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 대통령실 직접 개입 의혹

안보·공직기강실 은폐 도왔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오혁진 기자 =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이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나 특검 목소리까지 커졌다. 해병대 간부들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핵심 관계자 중 일부는 국회서 허위 증언을 하기도 했다.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들의 은폐 행위를 도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7월부터 해병대 측과 수십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와 대통령실이 연락한 정황도 언급된다. 사실상 용산서 ‘은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줬다는 지적이다.

가이드라인
그 실체는?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은 임성근 전 사단장에 관한 혐의 적시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는지와 국방부의 갑작스러운 판단 뒤집기가 핵심이다. 해병대 수사단(전 단장 박정훈 대령)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건 지난해 7월이다.

군검찰이 국방부 지시로 사건기록을 회수해 간 건 약 한 달 후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국가안보실과 해병대는 수십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 기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전 국방비서관), 김형래 대령(해병대서 파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이다.


채 상병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 건 이 대사에 보고된 이후부터다.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은 사망 사건 조사 중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즉각 타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해병대 수사단의 독립성이 인정되는 만큼 판단이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안보실과 해병대 간 연락이 오가면서 수사단의 독립성은 땅에 떨어졌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7월 중순부터 임 총장과 김 대령은 김 사령관에게 연락을 취했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단이 아닌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수사단의 독립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셈이다.

당시 김 대령은 이와 관련해 의견을 물었으나 박 대령은 “우리도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은 같은 달 30일 수사 결과 및 이첩 계획에 관한 장관 결재를 받았다. 언론 브리핑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안보실은 박 대령의 보고서가 결재되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임 전 사단장 등 장성급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돼있었다. 김 대령과 해병대 정책실장은 ‘안보실서 수사 결과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한다’고 했다.

박 대령은 수사 중인 사안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후 박 대령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보내 주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해당 자료를 안보실에 전달했다. 김 대령은 해병대 유모 대령으로부터 언론 브리핑 자료를 전달받으면서 “절대 이쪽에 전달했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실 채상병 사건 자료 확보 안간힘
윗선 의지대로 사건 축소…군검찰은 봐주기


안보실에 자료가 넘어간 후 예정됐던 브리핑은 취소됐다. 취소 직전에는 임 총장과 김 사령관 간 통화가 오갔다. 해당 통화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서 안보실로부터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국방부 장관을 연결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서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고 격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명확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 대사는 결재했던 박 대령의 보고서를 번복했다. 수사단에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리면서 외압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령은 이 대사의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지난해 8월2일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오후 12시50분과 3시56분, 4시13분 김 사령관과 통화했다. 같은 날 박 대령에 관한 보직해임 조치, 군검찰의 항명죄 입건, 이첩 자료 회수 절차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경찰에 개입하기도 했다. 경찰서 파견된 경정급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박모 행정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모 과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박 행정관은 이 과장에게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경북경찰청에 전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유 관리관은 노모 전 경북청 수사부장에게 채 상병 사건기록 이관과 관련해 협의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개입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기강비서관실 출신 한 총경급 인사는 “전화한 이유와 의도, 성격 등을 알아야 하지만 자칫 직권남용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며 “채 상병 사건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들여다보면 안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감한 부분이 있다. 박 행정관이 비서관의 지시로 움직였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상한
뒤집기

결국 수사단이 이첩했던 사건은 이 대사 지시로 회수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건을 재검토해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경찰에 재이첩했다. 조사본부는 사고 당시 현장 재연, 안전관리 규정에 의한 시스템 작동 여부 등에 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가 부족했고, 사건기록만으로 혐의 특정이 어렵다고 봤다.

국방부는 이 대사가 수사 결과 경찰 이첩을 보류시킨 건 사단장 비호가 아니라 초급 간부까지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하는 게 적절하냐는 취지였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약 90명의 관계인 진술, 폐쇄회로(CCTV) 분석 등 987쪽 분량을 들여다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단은 ‘국방부가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뒤 임 전 사단장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진술 등 140쪽 분량의 자료를 보강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이 대사로부터 직접 임의제출 받은 핸드폰을 디지털 포렌식 중이다. 공수처에 따르면 이 대사는 이첩 보류 지시 직전인 오전 11시45분 무렵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추정되는 전화를 받았다.


