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벼락 때문에? 사라진 군 기록부 미스터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0.24 11:31:34
  • 호수 13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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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맞아 서류 다 없어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모두 군대를 간다. 군사력 증진을 위한 의도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로 포장된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의 입장은 다르다. 군대에서 훈련 중 생긴 부상을 군대가 외면하고 있다. 그것이 평생 남아 한 사람의 삶을 괴롭혀도 방법은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나와 있다. 대한민국 병역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해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은 국방의 의무 중 하나인 병역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항상 귀마개
불면·불안증

대한민국 만 18세 이상 남성 국민 중 심신과 건강 수준을 충족한 국민은 현역 대상이 된다. 이들은 1년6개월 간 대한민국 육군에 현역병으로 입대해 군인으로 복무해야 한다.

국방의 의무는 공법상 의무 중 하나다. 공법이란 개인과 국가 간 또는 국가기관 간의 공적인 생활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다. 세금, 선거 등이 이에 해당된다. 

군 입대를 위해서는 과별로 전신을 검사한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145㎝ 이하의 왜소증 ▲간 이식 ▲중풍 ▲중증 심장판막증 ▲폐인급 정신질환 등의 중증 질환이나 중증장애 등이 있으면 면제 사유가 된다.


현역병으로 입대하면 ‘육군훈련소’에 가게 된다. 이곳에서 신병은 신병교육인 정신전력 교육과 제식훈련 등을 받게 된다. 군인이 되는 첫 시작이다.  

육군훈련소 홈페이지에서 육군훈련소 훈련소장은 “훈련병들이 오직 교육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권과 복지 여건을 증진시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국가는 군인의 인권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군대에서 훈련 중 당한 부상으로 힘든 사람이 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국가가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2009년 3월24일에 강원도 A 사단에 입대해 2011년 1월25일에 병장으로 제대한 이재준(33)씨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이씨는 군대에서 생긴 이명 때문에 전신불안장애를 겪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명은 군대 사격훈련으로 발생했다. 이씨는 특급중대로 사격을 위주로 훈련했는데, 주특기가 ‘81㎜ 박격포’였다. 간단하게 소총 총성과 비교하면 일반 소총 총성은 약 150㏈로 뱃고동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듣는 것 같은 큰 소리다. 81㎜ 박격포는 포격 위력과 총성도 크지만, 빠른 탄환 속도로 총성이 더 크게 느껴진다.

당연히 사격 훈련에서 귀마개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명이 생긴다. 그러나 이씨가 근무하던 시기에 A 사단은 훈련병에게 귀마개를 지급하지 않았다. 귀마개 지급이 100% 안 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지급되지 않았다. 

애당초 훈련 중 의사소통을 계속해야 해서 개인 귀마개가 있어도 낄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이런 환경으로 당시 함께 군 복무하던 동료는 모두 이명 증상을 겪었다. 


박격포 주특기 훈련 반복…평생 이명으로 고생
국가유공자 신청 위해 진단서 요청했더니 “없다”

다만 개인 차는 있었다. 이씨의 경우는 훈련이 끝나면 바로 귀에서 ‘삐~’하는 소리가 들렸다. 적막한 밤에는 삐 소리가 고음으로 들렸고, 가끔은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은 적도 있었다. 

이명이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사격 훈련을 한 뒤 대화를 할 때는 이명 소리로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때도 있었다. 이들 중에서 이명을 장기간 겪은 사람은 이씨와 이씨의 후임 정도다.

사격 훈련이 계속되니 당연한 일이지만, 이명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이명으로 인한 수면장애도 발생했다. 일상생활에서는 소음으로 이명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잠을 잘 때는 달랐다. 평소 6~7시간 잤던 수면 시간은 평균 1시간에서 1시간30분으로 줄었다.

이씨는 이명을 해결하기 위해 2009년 9월경 국군 B 병원에 방문했다. 함께 갔던 동료들도 주로 이명 증상 때문에 병원을 방문했다. 이씨는 B 병원 군의관에게 증상을 말했다. 군의관은 튜닝 포크(U자형 발굽)로 이씨의 양쪽 귀 뒤에서 두드리며 간단한 청력 테스트를 했다.

군의관은 “이명은 낫는 병”이라는 말과 일주일 치 약을 줬다. 

이씨의 실수가 있다면 군의관의 말을 믿은 것일까. 군대를 제대한 후에도 이씨는 병원을 가지 않았다. 증상이 심해질 때면, 이씨는 군의관이 말했듯 약국에서 약을 사 먹는 정도로 대처했다.

