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으로 본 국민의힘 미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2.24 11:27:06
  • 호수 1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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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장의 악몽’ 이들도 그들처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수사기관들은 경쟁하듯이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같은 당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사라진 후 국민의힘은 ‘중진의힘’이 됐다. 8년 전 ‘진박 9인회’를 닮은 중진의힘은 과연 위기에 처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구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 사퇴로 인해 지난 12일 진행된 경선서 5선 권성동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친윤(친 윤석열)계 좌장으로 불리는 권 원내대표는 72표를 얻어 34표를 얻는 데 그친 4선 김태호 의원을 제쳤다. 이어 지난 16일엔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대표 권한대행까지 맡았다.

그때도 윤상현
지금도 윤상현

한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이후에도 “당 대표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진종오·장동혁·김민전·인요한·김재원 등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지도부가 무너져 사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는 곧바로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된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가결 이후 비공개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자리서 형식상 사의를 표명했지만, 재신임 절차를 거쳐 대표 권한대행도 맡았다.

지난 10일엔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들이 모여 간담회를 열고, 권 원내대표를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나경원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권 원내대표를 추대하려고 했던 배경을 일컬어 “중진 의원들의 생각은 ‘지금은 굉장히 위중한 상황이니, 적어도 원내대표 경험이 있어 여러 가지 복잡한 현안을 바로 풀어가야 할 사람이어야 하지 않느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전해 들은 재선 배현진 의원은 “그것은 중진 선배들의 의견이고, 우리가 ‘중진의힘’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한 전 대표도 “중진 회의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의 경선은 당내 반발 때문에 진행됐다. 하지만 ‘중진의힘’은 경선서 더욱 강하게 드러났다. 권 원내대표가 김 의원을 가볍게 이길 수 있었던 배경엔 5선 중진 그룹이 각개격파로 의원들을 설득한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중진의힘’ 구성원으로 지칭되는 의원들로는 ▲권 원내대표 ▲나 의원 ▲권영세 의원 ▲김기현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서부터 비대위원장 인선을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중진들은 여기서 또 ‘중진의힘’을 보여줬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들은 당내 인사를 선호하는 듯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대출 의원은 의총 전에 진행된 중진회의 후 기자들에게 “비대위원장과 관련해선 당의 안정과 화합, 쇄신을 위해 경험이 많은 당내 인사가 적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후 부각된 당내 비대위원장 후보군은 5선 권 의원·김 의원·나 의원 등이었다. 6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박 9인회와 중진의힘
연결고리 윤상현 지목

초선 김재섭 의원을 거론하는 움직임도 있다. 국민의힘 이상민 전 의원은 지난 17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서 김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면서 “초선이긴 하지만, 여러 상황서 올바른 판단을 했고, 꿈도 있는 분이 리더십을 받고 이끄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당론대로 탄핵 표결에 불참했다가 지역구서 뭇매를 맞았다. “국민은 어차피 1년이면 달라져서 무소속도 찍어준다”는 윤 의원 발언 당시 대화 상대방이었기 때문에 봉변을 당한 적도 있다. 김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자, 곧바로 “만만한 초선을 내세워서 면피하려고 하느냐”는 비난 여론도 크게 일어났다.

중진들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당내 인사’를 거론한 계기는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 목사가 지난 2016년 12월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했던 것으로부터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인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가 가결된 이후 취임했다. 

인 목사는 당시 친박 중진이었던 새누리당 서청원 당시 의원을 일컬어 “새누리당은 정치하는 데인 줄 알았는데, 서청원 집사님이 계신 교회”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과 정부의 요직에 있던 사람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패권적 행태를 보인 사람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면서 막말을 한 사람 등을 인적 청산 대상이라고 지칭하면서, 친박 주류들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인 목사는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회를 통해 구성되는 비대위와 윤리위를 통해 친박 중진들을 축출하려고 했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상임전국위가 개최되지 않아 실패했다.

