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폭력’ 이예람 특검 풀스토리

100일 만에 털린 군검의 한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공군 성폭력 사건’을 수사한 특검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예람 중사에 대한 군의 비상식적 조치가 다수 드러났다. 피해자 보호는커녕 가해자와의 분리조치도 하지 않았고 직속상관들은 허위사실을 퍼뜨려 사건 은폐와 반전을 노렸다. 특검은 이 같은 사실을 토대로 관련자 다수를 재판에 넘겼다.

안미영 특검의 수사 결과에 대해 고 이예람 중사의 유족도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방부 자체 조사에도 불구하고 드러나지 않았던 사항들이 발견되면서 특검이 의미 있게 수사를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국방부보다
나은 성과

특검이 수사의 마침표를 찍었으나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은 지금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안 특검은 이 중사의 직속상관 2명을 재판에 넘겼다. 20비 정보통신대대장 김모 중령은 상부에 허위사실을 보고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허위보고, 위계공무집행방해)와 함께, 지휘관으로서 해야 할 직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를 받는다.

사건 발생 이후 가해자인 장모 중사는 5공중기동비행단으로 파견을 갔다. 그런데 군사경찰은 김 중령에게 장 중사의 파견을 연기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또 그는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서 분리되지 않았던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 또 대대장으로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데도 장 중사가 피해자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그가 지휘하는 정보통신대대 소속이자 이 중사의 1차 직속상관인 중대장 김모 대위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사가 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출갈 때, 그에 대해서 ‘좀 이상하다, 20비 관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 한다’는 등 허위사실을 전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장 중사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진행한 국방부는 20비 군사경찰대대장 고모 중령과 수사계장 황모 준위를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특검은 이 과정에서 20비 군 검사 박모 중위의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 재판에 넘겼다.

그는 이 중사가 숨을 거둔 뒤 동기 법무관 등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사생활에 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를 받는다. 사건 수사 지연을 자신이 요청했음에도 이 중사가 요청했다고 허위보고하기도 했다.

이 중사 사건을 은폐하려 한 의혹을 받는 몸통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은 예상과 다르게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자신을 입건해 수사 중이며 또한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양모 사무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군 검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해당 검사에게 ‘양 사무관에게 범행을 지시했다고 한 구속영장은 잘못됐다’고 추궁하며 계급이 높다는 이유로 수사와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위력을 행사한 혐의(특가법상 면담강요)를 받고 있다.

‘양 사무관의 범행’은 전 실장과 관련 있다. 양 사무관은 지난해 5월 전직 법무병과 고위 간부가 어느 교도소에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전 실장의 요구를 받고, 이를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장 중사가 구속될 때, 6월2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적사항과 심문 내용 등을 전 실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양 사무관이 문자메시지로 전 실장에게 알려준 장 중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과 관련된 내용은 언론에 공개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섞여 있다고 전해진다.


군 검사·상관 대거 기소
은폐·피해자 압박 사실로

앞서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11월17일 전 실장이 이 중사 사건을 무마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는 공군 법무관들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녹취록 자체가 조작됐으며, 전 실장은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군인권센터에 이같이 조작된 녹취록과 녹취 파일을 넘긴 혐의로 변호사 김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그는 한 속기사무소 명의의 녹취록을 위조해 공군 법무관들이 이 같은 대화를 나눈 것처럼 내용을 작성(증거 위조, 사문서 위조)한 뒤, 군인권센터에 이 중사 사건을 제보하겠다며 이를 넘긴 혐의(위조 증거 사용, 위조 사문서 행사,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해당 변호사는 공군 법무관 출신으로 전 실장에 의해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대한변호사협(이하 변협)는 김 변호사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변협은 직권으로 조사위원회에 김 변호사를 상정했다. 조사위는 변협 징계위 회부 직전 단계다. 변호사 징계는 통상 조사위 단계에서 관련자 소명이 이뤄지고, 이후 징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징계위원회로 회부되는 구조다.

특검은 녹취록의 진위를 확인하던 중 조작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녹취록의 기초가 된 녹음파일 원본을 과학수사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실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TTS(Text-To-Speech) 방식으로 기계가 만들어낸 음성으로 밝혀졌다.

김 변호사에 대한 변협 차원의 징계는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특검법상 변호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해도 변협에 대한 징계 개시 신청 권한은 명문화돼있지 않아서다. 변협이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은 특검팀 수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속 기소된 김 변호사의 1심 절차는 이달 시작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오는 22일 김 변호사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새로운 혐의
그냥 봐줬다

특검에 의해 기소됐지만 해당 녹취록과 관련해서는 피해자라고도 볼 수 있는 전 실장은 특검 수사 결과 발표 뒤 “군인권센터가 기자회견을 하기 전, 문제의 속기사무소에 전화 한 통 해보지도 않는 등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허위사실을 발표했다”며 “이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기에 군인권센터를 경찰에 고소했고,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공군 공보정훈실에 대한 수사도 진행했다. 수사 결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받았던 공군본부 공보과 총괄장교 정모 중령이 불구속기소 됐다.

정 중령은 지난 5월31일 밤 이 중사 사망 사건에 대한 최초 보도가 나온 뒤,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반전시켜 보겠다는 의도로 기자 3명에게 이 중사가 강제추행 사건이 아니라 부부 사이 문제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허위사실로 피해자와 남편 김모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를 받는다.

