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짝에 100만원’ 수원 소재 타이어가게 덤터기 논란

사장 “교체비용은 사장 마음 아니냐?”
결국 50만원 계좌이체 후 사과 문자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18인치 바이킹타이어는 입고가격은 10만원 안쪽입니다. 회사 사정이나 재고 여부에 따라 조금 더 받기도 하고 (지인들에게는)덜 받기도 해요. 얼마에 받아오든 사실 타이어 교체비용은 사장 마음 아닌가요?”

경기도 수원 소재의 한 타이어 가게서 타이어 4짝 교체에 110만원의 공임을 받았다는 한 누리꾼의 주장에 해당 타이어 가게 사장은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1만원에 들여와서 5만원으로 팔건, 3만원으로 팔건 사장 마음이라는 뉘앙스였다. ‘엿장수 마음대로’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지난 4일, <일요시사>는 최근 이른바 ‘수원 타이어맛집’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경기도 수원 소재의 타이어 가게 정모 사장과 연락이 닿았다.

정 사장은 “이번 일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고 커뮤니티를 통해 일파만파 퍼지게 될 줄은 몰랐다”며 “고객님께 50만원의 비용을 계좌이체해드리고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고 말했다.

50만원의 금액을 책정한 배경을 묻자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당 타이어 가격과 공임을 포함하니 그 정도 가격이 나왔다”며 “전화 통화로 마무리하긴 했는데 감정적인 부분까지 잘 처리된 건지는 사실 저도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번 논란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각종 커뮤니티 등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운영 중인 타이어 가게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논란이 됐던 타이어는 18인치용 제품으로 보통 1짝당 20만원대에 교체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1~2만원 할인으로 18~19만원 정도로도 교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타이어업계에 종사 중이라는 한 국내 최대의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 회원에 따르면 첨부된 사진에 등장하는 타이어는 바이킹타이어로 현재 도매가격으로 개당 6만9000원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당시 순 마진은 72만원에 달했다.

실제로 네이버에서 바이킹타이어를 검색해보면 최저 5만6630원부터 최고 8만850원에 가격대가 형성돼있다. 심지어 제시된 타이어들의 가격은 무료 장착이다.

해당 회원은 “소고기 먹고 노래방도 가고 남는 금액이다. 이건 타이어 가게의 어떤 변명도 명분이 없을 것”이라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바이킹타이어는 콘티넨탈에서 인수한 저가 타이어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28일, 오후 7시 무렵 한 여성이 타이어교체를 위해 해당 가게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여성은 정 사장으로부터 타이어 교체비용을 듣고 교체를 맡겼다.


정 사장 주장에 따르면 뒤쪽 타이어 교환 후 앞쪽 타이어 상태를 보니 많이 닳아 있어 나머지 타이어 2짝도 교체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는데 받아들여 4짝 모두를 교체했다. 또 서비스로 휠 안쪽에 나있는 스크래치들도 매끈하게 연마(복원)해주기도 했다.

문제는 교체비용이었다. 해당 여성이 타이어가격은 물론 교체비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서 정 사장의 말만 듣고 교체한 것이었는데 추후 남자친구를 통해 ‘덤터기를 당한 것 같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시중에 6~8만원(장착 공임비 포함)에 판매되고 있는 타이어를 20만원에 교체했다는 생각에 강한 불만을 느낀 남자친구 A씨는 지난 1일,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해당 사연을 게재했다.

그는 ‘여친이 타이어를 갈아왔는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타이어 네 짝에 110만원 이게 정상인가요?”라며 교체된 타이어 사진 4장을 첨부했다. A씨는 “무슨 휠 복원을 했다고 하는데 눈탱이 아니냐”며 폭리를 의심했다.

논란이 일자 해당 타이어 가게 작업자(사장)라고 밝힌 정 사장은 지난 4일, 자유게시판에 ‘타이어 가게 작업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해명에 나섰다.

그는 “제일 먼저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저희는 작업 전에 가격을 말씀드리고 나서 작업했다”며 “만약 작업 전에 가격이 안 맞았다면 그때 안하셔도 됐다고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급하고 시간이 없으셔서 어쩔 수 없이 하셨을 것이다. 사전 고지 후 뒷 타이어 2개를 교환했다”며 “뒤쪽 타이어를 교환하고 보니 앞쪽 타이어가 너무 많이 닳아 있어 한 번도 교체하지 않은 것 같아 4개 교환 여부를 물은 뒤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 주장에 따르면 통상 차량 타이어는 뒤쪽 타이어 2개 교환 시 앞쪽 타이어로 위치를 교환해 장착한다.

