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떨어지는 박정훈-류삼영 평행이론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10 15:53:51
  • 호수 14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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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보고 저리 봐도 닮은 꼴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국가·민생의 보안을 책임지는 군대와 경찰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시작은 경찰부터였다. 류삼영 전 총경이 겪었던 일이고, 이제 사건의 흐름은 군인인 박정훈 전 대령이 이어받았다. 두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다르지만 ‘흐름’은 똑같다. 게다가 류 전 총경과 박 전 대령이 조직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방법까지도 동일하다.

류삼영 전 총경이 입을 열었다. 박정훈 전 대령에 관해서다. 류 전 총경은 지난 8월13일 자신의 SNS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을 두고 박 전 대령을 옹호했다. 류 전 총경은 “정의를 위해, 피해 장병을 위해, 해병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행동하는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운을 띄웠다.

2022년
2023년

류 전 총경은 지난해 경찰 내부서 겪었던 일과, 박 전 대령이 현재 겪고 있는 일이 너무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류 전 총경은 “사건의 진행이 경찰국 개설 반대를 논의한 경찰서장 회의와 너무 닮아 깜짝 놀랐다. 경찰서장 회의 진행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한 권력집단의 관여라고 단정 짓진 않았다. 그는 “물론 같은 곳이 관여했다고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이길 수 없는 권력의 힘이 정의를 눌러버려 바른 말을 못하게 하는 것이 너무 흡사하다”고 강조했다.

류 전 총경은 ▲경찰청장이 경찰서장 회의를 잘 마친 후 식사라도 하면서 내용을 전달하라고 하는 등 경찰서장 회의를 사실상 용인해놓고, 그렇게 진행된 경찰서장 회의를 회의 도중 갑자기 중단하라며 지시 사항 불이행이라고 징계한 것 ▲국방부 장관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결재 후 수고했다고 격려한 후에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집단항명으로 수사한 것을 비슷한 점으로 들었다.


류 전 총경과 박 전 대령이 겪은 사건은 얼마나 흡사한 것일까? 우선 군인과 경찰은 일반 공무원과 다르게 기본적인 안보관이 중요하다. 군인의 임수 상대는 적군이고, 경찰은 국민이다. 다만, 박 전 대령의 병과는 해병 군사경찰로, 군대 내 치안을 담당하며, 군 내 사건의 수사 등이 주요 업무다.

우선 류 전 총경이 겪은 사건은 지난해 7월26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에 통과하면서 발생했다. 정부는 경찰국 신설의 목적에 대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 및 국가경찰위원회 등에 대한 법률상 사무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주요 보직서 배제되는 등 문책성 인사도 이뤄졌다. 

경찰청은 지난해 7월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난 뒤 류 전 총경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했다. 경찰청은 “모임 자체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모임을 강행한 점을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나갈 것”이라고 참석자들에 대한 징계도 시사했다.

“사건 진행 데자뷰 보는 듯”
두 사례 모두 ‘윗선’ 개입 의혹

황정인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은 경찰수사연수원 교무과 교구계장으로 임명됐다.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윤석열정부서 주요한 수사 부서 중 하나다. 이지은 중앙경찰학교 운영지원과장은 전남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활실 팀장으로 임명됐다. 부산서도 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4명 중 3명이 시도청 112 상황 팀장으로 발령 났다.

대기발령 조치가 된 것에 대해 류 전 총경은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가지면 안 되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류 전 총경이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자,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것이다. 박 전 대령도 상황은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7월19일 오전 9시10분 여름 폭우로 경북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의 내성천 보문교 일대서 실종자 수색 중 해병대 소속 채수근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상황은 물살이 강한 곳에서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고 수색을 시켰다. 현직 소방관인 채 일병 아버지는 중대장에게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는 왜 안 입혔냐.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싸냐. 이거 살인 아닌가”하고 분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정부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고 채수근 상병에게는 국가유공자로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방향
시나리오

해병대 수사단은 유가족을 대상으로 1차 중간조사 결과를 설명했고, 박 전 대령은 포항과 예천을 오가며 수사를 지휘했다. 수사 결과를 지난 7월28일 유가족에게 설명하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조사 결과를 대면 보고했다. 결과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박상현 7여단장 등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관한다는 것이었다. 수사단은 지휘관 각각의 주의의무 소홀로 채 상병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또 이예람 중사 사망 이후 군사법원법이 개정돼 군에서 일어난 사망사고 중 범죄가 의심되는 경우 민간 경찰이 수사하고 민간 법원서 재판하기로 돼있는 만큼 경찰에 이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8월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인계한 서류를 모두 회수했다. 이종섭 장관은 이 서류가 ‘항명 증거자료’라고 했다.

