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국회의원 ‘그들만의 특권’ 집중분석

금배지 달려고 아등바등 “세상 살맛납니다 그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최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의 쇄신안 가운데 하나인 ‘국회의원 회기 중 불체포특권 포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헌법상 권리를 특정 정당 국회의원이 알아서 포기한다고 효력이 있느냐가 그 쟁점이다. ‘기득권 포기’라는 명분은 좋지만 선언적 수준에 그칠 것이란 비관론이 일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의원의 특권이 엄청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고작 한두 개의 특권을 포기하며 이토록 생색을 내느냐’는 국민적 성토가 높아지고 있다.

헌법에서 규정한 상징적 특권-회기 내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하루라도 금배지 달면 죽을 때까지 월 120만원 연금 수령  


국회의원들이 맛보는 특권의 달콤함은 일반 국민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평생연금에 공짜 열차표와 무료 항공권에 공짜 기름, 직원 월급까지…. 이 모든 것이 ‘공짜’다.
 
여기에다 헌법으로 보장된 불체포와 면책특권까지 더해진다면 이들은 ‘무소불위’ 권력자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왼쪽 가슴에 금배지를 다는 순간 저절로 생기는 특권이 2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모두가 국민의 혈세로 주어지는 혜택이다.

200여개가 넘는
‘그들만의 특권’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다가오면 지역정가는 물론 정치권 전체가 들썩거린다. 저마다 공천을 받기 위해 혈안이 돼 있고 금배지를 달기 위해서는 거액의 로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그토록 금배지를 원하는 것일까?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 ‘지역구 발전을 위해?’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물론 진정성을 가진 올바른 정치인들은 이러한 이유에서 의원직을 꿈꾸겠지만 ‘금배지 다는 순간 세상이 달라진다’라는 말이 있듯이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진 특혜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그 달콤함을 좇는 이들과 달콤함을 맛본 이들의 지키려는 권력다툼이 항상 이어지기 마련이다. 

먼저 헌법에 명시된 특권으로는 회기 내 불체포특권이 있다. 과거 독재시대에 국회의 자율성을 보장할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비리 의원이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방패로 남용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명제가 무색해진 것이다.
 
이와 함께 면책특권도 국회의원이 각종 외압에서 벗어나 소신껏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회기 중에는 신변을 보호해주기 위해 만든 헌법상 특권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대 정파를 근거 없이 비방하고 흠집 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각종 부정비리 엄호 수단으로 쓰이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음으로써 국정의 문제점을 자유롭게 질의할 수 있도록 한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이 국회의원 선거의 룰을 정하는 정개특위를 통해 스스로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 온 것도 사실이다.

최근 한나라당이 쇄신 목소리를 높이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당론을 정했지만 ‘면책특권’에 대해서는 “회의에서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건 좀 다른 문제”라며 “면책특권은 의원들이 정부를 감시하는 기능이 있다”고 밝혀 해당 조항을 엄격히 해석해 면책특권 남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지난 2일 연금 특혜 포기안이 논의됐다. 지난해 2월 통과된 헌정회육성법에 따라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에게 품위 유지 명목으로 주는 매달 120만원의 돈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각종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안들은 역으로 이들이 지금까지 누려온 특권이 적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 연금은 단 하루만 금배지를 단 사람은 물론 1년 미만·금고 이상의 유죄 확정을 받은 사람에게도 지급된다.

일반 국민이 이 정도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30년 동안 매달 30만원씩 국민연금을 넣어야 되고 공무원은 35년간 매달 연금을 떼여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국회의원 한 번 하고 평생 동안 연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특혜 받는 직업?


국회의원의 또 다른 특권으로 본연의 임무인 회의 출석 의무나 입법 활동을 게을리 해도 연간 약 1억 원에 달하는 세비를 받아 갈 수 있다.

기본급 일반수당 520만원과 각종 수당(입법활동비 180만원, 가계지원비 86여만원, 관리업무수당 46만원 등)을 합쳐 국회의원 한 명당 월평균 약 940만원을 받고, 여기에 특별활동비·상여금·정근수당·명절휴가비 등 1144만원이 더해져 연간 1억30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의원들의 세비는 지난해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국가비상상황인데도 은근슬쩍 세비를 5.1%나 올려 지탄을 받은 바 있다.

6명에 달하는 보좌진 월급도 세금으로 지급된다. 4급 보좌관의 연봉은 약 6700만원, 5급 비서관은 5800만원으로 대기업 못지않다.

