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⑤권인숙·김민기 의원에 듣다

“입대하면 24시간 군인입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군에서 자식을 잃은 유가족의 알 권리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과정이 어땠는지,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일반적인 사건의 재판이라면 모두를 지켜보고, 판결문까지 받아본다. 군대의 순직 절차 시스템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가지만, 알 수 있는 정보도 내용도 제한적이다. 그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국가기관도 국방부서 결정한 내용과 무슨 말이 오갔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국가가 ‘군에서 복무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판정해 군에 입대시켰다면, 복무 기간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의 책임은 국가에 있습니다.” 국가는 신체와 정신에 이상이 없는 장정들을 군대에 가도 괜찮다며 입대시킨다. 군대서 사고가 발생하면 개인적 책임으로 몰아간다. <일요시사>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김민기 의원을 만나 이들이 발의한 군인사법개정안, 순직 제도 개선의 필요성 등을 물었다. 

가지 않으면 
없었을 죽음

국방부 순직 심사 기구인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군인의 사망이나 상이를 판단해 순직 결정을 내리기 위해 국방부 산하에 설치된 기구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3명 이상, 8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돼있고,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을 직접 임명한다. 취지는 2018년 순직 결정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은 홀수로 구성해 위원들의 순직에 대한 찬성, 반대를 가린다. 또 심사위원은 객관성 원칙을 이유로 전원 비공개다. 회의가 열리면 유가족이 심사에 직접 참여해 소명하는 경우가 있지만 싸워온 시간에 비해 설명하기에는 짧은 시간이 주어진다. 

유가족이 과정을 제대로 알기도 어려울뿐더러 순직이 인정되는 과정도 순탄치 않다. 순직 심사 과정은 일반적인 재판과 유사한 구조를 띤다. 일반 재판에서는 소송 당사자가 판결 결과와 이유가 담겨 있는 판결문을 직접 받아볼 수 있다. 


반면 순직 심사 이후 유가족은 판결문과 회의록을 바로 받아 볼 수 없다. 게다가 정보공개청구시스템을 통해 회의록을 받아내더라도 최장 3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순직 결정은 유가족에게 중대 사안이지만 기각됐을 경우 심사 과정 중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 바로 알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회의록을 유가족에게 즉시 공개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권 의원이 발의했다. 

“순직 심사는 결정 결과만 대략 확인할 수 있을 뿐, 회의록의 내용을 알기에는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굳이 회의록을 받아볼 수 있는 절차를 별도로 마련해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회의록 공개를 하지 않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국방부가 이토록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고 변희수 하사의 결정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변 하사의 순직은 위원 9명의 결정으로 이뤄졌다. 변 하사는 6(반대)대 3(찬성)으로 순직이 거부됐다.

회의록 내용 중 순직을 반대하는 위원 중에는 ▲국방부 책임이 아니다 ▲전역 처분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극단적 선택을 해 인과관계가 없다 ▲국가에 기여하고 사망한 게 아니기 때문에 순직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들이 등장한다.

권 “순직 심사에 투명성 확보 필요”
“국방부 일부 사건들 순직 권고 무시”

결국 국방부서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청이 나오자, 권 의원이 직접 군인사법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회의록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전혀 알 수 없었을 내용이죠. 국방부가 회의록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군인사법 일부개정안을 통해 국방부의 순직 심사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부가적 효과로 국방부가 국가기관인 위원회 순직 권고도 수용해 순직 인정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권 의원이 발의한 군인사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중앙전공사상위원회의 순직 심사 결정에 대한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시스템이 아니라 유족 측에 즉시 전달해야 한다.

또 재심사를 실질적으로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인 위원회에는 결정문과 회의록을 의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기대 효과는 더 있다. 지금까지는 유족이 개인적으로 순직을 입증하는 일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국가기관인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를 통해 순직 심사를 재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진상규명위는 문재인정부 당시 특별법으로 마련된 대통령 직속 기구로 위원장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 국방부가 내부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은폐하고, 왜곡하는 정황이 반복적으로 알려지자 국회 차원서 마련됐다. 

진상규명위를 통해 군 내부의 사건사고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든든한 우군을 얻은 셈이다. 대부분의 경우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진상규명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만, 여전히 미흡한 측면이 있다. 

여러 사건 중 진상규명위는 국방부에 변 하사에 대한 순직 처리를 권고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전역 처분 취소 판결에도 순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재판과 
비슷한 절차

전역한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난 이후에 극단적 선택을 해서 인과관계가 없고, 국가 기여로 사망한 게 아니라는 논리다. 진상규명위가 23쪽에 걸쳐 권고안을 국방부에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진상규명위 측에 달랑 1장짜리 결정문만 보내왔다.

진상규명위는 순직을 권고할 수 있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순직 기각 결정문 내용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다. 재판으로 치면 원고에게 판결문도 주지 않은 꼴이다. 

“일부 사건에서는 국방부가 고인의 피해자성이 부족하거나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순직 권고를 무시합니다. 진상규명위의 출범 취지를 고려하면 국방부의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특별한 사유 없이 진상규명위의 결정의 받아들이는 게 취지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이 지난해 6월 특별법 개정안으로 진상규명위가 순직 재심사 요청 시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수용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방위서 계류 중이다. 

