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차기 대선 다크호스 우원식 국회의장

'어대이?' 독주 깰 잠룡 기지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신뢰도 측면서 여야 차기 대선후보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보다 높게 나타날 정도다. 정치권서 우 의장은 조용하고 온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습기살균제와 노동자 인권 문제 등 해결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비상계엄 해제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담장을 넘었다.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돌입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여야 의원들이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으나 절차를 지키려는 리더십이 빛났다. 30년 정치 인생이 드디어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다. 실제 우 의장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빛난 리더십
호감 급상승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계 주요 인물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우 의장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56%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우 의장의 신뢰도는 여야 차기 대선후보나 한덕수 권한대행보다 높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신뢰한다’ 41%, ‘신뢰하지 않는다’ 51%였고, 한 권한대행은 ‘신뢰한다’ 21%, ‘신뢰하지 않는다’ 68%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신뢰한다’ 15%, ‘신뢰하지 않는다’ 77%였다.

우 의장은 20대서 60대까지 비교적 폭넓게 신뢰받았으며,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에서는 신뢰의 비율이 81%에 달했다. 이 대표는 40대와 50대서만 신뢰도가 50%를 웃돌고 있지만 그 외 연령대에서는 비신뢰가 더 많았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과 보수층서 43%, 34%의 신뢰를 받았다.


이는 비상계엄과 계엄 해제 등 수습 과정서 우 의장의 리더십이 재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우 의장은 67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국회 담장을 넘어 계엄 해제를 이끌었다.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돌입하고, 국회 직원들과 보좌진이 이를 막아서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여당 의원들이 계엄 해제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음에도 우 의장은 침착하게 “절차적 오류 없이 해야 한다. 아직 안건이 안 올라왔다”며 절차를 지키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우 의장은 “이런 사태에서는 절차를 잘못하면 안 된다”고 여야 의원들을 설득했다.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190명 의원의 찬성으로 가결됐고, 그렇게 계엄 정국은 마무리됐다.

우 의장은 지난 1957년 9월18일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서 아버지 우제화씨와 어머니 김례정씨 사이서 9남매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 우씨는 황해도 연백군 출신이고, 누나 둘은 북한에 살아 있다고 한다. 201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모친인 김씨가 남측 최고령자(당시 나이 96세)로 참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헤어진 지 60년 만에, 상봉을 신청한 지 15년 만에 누나 정혜씨와 상봉이 이뤄지기도 했다.

우 의장은 서울경동초등학교, 서울 성수중학교, 경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과에 진학했다. 1977년 연세대학교 기독학생회 회장에 취임했고, 같은 해 학생 운동으로 박정희정부 퇴진 운동을 벌이다 징집됐다.

이듬해 2월25일 육군에 입대해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제60훈련단서 공병(야전건설 특기)으로 복무했고, 1980년 7월24일 병장으로 만기전역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1981년 3월 전두환정부 반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연세대학교서 제적됐다.


계엄부터 해제까지 의장석서 침착함 빛나
여야 친화적 협의 주도…때론 단호·강경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서 문익환 목사 등과 함께 김대중 지지운동에 참여했다. 이듬해엔 문동환, 박영숙, 임채정, 이해찬 등 재야 민주화운동가 98명이 결성한 평화민주통일연구회(이하 평민연)를 통해 평화민주당에 입당하면서 현실정치에 참여한다.

평화민주당 인권위원회 민권부국장을 맡은 우 의장은 군부독재 정권의 인권유린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88-89인권백서>를 편찬하기도 했다. 1991년 지방선거서 신민주연합당 후보로 서울특별시의회 노원구 제4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직후 재검표 끝에 서울특별시 노원구 을 선거구서 당선된 임채정 제14대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임용됐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민주당 후보로 서울특별시의회 노원구 제3선거구에 출마해 민주자유당 송정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우 의장은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특별시 노원구 을 선거구에 출마해 한나라당 권영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이후부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제17대 국회서 4년간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약자를 위한 정치의 길을 밟았다.

대표적으로 공공기관서 전체 직원의 2% 이상 장애인 의무 고용을 법제화해 장애인도 교사가 될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지난 2005년 우 의장이 대표발의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해 의무고용 대상서 제외됐던 법관, 헌법 연구관, 공립 유치원·초등학교 교사, 정무직 및 일부 기술직 공무원 분야에도 장애인 의무고용 원칙이 적용됐다. 2007년 주한미군기지 반환 협상의 문제점과 미군의 기름 유출에 따른 환경오염 치유를 위한 국회 청문회를 이끌었고, 반환 협상의 부당함과 미군의 환경오염 은폐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2013년 ‘남양유업 갑질 사태(남양유업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와 같은 연이은 대기업 갑질 사건이 벌어지자 ‘갑의 횡포를 막고, 을의 눈물을 닦아주자’라는 목적을 갖고 을지로위원회가 결성됐다. 을지로위원회는 각종 불공정·부당 행위로부터 자영업, 중소기업, 간접고용 비정규직 등 을(乙)의 권리를 보호하고 갈등을 중재했다.

