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⑤권인숙·김민기 의원에 듣다

“입대하면 24시간 군인입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군에서 자식을 잃은 유가족의 알 권리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과정이 어땠는지,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일반적인 사건의 재판이라면 모두를 지켜보고, 판결문까지 받아본다. 군대의 순직 절차 시스템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가지만, 알 수 있는 정보도 내용도 제한적이다. 그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국가기관도 국방부서 결정한 내용과 무슨 말이 오갔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국가가 ‘군에서 복무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판정해 군에 입대시켰다면, 복무 기간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의 책임은 국가에 있습니다.” 국가는 신체와 정신에 이상이 없는 장정들을 군대에 가도 괜찮다며 입대시킨다. 군대서 사고가 발생하면 개인적 책임으로 몰아간다. <일요시사>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김민기 의원을 만나 이들이 발의한 군인사법개정안, 순직 제도 개선의 필요성 등을 물었다. 

가지 않으면 
없었을 죽음

국방부 순직 심사 기구인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군인의 사망이나 상이를 판단해 순직 결정을 내리기 위해 국방부 산하에 설치된 기구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3명 이상, 8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돼있고,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을 직접 임명한다. 취지는 2018년 순직 결정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은 홀수로 구성해 위원들의 순직에 대한 찬성, 반대를 가린다. 또 심사위원은 객관성 원칙을 이유로 전원 비공개다. 회의가 열리면 유가족이 심사에 직접 참여해 소명하는 경우가 있지만 싸워온 시간에 비해 설명하기에는 짧은 시간이 주어진다. 

유가족이 과정을 제대로 알기도 어려울뿐더러 순직이 인정되는 과정도 순탄치 않다. 순직 심사 과정은 일반적인 재판과 유사한 구조를 띤다. 일반 재판에서는 소송 당사자가 판결 결과와 이유가 담겨 있는 판결문을 직접 받아볼 수 있다. 


반면 순직 심사 이후 유가족은 판결문과 회의록을 바로 받아 볼 수 없다. 게다가 정보공개청구시스템을 통해 회의록을 받아내더라도 최장 3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순직 결정은 유가족에게 중대 사안이지만 기각됐을 경우 심사 과정 중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 바로 알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회의록을 유가족에게 즉시 공개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권 의원이 발의했다. 

“순직 심사는 결정 결과만 대략 확인할 수 있을 뿐, 회의록의 내용을 알기에는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굳이 회의록을 받아볼 수 있는 절차를 별도로 마련해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회의록 공개를 하지 않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국방부가 이토록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고 변희수 하사의 결정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변 하사의 순직은 위원 9명의 결정으로 이뤄졌다. 변 하사는 6(반대)대 3(찬성)으로 순직이 거부됐다.

회의록 내용 중 순직을 반대하는 위원 중에는 ▲국방부 책임이 아니다 ▲전역 처분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극단적 선택을 해 인과관계가 없다 ▲국가에 기여하고 사망한 게 아니기 때문에 순직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들이 등장한다.

권 “순직 심사에 투명성 확보 필요”
“국방부 일부 사건들 순직 권고 무시”

결국 국방부서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청이 나오자, 권 의원이 직접 군인사법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회의록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전혀 알 수 없었을 내용이죠. 국방부가 회의록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군인사법 일부개정안을 통해 국방부의 순직 심사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부가적 효과로 국방부가 국가기관인 위원회 순직 권고도 수용해 순직 인정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권 의원이 발의한 군인사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중앙전공사상위원회의 순직 심사 결정에 대한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시스템이 아니라 유족 측에 즉시 전달해야 한다.

또 재심사를 실질적으로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인 위원회에는 결정문과 회의록을 의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기대 효과는 더 있다. 지금까지는 유족이 개인적으로 순직을 입증하는 일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국가기관인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를 통해 순직 심사를 재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진상규명위는 문재인정부 당시 특별법으로 마련된 대통령 직속 기구로 위원장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 국방부가 내부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은폐하고, 왜곡하는 정황이 반복적으로 알려지자 국회 차원서 마련됐다. 

진상규명위를 통해 군 내부의 사건사고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든든한 우군을 얻은 셈이다. 대부분의 경우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진상규명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만, 여전히 미흡한 측면이 있다. 

여러 사건 중 진상규명위는 국방부에 변 하사에 대한 순직 처리를 권고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전역 처분 취소 판결에도 순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재판과 
비슷한 절차

전역한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난 이후에 극단적 선택을 해서 인과관계가 없고, 국가 기여로 사망한 게 아니라는 논리다. 진상규명위가 23쪽에 걸쳐 권고안을 국방부에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진상규명위 측에 달랑 1장짜리 결정문만 보내왔다.

진상규명위는 순직을 권고할 수 있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순직 기각 결정문 내용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다. 재판으로 치면 원고에게 판결문도 주지 않은 꼴이다. 

“일부 사건에서는 국방부가 고인의 피해자성이 부족하거나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순직 권고를 무시합니다. 진상규명위의 출범 취지를 고려하면 국방부의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특별한 사유 없이 진상규명위의 결정의 받아들이는 게 취지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이 지난해 6월 특별법 개정안으로 진상규명위가 순직 재심사 요청 시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수용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방위서 계류 중이다. 

