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④‘의심 자초’ 초동수사 한계

여전히 군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잘 믿지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국군의 ‘자체’ 수사 결과와 순직 결정의 낯뜨거운 공통점이다. 단지 유족들의 현실 부정 때문일까? 그보다 전문가는 ‘과정’을 문제삼는다. 폐쇄적인 군 초동수사 과정과 이에 기초한 순직 여부 판단이 신뢰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관련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아직 갈 길은 요원하다. <일요시사>는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을 만나 군 초동수사의 한계를 물었다. 

“유가족이나 국민이 가지고 있는 뿌리 깊은 불신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시행 1주년을 앞둔 개정 ‘군사법원법’을 이같이 평했다. 군의 자체 수사권 중 일부를 민간 경찰로 넘기는 게 개정법의 골자인데, 실효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랬다
저랬다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수사 결과와 이를 근거로 내려진 ‘순직 불허(일반 사망)’ 판정. 유족들의 애끓는 반론은 우리 군의 고질병인 폐쇄성, 불공정성과 맞닿아 있다.

군 수사당국의 봐주기 수사·부실 조치 논란을 ‘옛날 이야기’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일례로 이 개정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결정적 계기는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것이다. 특검 과정서 드러난 진실에 여론은 분노했다. 이는 곧 군 사법개혁 요구로 귀결됐다. 

이 중사는 사망한 지 18개월만인 지난 2월에 들어서야 순직 인정을 받았고, 특검이 재판에 넘긴 피고인 중 6명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 달에 나온다. 아직 마무리되지도 않은 사건이 법 개정을 이끌 정도로 반향이 컸다. 김 국장은 “‘군의 자체 처리(수사)를 믿기 어렵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입대 전 저지른 범죄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범죄의 수사·재판권이 군에서 민간으로 이전됐다. 군 당국이 변사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하다가도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면 민간이 수사·재판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

문제는 개정법이 원안서 너무 후퇴해 통과된 탓에, 본래 기대했던 것만큼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누더기 법안’이 된 셈이다. 일례로 성폭력 범죄는 민간이 수사하게 됐지만, 2차 가해 조치나 수사는 여전히 군이 맡는다. 

김 국장은 국방부의 극심한 반대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평시에는 군의 사법 수사 기능을 다 민간으로 이전하자는 것이 원안이었습니다. 국회에도 그런 법안이 많이 발의돼있었는데, 국방부가 너무 심하게 반대해서 한참 후퇴한 지점서 합의가 이뤄진 겁니다.”

특히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범죄’라는 대목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군이 초동수사 과정서 자의적 선별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군은 개정법 시행 이후로도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인가’라는 1차적 선별을 통해 사망사건 수사를 민간으로 넘길지 말지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더군다나 선별 기준조차 모호하다.

김 국장은 “우리 법체계에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범죄란 개념이 없다. 어떻게 정의할 수 있겠나? 내가 누군가에게 욕을 해서 그 사람이 사망했다고 하면, 그것도 사망의 원인으로 볼 수 있을지 애매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살인·상해치사 등 일부 명백한 범죄행위 이외에는 수사기관의 임의적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현재 법체계 아래에선 그 판단 주체가 군”이라고 부연했다.

신뢰 잃은 군, 민간으로 넘기려 했지만…
“국방부 반대에 개정법 후퇴…유명무실화”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사건 수사의 민간 이전 비율은 저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 사이 연평균 65.5명이 군대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반년이면 통상 30명 안팎의 극단적 선택 사망자가 나온다는 계산이다. 총기나 폭행 등이 사인인 군기사고를 포괄하면 그 수는 더욱 커진다.

하지만 국방부가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개정법 시행 이후 약 반년간 민간으로 이관된 군인 관련 범죄 410여 건 중 사망사건은 단 한 건뿐이다.

김 국장은 “사망 원인이 되는 범죄가 있다면 국가가 책임을 묻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며 “군은 지휘 책임 등을 면피하기 위해 사건 민간 이전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고려하는 듯하다”고 짚었다.

사망 수사 결과는 순직 결정의 주된 잣대로 활용된다. 현재 순직 결정이 기각·보류된 이들의 유가족과 국방부는 마치 ‘민사소송’을 하듯 입증 대결을 벌이는 양상을 보인다. 

수사권이 민간으로 온전히 넘어오지 않은 탓에, 군이 수사한 자료를 근거로 군과 대립하는 유가족들이 앞으로도 생겨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순직을 최종 판단하는 주체도 여전히 군이다. 유족들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서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여러 전문가들은 “국민에게 ‘군 내부서 수사·결정해도 충분히 공정하다’는 인상만 줄 수 있다면, 군의 권한을 굳이 뺏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국장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전문성
떨어져”

군인권센터를 찾는 유족들의 사례를 종합하면, 군은 유족에게 수사 결과나 증거 등을 최대한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

“예컨대 유서를 좀 달라고 하면 ‘못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시 가서 열람하겠다거나 사본을 요구하면 줍니다. 저번에는 왜 안 해줬냐고 따지면 ‘그렇게 이야기 안 했지 않았느냐’ 이렇게 말합니다. 이게 말장난하는 거잖아요. 사실 안 주고 싶은 겁니다. 요즘 문제 제기가 하도 많아지니 겨우 공개하는 추세입니다.” 

