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혼외자 후폭풍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복귀 후…바람 잘 날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샐러리맨 신화가 때 아닌 혼외자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혼외자들을 호적에 올리고 투자자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주가는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서 회장 측과 혼외자 친모 사이의 법적 다툼과 장외 폭로전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혼외자들의 상속권이 보장되면서 그룹의 승계·상속 구도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이달 초 자신의 혼외자 2명을 호적에 올렸다. 업계는 서 회장이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지 두 달 만에 ‘오너 리스크’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더군다나 서 회장이 혼외자들의 친모를 공갈 등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2명의 딸
호적 등재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은 지난 2일, 서 회장에게 두 딸이 친생자임을 인지하라고 결정했다. 지난해 6월 각 20대와 10대인 두 딸의 친생자인지 청구소송 조정 성립 결과에 따른 결정이다. 두 딸이 서 회장 호적에 오르면서 서 회장의 자녀는 기존의 2남서 2남2녀로 늘어났다.

앞서 KBS는 서 회장에게 혼외자가 있고, 서 회장이 이들을 홀대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해당 매체 보도에 따르면 두 딸을 낳은 친모 A씨는 2001년 7월 처음 서 회장을 만났다. A씨는 당시 서 회장이 이미 가정을 꾸린 상태였음에도 자신과의 사이에 두 딸을 낳았으며, 자신의 가족에게는 사위 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과의 관계가 파탄 난 2012년 이후에는 서 회장이 딸들의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둘째 딸은 친생자인지 소송 당시 “11년간 부친 서 회장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서 서 회장에게 매달 4회의 면접교섭 청구소송도 함께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 측은 반박에 나섰다. 서 회장 측은 지난 2일 등기우편으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A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발송했다. 고발장엔 A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공갈)과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서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거액을 요구하면서 협박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서 회장 변호인은 “두 딸이 친생자로 인정돼 호적에 추가 등재된 것은 맞지만 A씨와 가끔 만났을 뿐 사실혼 관계는 아니었다”며 “A씨가 계속 거액을 요구하며 협박해 288억원 상당을 A씨에게 지급했고, 계속된 협박에 안 되겠다 싶어 고소를 결심했다. 이 중 143억원은 A씨로부터 갈취당한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2012년부터 두 사람 관계가 파탄 났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이때부터 A씨와 그의 내연남 간 관계가 시작된 시점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고소 경위에 대해선 “A씨의 온 가족이 인질이 됐다. 자신의 친모를 회사 앞에서 피켓 들고 시위하게 하고 아이들도 인질”이라며 “서 회장 본인도 도저히 못 견디겠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A씨에게 돈이 흘러가는 것을 막고자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터진 오너 리스크…사생활 논란 진화 안간힘
“143억원 갈취” 친모와 폭로전·법적 투쟁 이어가

이 가운데 A씨가 소유한 회사 두 곳은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로 추가됐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공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변동 내역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는 기존 7개에서 A씨 2개사가 포함된 9개로 늘었다.

셀트리온 주가는 혼외자 인지 소식이 알려진 지난 3일 크게 출렁였다.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4.11% 하락했다가 점차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종가는 15만90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0.87% 하락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서 회장은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지난 8일 ‘주주님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에서 “큰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서 회장은 “최근 언론에 알려진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닐지라도 과거의 어리석고 무모한 행동으로 여러분들께 돌이킬 수 없는 큰 실망을 드렸습니다. 여러분들의 어떤 질책도 피하지 않고 겸허히 감수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만, 제 개인의 잘못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오로지 저에게만 겨누어 주셨으면 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회사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우리 임직원들에게 질책의 시선이 돌아가지 않도록 주주 여러분들께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회사를 바라봐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전했다.

글 말미에선 “저는 주주님들께서 제게 부여해주신 소임을 끝까지 수행해 회사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남은 인생은 늘 낮은 자세로 깊이 성찰하며 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한차례 용퇴 후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서 회장이 논란 이후로도 회사 업무를 맡아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 회장은 일명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인물로, 재계서도 입지전적인 이력을 가진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1957년 10월23일 충북 청주서 태어났다. 이후 인천 제물포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1983년 들어간 삼성전기였다.

샐러리맨
성공스토리

이후 한국생산성본부로 이직한 서 회장은 대우자동차를 컨설팅하는 업무를 맡았다. 내친 김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대우자동차로 이직했지만, 몇 년 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실직자가 됐다.

1999년 대우자동차 출신 동료 10여명과 사업 분야를 논의하던 중 바이오산업이 유망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자금 130억원과 초기 투자금 470억원을 합쳐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을 창업했다. 하지만 서 회장은 바이오 기술에는 문외한이었다.

그는 1년간 40여 개국을 돌며 유명 바이오 연구자들을 닥치는 대로 만났다. 업계 최신 동향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해 미국 벡스젠사와 제휴를 맺은 후 사업은 점차 본궤도에 올랐다. 2004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셀트리온 1공장을 건립했다. 이후 셀트리온은 발전을 거듭했다. 2009년부턴 국내 바이오산업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서 회장은 2020년 12월31일, 셀트리온 회장직에서 사임하고 퇴사했다. 한국 나이로 65세가 될 때 은퇴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셀트리온 직원들과 출입기자, 주주에게 이메일로 고별사를 보냈다. 고별사에서 “언제나 은퇴를 생각해왔다” “원격의료 스타트업에서 새로 출발하겠다” “셀트리온은 후배들이 알아서 잘 경영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서 회장은 지난 3월 셀트리온 회장직에 복귀했다. 용퇴를 선언한 지 불과 2년 만이다. 명분은 그룹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서 회장이 물러난 이후로 줄곧 하락세를 걸었다.

