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잡을 또 다른 뇌관

진짜는 따로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패배’는 곧 ‘끝’을 의미한다. ‘1승 1패’의 재판 결과로 한숨 돌렸다고 보기엔 남은 재판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산을 넘었더니 또 다른 산이 앞에 놓인 첩첩산중 형국이다. 이 대표를 가장 궁지에 몰아갈 사건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이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배임·뇌물 등)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제3자 뇌물 등) ▲법인카드 등 유용(업무상 배임) 의혹 등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는 1심 판결이 나왔다.

후원금 의혹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는 지난달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거 과정서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해 민의를 왜곡했다는 게 판결의 골자였다. 지난달 25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가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증언 요청에 위증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두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한 분위기는 엇갈렸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예상보다 높은 형량, 위증교사는 예상과 다른 판결이 나왔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겉보기에는 ‘1승 1패’로 선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선을 노리는 이 대표로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서 ‘당선 무효형’이 나온 게 뼈아픈 대목이다.

대법원서 형이 확정되면 대선 출마의 길은 막힌다.


문제는 앞으로 1심 선고가 나올 재판이 3개나 남아있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법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위례 개발 비리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병합해 들여다보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때 민간사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또 성남시장 재임 당시 성남FC 구단주를 겸하며 4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대가로 편의를 제공했다는 사건과 백현동 개발 특혜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 심리를 진행 중이다.

대북송금 사건은 수원지법서 진행하고 있다. 과거 경기도가 북한 측에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스마트팜 사업 지원비 500만달러와 당시 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 인사에게 대납했다는 내용이다.

뇌물수수와 대북송금 공모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 전 회장은 1심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최근 수원지검이 이 대표를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으로 기소했다.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경기도 관용차를 공무와 무관하게 사용하고 법인카드 등 경기도 예산으로 샌드위치, 과일 및 식사 대금을 지출하는 등 1억653만원을 배임한 혐의다. 

이 대표는 2010년 성남시장 선거캠프서 자신을 수행한 전 경기도 공무원을 도의 5급 일반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도의 공무원들로 구성된 ‘사모님팀’의 팀장 역할을 맡겼다. 사모님팀은 도 예산으로 이 대표 부부가 요구한 소고기, 초밥, 복요리 등 음식 75건(889만원)을 구입·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는 이 사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의 항소심도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사건이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 대표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관광호텔 개발 특혜 의혹을 보고 있다. 또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의혹 관련 ‘428억원 약정 의혹’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해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이다. 


5개 재판 중 2개 1심 선고
판결 따라 정치생명 오간다

정치권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의 1심 판결을 두고 이 대표가 ‘선방’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단 한 건의 유죄가 정치생명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공직선거법은 물론이고 위증교사도 항소심서 뒤집히게 되면 실형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선거권 박탈과 직결되는 형량이다.

일각에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이 대표 앞에 놓인 사법 리스크의 ‘키’로 보고 있다. 2014년 10월~2016년 9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성남FC 구단주를 겸할 당시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푸른위례 등 4개 기업서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받는 대가로 각종 인허가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2014년 10월 성남시 부지를 매각하는 대가로 네이버가 40억원을 비영리 기부단체(희망살림)를 통해 성남FC에 지급하도록 한 혐의도 포함됐다. 

애초 검찰서 기소할 때부터 성남FC 사건은 ‘뇌관’으로 여겨졌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은 배임액 산정부터 해석이 엇갈리는 등 법정서 다툼의 소지가 많다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반면 성남FC 사건은 다른 사건에 비해 비교적 선후관계가 명확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제3자 뇌물죄가 배임죄보다 입증이 덜 까다롭는 분석이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에게 직무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하고 해당 공무원이 아닌 제3자에게 뇌물을 줬을 때 적용된다. 단순뇌물죄는 직무 관련성만 입증하면 되지만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야 한다. 대신 유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성남FC 사건의 쟁점은 이 대표가 기업에 축구단 후원을 요구했는지, 기업들이 이 대표에게 현안 해결을 청탁했는지다. 눈여겨볼 대목은 과거 국정 농단 사건서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삼성이 최순실씨(개명 후 최서원)가 운영하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준 지원금에 대해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명시적 청탁이 아닌 묵시적 청탁으로도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 결과다. 

