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⑧유족 위해 싸우는 강석민 변호사

멀고 높다, 순직의 벽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부분의 사람은 순직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차이를 잘 모른다. 일반적으로 순직이라는 단어는 명예로운 죽음이라고 인식된다. 순직의 본래 의미는 직무를 다하다 목숨을 잃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군은 순직 인정 여부를 직무 관련성과 연관짓는다. 병사의 경우에는 24시간 군인 신분임에도 순직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 사유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순직이 인정되지 않으면 그때부터 유가족의 피말리는 싸움이 시작된다. 순직임을 입증하기 위해 유가족이 직접 나서야 해서다. 순직 전문 변론 변호사인 강석민 변호사는 망자에게 군인으로서의 예우를 되찾아주기 위해 유가족과 함께 싸우고 있다. <일요시사>가 강 변호사를 만나 군의 행태, 순직 제도의 문제점, 입증 시스템의 미비점 등을 물었다. 

그들만의
죽음 구별

대체적으로 순직은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순직Ⅰ형은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작전, 임무 중 사망한 경우다. Ⅱ형은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이 대상이다.

Ⅲ형은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 시 인정받을 수 있다. 극단적 선택의 경우 대부분이 Ⅲ형으로 인정된다. 극단적 선택이 순직으로 인정받게 된 기간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순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시 보통심사위원회의 심사 또는 국방부 소속 중앙심사위원회의 재심사를 거쳐 국방부 장관 또는 참모총장은 순직의 기준 및 범위를 판단해 순직을 인정한다.


순직이라는 말은 군인사법, 국가유공자 등 예우에 관한 법률, 국립묘지법서 사용하는 단어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다가 공무상 관련성으로 사망한 사람과 국가적으로 예우가 필요한 경우를 순직이라고 표현한다. 순직의 개념은 관련 용어로서 국가유공자법, 보건 보상 대상자법에 사용되고 있지만, 법률상 순직이 무엇이라고 정의 내려져 있지 않다.

“순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법은 군인사법입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다가 공무상 원인으로 관계돼 공무 관련성으로 사망한 사람이죠. 국가가 꼭 예우해줘야 하는 경우를 순직이라고 표현합니다. 순직이라는 개념은 결국 관련 용어로서 국가유공자법이나 보건 보상 대상자법에 있습니다.”

통상 순직이 인정되면 국가적 차원서 보상이 이뤄진다. 군인사법서 군인이 사망한 경우 순직으로 구분한다는 의미는 군에서 군인에게 사망을 구분할 때 종류를 정한다는 의미다. 순직 자체가 법률적인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걸 대법원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법률적인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소리다. 

“순직 정의 정확하게 내려져야”
예우 지켜준다며 노골적 회유

“순직이 인정된다고 해도 사망한 군인의 유족이 법률적으로 이익을 얻는 게 없습니다. 다만 군인재해보상법에 따라 사망보상금을 받을 수 있고, 국립묘지 안장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국가유공자법이나 보훈보상대상자법에 따라 보훈 보상금을 수령할 수 있어요. 순직이라는 게 법률적인 효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유족한테는 예우나 보상으로 나아갈 때 제일 중요한 단계죠. (순직은)법률상 처분이 아니지만, 처분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순직이 소송의 대상이 아니라는 셈이다. 순직 관련 소송 중에서는 법률상의 처분이라고 주장하며 소송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서 밝히고 있듯 법원에서는 전부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유가족에게는 순직을 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 소송에서는 각하 판결이 이뤄진다.


“순직은 국가보훈처의 심사를 거치지만 사망보상금은 그냥 주어집니다. 단지 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처분하는 기간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민에게 순직을 인정해달라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순직이 인정되지 않으면 국립묘지 안장 신청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순직이 거부당한 상태서 유가족이 안장 신청을 한다고 해도 거부되는 탓이다.

