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직 끝나지 않은 인천 전세사기 피해담

보증금 떼먹고 입주자 고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인천 전세사기 가해자가 점점 더 뻔뻔해지고 있다. 법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보증금 반환도 해주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을 고발한 피해자들을 오히려 역고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지만 가해자는 여전히 “돈이 없다. 마음대로 해봐라”며 철저히 피해자들을 무시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지역에 구축 빌라 247채를 보유하면서 전세사기를 벌인 정씨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고발해 봐라”며 피해자들에게 말하던 정씨는 법적 제재를 받은 이후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되돌려 주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피해자들과 또 다른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또 다른
법적 공방

앞서 <일요시사>는 ‘나쁜 집주인과 중개사 ‘임대 깡패’ 커넥션 추적’이라는 정씨의 전세사기 행보에 대해 기획취재를 진행했다. 당시 <일요시사>는 정씨가 소유한 주택을 다수 관리하는 A 중개사무소를 찾아가 정씨가 내놓은 매물 상태와 전세 계약이 진행되는 과정, 피해담 등을 다뤘다.

현재 정씨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 중 일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보험을 통해 보증금을 반환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정씨는 남은 보증금 처리에 ‘나 몰라라’로 일관 중이다. 게다가 이미 경매로 넘어간 건물을 단기 월세로 내놓으며 계속해서 이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정씨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정씨는 지난해 전세사기 혐의로 3개의 재판에 기소됐다. 정씨는 지난 1월16일 세 재판 중 한 재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남은 재판은 아직 변론준비기일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들은 구축 빌라 250여채를 가지고 사기 행각을 벌였지만, 형량이 너무 낮게 나왔다고 토로했다.

법조계서도 정씨의 형량은 터무니없이 낮다고 말한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이번 선고는 전세사기로 고소한 사람이 한 명이라 형량이 낮게 나온 거 같다”면서도 “정씨가 전세사기로 고소된 사건이 남은 만큼 추후에 사건이 병합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피해자가 한 명이라고 해도 현재 전세사기와 관련해 법정 최고형을 내리는 것을 고려할 때 이해가 안 되는 선고이긴 하다”면서도 “최근 건축왕 사건이 2심서 감형된 후 대법원서 형량이 확정된 후 추가 기소건서 법정 최고형을 받은 바 있다. 정씨 사건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사기 혐의 1건으로 징역형 집행유예
남은 재판으로 형량 증가 가능성 ↑

한 검찰 출신 변호사도 건축왕 사건을 언급하며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죄의 경우에도 피해자별 이익액이 5억원 미만의 경우 특정경제범죄법이 아니라 일반사기 경합범으로 의율하게 돼있다”며 “그 법정형이 징역 15년에 불과하다는 실정법의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고는 피해자가 한 명이고 이익액도 1억원대라는 점이 낮은 형량의 이유로 보인다. 다만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낙인이 찍혀있는 점 등을 볼 때 추가 기소 사건서 법정 최고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도 지난 1월20일 정씨의 형량이 낮다고 판단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전세사기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는 기조를 띄고 있다. 현행 사기죄 형량은 10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에는 경합범 가중을 통해 징역 15년까지 처벌할 수 있다. 이는 2011년 설정·시행됐는데, 이후 권고 형량 범위가 수정되지 않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이하 양형위)는 범죄 양상이나 국민 인식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사기 등 조직적 사기 유형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지난해 4월 사기 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 마련에 돌입했다.

양형위는 수정안에서 이득액 300억원 이상 일반 사기와 이득액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의 조직적 사기 가중영역 상한을 징역 17년으로 상향하면서 죄질이 무거운 경우 특별 조정을 통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인 조직적 사기도 징역 11년 이상이었던 가중영역을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양형위는 또 감경 요소 중 ‘공탁 포함’ 문구를 삭제해 실질적 피해 회복이 이뤄진 경우 등만 감경 사유로 참작하기로 했다.

형량 증가
가능성은?

수정안에 따르면 정씨는 추가 기소건으로 징역 17년형이 나올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전세사기로 가장 많은 형량을 받은 일당은 이른바 ‘건축왕’ 일당이다. 건축왕은 처음 기소된 사건서 7년형을 확정받았으며 추가 기소된 사건에선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손승범) 20일 열린 선고공판서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축왕 남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공범 30명 중 15명에게는 무죄를, 나머지 15명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결심공판서 남씨에게 무기징역을, 공범 30명에게는 징역 2∼1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남씨의 사기 혐의 액수 305억원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남씨가 2021년 3월 1일부터 피해자들의 임대차보증금을 적시에 반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이 시점을 기준으로 신규 임대차 계약금, 임대차 계약금의 증액분만 편취 금액(총 174억원)으로 인정했다.

범죄단체조직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이 전세사기를 위해 범죄단체를 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건축왕 일당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372채의 전세 보증금 305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건축왕은 2018년 1월 동해 망상지구 사업 부지를 확보하려고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공사 대금 40억원을 빼돌리는 등 회사 대금 총 117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적반하장
표리부동

건축왕은 처음 기소된 사건(191채·148억원) 1심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지난해 8월 진행된 항소심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된 후 대법원서 형량이 확정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씨는 피해자들과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이다. 피해자 A씨는 정씨를 강제집행면탈죄로 신고했다. 정씨가 돈이 없다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으면서도 부동산을 통해 불법적인 단기월세 이익을 취득하고 있다는 것이 고발의 주요 골자였다.

A씨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현재 단기월세를 살고 있는 또 다른 피해자 B씨의 월세 계약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강제집행면탈죄는 형법 제327조에 명시돼있다. 강제집행면탈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를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전세금 반환 소송서 승소하면 집주인이 가진 돈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을 강제로 처분해 전세금을 변제받을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집주인이 전세사기라는 점이 인정되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니, 정씨의 채무 상태에 따라 그가 소유한 주택을 부동산 경매로 강제로 넘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봤다.


피해자가 강제집행면탈 고소하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맞고소

이어 “정씨가 해당 건물의 권리를 명목상으로라도 부동산에 일임하고 뒤에서 단기월세를 현금으로 받았다면 강제집행면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이를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경찰이 불송치하자 정씨는 기다렸다는 듯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무고죄로, 월세 계약서를 유출한 B씨를 개인정보유출죄로 고소했다.

경찰은 현재 A씨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무고죄는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B씨의 개인정보유출은 혐의가 있다며 송치할 계획이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수사하던 경찰은 “공익을 위해서 제보한 것은 맞지만 개인정보유출은 유죄가 성립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공익 목적의 내부 고발이더라도 피고발인 동의 없이 다른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해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유죄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도 있다.

앞서 부산지법 형사12단독 지현경 판사는 지난해 11월7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씨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원 B씨가 근무수당을 부정 수급했다며 B씨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한 고발장을 경찰서에 제출했다.

A씨는 회사에서 특정 목적으로 발송한 공문에 나온 B씨 개인정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해당 판례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가 공익 목적으로 고발을 진행했지만 결국 개인정보유출로 벌금형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여주기식
합의 요청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정씨는 남은 전세사기 재판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피해자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합의를 통해서 형량을 낮추려고 수사기관에 피해자들의 연락처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피해자들이 정씨에게 연락하자 “줄 돈이 없다” “너 앞길이나 잘살아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사기관에는 반성하는 듯 합의를 하려는 모습을 보여 감형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된다.

정씨의 이 같은 행보에 관해 <일요시사>가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이런 정씨의 모습에 엄벌탄원서를 받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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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