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민주당 조기 대선 시나리오

탄핵이 먼저냐 판결이 먼저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원하던 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이제 윤 대통령이 임기 레이스를 완주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다. 현실이 된 조기 대선에 더불어민주당의 시곗바늘도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굳은 얼굴로 기자회견 단상에 올랐다. 한 대표는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비롯한 국정운영서 즉각 배제돼야 한다. 윤 대통령이 임기 등의 문제를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겼다”며 “탄핵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배신한
대통령

한 대표는 “대통령이 조기 퇴진 의사가 없음이 확인된 이상 즉각적인 직무 정지가 이뤄져야 한다. 더 이상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며 “이제 그 유효한 방식은 단 하나뿐이다. 다음 (탄핵소추안)표결 때 우리 당 의원이 본회의장에 출석해서 소신과 양심에 따라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담화서 “당에 모든 걸 위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민의힘이 제시한 두 가지 퇴진 로드맵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한 대표의 감정이 실렸는지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해결책이 없다는 판단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문제는 곧바로 이어진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였다. 이제까지 국민의힘은 내분을 겪으면서도 고개를 숙이며 성난 민심을 달래려 애썼지만 윤 대통령의 선전포고가 탄핵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며 퇴진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이어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서 국헌 문란을 벌이는 세력이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탄핵 남발이 국정을 마비시켰다고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급기야는 범죄자가 스스로 자기에게 면죄부를 주는 ‘셀프 방탄 입법’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며 “원전 생태계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체코 원전 수출 지원 예산은 90%를 깎았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나라를 망치려는 반국가 세력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엉터리”라는 점을 내세웠다.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는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므로 국방부 장관을 통해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들(야당)은 이제 곧 사법부에도 탄핵의 칼을 들이댈 것이 분명했다”며 “비상계엄령 발동을 생각하게 됐다. 국민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광란의 칼춤’에 맞서 국민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국민을 대상으로 선전포고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담화 직후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의 정신적 실체가 재확인됐다”며 “헌정수호를 위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실패할 계엄을 기획했다는 발언은 극단적 망상의 표출이고 불법 계엄 발동의 자백”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이미 탄핵을 염두에 두고 헌재 변론 요지를 미리 낭독해 극우의 소요를 선동한 것”이라며 “나아가 관련자들의 증거인멸을 공개 지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제 발로 걷어찬 2년 반
벚꽃 대선? 장미 대선? 곳곳 변수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중진 의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모든 내란 혐의를 반박하며 보수 세력도 아닌 일부 극우 세력 결집을 통해 방어막을 짜는 것 같다. 판단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집과 아집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국민을 이기겠다는 군사 독재의 모습이 보인다. 전두환 때랑 어쩜 이렇게 흡사한지 너무나도 충격을 받았다”고 한탄했다.

국민 10명 중 7명꼴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절반이 넘는 민심이 돌아섰으니 기댈 곳은 의회뿐이었다. 남은 건 탄핵 저지선을 겨우 지켜낸 여당의 단일대오였지만 표결을 앞두고 하나둘 이탈표가 나오자 당의 분열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결국 지난 14일 국민의힘서 약 스무명 가량의 이탈표가 나오면서 탄핵 저지선이 완전히 붕괴됐다.

국민의힘은 2월 퇴진 후 4월 대선, 3월 퇴진 후 5월 대선 등 두 가지 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정치권 고위 관계자들은 언론을 통해 “윤 대통령이 하야가 아닌 탄핵이 낫다고 이야기했다”는 말을 전했다. 비록 직무가 정지된 상태지만 헌법재판소서 법적 대응을 하는 방안이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 본인이 법조인 출신인 만큼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과 절차상 적법성을 직접 설명할 것이란 관측에도 무게가 쏠렸다.

