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풀린’ 군, 문정부 군장병 공약 보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6.24 10:17:03
  • 호수 12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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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 빠진 군대 ‘근데 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북한 어선이 아무런 제지 없이 유유히 우리 항구로 입항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또다시 안보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일각에선 문재인정부가 장병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등 지나친 군장병 복지정책을 펼쳐 군 기강을 해이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일요시사>는 문정부 공약 중 ‘군장병’의 복지 부분만 추려 긴급 점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의 열기가 한창 무르익어갈 당시 공약집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서 발간한 <나라를 나라답게> 공약집이 그것이다. 해당 공약집은 총 4개의 비전에 12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세부공약으로 들어가면 공약의 수는 총 887개에 달한다. 그중 ‘군장병’에 대한 공약은 수혜 계층별 공약에 실려 있다. 

편해진 군대
캠프체험?

<일요시사>는 군장병과 관련한 공약만 추려 진단하고자 한다. 문 대통령의 공약체크 프로젝트인 ‘문재인미터’ 사이트를 기준으로 했다. 문재인미터는 2018년 5월 문재인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팩트체크 전문 매체 <뉴스톱>이 사단법인 ‘코드’와 함께 만든 대선공약 체크 사이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폴리티팩트가 운영하는 ‘트럼프미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공약평가에는 15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했다.

장병 복무기간을 18개월(육군 기준, 해군은 20개월·공군은 22개월로 줄어듦)로 단축하겠다는 공약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국방부는 육군과 해군 복무기간을 각각 3개월 줄이고, 공군은 2개월 줄이는 군복무기간 단축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지난해 9월 문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서 국무회의를 열어 ‘현역병 등의 복무기간 단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2018년 10월1일 전역자부터 2021년 12월14일 전역자까지 2주 단위로 1일씩 순차적으로 군복무기간이 단축 중이다.


18개월 단축은 문정부의 국방개혁안 ‘국방개혁 2.0’에 따라 추진 중이다. 현재 군복무기간은 21개월이다.

군복무 단축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반대하는 측은 휴전 중인 한반도의 상황을 고려하면 안보에 구멍이 생길 수 있는 군복무 단축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일각에선 지나친 군복무 단축으로 군 생활이 병영캠프체험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 삼척항에 인접 중인 북한 어선 ⓒJTBC

반면 찬성하는 측은 젊은 세대의 군복무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병장일 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기보다 빨리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다. 또 군복무 단축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병력 감소를 부사관 증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 문 대통령은 군복무기간 단축의 하위 세부공약으로 전투력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부사관 증원을 약속했다.

19만원 인상
인상률 88%

장병 봉급을 최저임금과 연계해 연차적으로 인상하는 공약은 기존 계획서 변경돼 시행됐다. 앞서 문정부는 2017년 국정과제를 발표, 오는 2022년 장병 봉급을 2017년 최저임금(월급 135만2230원) 대비 5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고 했다. 

장병의 봉급 인상은 실질적으로 이뤄졌는데 지난해 병장의 봉급은 40만5700원이었다. 2017년 21만6000원에 비해 18만9700원이 인상된 급여다. 인상률은 87.8%였다.

장병 봉급은 2019년에 동결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2019년도 장병 봉급 동결을 결정하며 격년제 실시를 발표했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내부 논의서 장병 봉급을 2022년까지 격년제로 인상하는 데 뜻을 모았다”며 “매년 5%포인트 인상이 아닌 격년 10%포인트 인상을 통해서도 2022년까지 최저임금 50% 수준으로 장병 봉급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계적으로 2018년 30%, 2020년 40%, 2022년 50%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의 공약 변경이다. 매년 인상안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문정부의 격년제 인상안에 크게 반발했다.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 등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군장병 관련 공약 7개 중 1개 달성
22년까지 18개월…부사관으로 메워

문정부가 공약을 변경한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국방부의 분석에 따르면, 매년 5%를 인상할 때보다 격년제로 10%를 인상할 때 총 5271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무상 부상을 당한 장병에게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공약은 현재 실시되고 있다. 이 내용은 복무기간 단축과 마찬가지로  국방개혁 2.0에 실렸다.

