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제자리’ 북아현3구역,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5.27 17:49:32
  • 호수 1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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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도 못 뜨고…공사비 4배 뛰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일대 재개발사업이 10년 이상 정체돼 사업비만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조합 집행부 구성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사업 진행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분담금은 결국 조합의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북아현뉴타운’의 마지막 퍼즐인 북아현3구역 재개발 지역의 사업비 추산액이 8207억원서 3조3623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3월 북아현3구역 조합은 ‘북아현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 및 공익사업인정 의제를 위한 공람’을 공고했다. 

몸살

해당 공고에 따르면 북아현3구역 재개발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1106가구 늘어나 총 정비사업비도 4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북아현3구역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조합 지도부의 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겪는 동안 15년이 흘러 이 지경이 됐다”고 토로했다.

2008년 2월 구역을 지정한 북아현3구역은 그해 9월 조합설립인가를 얻었다. 2011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2012년 조합원 분양 신청까지 마치는 등 초기에는 빠른 사업 진행 속도를 보였다. 그러나 조합장 비리 이슈와 더불어 분양 신청 결과 현금 청산자가 쏟아지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었다.

이후 2019년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했으나, 바뀐 조합 지도부도 비리 의혹을 겪으며 새 조합장을 선출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실상 15년 가까이 내홍에 시달려오면서 공사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업이 지체된 사이 공사비도 크게 올랐다. 2011년 최초 사업시행인가 당시 공사비는 3.3㎡당 300만원대였으나 최근 750만원으로 재산정됐다. 

공사비가 늘면서 조합원의 부담도 커졌다. 공사비가 3.3㎡당 750만원일 경우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은 최소 2억원에서 많게는 5억원 이상 늘어난다. 조합원 평균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기존 5억4000만원서 9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또 층수는 낮추고, 가구 수는 늘었다. 북아현3구역은 지하 6층~지상 32층, 47개동, 4739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당초 계획은 최고 35층, 3633가구 규모였다. 정비사업비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조합 지도부의 책임론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앞서 1·2대 집행부는 모두 비리 문제로 교체됐고, 3대 집행부도 검찰에 넘겨진 바 있다. 용역업체 선정 과정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한 점도 드러났다. 조합은 공사비 증가에 대해 “8200억원은 2011년 9월 당시의 금액”이라며 “13년 기간을 거치고 가구 수도 1000가구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북아현3구역 조합은 지난 3월30일 정기총회를 열고 조합장 A씨를 비롯한 감사, 이사의 재선임을 결정했다. 일부 주민들은 조합 지도부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기존 조합장과 임원을 교체해야 된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서대문구청도 서울서부지검에 북아현3구역 재개발 조합장을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비대위, 조합장 연임에 불만 드러내
8207억원서 3조3623억원으로 ‘껑충’


비대위의 고발에도 모두 무혐의 처리된 데 이어 기존 조합장과 임원진이 지난 3월30일 조합총회를 거쳐 연임이 결정됐다. 조합은 시에 사업 시행계획 변경 인가를 받은 뒤 조합원에게 분양 신청을 할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일부 비대위에 고소와 고발로 내부적으로 진통이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무혐의를 받은 상태”라며 “연내에는 관리처분 인가를 받을 예정으로 일정대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대위 등은 공사비 증가의 원인이 조합 지도부에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조합원들은 고분양가와 추가 분담금 우려로 인해 북아현3구역 정상화추진위원회(이하 정상화추진위)를 만들었다.

정상화추진위는 “34평(84㎡) 조합원 예상 분양가는 5억4000만원서 9억8000만원으로 늘어난다”며 “이대로라면 내 땅, 내 건물을 다 주고도 2억, 5억, 8억원을 더 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조합원에게 분담금을 폭탄 돌리기 할 것이 뻔하고, 2027년 입주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재개발 사업은 조합원들과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각에선 북아현3구역 조합장 A씨가 재개발사업의 목적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측은 “A씨가 조합장이었던 북아현1-2 구역 과선교의 공사비를 과도하게 부풀렸다”고 말했다. 

북아현 과선교는 북아현동 1011-10번지 일대 북아현1-1구역과 1-2구역을 연결하는 다리다. 1-1구역과 1-2구역 사이에는 경의중앙선 철로가 자리해 있다. 북아현 과선교 착공은 구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당초 과선교 공사는 A씨의 전 사업장인 1-2구역의 사업시행인가 조건이었다. 

지난 2014년 첫 사업계획이 세워졌지만, 과도한 공사비 책정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최초 계약은 59억원 정도였으며, 1-2구역이 준공인가를 받을 때 건설비 보증조건으로 구청에 예치한 금액은 13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북아현1-2구역 조합장이었던 A씨가 북아현3구역에 조합장으로 당선된 이후 2020년 공사비가 250억대로 불어났다.