이처럼 순직과 관련해 여러 법안들이 발의돼있지만 미비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고자, 의무 복무 기간 중 사망 시 원칙적으로 순직자로 분류하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김 의원이 국방위 소속 당시 발의했던 개정안이다.


<일요시사>는 김 의원에게 법안 내용에 대해 직접 질의했다. 

김 의원은 “국방위서 늘 질의하고 스스로 규정했던 내용이었죠. 병무청이 군 생활을 잘할 것이라고 판정을 내렸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사망에 이르렀는데, 책임 소재를 따질 때 국가가 쏙 빠져 있는 상황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은 순직 판정을 위해 온 가족이 증거를 수집해 군과 다퉈야 하는 일을 원천 차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서 마련됐다. 많은 곳에서 문제 제기가 되고 있는 순직 입증 책임도 유가족서 국방부로 뒤바꾸겠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부처 태도

입증 책임을 뒤바꾼다는 것은 과거 유가족이 해온 일들을 이제는 국방부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해당 법안도 보완할 점이 존재한다. 국방부가 주관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동법의 단서 조항(군인사법 제54조의2)서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개인적 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는 여전히 일반사망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19대, 20대 국회서도 김 의원이 발의한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당시 국방부는 이들 법률안에 대해 ‘타 보훈 관계 법률과 충돌 문제’ ‘군 조직 사기에 미칠 영향’ 등을 언급하면서 반대 의견을 냈고 끝내 법률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무복무로 헌신하는 군인의 처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점점 높아져가는 추세다. 헌신에 대한 합당한 보상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방부도 점차 인식을 바꾸긴 했다. 

“법률안 발의 이후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지원단 관계자가 의원실로 연락해온 일이 있습니다. 관계자는 ‘법안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한다’며 ‘법률안의 일부 문구와 적용 방식을 조정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실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어쩌면 이번에는 통과가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법률안을 심사하는 동료 의원들에게 법안의 취지와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는 한편, 국방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법률안이 통과됐습니다.”

법률안 통과로 순직 인정을 위해 유족이 직접 자료를 모으고, 국가와 싸우며 고통받는 일은 줄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가 남았다.

국방부의 순직 심사와 국가보훈처의 유공자 등 심사가 따로 진행되는 ‘이원성’이 여전히 유족을 괴롭히는 것이다. 군에 가지만 않았더라면 없었을 죽음이다. 이제는 국가가 데려간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과 유족을 예우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책임 소재 국가만 빠져 있는 상황”
“의무 복무 군인의 모든 순간이 곧 헌법”

또 현재 순직이 기각됐을 때 이를 재심사하는 일도 국방부가 진행한다. 유족 입장에서는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체계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책임질 부분과 순직 여부를 군이 심사해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근복적으로 손질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앞으로 국회와 정부서 해결할 과제죠. 다만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현행의 제도를 잘 운영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방부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의원 3분의2 이상을 외부 전문가로 임명해 객관성을 확보하려 했던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특별법으로 출범한 진상규명위는 오는 9월 활동이 종료된다. 일각에선 위원회 연장의 필요성 및 이를 대체할 상설기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진상규명위는 과거의 사건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왔고, 사건의 실체를 밝혀왔다.

정권을 막론하고 잊혀질 뻔했던 사건들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면서 유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덜어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활동 종료를 앞두면서 신청이 불가하고, 조사하지 못한 사건들도 쌓여 있다. 

“진상규명위 운영 기간을 연장해 조사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군에 가지 않았으면 없었을 죽음을 군이 심사하는 체계는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진상규명위 같은 기구가 상설화돼 군 사망사고의 진상을 밝혀야 합니다.”

과거에 비해 순직 인정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군에서도 모든 시간과 과정이 직무와 관련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더욱 전향적인 인식이 필요한 때다.

모든 의무복무 군인들은 국가기관인 병무청이 병역 판정 검사를 실시해 입대한 이들이다. 군 복무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정받아 입대했다. 어떤 이유로든 군에 가지 않았으면 없었을 죽음에 이르게 된 데에는 누구보다 국가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 

활동 종료 
연장 필요

“국방부는 직무와 관련없는 사망에 대한 순직 인정이 군 내 사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의무복무 군인의 모든 시간은 헌법이 부여한 국방의 의무라는 직무를 수행하는 시간이죠. 훈련을 받고, 근무를 서고, 영내서 휴식을 취하든, 휴가를 나가든 마찬가지입니다. 입대한 순간부터 전역하는 날까지 의무복무 군인의 모든 시간은 곧 헌법인 셈입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종료 앞둔 군사망위원회 고? 스톱?

올해 9월 활동 종료 예정인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의 활동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 3일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진상규명위의 활동기간을 3년 더 연장하고, 오는 9월13일 현 위원들의 임기 만료와 함께 새롭게 위원을 임명한다는 내용이다.

위원 임기 역시 3년으로 정한다. 

특별법은 당초 3년짜리 ‘한시법’으로 제정됐었다.

당시에도 2021년 9월 3년간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활동 시한을 2년 늘렸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공개한 부처별 정비 대상 명단에 이미 진상규명위가 폐지 대상에 포함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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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