국방부는 2018년 12월 군 의료서비스를 대폭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방개혁 2.0 군 의료시스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장병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군 병원의 진료를 특성화하고, 민간 병원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국방부는 복무 중 질병·부상을 입은 장병에 대해 완치될 때까지 의료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 기자회견 갖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아울러 장병들이 민간병원을 이용할 때 관련 절차가 대폭 간소화될 예정이다. 현재 장병들이 외래 진료·검사를 받으려면 군 병원 군의관으로부터 진료 및 진단서, 부대 지휘관으로부터 청원 휴가를 발급받아 간부와 동행해 민간병원으로 가야 한다. 행정절차가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국방부는 이러한 행정절차의 복잡함을 제거하기 위해 군의관의 진단서만으로도 외래 진료·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간부와 동행해야 하는 의무도 사라졌다.

지난 13일 국방부는 “군 환자 발생 시점부터 치료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장병이 실제로 만족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군 의료시스템 개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휴대전화로
영화도 본다

원격강좌 학점이수, 자격증 취득 등 군복무 중 자기개발 기회와 지원을 확대하는 공약은 진행 중이다. 국방부서 실시한 ‘장병 자기개발 비용 지원 시범사업’은 원격강좌 수강료, 국가기술자격 취득, 어학능력 향상 관련 학습교재비 및 응시료를 1인당 연간 최대 5만원까지 지원하는 시범사업이다. 이를 신청한 장병은 자기개발 비용의 50%를 5만원 내에서 횟수 제한 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

문정부는 자기개발 지원의 일환으로 일과 후 장병에게 휴대전화를 허용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휴대전화으로 음악·영화 등을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하지만, 강좌 등을 들으며 자기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4월1일부터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했다.


또 문정부는 자기개발의 일환으로 지난 2월부터 일과 후 장병 외출을 허용하고 있다. 장병들은 일과를 끝내고 오후 5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4시간을 부대 밖에서 지낼 수 있다. 단 군사대비 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만 활동해야 한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지난 3월13일 강원 인제군 하늘내린센터서 장병들의 일과 후 외출과 관련해 “평일 일과 후 외출과 외박 지역 제한 폐지는 장병들의 복무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며 “장병들의 여가활동과 자기개발 여건을 보장해 전역 후 복학이나 취업 준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병 인권보호 강화 공약은 크게 ‘군 의문사 진상규명’과 ‘군인권보호관 신설’로 나뉜다. 군인권보호관 제도는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발표된 국방부의 ‘2019∼2023 국방 인권정책 종합계획’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내에 군인권보호관을 신설한다는 방침이 포함됐다. 군인권보호관은 피해 사례가 발생했을 때 해당 부대를 방문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과 군 수사기관 등의 조사와 수사에 입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예정이다. 

군인권보호관 신설은 지난 2014년 ‘윤일병 사건’을 계기로 여야 모두 합의했지만, 국회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입법이 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군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제도개선은 이미 첫발을 내디딘 상태다. 그중 하나가 지난 2017년 9월 국방부 차관 직속으로 만들어진 ‘군 의문사 조사와 제도개선 추진단’이다. 추진단은 군 의문사의 진상규명을 신속 처리하고, 군 의문사 문제의 근원적 해결 방안을 찾는 역할을 한다.


봉급, 매년 5%→격년 10% 왜?
자기개발비 50% 국가서 지원

대통령 직속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해 9월에 출범했다. 추진단서 한발 더 나아간 조치다. 위원회는 군 관련 인력을 배제한 채 검·경과 민간 조사관으로만 구성됐다. 군대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다. 

위원회는 지난 4월까지 총 345건을 접수받아 조사 중이다. 당시 위원회는 “군대서 발생한 억울한 사망사고를 대상으로 유가족과 목격자 등의 진정을 받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로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위원회는 오는 2021년 9월까지 활동한다.

문 대통령은 우리 농산물로 군대급식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과연 어느 수준을 ‘질 향상’으로 봐야 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해당 공약을 검증하기 힘든 이유다.

