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보수 잠룡들 설치는 이유

마음은 콩밭에…밑져야 본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정권이 빠르게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대권 잠룡들이 다급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보수가 배출한 현 대통령은 ‘내란 수괴’, 여당은 ‘내란 옹호당’이 됐다. 그런데도 보수 대권주자들의 마음이 이미 콩밭에 가 있는 이유가 뭘까?

최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 시점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장미대선’인 5~6월을 전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서 인용되면 60일 이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4월18일자로 끝나기 때문에 4월 안으로 결판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믿는 구석?

지난달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된 이후 보수 잠룡들은 너도나도 대권 출마를 시사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탄핵안이 가결된 당일 대권 출마 계획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장이 섰는데 장돌뱅이가 장에 안 가느냐”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공인으로서의 경험, 이걸 좀 더 큰 단위의 나라에서 써야 한다는)요구, 책임감 사이서 깊은 고민을 해 지혜롭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사퇴 이후 자취를 감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등도 대권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영남일보>가 지난달 23일서 24일 이틀간 리얼미터에 의뢰해 대구시민과 경북도민 등 160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구를 가장 선호하냐’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7%로 가장 지지율이 높았다. 그 뒤로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16.1%, 오세훈 서울시장이 13.6%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한동훈 전 대표 13.5% ▲유승민 전 의원 3.6% ▲이준석 의원 3.2% 순으로 지지율이 높았다. 해당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4%p이며 응답률은 6.4%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에도 보수 대권주자들이 곳곳서 꿈틀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1979년 박정희정부의 12·12사태에 이어 박근혜정부 탄핵, 여기에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정부’ 꼬리표가 추가로 붙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의 재건 가능성을 나타내는 그래프가 뚝뚝 떨어졌다.

“장 섰는데 장돌뱅이가 안 가?”
서둘러 부푼 마음에 한 마디씩

아직 비상계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았다. 보수 대권주자 지지율을 전부 합쳐도 이 대표 한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그럼에도 보수 주자들이 저마다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는 상대가 오히려 이 대표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짙게 깔린 듯하다.

이 대표의 재판 결과가 변수로 작용한다면 조기 대선서 보수가 재집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재판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사법부를 향해 “윤 대통령 영장 심사는 신속하게 진행하면서 이 대표 재판을 지연시킨다면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비상대책위원회의서 “이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판결은 2월15일 안에 나와야 한다”며 “배우자 김혜경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도 올해까지 나와야 한다. 위증교사죄, 대장동, 백현동, 성남FC 사건, 대북 송금 사건 판결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시국이 혼란스러울수록 법원이 신속하고 엄정한 판결을 내리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며 “지금 행정부는 민주당에 의한 연쇄 탄핵으로 마비 상태에 있고 입법부는 거대 야당의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서 사법부마저 흔들리면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바닥을 친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근 들어 다시 회복세에 오른 것 역시 보수 대권주자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동시에 하락하던 때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진하게 새겨진 ‘문 트라우마’
“두 번은 안 돼” 둑 막는 여당

용산을 때리면 때릴수록 보수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고 있다.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등 정통 보수가 남아 있는 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정부가 박근혜정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보수 세력이 문재인정부를 한번 겪어봤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지금 여당이 기를 쓰고 탄핵을 막고 있지 않나. 문정부에 이어 ‘이재명정부’까지 지켜볼 수 없다는 게 보수 지지자들의 단결 이유”라고 말했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윤 대통령이지만 보수층 결집에는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관저 앞에 모인 자신의 지지자를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애국 시민’이라고 칭하면서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자필 서명이 담긴 편지를 통해 “새해 첫날부터 추운 날씨에도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이 나와 수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상하시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된다” “우리 더 힘을 내자” 등 지지자를 위로하는 내용도 다수 담겼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해지자 관저 앞 지지자들은 크게 환호하면서 밤새 집회를 이어갔다.

핵심 지지층이 결집했다는 이유만으로 대권주자를 꿈꾸는 건 속 편한 소리라는 야권 측 비판도 나온다. “윤정부와 선명하게 선을 그어도 표를 얻을까 말까 하는 판인데 지금 보수 세력은 중도 확장은커녕 극우 세력만 껴안기에 바쁘다”는 지적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보수가 결집한다면 민주당도 그만한 준비를 해야겠지만 국민의힘이 또다시 정권을 잡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나물에…


이 관계자는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나. 정치는 생물이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여의도의 일”이라면서도 “내란 옹호 정당이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면 신뢰를 쌓을 생각도 없어 보인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게 꼭 용산에 있는 누군가가 연상된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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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br>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이변은 없었다”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4일, 전날 전국적으로 실시됐던 제21대 대통령선서서 49.42%(1728만7514표)의 지지를 받아 당선을 확정지었다. 오전 5시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개표가 100% 완료된 상황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1.15%(1439만5639표)를 8.27%의 차이로 따돌리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골든 크로스’로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국민의힘 예상과는 달리 다소 여유 있는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40대 기수론’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291만7523표)의 지지를 받는 데 그치면서 선거비용 절반을 보전받을 수 없게 됐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0.98%(34만4150표),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0%(3만5791표)를 기록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개표 초반부터 우세를 보였다. 30%의 개표 상황서 이미 지상파 방송 3사는 그의 당선 유력을 보도하기 시작했으며 오후 11시40분경에는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과반 특표는 실패했지만, 총 1728만여표를 받으며 역대 대선 최다 득표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지역별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광주, 대전, 세종, 충청, 전라, 제주 등 전국 다수 지역서 1위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대선서 이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서울, 세종, 충청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들은 지난 20대 대선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밀렸던 데 반해 이 대통령은 모두 김 후보에게 우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이재명 47.13% VS 김문수 41.55% ▲경기 이재명 52.20% VS 김문수 37.95% ▲인천 이재명 51.67% VS 김문수 38.44%로 이 대통령이 모두 앞섰다. ‘캐스팅 보터’로 불리는 대전·세종 및 충청권에서도 충남 47.68%, 충북 47.47%를 기록해 김 후보에 우위를 보였다. 세종서도 55.62%를 얻어 김 후보(33.2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 이재명 48.50% VS 김문수 40.58% ▲세종 이재명 55.62% VS 김문수 33.21% ▲충남 이재명 47.68% VS 김문수 43.26% ▲충북 이재명 47.47% VS 김문수 43.22%로 각각 집계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파면으로 열린 조기 대선 성격상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바 있다. 이런 연유로 과연 김 후보가 이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적잖은 관심이 쏠렸다. 무엇보다 비상계엄의 여파를 직격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서울 및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가 이 대통령에게로 향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오전 12시가 넘어 인천 계양구 자택서 나와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서울 여의도 소재의 더불어민주당 당사로 이동해 선거대책위원회를 찾아 격려했다. 이후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돼있는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다시는 군사 쿠데타가 없도록 반드시 지켜내갰다”며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시키는 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 평화롭고 공존하는 안정된 한반도를 만드는 일을 나머지 사명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혐오와 대결을 넘어 존중하고 공존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아가는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앙선관위가 당선인을 선언하면 공식적으로 대통령 임기 및 직무를 시작하게 된다. 북핵 문제를 비롯,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정책, 선거로 인한 국론 분열, 민생 경제 등 이 대통령이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