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특집> 해병대 사태로 본 군 수사의 한계 ①헛발질의 전환점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9.25 12:53:06
  • 호수 14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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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부터 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한국이 들끓고 있다. 군 사망사고 수사에 대한 불신이 뜨거운 감자가 됐기 때문이다. 군 수사는 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어떤 과정서 수사에 오류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을 듣기 위해 <일요시사>는 천안함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윤종성 전 국방부조사본부장을 만나, 군 수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변모했는지 그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매주, 매달, 매년 군대서 사람이 죽는다. 그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없어질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망한 군인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수사도 끊이지 않는다.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군대 수사는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까? 언론 매체서 수없이 보도되는 것처럼 군대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수사 과정서 모두 은폐되고 조작된 것일까? 

전 조사본부장
윤종성의 특단

지난 7일 오후 1시30분, <일요시사>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헌병전우회를 찾아 회장을 맡고 있는 윤종성 전 국방부조사본부장을 만났다. 윤 전 본부장은 2006년 군대에 과학수사 시스템을 접목한 장본인으로, 이 시스템을 접목해 천안함 사건 수사를 진행했다. 

군대에 과학수사 시스템을 만들고 도입한 것은 2006년으로, 윤 전 본부장이 육군범죄수사단에 있었을 때다. 육군 범죄수사단, 수사과장, 정보과장, 대통령 경호실 등에서 근무했던 윤 전 본부장은 현역에 몸담으면서 군 수사의 한계를 느꼈다. 

기존 군 수사는 수사관의 개인 역량에 따라 좌지우지됐다. 훌륭한 수사관이어도 개인 역량 차이는 크다 보니, 수사 결과가 좌지우지되는 게 문제였다. 2006년 이전 군 과학 수사는 지문과 족적을 검출하는 게 전부였다. 이런 식의 수사 시스템은 증거 확보가 어려워 정확한 수사 결과라고 말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유가족은 군 수사를 신뢰할 수가 없었다.

군 수사 시스템을 바꾸는 데 가장 부족한 것이 인력과 장비였다. 그나마 인력은 1인 다역화를 해서 해결할 수 있었으나, 문제는 장비였다. 사는 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비가 있어야 군사경찰이 과학수사를 학습할 수 있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김장수 육군참모총장을 찾아갔다. 범죄수사단은 특수부대고, 총장 직속부대여서 과학수사 장비를 사기 위해선 업무보고를 해야 했다.

“총장님이 육군 지휘를 하는데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꼭 과학 수사 장비가 필요합니다. 예산 조치를 해 주십시오.”

김 참모총장은 윤 전 본부장에게 “얼마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당시 3억원이 필요했다. 물론 이 돈도 충분하진 않았지만,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렇게 군사경찰은 장비를 갖추게 됐고, 과학수사의 전환기를 맞았다.

2006년 전 수사관 개인 역량으로만 수사
과학수사 도입…수사 시스템 체계 구축

윤 전 본부장은 “유능한 수사관은 선천적인 수사감각이 있거나, 스스로 노력한다. 그런데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수사 범위는 너무 광범위하고 범죄 수법은 다양하다. 그러니 과거 노하우 중심으로 수사했던 것을 증거 중심 수사로 바꾸는 시도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수사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군 수사가 정보 지식기술을 활용하게 됐다. 여기에 더해 수사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이 시스템은 크게 5가지 수사 순환을 이루는데, 첫 번째로 ▲기초 수사(초동조치를 포함한 10가지 수사 방법)를 거쳐 ▲분석 수사(뇌파 검사, CCTV 분석 등 10가지 수사 방법) ▲상황 분석의 단계를 거친다.

상황 분석에서는 사건을 파악‧추정하고, 수사 방향 판단, 수사본부 편성, 유관기관 협조까지 이뤄진다. 이후 ▲종결 수사(피의자 신문, 현장검증, 언론 브리핑, 수사 종결) ▲추적수사(국제공조 수사, 금융수사, 통신수사, 사이버수사, 출입국 수사, 차량 수사)를 하게 된다.

