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⑧유족 위해 싸우는 강석민 변호사

멀고 높다, 순직의 벽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부분의 사람은 순직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차이를 잘 모른다. 일반적으로 순직이라는 단어는 명예로운 죽음이라고 인식된다. 순직의 본래 의미는 직무를 다하다 목숨을 잃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군은 순직 인정 여부를 직무 관련성과 연관짓는다. 병사의 경우에는 24시간 군인 신분임에도 순직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 사유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순직이 인정되지 않으면 그때부터 유가족의 피말리는 싸움이 시작된다. 순직임을 입증하기 위해 유가족이 직접 나서야 해서다. 순직 전문 변론 변호사인 강석민 변호사는 망자에게 군인으로서의 예우를 되찾아주기 위해 유가족과 함께 싸우고 있다. <일요시사>가 강 변호사를 만나 군의 행태, 순직 제도의 문제점, 입증 시스템의 미비점 등을 물었다. 

그들만의
죽음 구별

대체적으로 순직은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순직Ⅰ형은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작전, 임무 중 사망한 경우다. Ⅱ형은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이 대상이다.

Ⅲ형은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 시 인정받을 수 있다. 극단적 선택의 경우 대부분이 Ⅲ형으로 인정된다. 극단적 선택이 순직으로 인정받게 된 기간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순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시 보통심사위원회의 심사 또는 국방부 소속 중앙심사위원회의 재심사를 거쳐 국방부 장관 또는 참모총장은 순직의 기준 및 범위를 판단해 순직을 인정한다.


순직이라는 말은 군인사법, 국가유공자 등 예우에 관한 법률, 국립묘지법서 사용하는 단어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다가 공무상 관련성으로 사망한 사람과 국가적으로 예우가 필요한 경우를 순직이라고 표현한다. 순직의 개념은 관련 용어로서 국가유공자법, 보건 보상 대상자법에 사용되고 있지만, 법률상 순직이 무엇이라고 정의 내려져 있지 않다.

“순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법은 군인사법입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다가 공무상 원인으로 관계돼 공무 관련성으로 사망한 사람이죠. 국가가 꼭 예우해줘야 하는 경우를 순직이라고 표현합니다. 순직이라는 개념은 결국 관련 용어로서 국가유공자법이나 보건 보상 대상자법에 있습니다.”

통상 순직이 인정되면 국가적 차원서 보상이 이뤄진다. 군인사법서 군인이 사망한 경우 순직으로 구분한다는 의미는 군에서 군인에게 사망을 구분할 때 종류를 정한다는 의미다. 순직 자체가 법률적인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걸 대법원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법률적인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소리다. 

“순직 정의 정확하게 내려져야”
예우 지켜준다며 노골적 회유

“순직이 인정된다고 해도 사망한 군인의 유족이 법률적으로 이익을 얻는 게 없습니다. 다만 군인재해보상법에 따라 사망보상금을 받을 수 있고, 국립묘지 안장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국가유공자법이나 보훈보상대상자법에 따라 보훈 보상금을 수령할 수 있어요. 순직이라는 게 법률적인 효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유족한테는 예우나 보상으로 나아갈 때 제일 중요한 단계죠. (순직은)법률상 처분이 아니지만, 처분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순직이 소송의 대상이 아니라는 셈이다. 순직 관련 소송 중에서는 법률상의 처분이라고 주장하며 소송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서 밝히고 있듯 법원에서는 전부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유가족에게는 순직을 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 소송에서는 각하 판결이 이뤄진다.


“순직은 국가보훈처의 심사를 거치지만 사망보상금은 그냥 주어집니다. 단지 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처분하는 기간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민에게 순직을 인정해달라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순직이 인정되지 않으면 국립묘지 안장 신청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순직이 거부당한 상태서 유가족이 안장 신청을 한다고 해도 거부되는 탓이다.