그래도 노력은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17일 국방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는 군대급식의 종합적인 발전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많이 활용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당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군 장병의 먹거리 건강과 군 급식의 품질이 한층 더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강원도 홍천 유해발굴단 ⓒ사진공동취재단

여군 관련 공약은 진행 중인 것들이 많다. 문 대통령은 여군의 양적 비중 확대 및 평등한 근무여건 보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성범죄를 관리하는 기구 강화, 계급별 여군 진출 확대, 성폭력 원스트라이크아웃제, 기혼 여군들의 출산·육아 지원 등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군내 성차별 해소 및 성폭력 근절대책을 자문하는 ‘양성평등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민간위원 9명과 군 위원 6명으로 구성됐다. 당시 국방부 측은 “위원회의 자문 내용을 검토해 실효성 있는 군대의 정책과 제도로 만들어나가겠다”며 “여군이 겪고 있는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서 남녀 모두 동등하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군대급식
달라졌나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여군 보직제한을 폐지해 여군 간부도 일반전초(GOP) 등 최전방 전투부대 소대장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군 초임 간부의 선발 인원을 2022년까지 2250명(지난 2017년 1100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군의 출산·육아 지원도 일정 부분 개선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했다. 임신한 모든 여군에게는 하루 2시간의 모성보호 시간이 부여되고 있다. 또 자녀를 둔 군인의 경우 2∼3일간의 ‘자녀돌봄휴가’를 쓸 수 있게 됐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때아닌 ‘남침 부정’ 논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때아닌 ‘남침 부정’ 논란을 불러왔다. 이 논란은 문 대통령이 북유럽 3국 순방 중이었던 지난 14일 스웨덴 의회서 연설한 내용서 비롯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6·25전쟁과 관련해 “반만년 역사에서 남북은 그 어떤 나라도 침략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서 큰 반발이 일어났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6·25전쟁 당시 북한의 남침을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한국프레스센터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스웨덴 연설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만 놓고 보면) 마치(북한의) 남침을 부정하고 결국은 서로서로 잘못해서 6·25전쟁이 있었던 것처럼 읽힌다”고 평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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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다시 건넌 탄핵의 강