당 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 총선이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선 공천권이 없어 당내에 영향력을 확고히 뿌리내린 중진들을 상대하긴 버겁다. 당시와 지금 모두 총선이 끝난 후 약 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인 목사가 의도했던 친박 청산과 한 전 대표가 시도했던 윤 대통령 탈당 모두 특정 계파가 당내 다수 세력으로 군림하는 한 실패하거나 큰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인 목사와 한 전 대표는 모두 ‘용병’이다.

친박 중진들은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문고리 3인방이 사라진 이후 권력 공백을 소리소문 없이 메웠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1월29일 제3차 대국민 담화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면서 개헌 카드를 던졌다.

개헌은 오래 걸린다. 간단히 따져봐도 국회 개헌특위 조직 → 개헌안 작성 및 발의 → 20일 이상의 공고 → 국회 본회의 의결 → 30일 내 국민투표 등 단계를 거쳐야 한다. 

대다수의 여론은 박 전 대통령에게 “당장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년 이상의 시간이 요구되는 개헌 제안에 대해선 “시간 끌기 작전”이라는 반발이 컸다. 박 전 대통령은 구체적인 퇴진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고, 화재 참사가 발생했던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재판관
색깔론

이 행보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할 여론은 없었다. 촛불시위는 멈추지 않았고, 비박 성향 의원들도 탄핵에 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 2016년 12월1일 방영된 JTBC <썰전>서 박 전 대통령의 담화를 놓고 “측근 대부분이 박 전 대통령의 곁을 떠났지만, 새 아이디어를 준 사람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이디어를 준 사람’에 대해 “새누리당의 현역 의원인 친박계 핵심 인물이자, 영민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대담을 나누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동의하면서 “대통령을 누나라고 하는 사람 아니냐”고 소개했다. 

그는 바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도 지난 2016년 12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서 “친박 핵심이 정국 대책을 논의하고 이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작전회의를 진행한다고 직감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남 전 지사는 서울 여의도 모 호텔서 서 의원과 윤 의원을 비롯한 친박 핵심 의원들의 모임을 발견했다. 이후 이들은 ‘진박 9인회’라고 지칭됐다. ‘중진의힘’은 당시 ‘진박 9인회’와 닮았다.

당시 ‘개헌 제안’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윤 의원은 현재도 가장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을 두둔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 행위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지난 12일 주장은 그로부터 하루 전 윤 의원이 국회 본회의서 진행된 긴급 현안 질문 중 주장했던 것과 똑같았다.

2016년 제시됐던 개헌 제안과 ‘4월 퇴진 및 6월 대선’ 제안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탄핵소추의 조직력이 흐트러진 적이 있다. 당시의 탄핵소추는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 모두 동의하고, 친박서도 이탈표가 나와야 가결될 수 있었다.

비박계와 국민의당은 박 전 대통령의 제안을 듣고 탄핵소추에 일시적으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로 인해 지난 2016년 12월2일 예정됐던 탄핵소추안 상정이 불발됐다. 그러자 민심은 다음날 진행된 촛불시위에 총 232만 명이 참가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에 새누리당 비박계와 친박 일각도 탄핵소추안 가결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정국으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윤 대통령의 당선까지 이어졌던 상황을 ‘탄핵의 강’ 혹은 ‘탄핵 트라우마’라고 지칭하면서, 북한의 ‘고난의 행군’과 비슷하게 기억한다.

민심의 큰 파도를 일시적인 꼼수로 떼우려 할 뿐, 책임은 통감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어려움만을 기억하는 ‘선택적 기억상실’은 더욱 강해졌다. 국민의힘은 그 해결책으로 강성 지지자와 지역구 수성만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총선은 불과 8개월여 전에 진행됐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어도 3년 4개월은 의원직이 흔들릴 이유도 없다. 