의원들 보좌직원 6인의 급여로만 연간 약 2억 7500만원이 책정돼있다. 299명 의원 전체로 본다면 연간 약 822억2500만원의 세금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천문학적 금액을 받는 의원실 직원들이지만 모든 직원들이 의정활동만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총선 등 선거 시즌이 되면 국회를 비워 놓고 대부분 지역구에 가서 소속된 의원의 재선을 위해 뛴다.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실상 개인 용도의 직원들을 두지만 의원들은 급여 걱정 없이 여러 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사장님이 될 수 있는 특권이다.

앞으로 이들이 포기해야 할 기득권은 이뿐만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유 철도 및 비행기, 선박 무료 이용도 대표적인 기득권으로 손꼽힌다. 과거엔 ‘국회의원은 국유의 철도, 선박과 항공기에 무료로 승용할 수 있다’는 국회법 제31조에 따라 국가를 위한 업무 차 장거리 이용에 한해 정기 승차권을 발급해 줬지만 지금은 국회 사무처에서 연간 450여만 원의 경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철도청이 공기업인 철도공사로 전환되면서 더 이상 공짜열차를 이용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국회의원의 세비와 사익과 공익 활동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는 점은 수차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의원들이 무료 철도 등을 정말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는지는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의원차량 유류대금 지원도 같은 차원에서 지나친 특혜로 꼽히곤 한다. 일부 의원들은 세비와는 별도로 나오는 유류대를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주유소에서 집중 결제처리 하는 방식으로 지역 관리를 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다 비판받기도 했다.

1억원 넘는 세비, KTX·비행기 무료탑승권 등 200여 개 넘어 
의원들이 맛보는 ‘무한특권’ 달콤함에 국민들은 박탈감 느껴


또한 의원들의 입법활동 지원 경비와 사무실 지원금은 연간 6000만원 수준이다.

차량 유류대 110만원과 별도로 매월 36만원의 유지비가 지급되고 국회의원이 유류비와 유지비를 사용하면 국회 사무처가 일괄 정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아끼면 아낄수록 경비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알뜰하게 남겨 오는 의원은 그리 많지 않다. 국민들에게는 에너지 절감을 요구하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이 체면을 생각해 기름을 많이 먹는 고급 승용차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고유가에도 편의를 위해 전국에서 기름값이 제일 비싼 국회 앞 주유소를 이용하거나 지역구 관리를 위해 자신의 지역에 있는 주유소에서 집중 결제를 하다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이밖에 의원실 업무용 택시비도 연간 100만원 내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또 각종 야·특근비 식대 명목으로 연간 600만원이 지급되고 있으며, 심지어 지역구를 관리하기 위해 전화하는 요금과 새해 달력과 홍보물 우편요금까지 월 90만원가량 지원된다.

선거를 앞두고 하루에도 몇 개씩 열리는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도 일종의 특권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출판한 책 대부분은 일반 서점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지만, 이들은 수천, 수만권의 책을 팔았다며 몇 천만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돈을 끌어 모은다. 이들 책 대부분은 자신과 안면이 있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지역구 내 사업자 등이 대량 구매한다.

이외에도 장관급 예우의 각종 유무형 특권이 주어지고 공항 귀빈실 이용도 가능하다. 해외 출장 시 1등석 이용 및 재외공관 영접 특권과 골프장 VIP대우, 연 2회 이상 해외시찰 국고지원, 후원회 조직으로부터 매년 1억5000만원의 정치자금 모금, 의원직 수행 중 법의 심판을 받고 수감 되더라도 자격 정지 시까지 세비가 꼬박꼬박 수령된다는 특혜가 주어진다.

세금으로 특혜 받고
국민은 박탈감 느껴


의원들의 이 같은 특권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분개하면서도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한 SNS 유저는 “난 학교 다닐 때 헌법이나 정치경제 시간에 국회의원 면책특권만 열심히 외워댔지만 국회의원에게 세상에 전화비, 우편요금 90여만 원까지 국가에서 세금으로 대주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며 “앞으로 학교 교과서에 국회의원 면책특권만 가르치지 말고 국회의원 유류세, 평생연금, 전화비 우편요금 특권까지 삽입해서 교과서에 실어주기 바란다”고 성토하기까지 했다.

최근 정치권에 불고 있는 기득권 내려놓기 분위기는 국민의 목소리로 여겨진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임을 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인 ‘엄청난 특혜’를 내려놓음은 물론이고 진정으로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하는 의정활동을 펼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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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