문제는 시간이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두산건설과 네이버 전 임원 등은 수원지법 성남지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검찰은 성남FC 사건 재판서 증인을 250여명 넘게 추가로 신청했다. 검찰이 앞서 증인으로 신청한 수와 합치면 400명이 넘는다. 

검찰이 대규모 증인을 신청한 것은 이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이 성남시와 기업 사이에 오간 관련 공문, 이메일 대부분을 증거로 쓰는 데 반대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할 수 없어 검찰은 증인의 입을 통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재판이 수년간 늘어질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성남FC 사건은 법원과 검찰의 갈등으로 수면 위에 올라왔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피고인 재판서 검사에게 퇴정 명령을 내린 것.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는 당시 부산지검 소속인 A 검사가 “이중 직무대리 발령은 검찰청법 제5조를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A 검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직무대리 검사로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면서 성남FC 사건 공판기일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로 ‘1일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공판에 참여했다.


입 열면…

대검찰청은 법원의 명령에 “직무대리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면서 반박하고 있다. A 검사가 성남FC 사건 수사팀의 주무검사였기에 효율적인 공소유지를 위해 업무를 맡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근거로 검찰청법 제7조2에 명시된 ‘검찰총장과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를 들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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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선고 이후…’ 대폭동 주의보 막전막후