다만 사건이 같은 단계를 거치는 것은 아니다. 사건 유형에 따라 바로 종결 수사로 가기도 하고, 추적 수사로 넘어가기도 한다. 각 수사 단계서 모두 지시와 보고가 이뤄지며 판단한다.

윤 전 본부장은 “지금도 이 시스템으로 수사가 이뤄진다고 들었다. 그리고 헌병학교 행정학교서 교육할 때도 이 시스템을 만들었다. 범죄의 성격에 따라서 단계를 다 거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고 말했다. 

숙고와 고민의 과정이었고, 끝없는 회의의 결과였다. 윤 전 본부장은 “시스템은 중요한 요소를 연결하는 것이다. 수사 과정 중에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니 시스템에는 아주 핵심적인 것으로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순서로 해야 하는 것이 군사경찰 수사를 훈련하는 것이었다. 모든 군인은 훈련을 하지만 수사는 훈련할 수 없다. 기존 군사경찰은 사건이 터지면 수사를 경험하며 몸으로 체득했지만, 이때부터 군사경찰을 모아서 훈련했다.

종합훈련이 시작되고, 파트별로 나눠서 상황별 훈련을 실시했다. 수사관은 경찰청, 출입국 관리소, 김포공항, 항만청을 직접 견학가기도 했다. 

이 밖에도 군사경찰은 사단에 2~3명 배치돼있는데, 이를 군단 단위로 묶었다. 다음에 수사관마다 특기를 나눠서 사건이 터지면 서로 지원받게 했다. 수사본부장은 사단 대장이어도 군단 수사관에게 지원받는 형식이었다. 수사 시스템 체계가 바뀐 것이다.

지휘 걸림돌
제거에 중점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던 2009년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이 윤 전 본부장에게 “조사본부는 장관의 눈과 귀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윤 전 본부장은 군사경찰과 협조해 범죄 정보 활동을 하며, 국방부 차원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끝없는 학습과 훈련을 거듭한 시간이었다. 윤 전 본부장과 함께 일했던 군사경찰 관계자는 “훈련하다가 죽을 뻔했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할 정도였다.

2006년부터 시작된 이 일이 체계를 잡아가고 있을 무렵, 한국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천안함 사건이었다. 2010년 3월27일 21시22분 백령도 남서쪽 약 1㎞ 해상서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인 PCC 772 천안함이 북한 해군 잠수함의 어뢰로 격침됐다.


이 사건으로 해군 장병 40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됐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규명할 민간·군인 합동조사단을 구성했다. 그리고 5년간 이뤄졌던 군 과학수사 훈련은 천안함 침몰 사건 원인을 밝혀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윤 전 본부장은 “민간·군인 합동조사단이 구성됐었다. 대부분 선박 전문가, 해양 전문가였다. 소위 말해서 시뮬레이션을 만들어서 분석하는 사람들. 그런데 우리는 수사해서 증거를 잡아야 했다. 사건은 증거가 없으면 해결이 안 되고 기소도 할 수 없다. 전부 시뮬레이션하는 사람만 있으니 수사하는 방향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수사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시각을 오후 9시45분이라고 최초 발표했지만, 이는 보고 시각이었다. 여론의 질타가 심하자 오후 9시30분으로 다시 발표했지만, 이는 구조 요청 시각이었다. 국방부는 국민에게 ‘정신 나간 국방부’라고 질타받았다. 

윤 전 본부장은 “국방부도 이런 사건이 처음이니까 감각이 없었다. 언론서 계속 요구하니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그냥 발표했다. 그래서 지진파, 한국해군전술자료체계(KNTDS) 등 사건 수사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곧 군사경찰 자체적으로 통신 분석 영장이 발부돼 통신 분석을 시작했다. 마지막 통신 시각은 오후 9시21분47초였다. 그래서 천안함 사건 발생 시각이 오후 9시22분이 된 것이었다. 