검찰·공수처·경찰은 과열 양상까지 보여가면서 수사 열기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수사기관들이 헌정사상 최초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이라는 ‘훈장’을 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통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검찰이 적극적으로 ‘검찰 선배’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했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지난 18일엔 아예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오로지 국민의힘만 애써 외면할 뿐이다.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진행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서, 변호인단은 숱한 기행과 시간 끌기 작전을 선보였다. 조원룡 변호사는 “재판관들이 국회 측 대리인과 같은 편 아니냐”고 말했고, 김평우 변호사는 강일원 당시 주심재판관을 일컬어 ‘국회 측 수석대변인’이라고 지칭하기까지 했다. 

권성동도 
이정현처럼?

조 변호사는 다른 변호인들과 일체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즉석서 강 재판관에 대한 기피를 신청하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다. 당시 탄핵 심판은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심판 도중 임기만료로 퇴임해 8인 체제로 재판이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재판관 결원이 생기면 그 자체로 공정성 시비에 시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며 “신임 헌법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재판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도 이듬해 3월 13일 퇴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 상황까지 고려한 주장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이 권한대행의 퇴임 이전 선고를 진행하겠다”고 못 박았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됐다.

지금은 국민의힘 차원서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을 8년 만에 반복하고 있다. 헌재는 국회 추천 재판관 3명 퇴임 이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서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추천했고,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를 추천했다. 

국민의힘은 ‘9인 체제’ 완료에 협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16일 의총선 헌법재판관 선출 절차를 지연시킬 방법을 논의했다. 그래서 도출한 방법은 ‘색깔론 제기’와 ‘권한대행의 임명권 유무 논쟁 제기’였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정계선 후보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고, 마은혁 후보자는 과거 민주노동당 당직자 사건을 공소 기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도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직무 정지 때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는 23~24일 진행 예정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도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추천 몫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임명은 형식적이다. 국민의힘이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했기 때문에 많은 반발이 이어졌다. 헌재도 직접 반박에 나섰다.

원내대표가 직접 수행
더 궁색해진 지연작전

이진 헌재 공보관은 같은 날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에 관련해선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황 권한대행이 지난 2017년 3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추천 몫이었던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최상목 경제부총리를 접견했고, 지난 16~19일 현 정부 장관급 인사 12명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서 사실상 당 대표이자 ‘실질 1인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가 아무리 광폭 행보를 보이려고 해도, 그렇게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미 ‘중진의힘’이라는 말이 통하고 있는 상황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권 원내대표는 ‘온리 원’이 아니라, ‘원 오브 뎀’ 정도의 위상으로 인식된다.

다급한 상황서 비대위원장조차 며칠째 중진회의를 이어가면서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는 순장조였다. 권 원내대표와 중진들은 한 전 대표를 순장조로 몰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당내 중진의 논의로 도출될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결과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이 인용돼 진행될 대선은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누굴 대선후보로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것이란 장담은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서 그나마 대선후보 지지율 1위였던 한 전 대표는 돌아올 가능성을 암시했지만, 이미 당에서 축출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진행된 대선에선 홍준표 대구시장이 갑자기 부각돼 개인기로 선거를 치렀다. 홍 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나마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이라는 시한폭탄을 떼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도 1차 표결 당시 당론을 거부하고, 본회의장에 남았던 것으로 볼 때, 친윤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을 가능성이 높다. 이 4명 외엔 누가 있을까?

윤 대통령이 사실상 ‘자폭’한 후 ‘중진의힘’이 되고 있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될지 예언처럼 연출된 옛 상황이 있다. 수도권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던 지난 2022년 8월11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나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동작구 사당동서 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봉사활동은 하지 않고, 망언과 민폐 행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비상구가
안 보인다

권 원내대표와 나 의원은 수해복구 현장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의원들의 차량이 길을 막아 복구작업을 위한 차량이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자, 한 주민은 “아침부터 길 막고 뭐 하는 짓이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주 부의장은 “따라와서 교통을 방해하니까 우리가 욕을 다 얻어먹는다”면서 취재기자들을 탓했다.

이해가 안 가는 발언이나 행적에 이은 책임 전가 등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으킨 각종 물의는 이 당시와 놀랍도록 닮았다. 이때도 주요 등장인물 중 1명은 권 원내대표였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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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