유가족들이 군 수사나 순직 제도를 잘 모른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셈이다. 

“군 순직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아는 국민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사실 별로 없을뿐더러 그걸 알고 있어야 할 까닭도 없죠. 내 가족이 군에 가서 사망할 것을 예상하고 사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이런 탓에 유가족들 사이에선 “똑똑한 유가족이 제 자식 명예를 찾아준다”는 말까지 생겼다.


군 수사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타살인 경우는 원인이 명확할 테니 (나온대로)수사하면 됩니다. 그런데 변사 자살 사건인 경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국방부는 이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고, 절대적인 역량도 외부 수사기관에 비해 부족한 편입니다.”

이렇듯 ‘말 많고 탈 많은’ 군 수사권이 평시에도 군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김 국장은 “그럴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애초에 수사권이나 순직 결정권 등이 군 지휘나 임무 수행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군은 각계의 비판과 국민적 불신을 감수하면서까지 여러 ‘권한’을 놓지 않으려 했다. 그 배경에 관해 김 국장은 “군은 70년 넘게 각종 권한을 직접 행사해왔다. 조직 입장에서는 아주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내부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부실 수사
불신만 가득

이어 “군은 사법 수사권을 자체적으로 운영한다는 특권이 사라지는 순간 자신들이 사건 사고에 대한 통제권을 다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군이 조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두려움을 크게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국방부 또한 군이 전시가 아닌 평시에도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 설명에 따르면 군은 2021년 개정법 논의 당시 지엽적인 주장들을 내세워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당시 군 관계자는 “음주운전이 군 내부서 벌어졌을 경우, 경찰이 부대 내부에 들어올 수 없어 단속이 불가능하다”와 같은 명분을 댔다.

“그 정도는 당연히 군 내부서 단속할 수 있죠. 하지만 그게 수사권을 밖으로 이전할 수 없는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김 국장은 “군이 근본적인 두려움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설령 군이 수사를 통제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다지 문제 생길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서 들어가 수사한다고 경찰과 소방이 밖에 나가 수사 상황 떠벌리고 공표하겠나? 군을 해코지하겠나? 다 국가기관이고 법으로 통제되는 곳이라 그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병사의 휴대폰 사용을 통제하는 것도 군의 ‘기우’를 잘 보여준다. 논의가 진행되고, 실제 제도가 도입될 때까지만 해도 군은 보안사고 등 각종 부작용을 우려했다. 외부와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된 병사들이 군의 통제를 벗어나진 않을까 두려워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시범 사용 기간을 거쳐보니, 해당 제도는 실보다 득이 큰 것으로 판명됐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 기간엔 “휴대폰 사용이 출타가 어려운 장병들의 단절감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는 일선 부대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유가족이 똑똑해야 군은 조아려”
유서 등 자료 열람 두고 대립 늘어

병사들이 휴대폰을 사용한 지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이제 국방부는 병사의 휴대폰 사용 시간을 더욱 늘리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군의 통제만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쉽게 바뀌지 않는 현실 속에서, 일부 유가족들은 외로운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의 ‘도우미’를 자처한 군인권센터가 본 유가족들의 고초를 물었다.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그걸 사건으로 보지만, 가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잃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걸 주변에 말을 못 해요. 한국 사회에는 기본적으로 ‘너도나도 다 가는 군대서 왜 버티질 못했냐’와 같은 시선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 탓에 사인을 얼버무리거나 ‘유학 갔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군의 폐쇄적이고 부실한 수사과정과 납득 어려운 순직 심사 결과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군인에게 보호받은 사회도, 군인으로 데려간 국가도, 하나같이 이들의 죽음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다. 

“순직을 인정받는다는 건 국가를 위해 일하다 사망에 이르렀다는 일종의 ‘국가 인증’인 거잖아요. 그걸 인정해주지 않는 건 국가 책임을 부정하고 개인적 이유로 사망했다는 선고나 마찬가지죠. 결국 유가족들은 국가로부터 어떤 사과나 인정, 위로 같은 것들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많은 사람이 ‘돈, 보상금이 안 나와서 국가에 떼쓰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돈 몇 푼 받는다고 위로가 되겠습니까? 그것보단 이 죽음이 명예롭다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큽니다. 유가족들을 둘러싼 오해와 인정해주지 않는 국가를 향한 원망, 이런 것들이 순직을 원하는 유가족들이 느끼는 가장 본질적인 아픔이라 생각이 듭니다.”

국가의
무한책임

김 국장은 장기적으로 인식의 변화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군인의 죽음을 바라보는 국가의 관점 자체가 바뀌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는 “군 복무 중 사망했으면 완전히 개인적인 사유가 아닌 이상 국가가 원칙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어떤 것이 국가의 책임이고, 또 어떤 것은 아니라고 하나하나 따져든다면 그 누가 군에서 목숨 걸고 헌신하겠느냐”고 반문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군인권센터는?

군인권센터는 2009년 설립된 인권단체다. 시민들의 후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나 성폭력 사건들의 피해자를 상담?지원하는 일이 주된 업무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포착되는 제도상 맹점이나 미비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정책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군 수사권에 관해서는 개정법 시행 이후 벌어진 사건 사고들을 모니터링하고, 제도적 보완을 위해 국회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도 이어나가고 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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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