박 대령 측은 이 같은 사전 접촉 정황이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8월1일,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현 육군 제56보병사단장)에게 채 상병 사건 이첩 보류 지시에 관해 ‘상급제대 의견에 대한 관련자 변경 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난달 1일 박 대령 항명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김 사령관은 ‘문자에서 언급한 상급제대가 무엇을 뜻하느냐’는 박 대령 측 물음에 “국방부로 인식했다”고 증언했다.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에게 ‘안보실이 해병대 수사단의 초기 수사기록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무엇인지’도 물었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기록을 경찰로 이첩 강행하고, 국방부 검찰단이 이를 도로 회수해간 8월2일에도 임 전 차장과 두 차례 통화한 바 있다.

임 전 차장과 김 사령관 통화 직후에는 김화동 해병대 비서실장과 안보실 파견 김 대령이 통화를 하기도 했다. 김 사령관은 “그걸 제가 말할 이유가 없다”고 함구하면서도 “(채 상병 사건에)국민적으로 관심 없었던 곳이 있느냐”고 말했다.

압수물 분석
마치지 못해

이 대사는 현재 귀국한 상태다. 하지만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달 안에 공수처가 이 대사를 소환조사할 가능성은 작다. 다음 달부터 김 사령관을 포함한 군 간부들을 줄소환한 이후에야 이 대사에 관한 조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공수처는 최근 언론에 배포한 공지문을 통해 “해당 사건관계인 (이 대사)조사 과정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으며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법무부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재차 “공수처는 조사 기일이 정해지면 (일정을)통보하겠다고 했다는데 이는 사실상 출국을 허락한 것”이라며 “수사는 하지 않고 출국금지만 연장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공수처는 정치적 공방이 불거진 후에도 “수사에 전념하겠다”는 원론적 태도를 유지하며 구체적인 추가 소환 일정 등에 대해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수처는 지난 1월 해병대 사령부와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하급자인 김 사령관과 정종범 전 부사령관, 임 전 사단장 및 국방부 유 관리관과 박 전 보좌관 등 소환조사도 이뤄진 바 없다.

이 대사에 대한 소환 조사는 절차상 실무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다음에 진행되는 것이 기본이다. 이 대사 귀국 전에 김 사령관과 임 전 사단장, 유 관리관 등에 관한 대면조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셈이다.

박진희, 수사단 판단에 입김…이종섭 의지?
“공수처 인력난에 강도 높은 수사 불가능”

인력난을 겪고 있는 공수처가 내달 초까지 이들에 관한 소환조사를 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건이 일파만파 커진 상황서 실무진의 수도 부족한 공수처가 수사 속도를 높이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총선이 끝나고 나서야 이 대사를 소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핵심 인물 대부분은 현재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피의자 신분이지만 오히려 꽃길만 걷고 있다. 신범철 전 차관은 박 대령의 상관인 김 사령관에게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따르도록 지시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신 전 차관은 해병대 측에 박 대령의 보직 해임을 압박하는 취지로 말하는 등 일부 개입한 의혹도 받았다.

국민의힘은 각종 의혹으로 공수처에 고발됐음에도 신 전 차관을 충남 천안갑 총선 후보로 확정했다. 임 전 차장도 국민의힘 경북 영주·영양·봉화 총선 후보로 공천됐다. 임 전 차장은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지난해 8월2일 무렵 김 해병대 사령관과 두 차례 통화하는 등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국방비서관이던 임 총장은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 전 보좌관도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56사단장으로 발령받았다. 임 전 사단장만 한직에 가까운 ‘정책 연수’를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본인에 의사에 따른 인사 조처였다.

박 전 보좌관을 포함해 일부 인사는 국방부 검찰단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이 대사를 옹호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박 전 보좌관은 김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 달라. 수사권이 없는 우리 군이 자체 조사해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이첩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연락을 취한 바 있다. 이 연락은 국방부 검찰단 조사 이전에 이뤄졌다.

박 전 보좌관은 지난해 8월22일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장관에게 보고되는 문서는 사전에 군사보좌관실로 보고돼 결재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게 통상의 절차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사고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는 결재받은 전례가 없고 결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현장 통제 간부들까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는 건 과한 것 같다고 장관에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식구 감싸는
수사 대상들

그는 “정당한 지시를 위법, 부당하다고 하는 (수사단의)판단을 이해할 수 없고 졸속수사와 미흡한 법리판단으로 범죄혐의자를 과도하게 판단한 것을 숨기려 했다. 수사단장의 성급한 판단으로 오랜 기간 경찰 수사를 받게 될 죄 없는 관계자들이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하면 장관의 지시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피의자 신분을 옹호하고 보강수사까지 벌인 수사단의 행보를 깎아내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요시사>는 박 전 보좌관을 포함해 피의자 신분인 핵심 인물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kcj512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29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