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 대통령실 직접 개입 의혹

안보·공직기강실 은폐 도왔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오혁진 기자 =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이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나 특검 목소리까지 커졌다. 해병대 간부들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핵심 관계자 중 일부는 국회서 허위 증언을 하기도 했다.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들의 은폐 행위를 도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7월부터 해병대 측과 수십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와 대통령실이 연락한 정황도 언급된다. 사실상 용산서 ‘은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줬다는 지적이다.

가이드라인
그 실체는?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은 임성근 전 사단장에 관한 혐의 적시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는지와 국방부의 갑작스러운 판단 뒤집기가 핵심이다. 해병대 수사단(전 단장 박정훈 대령)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건 지난해 7월이다.

군검찰이 국방부 지시로 사건기록을 회수해 간 건 약 한 달 후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국가안보실과 해병대는 수십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 기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전 국방비서관), 김형래 대령(해병대서 파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이다.


채 상병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 건 이 대사에 보고된 이후부터다.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은 사망 사건 조사 중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즉각 타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해병대 수사단의 독립성이 인정되는 만큼 판단이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안보실과 해병대 간 연락이 오가면서 수사단의 독립성은 땅에 떨어졌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7월 중순부터 임 총장과 김 대령은 김 사령관에게 연락을 취했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단이 아닌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수사단의 독립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셈이다.

당시 김 대령은 이와 관련해 의견을 물었으나 박 대령은 “우리도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은 같은 달 30일 수사 결과 및 이첩 계획에 관한 장관 결재를 받았다. 언론 브리핑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안보실은 박 대령의 보고서가 결재되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임 전 사단장 등 장성급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돼있었다. 김 대령과 해병대 정책실장은 ‘안보실서 수사 결과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한다’고 했다.

박 대령은 수사 중인 사안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후 박 대령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보내 주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해당 자료를 안보실에 전달했다. 김 대령은 해병대 유모 대령으로부터 언론 브리핑 자료를 전달받으면서 “절대 이쪽에 전달했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실 채상병 사건 자료 확보 안간힘
윗선 의지대로 사건 축소…군검찰은 봐주기


안보실에 자료가 넘어간 후 예정됐던 브리핑은 취소됐다. 취소 직전에는 임 총장과 김 사령관 간 통화가 오갔다. 해당 통화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서 안보실로부터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국방부 장관을 연결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서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고 격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명확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 대사는 결재했던 박 대령의 보고서를 번복했다. 수사단에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리면서 외압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령은 이 대사의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지난해 8월2일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오후 12시50분과 3시56분, 4시13분 김 사령관과 통화했다. 같은 날 박 대령에 관한 보직해임 조치, 군검찰의 항명죄 입건, 이첩 자료 회수 절차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경찰에 개입하기도 했다. 경찰서 파견된 경정급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박모 행정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모 과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박 행정관은 이 과장에게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경북경찰청에 전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유 관리관은 노모 전 경북청 수사부장에게 채 상병 사건기록 이관과 관련해 협의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개입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기강비서관실 출신 한 총경급 인사는 “전화한 이유와 의도, 성격 등을 알아야 하지만 자칫 직권남용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며 “채 상병 사건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들여다보면 안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감한 부분이 있다. 박 행정관이 비서관의 지시로 움직였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상한
뒤집기

결국 수사단이 이첩했던 사건은 이 대사 지시로 회수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건을 재검토해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경찰에 재이첩했다. 조사본부는 사고 당시 현장 재연, 안전관리 규정에 의한 시스템 작동 여부 등에 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가 부족했고, 사건기록만으로 혐의 특정이 어렵다고 봤다.

국방부는 이 대사가 수사 결과 경찰 이첩을 보류시킨 건 사단장 비호가 아니라 초급 간부까지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하는 게 적절하냐는 취지였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약 90명의 관계인 진술, 폐쇄회로(CCTV) 분석 등 987쪽 분량을 들여다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단은 ‘국방부가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뒤 임 전 사단장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진술 등 140쪽 분량의 자료를 보강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이 대사로부터 직접 임의제출 받은 핸드폰을 디지털 포렌식 중이다. 공수처에 따르면 이 대사는 이첩 보류 지시 직전인 오전 11시45분 무렵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추정되는 전화를 받았다.