조용·온화
약자 우선

2017년 전당대회 이후부터는 전국위원회로 승격됐다. 남양유업 사태 외에도 우 의장은 대기업 기술 편취로부터 중소기업 보호, 학교 비정규직 처우개선 예산 확보 및 정규직화 추진, 우체국 택배 기사 처우개선, 국회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용산 화상 경마 도박장 폐쇄 타결,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보상 중재, 간접고용 비정규직 위험의 외주화 개선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성과를 냈다.

을지로위원회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제1호 경제민주화 공약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당·정·청 을지로민생회의’를 만들어 민생과제 해결을 위한 당·정·청의 공조·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또 자영업, 중소기업, 노동자 등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 민생과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민생연석회의’ 출범을 주도하여 카드 수수료 1%대 인하, 편의점주 최저수익 보장 및 상생협력 확대, 제로페이 활성화, 택배 노동자 과로사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 등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는 데 기여했다.

2017년 5월16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서 홍영표 의원을 61표 대 54표로 꺾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제19대 대통령선거)으로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안정적인 출범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내대표 당선 이후 야당과의 타협과 유화적 메시지 전달에 앞장섰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인준을 위해 당시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색깔인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야당과의 협치를 주문했던 게 있다. 이를 근거로 추경안 통과, 헌법재판소장 임명 등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강조한 협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야당과의 협치 행보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서 서울특별시 노원구 을 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해당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아 4선에 도전했다. 상대는 한때 같은 당 동지로서 노원구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지휘한 미래통합당 이동섭 전 의원이었지만, 이변 없이 62%의 득표율을 얻고 큰 차이로 4선에 성공했다.

노동자 위한
입법 주도

20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는 이 대표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이재명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이 대표와 회동서 불평등, 불균형,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정신을 실천할 사람이 아니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고 우리는 이길 수 없다며, 강력한 사회경제개혁을 해낼 사람을 통해서만 우리는 승리하고 정권 재창출을 해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출마했으나 경선 상대가 6선의 추미애 의원이라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국회의장 후보자로 선출됐다.

우 의장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상임위원장 문제로 충돌하자 합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결국 의견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자 국회법에 따라 국회를 개원해 논란의 중심이던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11개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과거의 의장들과 달리 현장 친화적 행보를 자주 보였다.


지난 6월19일에 입장문을 통해 이달 23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해달라고 최후 통첩을 날렸다. 결국 국민의힘이 6월24일에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사직 선언 및 7개 상임위를 수락하는 등 항복을 선언하면서 줄다리기 같았던 상임위 논쟁은 일단락 됐다.

한 달여 뒤 국회의장으로서 야당에는 방송4법 단독 입법과 방통위원장 탄핵 논의 중단을, 정부·여당에는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중단하고 방송4법에 대해 범국민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자는 중재안을 제안했다. 이후 민주당에서는 중재안을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서 중재안을 거부했다.

우 의장은 “상황의 변화가 없다면 의장은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에 대해서 내일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지난 7월25일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4법 등을 순차적으로 처리했다.

지난 3일 우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자정을 넘긴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들을 소집했다. 회의는 우 의장 개인 유튜브 계정으로 중계했다.

군사정권 반대 시위로 투옥…대학교 제적
DJ 지지하며 ‘거목’ 이해찬과 정치의 길

오전 1시경 190명의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 참석한 상황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진행했고, 만장일치로 가결되자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이므로 군경 병력은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그 후 안건이 상정되자마자 속전속결로 계엄 요구 해제안을 가결시켰다. 이 과정서 일부 의원들이 언성을 높이며 보채자 “안건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잠깐 기다려라. 본 의장도 마음이 급하지만 절차는 지켜야 할 것 아니냐. 이런 사태는 절차가 잘못되면 또 그것도 문제”라며 5선 중진다운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우 의장은 BBC와의 인터뷰서 “만약에 이런 사태가 생기면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지, 또 법적인 요건은 어떻게 되는지, 이런 걸 숙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윤 대통령 탄핵 2차 표결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탄핵 의결서에 공식 서명을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탄핵소추의결서 정본 및 등본에 공식 서명이 완료되자, 정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을 통해서 헌법재판소로 송부됐다.

등본은 국회사무총장이 대통령실로 전달됐다. 탄핵소추의결서에 서명까지 모두 마친 이후, 열흘 만에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 의장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 문제와 관련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가 마무리되는 즉시 임명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 의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서 “국회·대통령·대법원장이 3인씩 선출해 구성하는 9인의 헌법재판관 중 국회서 선출한 3인은 대통령의 형식적 임명을 받을 뿐 실질적 권한은 국회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회의 선출 및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의 경우,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 권한에 불과하므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게 가능하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 역시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국회의장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절차와 취지에 맞춰 국정 혼란을 수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5선 중진
카리스마

현재 여야는 한 권한대행이 공석인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직무 정지 상태므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의 추천 주체는 국회고, 한 권한대행은 임명장 결재 절차만 밟는 수동적 역할을 하는 만큼 이들이 반드시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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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