2년6개월이 지날 때 쯤, 이씨는 직장 관련 행사를 참석했다. 강사가 입장하면서 70명가량 관객의 큰 박수갈채가 나왔다. 그때 강하게 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일상생활에서 큰 소음에 노출되면 무조건 이명 소리가 들렸고 통증까지 동반됐다.

이씨는 병원에 방문했다. 정확한 병명은 ‘이명 및 돌발성 난청’으로 나을 수 없는 병이란 진단을 받았다. 2013년 7월1일이었다.

부실한 관리 
낙뢰 탓으로?

이씨의 일상은 귀마개와 함께였다. 외국에서 사무직으로 일할 때도 항상 귀마개를 하고 지냈다. 불면, 불안증은 계속됐다. 한국에 귀국해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병원을 내원해야 했다. 정신과에서 정신불안장애 진단도 추가로 받았다. 일상이 무너졌다.

이명으로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다. 이씨는 국가유공자 신청을 하기 위해 군인이었을 당시 내원했던 국군 B 병원과 A 사단에 ‘이명 진단서’와 ‘개인생활기록부’를 요청했다. 하지만 A 사단은 이 자료가 모두 없다는 답을 줬다.


우선 국군 B 병원은 이씨의 이명 진단서 자체가 없다고 대답했다. 반면 ▲손가락 염좌 ▲감기 ▲요통 ▲비골 골절에 관한 진단서는 있었다. 

B 병원은 “의무 기록이 없는 것은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거나, 진료를 하지 않았을 경우다. 현재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예비 전산 구축은 현재 주 서버와 각 부대에서 수시로 저장해 기록을 유지하나, 그 당시 주 서버와 예비로 저장하고 있는 컴퓨터 모두 피해를 봐 자료가 없는 상태다. 당시 함께 근무한 간부의 자료 또한 컴퓨터 피해로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이씨는 이 일에 대해서 “지금 생각해 보면 농구하다가 다쳐서 병원을 갔을 때는 군의관이 내가 하는 말을 컴퓨터에 기록했다. 그런데 이명으로 치료를 받을 때는 컴퓨터로 기록하지 않아 당시에도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기록이 없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군대 개인 생활기록부의 법적 보관 기간은 5년이다. 이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군대에 문의를 했을 때는 4년이 지난 시점인 2015년이다. 

국민신문고는 “전자화한 개인생활기록부는 2014년 9월5일 오전에 발생한 낙뢰로 본체 하드디스크가 손상돼 연대 및 대대에 정비를 의뢰했다. 하지만 하드디스크가 복원되지 않아 컴퓨터를 교체해 자료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수기로 작성한 개인 생활기록부는 해당 부대에서 분실했으며, 그 분실 사유에 대해 A 사단 감찰부는 ‘알 수 없음’이라고 답변을 받았다”고 회신을 보내왔다.

과실 인정
“방법 없어”


기상청의 ‘2014 낙뢰 연보’에는 낙뢰 정보가 있다. 2014년 낙뢰 연보에 따르면 A 사단의 강원도 ○○군은 2014년 9월에 낙뢰가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낙뢰는 5월, 6월, 7월에 떨어졌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씨에게 남은 자료는 10대 시절 청력에 문제가 없었다는 학생기록부와 군 제대 후 병원에서 받은 의료기록뿐이다. A 사단은 이씨에 관한 어떤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국가유공자 신청에서 떨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군대에서 이씨의 자료를 누락시켰기 때문이다.

자료가 누락되기만 한 게 아니다. 다르게 기록된 자료도 있었다. 바로 군대 사격 일자다. 이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2009년 8월13일부터 12월까지 사격(81㎜ 박격포 및 개인화기)을 다수 실시했다. 그런데 사격 내역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이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신문고는 “민원인이 근무한 부대의 사격훈련 기록 확인을 위해 부대일지, 전자기록을 확인한 결과 2009년 8월부터 12월까지 사격훈련에 대한 기록은 없다. 또한 육군 규정에 따라 탄약 보급 및 소모 거래 문서, 불출증 등은 5년간 유지, 의거 탄약고 출입일지는 3년간 보관 후 폐기해 민원인이 요구한 자료는 현재 부대 내 부존재한다”고 답했다.