이때 유족이 할 수 있는 것은 안장 거부 취소 소송밖에 없는데 결국 소송에 휘말리기 시작한다. 해당 과정서 앞선 논리들이 순식간에 붕괴된다. 법적인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순직의 개념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망 책임
떠넘기기

강 변호사는 결국 순직의 개념이 정확히 정리돼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군인사법서 순직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 내리고 순직이 인정되면 어떤 효력이 있는지도 정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군인사법서 순직이 무엇이라는 정의를 내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다음 순직이 되면 어떤 효력이 있다고 규정을 할 필요가 있는 거죠. 자기들(군)은 여기저기 쓰고 있으면서 개념을 통일적으로 정한 건 아닌 셈입니다.”

순직 인정은 직무 연관성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직접적으로 자신의 업무 등과 관련이 있어야만 순직으로 인정된다.

순직이 기각된 사례를 보면 사망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특히 의무복무한 군인들이 사망했을 경우 공무 관련성을 개인적인 부분과 겹쳐 순직을 인정하는 부분을 좁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의무복부 군인들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에 간 사람으로 나라에서 부른 이들이다.

“병사의 경우 24시간 전체가 복무 연관성이 있어요. 소위 의무 이행을 하러 간 사람에 대해서 오히려 예우나 보상을 국가가 책임지려고 해야 합니다. 군 내부서 발생한 일이 아니라며 막는 건 안 돼요. 개인적인 사유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 안 하면 결국 보상과 예우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막는 것입니다.”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은 이뿐만 아니다. 강 변호사는 사망 유형이 나뉘어 있는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Ⅰ형은 전투 등 예외적인 상황이라 보상금 등에서 차이가 나지만 Ⅱ형과 Ⅲ형은 보상금 차이가 없다. 모두가 군인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사망했는데, 군에서 죽음을 유형으로 나눠 보상금으로 차별화하는 행태를 벌이는 셈이다. 

보너스 내지 생색내기 수사
“입증 책임 전환시켜야 한다”


“순직이라는 개념은 과거에 참 아이러니했죠. 지금 빚어지는 상황들과 비슷합니다. 순직 인정을 받기 어려웠으니까요. 오히려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게 쉬웠던 시절이 있습니다. 과거 이런 예우는 국가보훈처로 보냈어요. 한마디로 설거지해주는 형식인 거죠.”

시간이 흐르면서 순직 심사처인 국가보훈처는 2012년 국가유공자법과 보훈보상자법을 이원화해 유형이나 기준을 시행령서 바꿨다. 국방부는 이걸 그대로 가져와서 유형으로 만들었다. 폭을 넓히고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시대적 흐름을 국방부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나온 게 순직 유형을 만들자는 부분인데, 유가족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군 복무하다가 희생된 경우, 단계를 나눠 보상한다는 게 국방부의 논리다. 

“Ⅱ형과 Ⅲ형이 보상금 차이가 없다면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유형을 구분해놓고 군은 유족에게 아주 기만적으로 ‘순직 처리를 해주겠다. 순직도 좋은 순직이 있고 안 좋은 순직이 있다’면서 유형을 이야기해요. 최대한 Ⅱ형으로 순직이 되면 나중에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이죠. Ⅲ형은 보훈보상대상자밖에 안 된다는 노골적인 회유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순직이 결정되기 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확한 수사와 조사다. 강 변호사는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 초점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사망 사건 조사라는 게 직접적인 사인 즉 자살 및 타살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우나 보상 문제가 굉장히 큰 부분이다. 

통상 변사사건 조사 중 망인이 사망에 관련된 어떤 범죄 행위가 나오면 별도로 형사 절차로 입건해 형사 사건 수사를 다시 하는 단계를 거친다. 