박 대령 측은 이 같은 사전 접촉 정황이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8월1일,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현 육군 제56보병사단장)에게 채 상병 사건 이첩 보류 지시에 관해 ‘상급제대 의견에 대한 관련자 변경 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난달 1일 박 대령 항명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김 사령관은 ‘문자에서 언급한 상급제대가 무엇을 뜻하느냐’는 박 대령 측 물음에 “국방부로 인식했다”고 증언했다.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에게 ‘안보실이 해병대 수사단의 초기 수사기록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무엇인지’도 물었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기록을 경찰로 이첩 강행하고, 국방부 검찰단이 이를 도로 회수해간 8월2일에도 임 전 차장과 두 차례 통화한 바 있다.

임 전 차장과 김 사령관 통화 직후에는 김화동 해병대 비서실장과 안보실 파견 김 대령이 통화를 하기도 했다. 김 사령관은 “그걸 제가 말할 이유가 없다”고 함구하면서도 “(채 상병 사건에)국민적으로 관심 없었던 곳이 있느냐”고 말했다.

압수물 분석
마치지 못해

이 대사는 현재 귀국한 상태다. 하지만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달 안에 공수처가 이 대사를 소환조사할 가능성은 작다. 다음 달부터 김 사령관을 포함한 군 간부들을 줄소환한 이후에야 이 대사에 관한 조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공수처는 최근 언론에 배포한 공지문을 통해 “해당 사건관계인 (이 대사)조사 과정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으며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법무부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재차 “공수처는 조사 기일이 정해지면 (일정을)통보하겠다고 했다는데 이는 사실상 출국을 허락한 것”이라며 “수사는 하지 않고 출국금지만 연장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공수처는 정치적 공방이 불거진 후에도 “수사에 전념하겠다”는 원론적 태도를 유지하며 구체적인 추가 소환 일정 등에 대해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수처는 지난 1월 해병대 사령부와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하급자인 김 사령관과 정종범 전 부사령관, 임 전 사단장 및 국방부 유 관리관과 박 전 보좌관 등 소환조사도 이뤄진 바 없다.

이 대사에 대한 소환 조사는 절차상 실무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다음에 진행되는 것이 기본이다. 이 대사 귀국 전에 김 사령관과 임 전 사단장, 유 관리관 등에 관한 대면조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셈이다.

박진희, 수사단 판단에 입김…이종섭 의지?
“공수처 인력난에 강도 높은 수사 불가능”

인력난을 겪고 있는 공수처가 내달 초까지 이들에 관한 소환조사를 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건이 일파만파 커진 상황서 실무진의 수도 부족한 공수처가 수사 속도를 높이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총선이 끝나고 나서야 이 대사를 소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핵심 인물 대부분은 현재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피의자 신분이지만 오히려 꽃길만 걷고 있다. 신범철 전 차관은 박 대령의 상관인 김 사령관에게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따르도록 지시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신 전 차관은 해병대 측에 박 대령의 보직 해임을 압박하는 취지로 말하는 등 일부 개입한 의혹도 받았다.

국민의힘은 각종 의혹으로 공수처에 고발됐음에도 신 전 차관을 충남 천안갑 총선 후보로 확정했다. 임 전 차장도 국민의힘 경북 영주·영양·봉화 총선 후보로 공천됐다. 임 전 차장은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지난해 8월2일 무렵 김 해병대 사령관과 두 차례 통화하는 등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국방비서관이던 임 총장은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 전 보좌관도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56사단장으로 발령받았다. 임 전 사단장만 한직에 가까운 ‘정책 연수’를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본인에 의사에 따른 인사 조처였다.

박 전 보좌관을 포함해 일부 인사는 국방부 검찰단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이 대사를 옹호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박 전 보좌관은 김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 달라. 수사권이 없는 우리 군이 자체 조사해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이첩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연락을 취한 바 있다. 이 연락은 국방부 검찰단 조사 이전에 이뤄졌다.

박 전 보좌관은 지난해 8월22일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장관에게 보고되는 문서는 사전에 군사보좌관실로 보고돼 결재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게 통상의 절차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사고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는 결재받은 전례가 없고 결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현장 통제 간부들까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는 건 과한 것 같다고 장관에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식구 감싸는
수사 대상들

그는 “정당한 지시를 위법, 부당하다고 하는 (수사단의)판단을 이해할 수 없고 졸속수사와 미흡한 법리판단으로 범죄혐의자를 과도하게 판단한 것을 숨기려 했다. 수사단장의 성급한 판단으로 오랜 기간 경찰 수사를 받게 될 죄 없는 관계자들이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하면 장관의 지시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피의자 신분을 옹호하고 보강수사까지 벌인 수사단의 행보를 깎아내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요시사>는 박 전 보좌관을 포함해 피의자 신분인 핵심 인물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kcj512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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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