즉, 이 장관이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지만 해병대 수사단이 불복했다는 주장이다. 이 일로 박 전 대령은 류 전 총경이 보복성 대기발령으로 인사 조치를 당한 것처럼, 해병대 수사자료를 경찰에 이첩하자 박 전 대령이 항명했다고 말한 것이다.

특히 이 장관이 ‘지시사항을 불이행했다’고 말한 것과 류 전 총경이 주도한 회의에 참여한 50명에 대해 ‘지시 불이행’을 근거로 감찰에 착수한 것은, 사건이 흡사한 형태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건이 진행된 이후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7월25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전국경찰서장 회의를 두고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7명의 경찰 간부 출신 의원 중 이만희·윤재옥·김석기·이철규·김용판·서범수 의원은 이상민 장관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서로 다른 
내부 분위기

이들은 “신설되는 경찰국은 경찰의 지휘나 통제를 위한 조직이 아니다. 문재인정권의 청와대가 비공식적으로 직접 경찰을 지휘 통제하고 음습한 밀실서 총경급 이상 인사를 행해왔던 비정상적인 지휘체계를,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과 언론, 그리고 국회가 감시할 수 있는 투명한 행정으로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 분위기는 달랐다. 류 전 총경의 징계에 일선 경찰들은 즉각 반발했다. 울산경찰청 6개 경찰직협, 충남 경찰직협을 포함해 경기남부경찰청 33개소 공무원직장협의회 회장단은 성명서를 내고 “경찰국 신설에 관해 의견을 수렴하고자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추진한 류 총경에 대한 중징계 요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찰국 설치가 정당한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세미나 형식의 회의를 개최한 것인데 징계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국경찰직협 소속 경찰들은 경찰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며 류 전 총경의 중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박숭각 경기남부청 경찰직장협의회연합회 대표는 “공무원의 기본권은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상황에 맞게 자주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게 경제사회이사회와 시민정치위원회,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사항”이라며 “류 전 총경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여부로 징계 절차가 진행된다는 건 기본권 보장을 지나치게 협소하고 경직되게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령도 비난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박 전 대령이 군인인지 정치인인지 헷갈린다. 그래도 해병대 수사단장이면 상당히 주요 보직을 맡았던 사람인데, 본인이 처리한 결과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니까 갑자기 군인 신분으로서 언론에 나가 인터뷰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국민들에게 호소함으로써 본인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이건 전형적으로 정치인들이 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모임 해산하라 했는데 강행한 점”
“경찰 이첩 지시 보류했는데 불복”

같은 당 신원식 의원은 “박 전 대령이 ‘외압’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부정적이고 일방적인 표현이다. 그의 여러 가지 수사 내용이 정상적이지 않아 이종섭 장관이 정상적인 수사 지휘로서 다시 조사하라고, 재검토하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거부한 채 군복을 입고 1인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유감스럽다. 삼류 정치인 하듯 정치쇼부터 시작한다는 건 군대 선배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류 전 총경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박 전 대령 역시 군 내부서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 1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강제 구인된 박 전 대령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해병대 사관 동기‧선후배들은 “30년 가까이 해병대에 몸담은 참군인에게 항명죄를 붙이더니, 강제구인까지 하는 것이 참담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자리엔 변호사, 해병대 사관 동기생 등이 동행했다.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인 장현우씨는 “잘 싸우라고 응원하고 보내줬는데, 못 들어가게 하더라.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출입증을 받아서 영내로 들어오란 얘기를 하더니 결국 영장을 발부해 끌고 갔다”고 어이없어했다.

또 다른 동기는 “박 전 대령은 수사단장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한 것 아니냐? 정작 구속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죄 없는 군인이 끌려들어 간 상황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제2, 제3의 채 상병이 나오지 않도록. 제2, 제3의 박정훈이 나올 수 있도록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박 전 대령의 선배라고 밝힌 해병대 A씨는 “30년 가까이 해병대서 몸담은 사람을 저렇게밖에 대우를 못 해주나. 박 전 대령이 항명죄, 모욕죄로 강제 구인까지 된 상황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마지막
공통점

류 전 총경과 박 전 대령의 공통점은 또 있다. 여러 가지 의견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 내린 선택이라는 것이다.

박 전 대령은 지난 8월18일 “본인의 억울함과 국방부의 수사 외압을 알리고 우리 해병대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공영방송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류 전 총경은 경찰청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국민이 (경찰에)관심이 없으면 경찰은 망가진다. 경찰이 망가지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런 경찰을 격려하고, 감시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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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