이처럼 순직과 관련해 여러 법안들이 발의돼있지만 미비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고자, 의무 복무 기간 중 사망 시 원칙적으로 순직자로 분류하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김 의원이 국방위 소속 당시 발의했던 개정안이다.


<일요시사>는 김 의원에게 법안 내용에 대해 직접 질의했다. 

김 의원은 “국방위서 늘 질의하고 스스로 규정했던 내용이었죠. 병무청이 군 생활을 잘할 것이라고 판정을 내렸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사망에 이르렀는데, 책임 소재를 따질 때 국가가 쏙 빠져 있는 상황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은 순직 판정을 위해 온 가족이 증거를 수집해 군과 다퉈야 하는 일을 원천 차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서 마련됐다. 많은 곳에서 문제 제기가 되고 있는 순직 입증 책임도 유가족서 국방부로 뒤바꾸겠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부처 태도

입증 책임을 뒤바꾼다는 것은 과거 유가족이 해온 일들을 이제는 국방부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해당 법안도 보완할 점이 존재한다. 국방부가 주관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동법의 단서 조항(군인사법 제54조의2)서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개인적 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는 여전히 일반사망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19대, 20대 국회서도 김 의원이 발의한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당시 국방부는 이들 법률안에 대해 ‘타 보훈 관계 법률과 충돌 문제’ ‘군 조직 사기에 미칠 영향’ 등을 언급하면서 반대 의견을 냈고 끝내 법률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무복무로 헌신하는 군인의 처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점점 높아져가는 추세다. 헌신에 대한 합당한 보상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방부도 점차 인식을 바꾸긴 했다. 

“법률안 발의 이후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지원단 관계자가 의원실로 연락해온 일이 있습니다. 관계자는 ‘법안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한다’며 ‘법률안의 일부 문구와 적용 방식을 조정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실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어쩌면 이번에는 통과가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법률안을 심사하는 동료 의원들에게 법안의 취지와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는 한편, 국방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법률안이 통과됐습니다.”

법률안 통과로 순직 인정을 위해 유족이 직접 자료를 모으고, 국가와 싸우며 고통받는 일은 줄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가 남았다.

국방부의 순직 심사와 국가보훈처의 유공자 등 심사가 따로 진행되는 ‘이원성’이 여전히 유족을 괴롭히는 것이다. 군에 가지만 않았더라면 없었을 죽음이다. 이제는 국가가 데려간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과 유족을 예우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책임 소재 국가만 빠져 있는 상황”
“의무 복무 군인의 모든 순간이 곧 헌법”

또 현재 순직이 기각됐을 때 이를 재심사하는 일도 국방부가 진행한다. 유족 입장에서는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체계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책임질 부분과 순직 여부를 군이 심사해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근복적으로 손질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앞으로 국회와 정부서 해결할 과제죠. 다만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현행의 제도를 잘 운영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방부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의원 3분의2 이상을 외부 전문가로 임명해 객관성을 확보하려 했던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특별법으로 출범한 진상규명위는 오는 9월 활동이 종료된다. 일각에선 위원회 연장의 필요성 및 이를 대체할 상설기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진상규명위는 과거의 사건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왔고, 사건의 실체를 밝혀왔다.

정권을 막론하고 잊혀질 뻔했던 사건들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면서 유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덜어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활동 종료를 앞두면서 신청이 불가하고, 조사하지 못한 사건들도 쌓여 있다. 

“진상규명위 운영 기간을 연장해 조사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군에 가지 않았으면 없었을 죽음을 군이 심사하는 체계는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진상규명위 같은 기구가 상설화돼 군 사망사고의 진상을 밝혀야 합니다.”

과거에 비해 순직 인정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군에서도 모든 시간과 과정이 직무와 관련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더욱 전향적인 인식이 필요한 때다.

모든 의무복무 군인들은 국가기관인 병무청이 병역 판정 검사를 실시해 입대한 이들이다. 군 복무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정받아 입대했다. 어떤 이유로든 군에 가지 않았으면 없었을 죽음에 이르게 된 데에는 누구보다 국가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 

활동 종료 
연장 필요

“국방부는 직무와 관련없는 사망에 대한 순직 인정이 군 내 사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의무복무 군인의 모든 시간은 헌법이 부여한 국방의 의무라는 직무를 수행하는 시간이죠. 훈련을 받고, 근무를 서고, 영내서 휴식을 취하든, 휴가를 나가든 마찬가지입니다. 입대한 순간부터 전역하는 날까지 의무복무 군인의 모든 시간은 곧 헌법인 셈입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종료 앞둔 군사망위원회 고? 스톱?

올해 9월 활동 종료 예정인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의 활동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 3일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진상규명위의 활동기간을 3년 더 연장하고, 오는 9월13일 현 위원들의 임기 만료와 함께 새롭게 위원을 임명한다는 내용이다.

위원 임기 역시 3년으로 정한다. 

특별법은 당초 3년짜리 ‘한시법’으로 제정됐었다.

당시에도 2021년 9월 3년간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활동 시한을 2년 늘렸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공개한 부처별 정비 대상 명단에 이미 진상규명위가 폐지 대상에 포함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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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