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구속 후…물 만난 잠룡들

푸른 뱀의 해, 승천 노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조기 대선 시계가 빨라졌다. 정치권에서는 6월 장미 대선을 확신하고 있다. 장거리서 단거리로 바뀐 레이스에 시시각각 변하는 정국까지, 여야 잠룡들이 설 연휴에도 느긋이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정치인에게 있어 명절 연휴는 여야를 막론하고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전국 팔도로 이어지는 귀성길에 눈도장을 찍거나 전통시장서 웃음꽃을 피우는 등 훈훈한 모습이 연출돼 심란한 시국에도 빼놓을 수 없는 ‘빅 이벤트’다. 이 시기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조기 대선 분위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여야 잠룡은 너나 할 것 없이 저마다 전략을 세우고 있다.

조기 대선
현실화?

현재 법조계에서는 오는 4월18일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이 퇴임하기 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마무리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헌법 제68조 2항에 따라 대통령 궐위 시점으로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탄핵 심판 일정이 가장 큰 변수다. 만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2월 말에서 3월 초에 결정 나면 조기 대선은 이르면 4월, 늦어도 6월 사이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진보 진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보수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을 비롯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등이 각종 여론조사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어 나머지 후보의 움직임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반대로 보수 진영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의원이 스피커를 키우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다가 보수로 분류되는 차기 대권주자는 진보 쪽보다 두 배나 많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앞다퉈 “조기 대선은 없다”고 목 놓아 말하는 것과 상반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먼저 홍 시장은 미국 워싱턴DC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참석을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장이 섰는데 장돌뱅이가 안 가냐”며 조기 대선 출마를 적극 시사했던 홍 시장은 공백 상태인 정부를 대신해서 행정부의 한미 관계와 안보 문제 등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시장은 지난 7일에도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대통령 대선캠프 선거대책본부장과 비공개 회동을 한 바 있다.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꾸준히 ‘좌파 저격’을 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가 핵을 갖고자 하는 것은 방어용 핵이지 공격용 핵은 아닐 것”이라며 “북핵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못하면서 우리의 핵무장 문제는 비핵화 운운하면서 반대하는 종북 좌파들의 행태가 참 기이하다”고 질책했다.

이틀 뒤인 지난 12일에는 “국민이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하지만 윤석열서 이재명으로 교체를 원한다는 건 아니다”라고도 밝혔다.

상대는 이, 해볼 만하다? 볕 드나 싶더니…
보수의 악몽, 다시 열리는 ‘명태균 게이트’

홍 시장은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국민은 65%나 되는데 이재명 의원의 지지율은 35% 근처에 불과하다”며 “정권교체 지수가 아무리 높아도 이재명으로 정권교체가 30% 이상 낮게 나오고, 이재명 혐오도가 60%에 가깝다. 우리 국민이 범죄자·난동범 대통령은 원치 않는다는 증좌”라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꾸준히 대권주자에 오르는 오 시장이지만 그는 아직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지 않았다. 2011년 무상급식 논란으로 중도 사퇴한 트라우마가 남은 탓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신중론을 펼치는 모습이다.

오 시장이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이번 조기 대선은 사실상 여당이 불리한 싸움으로 후보들은 질 각오로 덤벼야 한다. 두 번째는 본인이 장기간 공들이던 각종 서울시 프로젝트를 ‘누가’ 맡을 것인지 근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민주당 후보가 차기 서울시장으로 당선될 경우 ‘오세훈 지우기’라는 뼈아픈 과정을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그런 오 시장도 홍 시장과 마찬가지로 야당을 향해서는 날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서에 포함된 내란죄를 형법이 아닌 헌법으로 다루기 위해 제외한 것을 두고 “범죄 피고인 이재명 대표의 대선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아닌 ‘가짜 뉴스’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대해서는 “지독한 ‘이중 기준’”이라며 “국가보안법은 표현의 자유라며 폐지하자는 사람들이 국민의 사적 대화까지 검열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당명서 ‘민주’를 빼든지, ‘민주공안당’으로 개명하라” 등의 비판도 제기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행보를 넓히고 있다. 이 의원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일정에 대해 “빠르면 2월 중으로 결론 날 것”이라고 전망하며 4월 조기 대선을 암시했다.

이 의원은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탄핵이 인용될 거라는 것에 대해서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절박함은 지금 탄핵 반대하시는 분들의 몫이고, 그러다 보니까 수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 거지 사실은 탄핵은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실한
장단점

그러면서 “대한민국서 이념적으로 좌우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극단화돼있는지를 국민들이 봤을 것”이라며 “이제 대안이 돼야 하는 것이 개혁신당과 저 이준석”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정치에 대해서는 “법조인들의 정치서 벗어나야 한다”며 “새로운 판이 짜여서 그 안에서 경쟁이 이뤄져야 하는 거지, 누구 감옥 보내자 이런 정치는 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1월 복귀설’의 주인공이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근황도 눈여겨볼 만하다. 12·3 내란사태 이후 갈지자 행보를 보이던 한 전 대표는 친윤(친 윤석열)계와 크게 충돌한 뒤 직을 내려놓고 여의도를 떠났다.