국회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 직무와 권한 행사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서 탄핵 심판 절차가 이뤄진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는 ‘헌재는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탄핵 의결부터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리는 등 심리 기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만일 윤 대통령이 하야를 택하면 대통령직은 궐위 상태로 직무는 정지되고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현재 윤 대통령은 내란죄 피의자인 만큼 수사 중 긴급체포 및 구속 가능성도 완전히 닫혀 있지 않다. 이처럼 정국이 하루가 다르게 흘러가면서 좀처럼 조기 대선 날짜를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째깍째깍
법원 시계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당장 조기 대선을 준비하기보다 헌법재판소 심판 준비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 기획상황본부장을 맡은 김영호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재판관은 보수·중도·진보로 구분됐는데 결국 법리를 따져 국민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에는 국민 여론에 당이 더욱 귀를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대 야당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국정을 안정시키는 것을 중점으로 하되 대통령의 공백을 채워가면서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목소리를 잘 반영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민주당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조기 대선 시나리오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이른바 ‘6·3·3원칙’이다. 현재 이 대표가 받는 재판들 가운데 가장 먼저 판결이 나오는 건 지난달 15일 1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선거법 위반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피선거권이 박탈돼 향후 5년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지난달 21일 이 대표는 해당 사건의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서는 1심서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2심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어 무엇 하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6·3·3원칙이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전심 후 3개월 이내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적용할 경우, 이 대표는 내년 5~6월쯤 확정 판결을 받게 된다. 국민의힘서 6월 대선을 고집한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야당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6·3·3원칙이 반드시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일 2심이 진행되는 과정서 추가 신문 등이 이뤄지거나 탄핵안이나 특검법 표결을 위해 이 대표가 국회 본회의에 참석할 경우 재판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2심서 별도로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소송기록 접수통지도 받지 않은 점 등을 꼬집으며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은 “형사소송법상 이 대표 또는 변호인이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수령해야 사건이 개시된다”며 “그런데 이 대표는 지난 9일 발송된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아직 수령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1심을 선고한 지 한참 돼가는데 아직도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는 건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설명이다.

잠룡들
대기 중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비상계엄으로 인한 직권남용죄는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내란죄 프레임은 탄핵을 성사시켜 사법 리스크로 시간이 없는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추진하기 위한 음모적인 책략”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압박하는 동시에 외신과 접촉을 늘리고 민생·경쟁·안보 정상화를 내세우며 대권주자로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성난 여론을 의식한 법원이 속도를 조절하고, 조기 대선 일정이 판결보다 빠르게 잡힐 경우 민주당은 이 대표를 선두로 대권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이 대표의 판결이 먼저 나오는 경우다. 이 대표라는 구심점이 사라지면 민주당 전체가 혼란에 빠질 우려도 제기된다.

정당은 집권을 목표로 하므로 민주당이 이 대표에게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빠르게 플랜 B를 세우고 다음 인재를 물색해야 한다.

차기 대권주자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한동훈-조국 순으로 지지율이 높았다. 이 대표와 한 대표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졌지만 진보진영 차기 대권주자 1·2위 모두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표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경우 지난 12일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대법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그동안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았던 조 전 대표는 실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수형 생활을 해야 한다. 의원직 박탈은 물론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졌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조 전 대표는 처음부터 2026년 치러질 21대 대선을 바라보지 않았다”며 “지지자는 그의 사법 리스크를 알면서도 대표로 뽑아줬다. 2년이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22대 대선의 판도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가 2년을 채울지, 중간에 사면·복권될지는 알 수 없다. 형을 마친 뒤 혁신당에 복귀할지, 민주당에 흡수될지도 미지수다.

판결 기다리는 이, 배지 잃은 조
“시간은 우리 편” 마음 졸이는 여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은 이 대표 한 사람만 보이지만 민주당은 어떻게 해서든 대권주자를 만들어낸다. 주로 외부서 사람을 영입하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원석을 찾아 가공한 뒤 서사를 붙여 주인공으로 만든다”며 “진보진영은 보수보다 차기 대권주자를 찾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원외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우선 친문(친 문재인) 적자로도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6일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급거 귀국했다. 비상계엄이 선포 및 해지된 지 3일 만으로 당초 예정보다 귀국 날짜를 앞당긴 것이다.

이날 김 전 지사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 함께하겠다”며 조기 귀국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계엄 사태로 대한민국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며 “이 위기를 초래한 무모한 권력에 대한 탄핵은 거스를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국회를 찾아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 대표와 면담을 했다. 지난 12일에는 경남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위기를 빨리 해소하는 데 함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구체적으로 뭘 할지는 그 속에서 찾겠다”고 말을 아꼈다.

대권 잠룡인 김부겸 전 총리도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여당의 불참으로 무산되자 “결국 집권여당은 국민을 배신했다. 차가운 광장서 국민은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있다”며 “참혹했던 비상계엄의 밤 윤 대통령은 이미 자격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비상계엄 사태에 관여된 국무위원을 ‘무더기 탄핵’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김 전 총리는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민주당으로 넘어올 여지를 봉쇄해버리는 하책”이라며 “국가 운영을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훨씬 훌륭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숨겨둔
묘수라도?

대선 시점을 미루려는 자와 당기려는 자의 치열한 수 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대신 ‘빠른 퇴진’을 택한 친한(친 한동훈)계는 “범죄 혐의를 받는 이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떠안았다. 민주당은 “하루라도 빨리 내란 수괴 윤 대통령을 물리치고 정권을 안정화하겠다”고 맞섰다.

조기 대선 주도권을 누가 먼저 쥐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은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바닥난 인내심에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을 과연 어떻게 설득할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