부전

이들은 지난 9일 오후 9시께 짐칸에 검은 물체를 싣고 숙박업소를 빠져나갔고, 저수지 근처에 약 1시간 주차했다가 숙박업소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태국 경찰은 지난 11일 파타야의 마프라찬 호수에 잠수부를 투입해 시멘트가 가득 찬 200L짜리 드럼통을 건져 올렸고, 그 안에서 노씨 시신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노씨의 시신은 크게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3일(현지시각) 태국 공영방송 TPBS는 노씨의 시신 손가락이 모두 절단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TPBS는 “피해자의 손가락이 어떻게 잘렸는지는 법의학적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만약 사망 전에 손가락이 절단됐다면 고문의 일환, 사망 후라면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태국 경찰은 노씨 시신 훼손은 증거인멸을 위해 자행된 것으로 봤다. 태국 경찰은 “차 안에서 몸싸움을 하면서 피해자 손가락에 피의자들의 DNA 등이 묻은 것을 감추면서 시신 신원 확인도 어렵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씨의 시신을 1차 부검한 결과 양쪽 갈비뼈 등에서 골절 흔적이 발견됐다고 한다. 먼저 붙잡힌 A씨로부터 “주먹과 무릎으로 상복부 등을 때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노씨의 사인은 폭력으로 인한 호흡부전이라는 게 태국 경찰의 주장이다.

시신을 발견한 태국 클롱탄 경찰은 지난 14일, 이번 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방콕 형사법원에 제출했다. 이어 용의자 3명에 대해 살인과 불법 구금, 시신 은닉 등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방콕 남부형사법원은 한국인 용의자들이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증거가 있다고 봤다.

특히, 현지 언론은 용의자들의 여권 사진과 현지 가게서 드럼통을 구입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캄보디아 경찰에 붙잡혀 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 등을 모자이크 없이 내보냈다. 국내에선 아직 이들에 대한 신상 정보공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태국 현지 언론은 이날 한국 경찰이 용의자 3명 중 2명을 체포했다는 소식을 보도하며, 이들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범행 과정서 먼저 귀국한 A씨는 지난 12일 한국의 전북 정읍 자택서, B씨는 14일 캄보디아서 체포됐으며 C씨는 태국서 미얀마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먼저 붙잡힌 A씨는 지난 15일 구속됐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 김성진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방조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후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A씨가 도주 우려 및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일당 2명과 노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범행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체포된 2명이 지목한 주범
바로 미얀마 도주 후 잠적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당초 A씨에게 살인·사체유기 등 혐의를 적용해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A씨가 지난 9일 태국서 입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소재를 추적해 붙잡았다. 하지만 A씨가 “아무것도 몰랐고 내가 죽인 게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범행에 직접 가담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자 경찰은 살인 방조로 혐의를 변경했다.

이어 경찰은 A씨의 공범 2명을 쫓던 중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숙소서 20대 피의자 B씨를 추가로 붙잡았다. 한국 경찰은 B씨의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공범 C씨는 태국 주변국과 미얀마 등으로 밀입국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현지 경찰과 공조해 C씨를 추적 중이다.

일각에선 추적 중인 C씨가 사건의 핵심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태국 교민들 사이에선 C씨가 범죄 조직 또는 청부 살해업자라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C씨는 한국서 차량을 털고 현금을 훔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으며, 폭력 사건으로 처벌받은 전과도 있다고 전해진다.

현재 체포된 2명은 자신들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C씨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또, 용의자들은 불법 도박 관련 전과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고향 선후배 사이로 지난 3월부터 태국에 장기간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다가 발생한 돈 문제가 사건 범행 동기인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미얀마로 도주했다고 추정되는 C씨를 잡아야 범행의 동기, 목적, 배경, 구체적인 경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알고 지낸 사이

한편, 지난 16일 수사당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현재 C씨가 미얀마로 도주했다는 것도 100% 신뢰하기 어렵다. C씨를 체포하기 어렵게 하려는 조력자들의 허위 제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인이 생전 마약, 불법안마시술소에 연루됐다는 등의 억측이 난무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가족의 신고로 지난 7일부터 대응하면서 용의자 3명 중 2명을 신속하게 체포할 수 있었고, 태국 경찰의 수사권을 보장하는 차원서 시신이 발견된 지난 11일부터 본격적인 공조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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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