간혹 온라인을 통해 목격담 등 근황이 전해졌지만 정치적 메시지를 내지 않고 돌아올 때를 기다리고 있다. 한 전 대표는 홍 시장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행사에 초청받았지만 탄핵 정국 등 국내 상황을 고려해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친한(친 한동훈)계로 꼽히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한 전 대표는 당 대표서 쫓겨난 것”이라며 “그는 쫓겨나면서도 ‘정치인이 국민을 지켜줘야 하지, 국민이 정치인을 지켜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 본격 복귀설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이어 “지금도 잠시 뒤로 물러나 있을 뿐 정치를 그만둔 게 아니다”라며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든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가 정계에 컴백하더라도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정치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 체포 이후 국민의힘이 이른바 ‘극우’ 세력으로 똘똘 뭉친 지금, 한번 배신자로 낙인 찍힌 한 전 대표의 정치 활동 반경이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차기 대권주자 중 가장 부담감이 덜한 이유는 여권 전체를 휘감은 ‘명태균 게이트’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홍 시장과 오 시장, 그리고 이 의원은 정치 브로커인 명태균씨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2·3 내란 사태에 가려졌지만 명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끊임없이 여의도를 뒤흔들었고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체포 이후 비상계엄 후폭풍이 일단락되면서 기억 저편에 묻혀있던 명태균 게이트가 다시 정치권을 휩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밑서
조용히


야권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언론인 단체 소통방을 개설하는 등 각자의 자리서 몸풀기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김 지사는 경제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를 방문해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신년 언론 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 비상 경영 3대 조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수원시의 한 설렁탕집서 진행된 언론 간담회서 김 지사는 ‘윤석열·트럼프 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슈퍼 민생 추경 ▲트럼프 2기 대응 비상체제 ▲기업 기 살리기 등을 ‘비상 경영 3대 조치’로 꼽았다.

김 지사는 “지금은 예산 조기 집행이 아니라 추경이 절실하다”며 “지난달 30조원 이상으로 주장했던 추경은 한 달이 지나 이젠 50조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지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민생 경제에 최소 1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민생회복지원금에는 최소 10조원 이상이, 미래 먹거리 투자에는 최소 1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지난 15일엔 “앞으로는 ‘법치의 시간’이며 이제 시급한 것은 ‘경제의 시간’”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경제의 시간표’는 내란의 완전한 종식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대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경제 퍼펙트스톰이 현실이 될 것”이라며 신속한 특단의 경제 대책을 주문했다.

현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이제 정치가 할 일을 해야 한다. 더는 내전과도 같은 진흙탕 싸움은 안 된다”며 “내란 종식, 경제 재건에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하며 저 역시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는 야권 내에서도 유독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귀국 이후 곧바로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흐름을 읽는 듯한 모양새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김 전 지사가)아직 크게 나설 때가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김 전 지사도 윤 대통령 체포 당일에는 SNS를 통해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는 대통령 한 명 바뀐다고 해결될 수 있는 위기는 아니다. 계엄과 내란 수사, 탄핵은 이제 법적 절차에 맡기고 대한민국은 미래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폭넓은 ‘민주주의 연대와 민생경제 연대’가 필요하다. 근본적인 정치·경제·사회 대개조, 대한민국 재설계를 위한 새판짜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압도적 1위 ‘어대명’ 이대로 굳혀지나?
“민생 집중” 조용한 행보 이어가는 도지사

한때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 역시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됐지만 지난달 16일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징역 2년 형이 확정돼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만기 출소 예정일은 2026년 12월15일로 조기 대선 출마는 어려운 상황이다.

혁신당 내에서는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현실적인 문제 등 여러 고민이 있다. 당내서 (출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사람은)아직 없고, 다만 저울질하는 분들은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 등을 영입하거나 연합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현 상황에 비춰 봤을 때 민주당에서는 당내 경선 승리가 곧 대선 승리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1위를 지키는 한 이들이 야당 유력 대권주자로 굳히기는 쉽지 않다. 만일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다면 2, 3위를 앞다투던 후보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가지만, 보수 내에서도 “이재명만 없으면 해볼 만하다”는 기대 심리가 깔려 있어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지지율이 오르는 이 기세를 몰아 재집권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고정 지지층 결집에만 사활을 걸고 조기 대선을 위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중도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은 ‘민생 안정’ ‘경기 회복’ ‘지방 정책’ 등 다방면으로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비해 보수 후보들은 하나같이 ‘이재명 때리기’에만 혈안이 돼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 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국민의힘은 그 행위를 옹호하고 있는데도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누구 하나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더 놀라운 것은 이 상황서 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 않은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급할수록
천천히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의 가장 큰 과제는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꾸는 일이다. 설 연휴 이후 조용하던 대권주자들이 본격 행보에 나선다면 이 대표 측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탄핵 정국이 더디게 흘러가고 있어 연휴 전 (윤 대통령)구속이든 수사든 깔끔하게 매듭 짓고 싶은 민주당의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지지율이 현재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며 “몰아붙이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어떤 행동을 하든 여당에서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 방탄’ 프레임으로 걸고 넘어질 테니 강약 조절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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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