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직 끝나지 않은 인천 전세사기 피해담

보증금 떼먹고 입주자 고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인천 전세사기 가해자가 점점 더 뻔뻔해지고 있다. 법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보증금 반환도 해주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을 고발한 피해자들을 오히려 역고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지만 가해자는 여전히 “돈이 없다. 마음대로 해봐라”며 철저히 피해자들을 무시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지역에 구축 빌라 247채를 보유하면서 전세사기를 벌인 정씨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고발해 봐라”며 피해자들에게 말하던 정씨는 법적 제재를 받은 이후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되돌려 주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피해자들과 또 다른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또 다른
법적 공방

앞서 <일요시사>는 ‘나쁜 집주인과 중개사 ‘임대 깡패’ 커넥션 추적’이라는 정씨의 전세사기 행보에 대해 기획취재를 진행했다. 당시 <일요시사>는 정씨가 소유한 주택을 다수 관리하는 A 중개사무소를 찾아가 정씨가 내놓은 매물 상태와 전세 계약이 진행되는 과정, 피해담 등을 다뤘다.

현재 정씨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 중 일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보험을 통해 보증금을 반환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정씨는 남은 보증금 처리에 ‘나 몰라라’로 일관 중이다. 게다가 이미 경매로 넘어간 건물을 단기 월세로 내놓으며 계속해서 이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정씨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정씨는 지난해 전세사기 혐의로 3개의 재판에 기소됐다. 정씨는 지난 1월16일 세 재판 중 한 재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남은 재판은 아직 변론준비기일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들은 구축 빌라 250여채를 가지고 사기 행각을 벌였지만, 형량이 너무 낮게 나왔다고 토로했다.

법조계서도 정씨의 형량은 터무니없이 낮다고 말한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이번 선고는 전세사기로 고소한 사람이 한 명이라 형량이 낮게 나온 거 같다”면서도 “정씨가 전세사기로 고소된 사건이 남은 만큼 추후에 사건이 병합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피해자가 한 명이라고 해도 현재 전세사기와 관련해 법정 최고형을 내리는 것을 고려할 때 이해가 안 되는 선고이긴 하다”면서도 “최근 건축왕 사건이 2심서 감형된 후 대법원서 형량이 확정된 후 추가 기소건서 법정 최고형을 받은 바 있다. 정씨 사건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사기 혐의 1건으로 징역형 집행유예
남은 재판으로 형량 증가 가능성 ↑

한 검찰 출신 변호사도 건축왕 사건을 언급하며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죄의 경우에도 피해자별 이익액이 5억원 미만의 경우 특정경제범죄법이 아니라 일반사기 경합범으로 의율하게 돼있다”며 “그 법정형이 징역 15년에 불과하다는 실정법의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고는 피해자가 한 명이고 이익액도 1억원대라는 점이 낮은 형량의 이유로 보인다. 다만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낙인이 찍혀있는 점 등을 볼 때 추가 기소 사건서 법정 최고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도 지난 1월20일 정씨의 형량이 낮다고 판단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전세사기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는 기조를 띄고 있다. 현행 사기죄 형량은 10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에는 경합범 가중을 통해 징역 15년까지 처벌할 수 있다. 이는 2011년 설정·시행됐는데, 이후 권고 형량 범위가 수정되지 않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이하 양형위)는 범죄 양상이나 국민 인식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사기 등 조직적 사기 유형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지난해 4월 사기 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 마련에 돌입했다.

양형위는 수정안에서 이득액 300억원 이상 일반 사기와 이득액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의 조직적 사기 가중영역 상한을 징역 17년으로 상향하면서 죄질이 무거운 경우 특별 조정을 통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인 조직적 사기도 징역 11년 이상이었던 가중영역을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양형위는 또 감경 요소 중 ‘공탁 포함’ 문구를 삭제해 실질적 피해 회복이 이뤄진 경우 등만 감경 사유로 참작하기로 했다.

형량 증가
가능성은?

수정안에 따르면 정씨는 추가 기소건으로 징역 17년형이 나올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전세사기로 가장 많은 형량을 받은 일당은 이른바 ‘건축왕’ 일당이다. 건축왕은 처음 기소된 사건서 7년형을 확정받았으며 추가 기소된 사건에선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손승범) 20일 열린 선고공판서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축왕 남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공범 30명 중 15명에게는 무죄를, 나머지 15명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결심공판서 남씨에게 무기징역을, 공범 30명에게는 징역 2∼1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남씨의 사기 혐의 액수 305억원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남씨가 2021년 3월 1일부터 피해자들의 임대차보증금을 적시에 반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이 시점을 기준으로 신규 임대차 계약금, 임대차 계약금의 증액분만 편취 금액(총 174억원)으로 인정했다.

범죄단체조직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이 전세사기를 위해 범죄단체를 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건축왕 일당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372채의 전세 보증금 305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건축왕은 2018년 1월 동해 망상지구 사업 부지를 확보하려고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공사 대금 40억원을 빼돌리는 등 회사 대금 총 117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적반하장
표리부동

건축왕은 처음 기소된 사건(191채·148억원) 1심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지난해 8월 진행된 항소심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된 후 대법원서 형량이 확정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씨는 피해자들과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이다. 피해자 A씨는 정씨를 강제집행면탈죄로 신고했다. 정씨가 돈이 없다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으면서도 부동산을 통해 불법적인 단기월세 이익을 취득하고 있다는 것이 고발의 주요 골자였다.

A씨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현재 단기월세를 살고 있는 또 다른 피해자 B씨의 월세 계약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강제집행면탈죄는 형법 제327조에 명시돼있다. 강제집행면탈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를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전세금 반환 소송서 승소하면 집주인이 가진 돈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을 강제로 처분해 전세금을 변제받을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집주인이 전세사기라는 점이 인정되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니, 정씨의 채무 상태에 따라 그가 소유한 주택을 부동산 경매로 강제로 넘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봤다.


피해자가 강제집행면탈 고소하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맞고소

이어 “정씨가 해당 건물의 권리를 명목상으로라도 부동산에 일임하고 뒤에서 단기월세를 현금으로 받았다면 강제집행면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이를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경찰이 불송치하자 정씨는 기다렸다는 듯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무고죄로, 월세 계약서를 유출한 B씨를 개인정보유출죄로 고소했다.

경찰은 현재 A씨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무고죄는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B씨의 개인정보유출은 혐의가 있다며 송치할 계획이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수사하던 경찰은 “공익을 위해서 제보한 것은 맞지만 개인정보유출은 유죄가 성립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공익 목적의 내부 고발이더라도 피고발인 동의 없이 다른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해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유죄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도 있다.

앞서 부산지법 형사12단독 지현경 판사는 지난해 11월7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씨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원 B씨가 근무수당을 부정 수급했다며 B씨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한 고발장을 경찰서에 제출했다.

A씨는 회사에서 특정 목적으로 발송한 공문에 나온 B씨 개인정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해당 판례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가 공익 목적으로 고발을 진행했지만 결국 개인정보유출로 벌금형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여주기식
합의 요청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정씨는 남은 전세사기 재판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피해자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합의를 통해서 형량을 낮추려고 수사기관에 피해자들의 연락처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피해자들이 정씨에게 연락하자 “줄 돈이 없다” “너 앞길이나 잘살아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사기관에는 반성하는 듯 합의를 하려는 모습을 보여 감형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된다.

정씨의 이 같은 행보에 관해 <일요시사>가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이런 정씨의 모습에 엄벌탄원서를 받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