해당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기존 130억 예치금, 3구역 현금기부채납금액 83억원도 모자라 서울시 또는 서대문구청 세금을 써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와중에 1-1구역에 힐스테이트가 완공되고, 어린이들의 통학로 확보 등의 집단 민원이 발생했다.

분양가도 5억4000만원→9억8000만원
시간 끌기? 비용만 불린 ‘침대 조합’

2022년 이성헌 구청장이 당선되면서 A씨가 과선교 공사비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구청장의 지시로 과선교 공사비를 재분석한 결과, 250억원서 139억원으로 줄었다. 결국 2022년 9월 조달청에 의뢰해 당초 건설사가 요구한 공사비 250억원을 139억원대로 낮춰 계약했다.

이 구청장은 “공사비를 부풀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돼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롭게 구청이 발주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과선교 공사는 올해 12월 완료할 계획이다.

북아현3구역 비대위 측은 “조합장이 공사비를 부풀려서 공사가 지연됐고, 이로 인해 발생한 민원과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북아현3구역은 83억원 이상을 부담하게 생겼다”며 “북아현3구역 조합원들이 고스란히 비용부담을 넘겨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서대문구청 측은 북아현3구역의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한 사례를 모아 경찰에 조합 지도부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게 된 것이다.

한편, 비대위 측은 A씨의 연임 과정도 문제삼았다. 지난해 12월 조합원 중 10% 이상이 서대문구청장에게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을 청원했다. 올해 4월 임기 만료를 앞둔 A씨의 재선임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에 서대문구청장은 북아현3구역 조합에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의뢰할 것을 요청했다.

북아현3구역 조합은 지난 1월 대의원회를 개최해 선임총회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을 서대문구청장에게 의뢰하는 안건을 의결하고 공문을 발송했다. 

서대문구청장은 지난 2월 선거관리위원을 구성해 북아현3구역 조합에 통보했고, 제1차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구성 공고까지 했다.

북아현3구역 조합 집행부는 위 선거관리위원회에 ‘연임 선거’를 관리할 것을 요구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선임 선거’를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라며 양측이 대립하게 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임 선거를 위한 절차를 공고했으나, 조합 측은 긴급 대의원회를 개최해 선임총회 과정을 공고한 선거관리위원을 해임했다.

이후 별도의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연임 선거를 주관하도록 했으며 지난 3월30일 총회를 통해 A씨의 연임안을 통과시켰다.


