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말아달라” 노웅래 체포동의안 처리되나?

“검찰이 만든 작품” 정치탄압 주장…가·부결 고심인 민주당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검찰로부터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체포영장이 청구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검찰이 입수한 돈뭉치는 검찰이 만든 작품일 뿐”이라며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현금은 선친이 돌아가셨을 때 대략 8000만원, 장모님 돌아가셨을 때 대략 1억2000만원,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출판기념회 축하금 등으로 구성된 돈”이라며 “이 중 일부는 봉투조차 뜯지 않고 축의금, 조의금 봉투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검찰은 각각의 수십여개 봉투에서 그 돈들을 일일이 꺼내봤다. 봉투에 있던 돈을 하나씩 하나씩 전부 꺼내서 돈뭉치로 검찰이 만든 것”이라며 압수수색 당시에 담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에는 축의금, 조의금 봉투→검찰 돈다발 조작이라는 글자와 함께 좌측에는 5만원권의 돈다발이, 우측에는 검찰 관계자들이 돈다발을 분류하는 장면이 담겼다.

노 의원은 “(돈뭉치로 만든 것은)명백한 증거조작이고 증거 훼손”이라며 “증거로 인정되려면 현상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수사는)저뿐만 아니라 민주당 파괴를 위해 개인비리, 부패 정치 프레임을 씌워 내부분열을 시키고 와해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파괴 공작에 똘똘 뭉쳐 결연히 맞서야 한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죽는 그런 마음으로 무도한 검찰에 맞서겠다”며 “제게 기회를, 힘을 달라고 간절히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이날 노 의원의 기자회견은 본회의에 상정 예정인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시 부결을 호소하기 위한 자리였던 것으로 읽힌다.

앞서 그는 전날, 민주당 소속의 동료 의원들에게 ‘저를 버리지 말아 달라. 간절히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친전을 돌려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은 뇌물수수·정치자금법위반·알선뇌물수수 혐의로 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로써 노 의원 구속 여부의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현행범이 아닌 이상 불체포 특권을 갖고 있는 현직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는 체포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로 체포 여부를 가리도록 돼있다.

정가에선 여소야대 정국인 상황에서 무기명의 자유투표 방식으로 표결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가결보다는 부결 처리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민주당 의석수가 169석으로 과반이 넘는 만큼 체포동의안 가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다.


문제는 국민 여론이다. 현직 의원이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역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는 탓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당에 ‘방탄 정당’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도 있다.

또 민주당 입장에선 앞서 21대 국회 들어 3번(민주당 정정순, 무소속 이상직, 국민의힘 정찬민)의 체포동의안 모두가 가결됐던 부분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일각에선 의원 개인의 범죄 혐의를 당이 나서서 막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만큼 체포동의안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제 식구 감싸기’ ‘내로남불’ 논란은 불가피해 보이며 국민의힘은 이를 빌미로 민주당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민주당 재선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방탄 프레임을 갖고 가게 될 것이고 이것은 정부나 여당에서 바라는 것”이라며 “의결도, 부결도 좀 난감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이와 관련해 친문(친 문재인) 인사 중 한 명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SBS 라디오 인터뷰서 “체포동의안을 던졌으면 처리를 해야 하는데 민주당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막기는 쉽지가 않다.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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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