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부결’ 민주당, 한동훈 법 위반 의혹 제기 노림수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비밀누설죄 고발 검토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지난 28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서 부결 처리됐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여부에 대한 무기명 표결서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로 부결 처리했다.

노 의원은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거듭 말씀드리지만,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다. 범법자로 몰아서 정말 억울하다”며 “이건 정상적인 수사가 아니라 사람 잡는 수사”라고 호소했다.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표결에 앞서 본회의에 출석해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청탁 녹음파일’ ‘문자메시지’ 등을 언급했다. 한 장관은 “노 의원이 청탁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녹음돼있는 파일이 있다”며 검찰이 확보한 노 의원이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도 공개했다.

이튿날인 29일,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장관이 개별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보고를 듣거나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게 돼있다”며 한 장관의 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기존의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안의 취지나 절차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의원들이 판단할 수 있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국민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나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정도가 아닌,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박 의원의 워딩은 마치 한 장관이 기존 법무부 장관들과는 달리, 표결에 참여했던 의원들 및 국민들에게 노 의원에 대한 혐의를 구체적으로 발언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었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읽힌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이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앞서 민주당은 해당 사안에 대해 지난달 22일과 지난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었다. 당시 노 의원은 “결백하다. 그렇게 살지 않았다”며 혐의가 없음을 강조했다. 연일 검찰의 야당탄압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이 체포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상식적으로도 크지 않다.

즉, 이날 한 장관이 노 의원의 혐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했던, 하지 않았던 이미 의원들 개개인의 찬반은 정해져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날 본회의에 앞서 민주당은 의총을 열고 “정치 검찰을 동원한 야당 파괴, 정적 제거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부결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날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현행 법령상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며(정부조직법 제32조),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되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검찰청법 제8조)하고 있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법무부는 “적법한 보고절차에 따라 사건을 보고받고,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표결의 근거자료로서 범죄 혐의와 증거관계를 사실대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범죄 혐의나 증거관계에 대한 설명 없이 동전 던지기처럼 깜깜이식으로 체포동의안의 가결 또는 부결을 결정해야 한다는 일부 정치인의 주장은 죄가 인정되는지와 체포가 필요한지가 아니라 정당의 손익계산에 따라 체포동의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법에도 상식에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의 반박과 앞선 의원총회 개최 등을 감안하면 이번 박 의원의 법 위반 의혹 제기는 설득력을 얻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박 의원이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날 민주당은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성남지청 성명불상의 검사 및 수사관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죄’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 같은 민주당 차원의 움직임은 민주당의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논란을 ‘한동훈 고발’로 덮으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른바 정치권에서 자주 사용되는 전략 중 하나인 ‘이슈는 이슈로 덮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 여권 인사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국정감사 당시 ‘청담동 의혹’을 제기하면서 다른 국감 핵심 사안들이 죄다 묻혔던 경향이 있다”며 “이후 첼리스트가 경찰에 출석해 한 장관 및 윤석열 대통령을 봤다는 건 거짓말이었다고 자백하면서 해당 건은 결국 유야무야됐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날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은 어느 정도 예상돼있던 결과였다. 정가에선 ‘이변이 없는 한’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 처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노 의원이 야당 의원이고 과반(150석) 이상인 169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부결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당장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도 감안해 선례를 만들어야 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 한 민주당 관계자의 “노 의원 체포동의안은 동의하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반대하면 당내 논란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당시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분당 차병원 등 기업으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보했지만 경북 안동 등 지방 일정을 소화하며 세 결집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의원이 자신의 체포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특권 뒤에 숨으려고 할 게 아니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당당하게 출석해 결백을 소명하고 그에 따른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것이 당원 및 국민들로부터 더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노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정계 원로인사는 “국회의원들에게 불체포특권이 부여된 것은 부당한 탄압에 흔들리지 말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뜻”이라며 “그런 국회의원만이 갖고 있는 유일한 특권을 검찰 수사를 막는 데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비리나 부패 혐의까지 방탄막을 쳐서는 곤란하다”며 “이처럼 오용·악용 소지가 계속 되풀이된다면 폐지를 논의할 때가 왔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 처리된 데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명방위훈련’이 국회서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이재명 예행연습. 실전은 걱정 안 해도 될 듯”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가재는 게 편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를 한 것 자체가 비겁하다.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같은 당 류호정 원내 대변인은 “시대착오적인 불체포특권은 대한민국 시민이 국회를 불신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시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방탄 국회를 자처했다. 이런 결정은 국민의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21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등의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 측으로부터 모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16일, 검찰은 노 의원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약 3억원에 달하는 현금다발을 확보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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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