그는 “그때 손님이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2개만 교환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며 “4개를 교환해달라고 해서 승낙을 받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타이어가 마음에 안 들어 반품 및 교체를 원한다면 바로 갖고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타이어 교체 때도 아무 말씀이 없다가 5일이 지나서 전화로 말씀하셨다”고 토로했다.

이어 “타이어 특성상 교체 후 노면에 닿게 되면 중고가 되는데 5일 동안 왜 아무런 말씀을 안 하셨는지 그 부분이 아쉽다”며 “인터넷에 가격이 싸게 나왔다고 한다면 인터넷으로 예약해서 구매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이 든다.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아서 손님께 일정 금액을 환불해드렸다”고 부연했다.

또 “만약 그때 원하지 않았다면 환불을 받지 마셔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작업도 타이어 20만원씩 4개를 교환했고 나머지는 휠 보정작업까지 하고 부가세까지 합쳐서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녁 6시가 넘으면 타이어를 받아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 매장에 구비돼있는 타이어로 작업해드릴 수밖에 없었다”며 “이 부분이 제일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저희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다”라며 “손님이 만족 못하면 저희 책임이 맞다.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원만히 해결하고 싶어서”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당시 A씨의 여자친구가 가게 허락 없이 매장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전화로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타이어 가게 사장은 이날 오전에도 A씨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타이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타이어로 교환해주겠다고 권했지만 A씨는 지속적으로 인터넷에 (사연과)사진을 올리겠다고 했다.

이번 타이어 가게 논란의 핵심은 타이어 가게서 소비자를 기만한 게 아니었냐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정 사장은 타이어 등 차량 소모품 가격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여성을 상대로 7만원 상당의 타이어를 20만원짜리 타이어로 부풀려 교체비용을 받았다.

정 사장의 주장대로라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차량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교체할 부품 가격들을 모두 인지하고 교체하러 가야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날 카센터를 운영 중이라는 한 회원은 “자동차정비가 장사인 것 맞다. 물건이 얼마에 들어오건 내가 알아서 파는 것도 맞다”면서도 “고객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했느냐를 묻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 회원은 “(고객을)속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 원가 8000원짜리 오일을 20만원에 팔아도 알지 못한다”며 “고객이 우리를 찾는 이유는 우리가 전문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가진 전문지식으로 고객에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방법을 찾아드리는 게 전문가다. 8000원짜리 오일을 20만원에 교체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게 전문가가 할 일”이라며 “법으로 문제없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게 당연한 일이고 잘한 일이고 손님이 몰라서 그랬다는 식의 주장은 아닌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날 정 사장의 해명 글은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됐다.

‘수원 타이어 맛집’ ‘타이어 맛집 추천합니다’ ‘타이어 가게 이야기’ 등 관련 글들이 베스트글로 속속 선정되면서 타이어 가게에 대한 비판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결국 수원 타이어 교체비용 논란은 해당 타이어 가게에서 50만원을 계좌이체하면서 정리되는 분위기다.

A씨는 ‘타이어 가게 당사자입니다. 마무리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금 전에 연락 와서 50만원 계좌이체해줄 테니 글을 내려달라고 했다”며 “글 내리는 건 안 되고 환불해준 것과 죄송하다고 한 점을 써서 올려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잘 모르는 여자나 어린 분들이 와도 마진 좀 적당히 드셨으면 좋겠다”며 “나중에 따지러 갔을 때 있던 손님에게 욕해서 기분 나빠서 그렇게 하셨다는데 처음 110만원 받은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해당 글이 논란이 되면서 관련 글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적당히 해먹어야지. 너무 과했다” “역시 타이어는 온라인으로 구매 후 지정받은 업체 가서 장착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업체는 이전부터 이번 사례처럼 덤터기 영업을 계속 해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앞서 2020년 8월, 수원에서 거주 중이라는 한 시민 B씨는 해당 업체서 중국산 타이어 2개로 교체한 후 49만2000원을 받았다.

그는 “매교역 근처 OO사거리 쪽에 있는 OOOO에서 타이어 교체해 보신 분 계시냐”며 “남편이 퇴근길에 타이어가 펑크 나서 급하게 갔는데 ‘중국산 중에서 인증 받은 좋은 거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B씨가 교체 받은 타이어는 하이플라이라는 중국산 타이어로 중국 내에서조차 저가형으로 분류되는 타이어였다.

다른 시민 C씨도 “저도 거기서 4짝이나 갈았는데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국산보다 더 비쌌다”고 주장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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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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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