이때 유족이 할 수 있는 것은 안장 거부 취소 소송밖에 없는데 결국 소송에 휘말리기 시작한다. 해당 과정서 앞선 논리들이 순식간에 붕괴된다. 법적인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순직의 개념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망 책임
떠넘기기

강 변호사는 결국 순직의 개념이 정확히 정리돼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군인사법서 순직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 내리고 순직이 인정되면 어떤 효력이 있는지도 정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군인사법서 순직이 무엇이라는 정의를 내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다음 순직이 되면 어떤 효력이 있다고 규정을 할 필요가 있는 거죠. 자기들(군)은 여기저기 쓰고 있으면서 개념을 통일적으로 정한 건 아닌 셈입니다.”

순직 인정은 직무 연관성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직접적으로 자신의 업무 등과 관련이 있어야만 순직으로 인정된다.

순직이 기각된 사례를 보면 사망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특히 의무복무한 군인들이 사망했을 경우 공무 관련성을 개인적인 부분과 겹쳐 순직을 인정하는 부분을 좁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의무복부 군인들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에 간 사람으로 나라에서 부른 이들이다.

“병사의 경우 24시간 전체가 복무 연관성이 있어요. 소위 의무 이행을 하러 간 사람에 대해서 오히려 예우나 보상을 국가가 책임지려고 해야 합니다. 군 내부서 발생한 일이 아니라며 막는 건 안 돼요. 개인적인 사유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 안 하면 결국 보상과 예우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막는 것입니다.”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은 이뿐만 아니다. 강 변호사는 사망 유형이 나뉘어 있는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Ⅰ형은 전투 등 예외적인 상황이라 보상금 등에서 차이가 나지만 Ⅱ형과 Ⅲ형은 보상금 차이가 없다. 모두가 군인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사망했는데, 군에서 죽음을 유형으로 나눠 보상금으로 차별화하는 행태를 벌이는 셈이다. 

보너스 내지 생색내기 수사
“입증 책임 전환시켜야 한다”


“순직이라는 개념은 과거에 참 아이러니했죠. 지금 빚어지는 상황들과 비슷합니다. 순직 인정을 받기 어려웠으니까요. 오히려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게 쉬웠던 시절이 있습니다. 과거 이런 예우는 국가보훈처로 보냈어요. 한마디로 설거지해주는 형식인 거죠.”

시간이 흐르면서 순직 심사처인 국가보훈처는 2012년 국가유공자법과 보훈보상자법을 이원화해 유형이나 기준을 시행령서 바꿨다. 국방부는 이걸 그대로 가져와서 유형으로 만들었다. 폭을 넓히고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시대적 흐름을 국방부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나온 게 순직 유형을 만들자는 부분인데, 유가족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군 복무하다가 희생된 경우, 단계를 나눠 보상한다는 게 국방부의 논리다. 

“Ⅱ형과 Ⅲ형이 보상금 차이가 없다면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유형을 구분해놓고 군은 유족에게 아주 기만적으로 ‘순직 처리를 해주겠다. 순직도 좋은 순직이 있고 안 좋은 순직이 있다’면서 유형을 이야기해요. 최대한 Ⅱ형으로 순직이 되면 나중에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이죠. Ⅲ형은 보훈보상대상자밖에 안 된다는 노골적인 회유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순직이 결정되기 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확한 수사와 조사다. 강 변호사는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 초점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사망 사건 조사라는 게 직접적인 사인 즉 자살 및 타살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우나 보상 문제가 굉장히 큰 부분이다. 

통상 변사사건 조사 중 망인이 사망에 관련된 어떤 범죄 행위가 나오면 별도로 형사 절차로 입건해 형사 사건 수사를 다시 하는 단계를 거친다. 


