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직 끝나지 않은 인천 전세사기 피해담

보증금 떼먹고 입주자 고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인천 전세사기 가해자가 점점 더 뻔뻔해지고 있다. 법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보증금 반환도 해주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을 고발한 피해자들을 오히려 역고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지만 가해자는 여전히 “돈이 없다. 마음대로 해봐라”며 철저히 피해자들을 무시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지역에 구축 빌라 247채를 보유하면서 전세사기를 벌인 정씨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고발해 봐라”며 피해자들에게 말하던 정씨는 법적 제재를 받은 이후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되돌려 주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피해자들과 또 다른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또 다른
법적 공방

앞서 <일요시사>는 ‘나쁜 집주인과 중개사 ‘임대 깡패’ 커넥션 추적’이라는 정씨의 전세사기 행보에 대해 기획취재를 진행했다. 당시 <일요시사>는 정씨가 소유한 주택을 다수 관리하는 A 중개사무소를 찾아가 정씨가 내놓은 매물 상태와 전세 계약이 진행되는 과정, 피해담 등을 다뤘다.

현재 정씨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 중 일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보험을 통해 보증금을 반환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정씨는 남은 보증금 처리에 ‘나 몰라라’로 일관 중이다. 게다가 이미 경매로 넘어간 건물을 단기 월세로 내놓으며 계속해서 이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정씨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정씨는 지난해 전세사기 혐의로 3개의 재판에 기소됐다. 정씨는 지난 1월16일 세 재판 중 한 재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남은 재판은 아직 변론준비기일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들은 구축 빌라 250여채를 가지고 사기 행각을 벌였지만, 형량이 너무 낮게 나왔다고 토로했다.

법조계서도 정씨의 형량은 터무니없이 낮다고 말한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이번 선고는 전세사기로 고소한 사람이 한 명이라 형량이 낮게 나온 거 같다”면서도 “정씨가 전세사기로 고소된 사건이 남은 만큼 추후에 사건이 병합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피해자가 한 명이라고 해도 현재 전세사기와 관련해 법정 최고형을 내리는 것을 고려할 때 이해가 안 되는 선고이긴 하다”면서도 “최근 건축왕 사건이 2심서 감형된 후 대법원서 형량이 확정된 후 추가 기소건서 법정 최고형을 받은 바 있다. 정씨 사건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사기 혐의 1건으로 징역형 집행유예
남은 재판으로 형량 증가 가능성 ↑

한 검찰 출신 변호사도 건축왕 사건을 언급하며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죄의 경우에도 피해자별 이익액이 5억원 미만의 경우 특정경제범죄법이 아니라 일반사기 경합범으로 의율하게 돼있다”며 “그 법정형이 징역 15년에 불과하다는 실정법의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고는 피해자가 한 명이고 이익액도 1억원대라는 점이 낮은 형량의 이유로 보인다. 다만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낙인이 찍혀있는 점 등을 볼 때 추가 기소 사건서 법정 최고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도 지난 1월20일 정씨의 형량이 낮다고 판단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전세사기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는 기조를 띄고 있다. 현행 사기죄 형량은 10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에는 경합범 가중을 통해 징역 15년까지 처벌할 수 있다. 이는 2011년 설정·시행됐는데, 이후 권고 형량 범위가 수정되지 않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이하 양형위)는 범죄 양상이나 국민 인식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사기 등 조직적 사기 유형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지난해 4월 사기 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 마련에 돌입했다.

양형위는 수정안에서 이득액 300억원 이상 일반 사기와 이득액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의 조직적 사기 가중영역 상한을 징역 17년으로 상향하면서 죄질이 무거운 경우 특별 조정을 통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인 조직적 사기도 징역 11년 이상이었던 가중영역을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양형위는 또 감경 요소 중 ‘공탁 포함’ 문구를 삭제해 실질적 피해 회복이 이뤄진 경우 등만 감경 사유로 참작하기로 했다.

형량 증가
가능성은?

수정안에 따르면 정씨는 추가 기소건으로 징역 17년형이 나올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전세사기로 가장 많은 형량을 받은 일당은 이른바 ‘건축왕’ 일당이다. 건축왕은 처음 기소된 사건서 7년형을 확정받았으며 추가 기소된 사건에선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손승범) 20일 열린 선고공판서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축왕 남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공범 30명 중 15명에게는 무죄를, 나머지 15명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결심공판서 남씨에게 무기징역을, 공범 30명에게는 징역 2∼1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남씨의 사기 혐의 액수 305억원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남씨가 2021년 3월 1일부터 피해자들의 임대차보증금을 적시에 반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이 시점을 기준으로 신규 임대차 계약금, 임대차 계약금의 증액분만 편취 금액(총 174억원)으로 인정했다.

범죄단체조직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이 전세사기를 위해 범죄단체를 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건축왕 일당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372채의 전세 보증금 305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건축왕은 2018년 1월 동해 망상지구 사업 부지를 확보하려고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공사 대금 40억원을 빼돌리는 등 회사 대금 총 117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적반하장
표리부동

건축왕은 처음 기소된 사건(191채·148억원) 1심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지난해 8월 진행된 항소심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된 후 대법원서 형량이 확정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씨는 피해자들과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이다. 피해자 A씨는 정씨를 강제집행면탈죄로 신고했다. 정씨가 돈이 없다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으면서도 부동산을 통해 불법적인 단기월세 이익을 취득하고 있다는 것이 고발의 주요 골자였다.

A씨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현재 단기월세를 살고 있는 또 다른 피해자 B씨의 월세 계약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강제집행면탈죄는 형법 제327조에 명시돼있다. 강제집행면탈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를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전세금 반환 소송서 승소하면 집주인이 가진 돈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을 강제로 처분해 전세금을 변제받을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집주인이 전세사기라는 점이 인정되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니, 정씨의 채무 상태에 따라 그가 소유한 주택을 부동산 경매로 강제로 넘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봤다.

피해자가 강제집행면탈 고소하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맞고소

이어 “정씨가 해당 건물의 권리를 명목상으로라도 부동산에 일임하고 뒤에서 단기월세를 현금으로 받았다면 강제집행면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이를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경찰이 불송치하자 정씨는 기다렸다는 듯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무고죄로, 월세 계약서를 유출한 B씨를 개인정보유출죄로 고소했다.

경찰은 현재 A씨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무고죄는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B씨의 개인정보유출은 혐의가 있다며 송치할 계획이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수사하던 경찰은 “공익을 위해서 제보한 것은 맞지만 개인정보유출은 유죄가 성립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공익 목적의 내부 고발이더라도 피고발인 동의 없이 다른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해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유죄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도 있다.

앞서 부산지법 형사12단독 지현경 판사는 지난해 11월7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씨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원 B씨가 근무수당을 부정 수급했다며 B씨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한 고발장을 경찰서에 제출했다.

A씨는 회사에서 특정 목적으로 발송한 공문에 나온 B씨 개인정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해당 판례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가 공익 목적으로 고발을 진행했지만 결국 개인정보유출로 벌금형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여주기식
합의 요청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정씨는 남은 전세사기 재판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피해자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합의를 통해서 형량을 낮추려고 수사기관에 피해자들의 연락처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피해자들이 정씨에게 연락하자 “줄 돈이 없다” “너 앞길이나 잘살아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사기관에는 반성하는 듯 합의를 하려는 모습을 보여 감형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된다.

정씨의 이 같은 행보에 관해 <일요시사>가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이런 정씨의 모습에 엄벌탄원서를 받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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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