8년 만에 다시 건넌 탄핵의 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이 발의하고 여당 의원 일부가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를 낳은 국정 농단 사태의 ‘결정적 순간’이다. 8년 뒤 국회 본회의장서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1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시동이 걸린 탄핵 열차는 국회를 지나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향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헌재의 시간이다. 두 번 만에 직무 정지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300명이 참석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즉 200명 이상의 ‘가’표다.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192표 외에 국민의힘의 8표가 필요했다. 이날 본회의서 나온 찬성 204표 중 국민의힘서 12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표결 전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 수인 7명보다 많다. 기권과 무효표 역시 국민의힘서 나왔다고 계산하면 23명의 의원이 당론인 ‘탄핵 반대’와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탄핵안 가결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의결서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정 위원장은 탄핵소추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재와 대통령실로 보냈다. 14일 오후 7시24분 탄핵소추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 2시간여 만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맡는다. 한 총리는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온 힘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리는 현재 내란 혐의 관련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만일 야당의 탄핵소추로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되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피청구인’이 된 윤 대통령의 운명은 헌재에 달렸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직후 ‘2024헌나8’의 사건번호를 부여했다. 사건명은 ‘대통령(윤석열) 탄핵’이다. 사건은 재판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하겠다”고 말했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때는 63일, 박 전 대통령 때는 91일 만에 헌재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기각하면 탄핵안은 즉시 파기되며 윤 대통령은 국정에 복귀할 수 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늦게는 8월에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상계엄 이후 11일 만 국민의힘 이탈표로 가결 문제는 헌재가 현재 ‘6인 체제’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했지만 여야가 추천 인원수를 두고 다투면서 3명을 임명하지 못했다. 헌재법 23조1항은 헌재가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7명의 출석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6인 체제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헌재는 앞서 탄핵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시켰다. 그러면서 현재 6인 체제서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뿐만 아니라 헌재에 계류된 다른 사건의 심리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헌정사에 중요한 사건을 6인 체제로 진행하는 게 헌재 입장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6인 체제로 결론을 내릴 경우 만장일치가 돼야 한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은 헌재를 ‘완전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여당 몫 후보로 조한창 변호사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추천했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국회 본회의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다. 현재로선 한 총리가 이들을 임명하게 된다. 헌재로 공을 넘긴 정치권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0) 상태다. 지난 7일 1차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된 이후 일주일 만에 가결로 결과가 바뀌면서 본격적인 탄핵 정국에 돌입했다. 탄핵안 가결의 ‘키’를 쥐고 있던 국민의힘은 혼돈 그 자체다. 보수 진영 대통령이 두 번 연속 탄핵 심판대 위에 서게 되면서 ‘궤멸’ 위기에 직면했다. 끝까지 반성 없어 지도부 붕괴는 가시화됐다. 탄핵안 가결 이후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5명(김민전·김재원·인요한·장동혁·진종오)은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게 된다. 한동훈 대표는 직무 수행 의지를 드러냈지만 의원총회서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입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를 선언했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윤(친 윤석열)계와 당권을 쥔 친한(친 한동훈)계 간의 책임론 공방은 국민의힘을 극심한 내홍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가 갈등을 벌이다가 분당 사태까지 벌어졌던 8년 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이후 5년 만에 정권교체로 간신히 회복한 국민 신뢰를 또다시 잃게 됐다. 국민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안 가결에 이르기까지 11일 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특히 지난 7일 1차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은 국민 분노에 불을 지폈다. 결국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보수 진영으로부터도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헌재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수사기관·정치권 등에 완전히 포위된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다. 탄핵안 가결 이후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서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다.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숨통 죄는 내란 혐의 그러면서 자신의 국정운영 성과를 강조했다. 정치권과 국민에 대한 당부 발언도 내놨다. 하지만 탄핵안 발의 배경인 12·3 비상계엄 선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끝까지 국민에 대한 사과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윤 대통령의 태도에 비판이 제기됐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앞서 진행한 네 번의 대국민 담화서도 그는 모든 상황의 원인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 정례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탄핵 표결 직전 11%까지 떨어졌다. 부정 응답은 85%까지 치솟았다. 긍정 응답은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헌재 탄핵 심판서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다 해도 국정 동력을 기대할 수 없는 수치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도 16%에 그쳤다.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특검 등 수사기관도 윤 대통령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내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 관련자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란죄는 외환죄와 함께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예외 범죄다.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서 그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14일 구속된 여인형 방첩사령관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들이 ‘윗선’ 즉, 내란 우두머리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여당은 궤멸 직전에 몰려 헌재 9인 체제 결론 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명태균씨 관련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몇 개월 새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이 민주당을 통해 일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었다. 명씨의 행보에 윤 대통령 부부의 뒷배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 만에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낸 야권은 공세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그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회 과반 의석(192석)을 무기로 윤 대통령을 압박해 왔다. 김 여사 특검법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황서 윤 대통령은 더이상 거부권을 쓸 수 없다. 내란 혐의를 받는 일부 국무위원과 군‧경 관계자에 대한 탄핵소추도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탄핵안 가결 이후 “12·3 내란 사태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의 직무 정지는 사태 수습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을 비롯해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사태의 전모를 밝혀내고 처벌이 내려질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흘 만에 내놓은 대국민 담화서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조기 퇴진 제안에도 ‘하야보다는 탄핵이 낫다’는 입장을 보이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당시 한 차례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율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직접 변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앞선 대국민 담화서 비상계엄의 당위성에 대해 거듭 이야기했다. 헌재서도 자신이 왜 최후의 수단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그 배경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와 윤 대통령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문제는 이 과정서 표류할 ‘대한민국호’의 상황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면서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짐으로 얹어지고 있다. 헌재 판결, 조기 대선 등 향후 이어질 정치 일정서 일어날 갈등도 국민에겐 피로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이 극복하긴 했지만 피로 지켜온 민주주의가 상처 입은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피해는 국민 몫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도박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할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탄핵안 가결까지 걸린 시간은 열흘 남짓이다. 향후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최대 8개월까지 이 국면이 계속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청구될 계산서에는 얼마가 쓰여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