진실보다
장례부터

“모든 과정이 유가족 입장에서는 예우나 보상에 관련된 아주 중대한 문제입니다. 어떤 사망 원인에 대해 직접적인 사인이 밝혀진 다음 우리(군)가 잘해서 예우나 보상을 받게 해드린다는 보너스 내지는 생색내기 수사인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입증의 책임이 유가족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순직의 문이 조금씩 넓어지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난해 말 군인사법이 일부 개정돼 국가서 군 복무 중 사망한 의무 군인의 경우 원칙적으로 순직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오히려 순직이 아닌 경우를 군에서 밝히라는 취지의 법안이었는데 입증 책임 주체의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앞으로는 순직이 아니라는 것을 군에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통 수사기관은 범인을 두고 무죄 추정의 원칙을 통해 범인임을 입증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입증의 책임을 유가족에서 군으로 전환하는 것이지만, 강 변호사는 앞으로 순직의 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입증 책임을 전환시키면 원칙적으로 순직이 됩니다. 사망사건을 조사하는 군사경찰이 순직이 아닌 이유를 면밀하게 조사해 밝히게 되면 훨씬 더 순직의 문이 넓어질 수 있어요. 그러면 변사사건에 대한 조사도 지금처럼 극단적 선택, 타살만 가리는 조사가 되지는 않죠. 변호사 활동을 하다보면 사망사건 조사 범위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결국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사실상 군사경찰이 입증해줄 책임은 없다. 군에서는 문제를 조용히 처리하길 원할 때가 많다. 유족에게는 언론 접촉하지 말도록 권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말을 잘 듣고,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식이다. 이런 부분에 개선이 있어야 책임 소재를 명확히 정할 수 있다는 게 강 변호사의 주장이다. 

입증 책임을 군에 넘겨 놓으면 군사경찰이든, 군검찰이든 순직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밝혀야 한다. 군 복무와 관련 없는 부분을 좀 더 정확하게 따질 수 있다. 

대충 빨리 정리하고 싶은 이유?
군 입장선 죽은 인력 필요 없어

“자기들의 책임이 없는 상황서 군이 번거롭게 밝히려 하지 않아요. 군 입장에서는 진상을 밝히는 게 유가족을 도와준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되고, 이 과정서 문제점이 계속 생깁니다. 과거에는 군이 전문성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전문성이 상당히 보완됐어요. 문제는 근본적인 부분에 개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최근 제가 사망사건 조사를 갔을 때 군사경찰은 아무 권한이 없다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군은 계속 뒤로 나앉으려는 행태만 보인다. 책임 소재 자체에서 빠져나가려는 모습이다. 결국 이 상황서 유가족이 유일하게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건 망자의 시신을 미인수 사체로 남기는 일이다. 군이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고, 군 입장서 가장 골치 아픈 부분으로 여긴다.

군의 본래 존재 이유는 전투다. 전투는 가용 전투 수단이 제일 중요한데, 이 중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군 입장에선 죽은 인력은 필요가 없다. 정리되지 않으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내재돼있다. 빨리 정리하고 싶어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군은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때 유가족에게 무조건 빨리 장례를 치르라고 합니다. 장례를 치르게 하지 않으면 유가족이 민원도 제기하고, 언론과 접촉할 가능성이 커서죠. 빨리 장례를 치러야 사망 원인을 군에서 없앨 수 있어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증폭돼 문제가 생기고, 군은 일상적인 운용이 불가하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집니다.”

국방부는 군 관련 사망사건과 관련해 부정적 어조로 일관한다. 자신들의 잘못이 없다는 부분을 내세운다.

앞서 고 변희수 하사의 경우에서도 법원이 강제 전역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국방부는 자신들의 전역 처분이 온당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군인재해보상법 등 관련 법안들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제도적 정비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개선됐지만
갈 길 멀어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는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해요. 처음 시작부터 잘못됐습니다. 군이 유가족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망자에 대한 예우를 위해 법률적인 책임이나 검토를 담보할 수 있도록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군인사법, 군인복무기본법 등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많이 생긴 지금이 적기입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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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