승계구도
흔들릴까

서 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서 “주총 이후부터는 실적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총수로서 경영진에게 강력한 지침을 주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초 서 회장이 경영 일선에 물러났던 배경은 “기존 대기업과 다르게 국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업으로 셀트리온을 만들고 싶다”는 자신의 포부와 관련이 깊었다. 그룹 내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나 순환출자 구조가 없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동생이나 아내 등이 기업 요직을 차지한 점은 일면 모순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게다가 ‘용퇴 선언’ 이후로는 미등기임원이었던 아들들을 이사회에 정식 합류시킨 점 또한 ‘언행불일치’로 지적받았다. 기존 대기업들의 관행(?)대로 사실상 족벌 경영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2021년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등기임원으로,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등기임원으로 각각 선임됐다. 이들은 각각 서 회장의 장·차남이다. 서 부사장은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 부문장을 역임했다. 서 이사는 인하대학교 박사 출신으로 셀트리온 운영지원담당장직을 맡았다.


일각에선 이번에 혼외자 인지가 이뤄지면서 서 회장 자녀 사이 승계‧상속 구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자로 인정되면 상속권 역시 덩달아 보장되기 때문이다. 

현재 서 회장은 셀트리온 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19%를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 홀딩스는 핵심 계열사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20.04%, 24.27%씩 가지고 있다. 

‘둘→넷’ 상속·승계 변수?
1분기 호실적…주가는 순항

종전에는 별도의 유언장 없이, 법정 상속이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부인 박경옥 셀트리온복지재단 이사장이 홀딩스 지분 41.66%, 두 아들이 27.77%씩 상속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박 이사장이 26.51%, 자녀들이 각각 17.67%를 나눠 갖게 된다는 계산이다.

물론 아직 서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관한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둔 만큼, 혼외자 인지가 승계구도 변동에 미칠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셀트리온을 둘러싼 각종 설화에도, 계열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혼외자 논란이 불거진 것을 1분기 호실적 기록 소식으로 상쇄하는 양상이다.

지난 9일 셀트리온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서 전 거래일 대비 9400원(5.79%) 오른 17만1800원에 마감됐다.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코스닥서 전 거래일보다 2900원(4.09%) 오른 7만3800원을 기록했고, 셀트리온제약은 8만2400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1200원(1.48%) 상승한 수치다. 다만 지난 10일엔 16만9000원, 11일엔 16만8600원으로 다시 소폭 하향세를 보였다. 그래도 혼외자 논란이 터진 지난 3일에 비하면 6% 이상 상승한 수준서 횡보 중이다. 

지난 8일 셀트리온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823억59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41.06%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2.42% 상승한 5974억8800만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37.81% 오른 1670억8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 측은 “후속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파마솔루션 사업부 인수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날 셀트리온은 인수전 참여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검토한 바 있으나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공과 사 
구분해야”

증권가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발생했음에도 셀트리온 주식을 매수 추천했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램시마SC 비중이 감소 가능하나 유럽서 램시마 시장점유율은 1분기 69%(SC 16%), 4분기 71%(SC 21%)로 연간 램시마SC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24만원으로 올렸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꼰대 규정’ 직원들 아우성 셀트리온 복장 규정 논란

셀트리온이 전 계열사에 엄격한 복장 규정 등을 도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셀트리온 직원들은 자세한 내막을 온라인상에 공유하면서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19일 회사 전 직원에게 ‘직장인의 기본 소양 지키기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공지 메일을 보냈다.

“사내 업무 분위기를 쇄신하고 셀트리온인으로서 자부심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제안과 실천을 당부한다”며 4가지 지침이 하달됐다.

지침에는 ▲라운드티, 청바지, 트레이닝 바지, 후드티, 덧신 양말 금지 ▲카라티, 면바지, 검은색 계열의 운동화, 단정한 재킷의 비즈니스 캐주얼 ▲임원들은 최소한 정장 착용 등 구체적인 복장 규정이 명시됐다.

근무시간 준수 사항으로는 ▲근무시간에 휴게실 장기 체류 자제 ▲점심시간 준수(미리 줄 서서 대기하지 않기 및 근무시간 전 복귀) ▲근무시간 동안 개인 인터넷 등 개인 용무 자제 등이 적혔다.

회사 안팎에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코로나 시기에 자율복장이라는 근무조건을 듣고 취업한 이들은 취업 사기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셀트리온 측은 “코로나 때문에 바뀐 일상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만큼, 직장인으로서의 기본소양을 지키자는 차원이다. 무엇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직장생활서 기본 수칙을 잘 따라 달라는 권고사항”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권고사항’이라는 셀트리온 측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이 재차 나왔다.

당초 공지 메일에 ‘금지’라는 단어가 들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공지 이튿날부터 관리부서에서 순찰을 돌고, 사진을 찍었다는 ‘목격담’도 제기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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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