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대위 합류 ‘라임 사태’ 피의자 정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6.12 13:36:46
  • 호수 15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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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사기’ 알고도 뽑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강원도당(이하, 도당)이 1조6000억원대 ‘라임 사태’ 관련 혐의를 받는 전모씨를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시킨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은 국내 최대 금융사기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줄곧 선을 그어왔다.

도당은 관련 논란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전씨의 개인적인 사안인 만큼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보도에 따르면, 춘천경찰서는 도박공간개설 등 혐의로 고발된 전씨 사건을 최근 동두천경찰서로부터 이관받았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의정부지검으로 접수됐지만, 혐의가 경찰 관할 이유로 춘천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라리조트

도당 후원회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전씨는 지난달 9일, 민주당 강원선대위에 이름을 올린 공동선대위원장 중 한 명이다. 그는 김도균 도당위원장 추천으로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필리핀 세부 이슬라리조트를 운영하면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6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리조트 카지노 내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도박을 원격으로 한국에 중계했다는 것이다.

이후 라임 사태 몸통으로 꼽히는 김영홍 전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라임 자금 중 약 300억원을 들여 이 리조트를 인수했다. 인수 후, 전씨는 이슬라리조트 산하 법인 중 한 곳의 20%가량의 지분을 가졌다. 함께 고발된 필리핀 현지 직원을 통해 리조트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당시 리조트를 김 회장에게 매각했던 경영진도 도박공간개설 혐의로 기소돼 모두 유죄를 확정받았다. 이슬라리조트 김판형 전 대표는 리조트 카지노의 게임을 생중계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0월, 2심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았고, 항소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

전씨는 이 외에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에서 라임 관련 강제집행면탈·조세 포탈·무고 혐의로도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라임 사태가 불거졌던 2020년 이후에도 리조트 관련 횡령·배임 혐의로 피소된 적이 있다.

도당 관계자는 “전씨가 아직 유죄 확정 판결을 받진 않은 것으로 안다”며 “개인적인 사안에 대해 일일이 조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은근슬쩍 정치권 개입한 일당들
“개인적 사안이라 문제없다” 일축

이 밖에 라임서 횡령한 돈이 경기도 가평 자이 개발에 흘러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회장이 김 전 대표에게 건넨 인수 자금 일부가 자이 시행사인 서우도시개발로 흘러간 사실이 포착되면서다.

경기도 가평 대곡2지구(대곡리 390-2)에 들어선 가평 자이는 해당 지역서 청약 접수를 받은 아파트 중 가장 많은 접수 건수를 기록했다. 지난 8월 분양해 역대 최고 경쟁률인 평균 11.44대 1을 찍었다. 2019년 초 대곡리 일대를 약 70억원에 매입한 서우도시개발은 40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공교롭게도 서우도시개발의 등기상 감사인은 김 전 대표다.


2019년 재계를 흔들었던 1조7000억원 규모의 ‘라임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면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서 시작됐다. 그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위기에 몰리자 환매 중단을 선택한 사건이다.

결국, 서울회생법원 회생15부(재판장 전대규 부장판사)가 파산을 선고했다. 대규모 환매 사태는 새 국면을 맞이했다.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 국회의원과 상장사 등 유력 인사들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준 사실을 적발하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23년 9월, 라임자산운용의 특혜성 환매 의혹과 관련해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라임 사태’ 몸통 3인방 중 김 회장이 라임펀드 자금으로 필리핀 이슬라리조트 인수를 위해 295억원 이상을 유용한 혐의를 추가로 확인했다.

김 회장은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되자 환매 중단 선언 전부터 해외로 제일 먼저 도주했다. 그는 부동산 개발회사 메트로폴리탄과 23개 계열사를 운영하면서 라임으로부터 국내 부동산 개발 등의 명목으로 약 350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의 비리 관련 기록 확보를 위해 라임 사태를 재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 단성한)는 금융감독원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당시 금감원은 김 회장의 횡령 자금이 정치권 로비 등에 사용됐는지 여부도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할 사항임을 암시했다.

강원도 공동선대위원장 전씨
도박공간개설 등 혐의 논란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 김 회장은 메트로폴리탄 관련사의 대표인 채현기를 거쳐 이슬라리조트 인수 대금 형식으로 김 전 대표에게 295억원을 전달했다. 김 전 대표는 친동생 김판경을 시켜 차명계좌인 박찬봉의 계좌로 입금해 자금을 세탁했다. 이 중 일부는 지인 장영준과 전호철에게 수표와 현금 등으로 건넸다.

한편, 295억원 중 70억원을 받은 장영준은 이재명 대통령 지지단체인 ‘기본경제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출신이기도 하다. 김 전 대표가 형처럼 따르던 장씨가 2016년 5월 이슬라리조트 카지노에 51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수사 당국을 통해 밝혀졌다.

전씨는 이슬라리조트 인수 대금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피소된 사실이 확인됐다. 2020년 2월 춘천지방검찰청에 접수된 이 사건은 지난 11월19일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돼 현재 라임 수사를 담당하는 형사6부(금융증권범죄 합수부)에 배당된 상태다. 정치권 로비로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추가로 전씨는 도박공간개장죄,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 외국환거래법위반죄 혐의를 받아 춘천지검서 수사 중에 있다.

김 전 대표는 295억원 중 정치권 로비를 포함해 11명에게 분배했다. 자신은 48억원을 챙겼고, 울산법원서 사기죄로 재판받고 있는 이경춘에게 14억원, 이슬라리조트 카지노 전무 손병천에게 10억원, 춘천식구파 신창선에게 10억원, 살인 혐의로 15년형을 살고 나온 배차장파 출신 임주섭에게 10억원 등을 나눴다.

남은 돈은 가평 자이 시행사 서우도시개발법인에 투입했다. 서우도시개발 대표는 김 전 대표의 춘천고등학교 동창인 정대교다. 김 전 대표는 이 회사의 감사로, 차명계좌주인 박찬봉은 사내이사로 등재돼있다. 서우도시개발은 2020년 초 가평 자이 아파트 부지를 70억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우도시개발이 소유한 전체 아파트 대지면적은 2만3132㎡다. 등기부상 가장 큰 부지인 6899㎡에 가평 자이가 들어섰다.

소설 같은

해당 부지에 정씨가 잡힌 근저당은 30억원 정도다. 근저당이 토지 전체 가격의 50% 정도로 본다면 토지 가격은 60억~7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토지주이자 시행사인 서우도시개발은 부지를 신탁으로 넣고 국민청약아파트로 진행해 100% 분양이 됐다.

서우도시개발 재무제표를 확인한 결과, 이들에게는 400억원가량의 시행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조계에서는 “불법적으로 횡령된 돈이 들어가서 개발 행위가 벌어졌다면 수사기관서 신속히 개발회사의 배당수익금에 압류·보존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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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