끝없는 학습
훈련의 시간


사건 발생 시각보다 중요한 것은 사건의 원인이다. 윤 전 본부장과 군사경찰은 생존 장병 58명에 관해 개별적 진술 청취를 듣기 시작했다. 장병들은 찬안함의 연돌(함선의 보일러 굴뚝)서 함미(군함의 끝)가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건 현장에서는 천안함이 어뢰의 폭격으로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왔다. 

반면, 청와대 외교안보장관 회의에서는 “사건 원인이 불분명하니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함장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당시 외교안보장관회의에 참석한 사람 중 군생활을 해본 사람은 국방부 장관 단 한 명이었다. 

즉, 현장 의견을 간과한 외교안보장관회의였고, 현장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전 본부장은 “회의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현장에선 어뢰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결론이 이상하게 났다. 당시 국방부 장관은 상황상 말을 하기 어려웠겠으나 이런 상황에서는 군사 지도자를 여러 명 불러놓고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정치하는 사람들은 군사적 판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드러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런 판단은 무지의 소치”라고 아쉬워했다.

정치권과 천안함 사건 현장의 의견이 다른 가운데, 수사는 계속됐다. 2006년도부터 구축한 과학수사 시스템이 빛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민간·군인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수사에 회의적이었다. 민간 합동조사단 중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을 나온 사람이 있었는데, 폭약 성분 검출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본부장이 “그러면 금속 성분은 추출할 수 있냐”고 묻자, 민간 합동조사단 관계자는 “어뢰 추진체에 붙어있던 프로펠러 조각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쉽지 않다”고 답했다.

“천안함은 군사경찰 완벽한 수사라는 평가”
“지휘관이 수사 개입하지 않도록 막혀있어”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수사관들이 선체를 거즈로 다 닦았고, 결국 폭약 성분을 검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다음으로 CCTV 분석으로 들어갔다. 천안함에는 11개의 카메라가 있었는데 이 중 6개를 복원했다.

이것도 과학수사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CCTV에 폭발 장면만 확보하면 모든 게 정리될 수 있었으나 CCTV는 외부 압력과 폭발 등이 있으면 1분 뒤 녹화되는 시스템이어서 천안함 폭발은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항해 중 갑작스럽게 침몰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어뢰 추진체를 수거하는 문제가 남았다. 여러 가지 방법들이 제기됐지만 모두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윤 전 본부장이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과학수사연구소장이 위문 차 방문해 “공군 전투기가 바다에 추락했을 때 뭐로 건져 올리는지 아느냐”며 쌍글이 어선 이용을 제안했다.

제안을 받은 윤 전 본부장은 바로 어선 관계자를 만났고, 관계자들은 천안함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명했다. 그렇다고 쉽게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결국 비용이 문제였지만, 방법이 없었다. 5월3일 작업을 착수했지만, 기상 상태가 좋지 않고 그물이 찢어져서 5월10일 본격 작업이 착수됐다. 건져 올릴 때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시뮬레이션을 만들어서 어뢰 추진체 위치를 확인했다.

당시 어뢰가 어느 나라 것인지 확인하는 단계만 남았다. 그때 마침 국가정보원이 북한이 무기를 중남미로 수출하기 위해 만든 무기 카탈로그를 입수했는데, 이 카탈로그에 있는 북한 어뢰와 천안함을 폭격한 어뢰가 같다는것을 확인했다.

윤 전 본부장은 “천안함 피격 사건은 군대에 과학수사를 접목해 이뤄낸 완벽한 수사로 평가받았다. 군사경찰이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눈부신 성과를 이뤄낸 군사경찰이지만, 외부에서는 군의 특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군이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군대의 구조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다. 

윤 전 본부장은 “군대 수사는 매뉴얼로 정해져 있어서 오류가 많이 줄었다. 분명 과거에는 수사 중에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줄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군은 지휘관 체계 아래에 있으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건 여전하다”면서도 “하지만 군대는 전쟁이 났을 때를 대비해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전쟁이 나면 일사불란으로 전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지휘관 결단

이어 “그런 만큼 군대서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수사에 관해선 주 지휘관이 권한을 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막혀 있다. 하지만 규정이 있더라도, 군대라서 가능한 부분이 있다. 이런 것은 지휘관이 딱 끊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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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