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검사 시절 아내 부동산 차명 관리 등 위법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새 정부의 검증 실패가 드러났다. 2016년 900억 투자사기범 이희진의 변호를 맡은 사실도 재조명받고 있다. 그의 변호사 이력은 이른바, ‘범털’들과 함께했다.

지난 12일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오 전 수석은 지난 8일 임명된 직후 차명 부동산 보유, 차명 대출 의혹이 불거져 여권에서도 사퇴 요구가 제기됐다. 이에 부담을 느낀 오 전 수석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했다.
계속 나오는
의혹과 논란
앞서 오 전 수석의 부인은 대학 동문 A씨에게 부동산을 팔았는데, 실제로는 소유권을 돌려받기로 약정한 명의신탁이었다고 한다. 오 전 수석은 검사장으로 승진해 재산공개 대상이 된 뒤 이 부동산을 신고에서 누락시켜 논란을 키웠다. 고위 공직자 비리를 감시할 민정수석의 흠결이 드러난 것이다.
오 전 수석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7년 11월 A씨 명의로 저축은행으로부터 15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출 담보는 오 전 수석 부인의 부동산이었고, 이를 A씨에게 명의 신탁했다. 오 전 수석은 대출금 전액을 자신이 사용하고 직접 반환할 것이라는 확인서도 A씨에게 따로 써줬다.
하지만 상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저축은행 사주인 B씨가 자신이 실제 차용자라면서 2013년, 15억원 가운데 8억원을 갚았다. 2019년 A씨는 오 전 수석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오 전 수석이 A씨에게 2억7000만원을 갚으라고 판결했다.
부인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에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던 오 전 수석은 차명 대출 의혹에는 아직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부 부적절한 처신은 있었지만, 오 전 수석 본인이 안타까움을 잘 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여당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박지원 의원은 채널A 유튜브 방송에서 “재산 문제에 대해 투명하게 (하자는) 지금 젊은 세대하고 다르다.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대통령께서 지명한 인사이기 때문에 다른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 한 국민들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친구 바지 세워 15억 대출
아내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
이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인사 검증을 맡는 민정수석이 오히려 인사 논란 핵심에 놓이자 오 전 수석의 거취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통령 측근인 김영진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오 전 수석이 국민 눈높이에 적절했는지 얘기했고, 그에 따라 국민의 판단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수석의 변호사 이력도 부정적 여론을 조성했다.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의 변호를 맡았으며, 도이치모터스 공범과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일단 새 정부 출범의 기대감은 인사 검증에서부터 줄어든 분위기다. 민정수석은 대통령실의 인사와 사정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보직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도 아니어서 임명되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사전 검증이 중요하다.
오 전 수석은 2013년 대구지검장을 지낸 검사 출신이다. 2016년 변호사로 개업한 후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있었다. 변호사 개업 후 문제적 행적은 2018년 법무법인 인월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월의 공동대표였던 송창진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이종호를 변호했다.
이종호는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삼부 내일 체크”라는 발언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여기서 ‘삼부’는 삼부토건을 지칭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종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설계자 역할을 했던 핵심 인물이다. 송창진이 이종호를 변호한 사실은 그가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명된 후 문제가 됐다.
자신이 과거 변호했던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송창진은 채상병 사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으며 공수처를 떠났다.
구하는
과정이…
오 전 수석은 송창진과 함께 법무법인 인월을 공동으로 운영했다. 불편한 행적은 2016년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이희진은 2015~2016년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하며 비상장 주식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로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2016년 7월24일 이희진 피해자 모임이 발족했고, 검찰은 그해 8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9월5일 이희진을 긴급체포했다.
이희진이 변호사를 구하는 과정부터 석연치 않다. 이희진의 변호사 선임을 중개한 인물은 이준수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이후 계좌를 이어받아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의 계좌를 관리했던 핵심 인물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핵심 공범이 이희진의 변호사 선임을 중개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선임된 변호사가 바로 오 전 수석과 송창진이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두 변호사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이희진과 동생 이희문의 변호를 담당했다. 기소 이전부터 이미 변호인으로 선임돼있었다.
<더탐사>가 법무법인 대륙아주 직원과 통화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오 전 수석 측에서도 이희진 사건을 맡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준수의 소개가 아니라 “이희진이 직접 검색을 통해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법원 사건 검색에서도 이희진과 이희문이 오 전 수석과 송창진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나온다.
이준수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았지만,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조사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이준수 뒤에 김건희와 오 전 수석이 있기에 검찰이 수사를 회피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시 등장한
김건희 라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 이준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희진의 진술과 다른 증인들의 증언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증인은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하는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희문도 “변호사 소개비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을 몰랐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이 “누구를 상대로 로비한다거나 술값 등을 쓴다고도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식 사기꾼 이희진은 전관 출신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눈길을 끌었다. 2016년 이희진의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린 변호사는 모두 10명이다. 법조계에선 단일 사건에 10명의 변호사를 투입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앞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희진을 변호했던 변호사 4명은 검찰 출신이었다. 대구지검과 청주지검에서 지검장을 지낸 오 전 수석과 송창진 등이다. 변호인 대부분이 전관 출신이다.
지영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인천지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냈고, 손병준 변호사는 대전지법 부장판사 출신이다. 이주헌 변호사는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 판사로 근무했다.
이 사건을 처음 배당받았던 서울남부지법 형사12합의부 최의호 부장판사와 학연으로 이어진 이들도 있다. 연수원 동기가 2명 있고 고등학교 후배가 1명 있다. 최 부장판사는 이 때문에 재판부 교체를 신청했다. 지금은 형사11부로 사건이 재배당됐다.
2016년 900억 투자사기 이희진
도이치모터스 이종수가 소개?
이처럼 화려한 경력의 전관 변호사들을 선임하는 데 드는 막대한 선임료의 출처도 의문이다. 검찰은 300억원대에 이르는 이희진의 재산을 추징 보전한 상태였다. 이희진은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을 처분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처지다.
과거 이희진은 자신의 재산을 1000억원대라고 과시해 왔다. 상당한 재산을 미리 빼돌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희진은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사인 ‘미라클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2014년 7월부터 167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고 판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또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투자자들로부터 240억원을 모은 유사수신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자신이 미리 사둔 헐값의 비상장 주식을 회원들에게 비싸게 되팔아 150억원 이상을 챙겼다.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고 방송사 관계자에게 금품을 건네고 경제 방송에 주식투자 전문가로 출연했다는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한편, 2013년 오 전 수석이 대구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대구고검에서 근무했다. 두 사람이 같은 지역에서 검찰 수뇌부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진법사가 포스코 관련 민원을 위해 오 전 수석을 만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오 전 수석은 “포스코 관련 수사를 한 기억이 없다”며 “건진이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대구지검에서 포스코 계열사 관련 수사가 있었던 것은 보도자료로 확인된 사실이다. 지검장이 보도자료까지 낼 정도의 큰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회피한 것이다.
수임료
얼마나?
이종호를 변호한 송창진과의 협업, 이준수를 통한 변호사 소개 의혹,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오 전 수석이 적절했을지 의문이 든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민의 힘으로 내란에 저항하고 희망의 세상을 연 국민이 역사적 대장정의 주역”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을 약속한 정부가 법조 카르텔과 연결된 인물을 핵심 보직에 앉힌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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