새는 돈

한편, 비대위 측은 현 조합 집행부로는 사업 진행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오는 6월 해임총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이를 공고했다. 비대위 측은 “조합이 약속한 5월 말 사업시행인가를 받는다면 즉시 해임총회를 철회할 것이며 조합사업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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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해외순방을 떠났다. 그에 맞는 성과를 낸다면 우주라도 갈 수 있다지만, 여태까지 성적표는 처참해,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1호 영업사원’의 의미가 대통령 부부와는 달랐던 걸까? 오히려 나갔다 하면 터지는 사고로 불안할 지경이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 공항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첫 순방지인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시작은 화려하게 서울 공항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나와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한 회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밝은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에코백을 들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공군 1호기에 올라 각각 손 인사와 목례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순방국인 투르크메니스탄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에게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의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대한민국 간 관계의 확대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본 구상을 구현하는 데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양국 간 공동성명에는 가스 및 화학, 조선, 섬유, 운송, 정보통신, 환경보호 등 분야서 협력 강화도 담겨있다. 해외순방이 잘 끝나면 좋지만, 이번 해외순방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여태까지의 실적보다는 리스크가 더 컸다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고 지칭한 윤 대통령의 위신은 무너진 지 오래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김 여사가 동행하는 데 대해 ‘검찰 수사 회피용 외유’라고 규정했다. 한 번 나갔다 하면 터지는 논란 총선 이후 숨었다가 해외서 등장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디올백 수수 영상이 공개된 뒤 4·10 총선 ‘도둑 투표’서 보듯이 국민과 언론의 눈을 피해 꼭꼭 숨어다니더니, 이제 대놓고 활보한다. 검찰을 향해 ‘어디서 감히? 소환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양주, 고급 화장품을 대가성 뇌물로 제공한 최재영 목사를 소환해 다수의 증거와 증언을 이미 확보했다. 따라서 김 여사는 대가성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는 피의자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어 “공범들은 이미 처벌받았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에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수익이 23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언제까지 김 여사 소환조사를 미룰 건가? 청탁성 선물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는 억지 주장을 듣고만 있을 것이냐”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검찰은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피해 가는 ‘특권계급’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언론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해도 믿는 국민은 없다. 아무리 달달한 말을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 앞에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무사히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한다. 귀국 즉시, 요새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심이 많은 기내 식비와 음료, 술값 내역을 꼭 공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여사는 검찰이 귀국 뒤에도 소환하지 않거든 서울중앙지검에 제 발로 찾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검찰 소환을 피하려고 외유를 택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여태까지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서 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던 것에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논란은 독일·덴마크 해외순방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2월18일 윤 대통령은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지난 2월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 일정인 독일과 덴마크 방문 계획이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연기됐다. 과거에도 순방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순방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간인은 왜 태워? 독일 주요 종합지와 방송사는 윤 대통령의 방문 연기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 온라인 언론이 <로이터 통신>의 단신을 번역해 소개했다. 덴마크서 발행되는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실과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실도 별다른 언급이나 공식적인 설명하지 않았다. 독일과 덴마크 국민은 한국의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분위기였다. 외신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순방 연기 소식을 전했던 <로이터 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 때문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은 4‧10 총선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대통령 내외가 성과도 없이 너무 잦은 해외순방을 하고 있다고 야당이 비판하고 있고, 특히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는 과정이 담긴 몰래카메라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다”며 디올백 사건이 연기 결정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전했다. 반면 현지 한인 교민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전례가 없는 일에 황당해했다. 현지 한국 공관들은 해외순방이 있기 한 달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동포 행사 보조요원을 모집했고, 교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비공식 공지까지 한 상황이었다. 독일 일정의 경우 수도인 베를린에 있는 독일대사관이 아닌 독일 중북부에 있는 함부르크 총영사관이 행사 요원을 모집한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곳에서 있을 만찬은 독일과 유럽의 귀빈들이 주로 참석하는 사교 파티 형식이어서 대통령 부부가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든 게 돌연 취소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 불거졌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취소한 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1일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최형찬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 대사를 불러 국빈 방문 경호와 의전을 둘러싼 한국의 다양한 요구에 ‘우려와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경호상의 필요를 이유로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까지 요구한 것 등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 불만을 표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기밀 시설 ‘클린룸’ 방문 일정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정해진 제한 인원 이상의 방문을 요구한 데 대한 우려도 컸다. 한 소식통은 “네덜란드가 상대국 정상의 방문을 앞두고 주재 대사를 불러 항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최 대사와 네덜란드 측 간 협의는 국빈 방문이 임박한 시점서 일정 및 의전 관련 세부적인 사항들을 신속하게 조율하기 위한 목적서 이뤄진 소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빈 방문이 ‘대통령의 외교’가 아닌 화려한 의전만 챙기는 ‘왕의 외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대통령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는데,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한 채 수도 빌뉴스의 명품 편집매장에 들린 것이 문제가 됐다. 리투아니아 매체 <15min>은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김 여사)는 50세의 스타일 아이콘 :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서 일정 중 유명한 상점에 방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두 브롤리아이(Du Broliai)’라는 매장(명품 브랜드 편집숍)에 방문한 사진이 담겼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총 16명을 대동한 채 매장에 왔고, 김 여사가 쇼핑하는 동안 6명의 경호원이 매장 앞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배치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브롤리아이 관계자는 김 여사 일행이 매장 방문 이후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서 추가로 물건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무엇을 샀고 얼마어치를 샀는지는 기밀”이라고 말했다. 해당 일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상점을 방문한 건 맞고 안내를 받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물 폭탄과 문자폭탄에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서민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기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로 인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처했는데 국내 사정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아랍에미리트 해외순방에선 윤 대통령의 말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UAE 군사훈련 협력단(아크부대)을 방문해 “UAE의 적이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명품, 노룩 악수, 경례… “김 여사 귀국 후 검찰로?” 이란이 윤 대통령의 주장에 반발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지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서 하신 말씀이다. 따라서 한-이란 관계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란 나자피 외무부 차관은 윤강형 주이란 한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2022년 11월 순방에서는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윤석열정부 정상회담 취재 제한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 여사가 팔짱을 낀 사진 논란 ▲해외순방 중 윤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채널A, CBS 기자 2명만 따로 부른 것 ▲김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비공개로 캄보디아 병원과 가정에 방문하면서 발생한 논란 등이 있었다. 2022년 9월에 있었던 영국-미국-캐나다 해외순방에서는 나라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는 당시 사망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러 영국으로 출국했지만,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교통 상황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미 교통 혼잡이 충분히 예상됐고, 영국 정부는 이미 방문하는 국가 원수들의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 미국에서는 ▲한일 약식회담 ▲48초 한미정상회담 ▲욕설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캐나다에서는 동포 간담회를 열었지만, 내용이 실속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오타와 전쟁 기념비 앞 참배 과정서 캐나다 국가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캐나다 국기에 경례하는 의전 실수를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순방이었던 나토 정상회의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에게 인사하려던 도중 윤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윤 대통령이 건넨 악수만 받은 채 루멘 라데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불가리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노룩 악수’ 논란이 일어났다. 국제적 망신도 이 밖에도 연출된 업무 사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에 대통령실 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씨가 동행한 것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일 양국의 주장이 엇갈렸으며,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출국 전 윤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alsw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