특검은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이 부부간 불화가 아니었다고 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심리부검 결과 이 중사는 강제추행 이후 자살 위험이 급격히 고위험군에 이르렀고, 15특수임무비행단에 전입해온 뒤 증상을 악화시키는 2차 가해를 겪어 심한 좌절감과 무력감을 겪었다.


특히 이 중사의 디지털 증거분석 자료와 상담일지, 혼인신고 당일 남편 김 중사와 나눈 대화가 녹음된 자동차 블랙박스 파일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은 여느 신혼부부 못지않게 친밀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성폭력 피해 및 2차 가해 등으로 지속적인 고통을 겪다가 숨진 고 이예람 중사 및 유족에 대한 심각한 ‘N차 가해’이자, 공보 업무를 명목으로 수사 상황을 유출한 중대 범죄”라며 정 중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정 중령은 해당 파일을 넘겨받은 일 자체로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었다. 하지만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 6월 그가 이 중사에 대한 보도가 오보라는 인식을 갖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김 중사에게 파일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보장교로서 갖고 있는 직무상 권한을 불법적이고 부당하게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단, 죄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유죄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심적 압박에
분리 안 해

국방홍보훈령 27조는 사건사고 발생 시 관련 부서나 기관, 수사기관은 공보계통 언론 대응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정 중령이 ‘공보장교로서 갖고 있는 직무상 권한’이란 이를 뜻한다.


이 중사에 대한 특검 수사 결과는 국방수 자체 조사와 수사가 부실했다는 점이 다수 확인된다. 특검은 “국방부 수사 당시엔 사건에 관계된 인물이 매우 많았고, 짧은 시간에 한정된 시간과 자원 내에서 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미진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특검 수사를 통해서 미진한 부분의 의혹이 상당수 해소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특검은 국방부 수사 과정에서 포착되지 않았던 여러 범죄 혐의를 발견해 수사했고, 국방부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 벌어진 ‘녹취록 위조 사건’에 대해서도 해당 변호사를 구속기소 하는 등 소정의 성과를 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심리부검을 통해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몇몇 혐의에 대한 기소를 진행했다.

특검은 “이 중사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이 모든 것이, 폐쇄적인 군 조직에서 직업군인 한 사람을 사망으로 이르게 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며 “의혹이 제기됐던 것처럼 상부에서 조직적으로 은폐나 무마했던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이 사건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대장과 대대장, 20비 군 검사에 대해서는 군 문화를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사 유족과 군인권센터는 수사 결과 발표 뒤 입장문을 통해 “특검은 이 중사 사망 전후로 불구속 수사가 계속된 이유를 끝내 규명하지 못했고, 부실 수사의 실체적 진실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중사의 죽음에 군 검찰과 군사경찰 등의 부실 수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규명하기는 했지만, 윗선을 법정에 세우지 못한 점은 유가족의 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군을 수사한 최초의 특검으로서 우리 군이 폐쇄적 병영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참담한 과정의 전반을 규명한 성과를 이뤘다”며 “가해자 감싸기가 만연한 우리 군의 세태, 군사법원·군 검찰·군사경찰을 폐지하고 민간으로 관할을 이전해야 할 필요성, 거짓과 조작에 익숙한 우리 군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국방부와 공군은 이예람 중사와 유가족, 그리고 국민 앞에 통렬히 사죄하고 곱씹어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부실 조사 확인
“알고도 적극 대처 없어”

이 중사 아버지 이주완씨는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있는 이 중사 빈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게 제대로 된 수사다. 특검 수사는 끝났지만 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수사 결과를)그대로 민간법원으로 옮겨 (사건 관련자들이) 처벌받게 해야 한다.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어머니 박순정씨는 “딸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공허감에 힘들었는데 (특검 수사 결과가)엄마 마음을 조금이나마 대변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장례 절차를 마치고)우리 아이를 보내줄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군은 이번 특검 조사 결과에 대해 "별도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박인호 전 공군참모총장이 사과한 이후 공군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별도 입장을 밝히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도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재판의 진행 방향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실장 측은 “특검이 이번 특검의 출범 계기가 됐던 녹취록이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의 녹취 조작에 의해 작성됐다는 것을 밝힌 점은 군을 위해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끼워 맞추기식으로 군 관계자들을 기소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담당 군검사에게 전화한 내용은 ‘군무원에게 지시한 사실이 없는데 왜 군무원에 대한 구속영장에 내가 지시한 것으로 기재돼있는 것이냐’ 물어본 것에 불과하다”며 “피의자로서 담당 검사에게 사실 아닌 내용에 대해 항의했던 것이고, 당시 군검사는 육군 소속으로 피의자와 상하 관계에 있지도 않았다. 이를 두고 위력을 행사했다고 하면 검사나 재판부에 사실이 아니라고 항의하거나 변론하는 것은 모두 죄가 된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기소에 매우 유감을 표하며 이는 허위 녹취록 등으로 그동안 억울한 공격을 당해온 군을 흔드는 일이다. 끝까지 무죄를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위사실 유포
피해자 모독도

이번 특검은 여야 합의로 지난 6월5일 출범해 지난 12일 수사 기간을 종료했다. 특검법에 따라 특검팀의 수사 기한은 70일이지만,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최대 30일까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 이후 관련자 164명을 조사했고, 18회의 압수수색 등을 통해 이 중사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마쳤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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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