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걸린’ 헌재 탄핵 열차…재판관 셈법 온도 차

“청문회 불참” 선언한 국민의힘
야당 단독 인사청문회 개최할 듯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임명권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7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은 후보자 3인에게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질의에 “임명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추천을 받은 조 후보자는 “헌법 제111조 3항은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서 선출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국회서 특정한 사람을 헌법재판관으로 선출했다면,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이 헌법 조항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출은 국회의 몫이고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 권한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다는 주장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민주당 추천을 받았던 마 후보자는 “국회가 헌법재판관 중 3인을 선출하도록 한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입법부가 행정부, 사법부와 헌법재판관 구성서 균등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추천의 정 후보자도 “실질적인 임명 권한은 국회에 있다. 대통령의 자의적인 임명권 불행사(거부)로 인해 재판관 공석이 생긴다면 국민 개개인의 주관적 권리보호 측면뿐만 아니라, 헌재의 객관적 성격 측면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처럼 헌법 제111조 3항을 예로 들어 권한대행의 임명권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한 것으로 읽힌다.

일각에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이 자신들의 임명권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경기에 뛰어야 할 선수들이 감독 고유의 권한인 출전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엄중한 사안을 심리해야 하는 헌재 입장서 6인 체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명이라도 반대표가 나올 경우 기각되는 데다 이에 따른 공정성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 탄핵 심판 기각 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회복되며 ‘제2·제3의 계엄’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도 공석인 3자리가 채워진 후 9인 완전체로 심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불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날 김대식 원내 수석대변인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의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 불참하느냐’는 질의에 “불참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답했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직무 정지 시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행정부 소속이 아닌 독립적 헌법기구로서의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은 권한 행사 범위를 신중하고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대한 적절성을 지적한 것이다.

여야의 대립이 첨예하게 갈리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권 권한대행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를 불러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임명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서 권 권한대행은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직무가 정지됐기 때문에 궐위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 직무 정지 때는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가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 직무 정지는 탄핵 심판 여하에 따라 복귀할 여지가 있다”고도 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전인 2017년 2월에(권 권한대행이) ‘탄핵 심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빨리 결정해야 국정이 안정되고 시간을 끌면 그만큼 나라가 불안정해진다’고 말씀하셨다”며 “저도 같은 말씀을 드리겠다. 서둘러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이)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했는데 2017년에는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것이라고 말했다”며 “국회가 추천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권 권한대행의 주장엔 다소 어폐가 있다는 기류가 강하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것은 사실상 인사권이나 임명권 및 파면권 등의 모든 권한이 제한된 것으로, 당연히 권한대행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청문회 불참 등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단독 개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사청문특위위원장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인데, 그보다 더 나이가 많은 연장자를 위원장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인사청문특위 의원들은 “국민의힘이 정상적인 헌법재판소 구성을 방해할 경우, 민주당은 18일 오전 10시에 인사청문특위를 개최해 법이 정한대로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헌법 수호의 의지가 남아 있다면 속 보이는 ‘윤석열 구하기’ 지연 전략을 중단하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절차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교안 전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았던 2017년 초,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대통령 임명 몫’이었다. 대법원장이나 국회 추천과는 엄연히 다르다”며 “논란의 권 권한대행조차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임명권’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헌법재판관은 3인의 대통령 임명 몫을 제외하면 ‘국회 선출’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친다”며 “국회 선출 및 대법원장 지명의 경우, 마지막 대통령의 임명 절차는 권 권한대행의 말처럼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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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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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