진실보다
장례부터

“모든 과정이 유가족 입장에서는 예우나 보상에 관련된 아주 중대한 문제입니다. 어떤 사망 원인에 대해 직접적인 사인이 밝혀진 다음 우리(군)가 잘해서 예우나 보상을 받게 해드린다는 보너스 내지는 생색내기 수사인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입증의 책임이 유가족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순직의 문이 조금씩 넓어지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난해 말 군인사법이 일부 개정돼 국가서 군 복무 중 사망한 의무 군인의 경우 원칙적으로 순직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오히려 순직이 아닌 경우를 군에서 밝히라는 취지의 법안이었는데 입증 책임 주체의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앞으로는 순직이 아니라는 것을 군에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통 수사기관은 범인을 두고 무죄 추정의 원칙을 통해 범인임을 입증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입증의 책임을 유가족에서 군으로 전환하는 것이지만, 강 변호사는 앞으로 순직의 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입증 책임을 전환시키면 원칙적으로 순직이 됩니다. 사망사건을 조사하는 군사경찰이 순직이 아닌 이유를 면밀하게 조사해 밝히게 되면 훨씬 더 순직의 문이 넓어질 수 있어요. 그러면 변사사건에 대한 조사도 지금처럼 극단적 선택, 타살만 가리는 조사가 되지는 않죠. 변호사 활동을 하다보면 사망사건 조사 범위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결국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사실상 군사경찰이 입증해줄 책임은 없다. 군에서는 문제를 조용히 처리하길 원할 때가 많다. 유족에게는 언론 접촉하지 말도록 권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말을 잘 듣고,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식이다. 이런 부분에 개선이 있어야 책임 소재를 명확히 정할 수 있다는 게 강 변호사의 주장이다. 

입증 책임을 군에 넘겨 놓으면 군사경찰이든, 군검찰이든 순직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밝혀야 한다. 군 복무와 관련 없는 부분을 좀 더 정확하게 따질 수 있다. 

대충 빨리 정리하고 싶은 이유?
군 입장선 죽은 인력 필요 없어

“자기들의 책임이 없는 상황서 군이 번거롭게 밝히려 하지 않아요. 군 입장에서는 진상을 밝히는 게 유가족을 도와준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되고, 이 과정서 문제점이 계속 생깁니다. 과거에는 군이 전문성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전문성이 상당히 보완됐어요. 문제는 근본적인 부분에 개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최근 제가 사망사건 조사를 갔을 때 군사경찰은 아무 권한이 없다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군은 계속 뒤로 나앉으려는 행태만 보인다. 책임 소재 자체에서 빠져나가려는 모습이다. 결국 이 상황서 유가족이 유일하게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건 망자의 시신을 미인수 사체로 남기는 일이다. 군이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고, 군 입장서 가장 골치 아픈 부분으로 여긴다.

군의 본래 존재 이유는 전투다. 전투는 가용 전투 수단이 제일 중요한데, 이 중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군 입장에선 죽은 인력은 필요가 없다. 정리되지 않으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내재돼있다. 빨리 정리하고 싶어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군은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때 유가족에게 무조건 빨리 장례를 치르라고 합니다. 장례를 치르게 하지 않으면 유가족이 민원도 제기하고, 언론과 접촉할 가능성이 커서죠. 빨리 장례를 치러야 사망 원인을 군에서 없앨 수 있어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증폭돼 문제가 생기고, 군은 일상적인 운용이 불가하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집니다.”

국방부는 군 관련 사망사건과 관련해 부정적 어조로 일관한다. 자신들의 잘못이 없다는 부분을 내세운다.

앞서 고 변희수 하사의 경우에서도 법원이 강제 전역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국방부는 자신들의 전역 처분이 온당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군인재해보상법 등 관련 법안들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제도적 정비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개선됐지만
갈 길 멀어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는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해요. 처음 시작부터 잘못됐습니다. 군이 유가족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망자에 대한 예우를 위해 법률적인 책임이나 검토를 담보할 수 있도록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군인사법, 군인복무기본법 등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많이 생긴 지금이 적기입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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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