‘탄핵 선고 이후…’ 대폭동 주의보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간이 갈수록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심판관의 입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미 후폭풍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갈등 수준이 임계점까지 치솟으면 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운마저 감도는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헌재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세번째 탄핵 심판 사건을 맡았다. 노 전 대통령 때는 최종 변론 이후 14일, 박 전 대통령 때는 11일 만에 결정이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변론은 지난달 25일로 마무리됐다. 벌써 2주 넘게 지난 셈이다. 이전보다 길어졌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 사례를 윤 대통령 사건에 대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여권의 주도로 국회서 탄핵 소추됐지만 헌재는 탄핵안을 기각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여권이 나서서 탄핵 소추안 통과를 이끌었고 헌재도 인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헌재 판결 직후 직무에 복귀해 임기를 채웠고 박 전 대통령은 파면돼 직을 상실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형사 처분까지 받았다. 사상 초유의 일이 매일 일어나던 시기였다. 당시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참여했던 윤 대통령은 8년 만에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처지가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 의결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같은 달 14일 통과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나온 이탈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됐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도 소용없는 ‘내란죄’ 혐의가 윤 대통령을 옭아맸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인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때 역할을 한 군·경찰 관련자들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일부 국무위원은 야권의 탄핵소추에 직무가 정지됐다. 모든 상황이 윤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여론의 움직임을 미묘하게 바꾸기 시작했다. 탄핵소추 전 10% 후반대를 오가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렸고 국민의힘의 지지율 역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힘이 실렸다. 거리로 나온 찬반 집회 여론조사와 다른 양상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 중 하나로 들고 나온 ‘부정선거’ 의혹이 극우 유튜버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전선이 형성됐다.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쪽은 거리로 나와 세를 과시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전한길 한국사 강사 등이 주축이 된 탄핵 반대 집회에 수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찬성 응답이 여전히 높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55.6%,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43%로 집계됐다. 국민의 과반이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실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응답 비율이 탄핵 반대보다 낮았던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진보’라고 답한 응답층과 중도층, 무당층이 탄핵 찬성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보수라고 답한 응답층은 탄핵 반대쪽에 무게감을 더하는 중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와 다른 양상을 띠는 게 이 지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 전부터 이미 지지율이 급전직하해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IMF 사태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 6%보다도 낮은 4%까지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 지지율이다. 당시 보수층이 ‘궤멸했다’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현재 보수층은 강하게 결집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한때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설 때도 보수층이 뭉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수층서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면서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줄었다는 것이다. 거세지는 반대 여론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이들이 거리로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여론조사와 달리 탄핵 찬성 집회 인원보다 더 많은 수가 운집하고 있다. 3·1절에 서울 광화문·여의도 등지에 모인 시민은 12만명(경찰 추산)에 달했다. 2만명(경찰 추산)이 모인 같은 날 서울 안국역 등지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와 비교해 6배가량 많은 수다. 문제는 헌재의 선고 결과에 따라 유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박 전 대통령 때도 헌재의 선고 당일 2명 등 총 4명이 사망했다. 당시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측은 2017년 3월10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직후 불복을 선언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50여차례 들이받았고 이 과정서 대형 스피커가 떨어지면서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60대 남성 1명도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된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또 다른 70대 남성 2명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결국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박 전 대통령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찰력을 총동원한다는 입장이다. 탄핵 심판 선고 전후로 외부인이 헌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벽으로 주변을 ‘진공 상태’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선고 당일 종로·중구 일대를 특별범죄 예방 강화구역으로 선포하고 8개 지역으로 나눠 질서 유지와 인파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저항권 폭동 예고? 일각에서는 아무리 대비해도 폭력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월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통해 예고편을 봤다는 것이다. 지난 1월18일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난동을 벌인 사건이다. 지지자들은 법원의 기물을 파손하고 영장 판사를 찾아다녔다. 법원이 공격당하는 사상 초유의 일에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들은 ‘국민저항권’을 내세워 자신들의 행위를 옹호했다. 저항권은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라고 정의된다. 실정법상에 승인된 권리는 아니지만, 서부지법에 난입한 지지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도 저항권을 언급하는 등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측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여기에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탄핵 기각을 외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이 만료된 후 기소가 이뤄졌다고 보고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체포적부심사와 구속적부심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이 즉시항고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은 자유의 몸이 됐다. 또 재판부서 구속 취소 인용 배경으로 밝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는 경찰만 가능하다.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는 물론 향후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수사와 재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나타난 셈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52일 만에 구치소서 나와 관저로 돌아가는 길에 차에서 내려 90도 인사를 하고 지지자들과 악수하는 모습 등이 탄핵 반대를 외치는 측의 집결을 부추기는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로들 “헌재 판결 승복해야” 윤, 최후 변론서도 언급 안 해 실제 지난 9일 대통령 관저 인근서 열린 집회서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며 탄핵 재판은 하나 마나가 됐다. 끝났다”며 “만약 헌재가 딴짓을 했다?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한칼에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했다. 사랑제일교회가 주도한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4500명이 모였다. 정치권의 행보가 탄핵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판결 이후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빨리 임명해야 한다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의 탄핵소추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가용할 수 있는 투쟁 수단을 총동원해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면서 민생을 지키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이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상황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지지자뿐만 아니라 정치권서도 헌재의 선고에 반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0일에는 여야 정치원로 등이 국회에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간담회 직후 발표한 성명문을 통해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위기에 빠져드는 대한민국을 구한다는 구국의 차원에서 모든 국민이 곧 있게 될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할 것을 적극 권고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앞서 다수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위해 헌재서 어떤 판결을 내리든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의 최후 변론에 진정성이 담기려면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헌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67분 동안 최후 변론을 할 당시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도 헌재 판결 이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 책임총리제 등을 통해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구상만 밝혔을 뿐이다. 정치권이 부추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로 불씨를 던진 양쪽 진영의 갈등은 각종 변수를 발판 삼아 장작이 돼 활활 타오르고 있다. 보수, 진보 양측 모두 통합보다는 분열을 자양분으로 여론몰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제 갈등 수위는 임계점까지 치솟았다. 헌재의 판결이 폭발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