결국 이씨가 군대에서 받을 수 있었던 자료는 ‘중대장 확인서’ 뿐이다. 이 자료는 특급중대에서 사격을 많이 했다는 확인서다. 하지만 이 기록조차도 국민신문고 답변과 어긋난다.

이씨가 군 복무 시기에 작성했던 일기에는 사격 일자가 기록돼있다. 이를 제출해 당시 사격한 사격 발수·훈련 기록·불교 군종병으로 활동한 병사 상담 내용을 제출한 것도 증거로 사용되지 않았다.

이명이 심했던 이씨의 후임은 이씨를 위해 사실확인서를 써줬다. 그러나 이 역시 심사 내용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사단 “낙뢰로 자료 소실됐다”
‘낙뢰 연보’엔 낙뢰 기록 0건”

사실확인서에는 “본인 역시 이씨와 마찬가지로 군 복무 시 이명으로 고통받았고, 제대 후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으나 등급 미달 판정을 받았다. 본인은 군 복무 시 이명과 관련해 병원에 여러 차례 내원했는데, 당시 이씨 역시 함께 내원한 사실이 있다. 이씨가 이명으로 고통받았다는 것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지만, 당시 이명으로 병원을 간 것이라는 정확한 기억은 없다”고 명기됐다.

이어 “당시 우리 중대는 연대에서 ‘특급전사’ 대회를 나가는 중대로 타 부대보다 사격 훈련이 훨씬 많았다. 또 박격포 중대로 그 소음 또한 어마어마 해서 큰 소음에 자주 노출돼 이명 증상을 보였던 전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돼있다.

이씨 후임의 증언은 있었지만 ‘이명으로 병원을 간 것이라는 정확한 기억은 없다’는 말로, 증언은 효력이 없었다. 이후 이씨는 국가유공자 심사를 한 번 더 실시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행정소송에는 “이 사건은 군 상이와 군 직무수행 등과의 상당 인과관계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로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군 병원 진료기록지상 이 사건과 관련해 진단 및 진료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객관적인 수상 경위 및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출된 소속 중대장의 확인서, 해당 부대의 훈련 일지 및 실탄 소모 출입일지 기록 등을 통해 이씨가 군 복무 중 사격훈련을 실시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이씨가 주장하는 수상 당시의 진료기록 및 구체적인 진단명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의무기록지 등의 작성 및 보관에 관한 책임이 군 병원에 있어 이 사건 처분이 위법·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군 병원 또는 행정청에서 그 등록 요건과 관련된 자료를 의도적으로 폐기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즉 이씨 후임의 증언이 있었지만 ‘이명으로 병원을 간 것이라는 정확한 기억은 없다’는 말로, 증언은 효력이 없었다. 사라진 이명 진단서와 A 사단의 개인 생활기록지 소실은 ‘의도적인 것’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논할 수조차 없다.

현재 이씨에게 남은 건 이명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씨는 귀마개 없이 사격 훈련을 해서 이명이 생겼다고 말하지만, A 사단은 모든 자료가 없다고 답할 뿐이다. <일요시사>는 A 사단과 B 병원에 연락해 사라진 자료에 대해 문의했다. B 병원은 “개인 정보라 답할 수 없다”고 답했다. 

A 사단에는 ▲개인 생활기록부가 낙뢰로 소실됐다는데, 해당 날짜에는 기상청 낙뢰 정보가 없다. 어떻게 된 일인지 ▲수기 자료는 어떤 사유로 분실됐는지 ▲정보 분실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A 사단의 잘못으로 서류가 유실됐다. 이에 대한 어떤 대책이 있는지 ▲개인 자료 분실 관련 책임 소재는 어떻게 되는지에 관해 질문했다.

A 사단 관계자는 “자료는 낙뢰를 맞아서 사라졌다. 세부적인 원인은 제한된 상황이다. 너무 오래됐고, 웬만한 건 기한이 지나서 상세 원인이 제한됐다”며 “최대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확인했다. 책임 소재는 당시 문제 제기가 됐더라면 확인해서 조사했을 텐데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군병원·부대
서로 나몰라라

이씨는 “A 사단 감찰부로부터 같은 중대 다른 소대 인원에서도 의료기록이 없어져 중대장 확인서를 받아 간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이런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라며 “가장 화가 나는 것은 군의관이다. 이게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명이 낫는다면 제일 좋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그냥 군대에서 인정하고 보상을 해줬으면 좋겠다.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내팽개쳐진 것이다. 지금 군 생활하는 사람들은 나 같은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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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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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