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북동 신축빌라 ‘바지 사장’ 의혹

폭탄 돌리다 펑 터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삐까뻔쩍’한 신축빌라의 이면엔 ‘복마전’이 있었다. 건축업자, 매도인과 매수인, 공인중개사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가 수면 위로 올라온 모양새다. 재개발 이슈와 맞물리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건축업자는 건물을 짓고 공인중개사는 거래를 알선한다. 매도인과 매수인은 계약서에 따라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주고받는다. 모든 거래가 마무리되면 건물의 소유권은 이전된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일정 정도의 보증금을 받고 전세 혹은 월세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고래 싸움
터진 새우?

문제는 거래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날 때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 신축빌라를 둘러싼 문제 역시 매매계약 과정에서 발생했다. G 빌라의 일부 매수인은 계약금 등을 건물주가 아니라 건축업자 혹은 공인중개사에게 송금했다. (<일요시사> 1414호 ‘<단독> 서울 성북동 빌라 사기 의혹’, 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8279

매수인은 계약금을 비롯한 잔금까지 전부 치렀다는 입장으로,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지 않자 건축업자와 건물주, 공인중개사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건물주 역시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등 G 빌라를 둘러싼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바지 사장’ 의혹까지 불거졌다. 매수인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건축업자 홍모씨가 G 빌라의 실소유주고 건물주 김모씨는 ‘바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G 빌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면 토지는 건물주인 김씨의 소유로 돼있다. 건물의 경우 건물주 김씨가 최초 소유권자로 나타나고 일부 호수는 매매계약이 성사돼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상태다. 소유자가 여전히 건물주 김씨로 돼있는 일부 호수의 매수인이 고소를 진행한 것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건물주 김씨의 이름으로 진행된 대출이다. 고소인은 “분양계약을 진행할 당시 건물주 김씨가 1차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준공 후 건물을 담보로 2차 대출을 받아 토지상의 PF 대출금을 상환해 근저당을 말소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건물주 김씨가 두 군데 신협으로부터 매매대금에 상회하는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매수인은 ‘깡통 건물’을 받게 될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 공인중개사와 건물주, 건축업자 사이에 물고 물리는 돈 거래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G 빌라를 둘러싼 논란은 복마전 상태가 됐다.

이 과정에서 분양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건물주를 바지 사장이라고 주장한 것.

매매대금 사기로 시작된 고소전
건축업자·중개사 폭로전 비화

<일요시사> 취재 결과 고소인도 이 같은 의심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소장에서 고소인은 “건축업자 홍씨는 G 빌라의 실질적인 매도인이고 건물주 김씨는 홍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바지 사장 또는 공범에 해당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씨는 건축주로서 수분양자에게 분양대금 지급 요청, 계약의 해지통보 등을 직접 하거나 김씨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G 빌라의 매매계약은 처음에는 홍씨의 명의로 체결됐다가 후에 김씨로 계약 당사자가 이전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2020년 12월18일 G 빌라의 ○○○호 분양계약서를 보면 건축업자 홍씨가 매도(권리자)로 도장을 찍었다. 건물주 김씨를 실제로 본 일부 고소인은 “(김씨는)말이 어눌하고 ‘대변인 같은 친구’와 함께 다닌다”고 설명했다.

건물주 김씨는 현재 세금이 체납된 상태다. 건축업자 홍씨와 건물주 김씨의 관계는 ‘동업자’로 추정했다. 

고소인의 주장은 지난해 7월19일 작성된 이행각서에서 일부 확인된다. 해당 문서는 G 빌라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지자 건축업자와 건물주, 공인중개사, 수분양자 등이 모여 작성한 것이다. 여기에 건물주 김씨의 ‘대변인 같은 친구’로 추정되는 손모씨가 등장한다.

“바지 내세워”
“사채업자다”

‘이행각서’라는 제목 아래 글 첫 줄에 ‘홍○○(건축업자)과 김○○(건물주) 그리고 손○○(친구)은 아래와 같이 이행하고 김○○(공인중개사)과 수분양자들은 이를 추인하기로 한다. 김○○(건물주)이 해야 할 사항에 대해 손○○(친구)가 책임지고 해결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손씨 역시 공인중개사 김씨가 바지 사장이라고 주장한 인물 가운데 1명이라는 점이다. G 빌라에서 도보로 3~5분 이내에 위치한 몇몇 신축빌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P 빌라에서 손씨의 이름이 확인됐다.

G 빌라 건물주 김씨의 이름도 또 다른 빌라에서 등장했고 건축업자 홍씨가 사내이사로 있다가 사임한 주식회사가 최초 소유권을 갖고 있던 빌라도 드러났다.

여기에 최소 4 군데의 빌라가 같은 시공자에 의해 지어진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시공자의 대표는 건축업자 홍씨가 사내이사로 있던 회사의 대표와 집주소가 같았다. 법인 등기부등본 상에 드러난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로 봐서는 부자 사이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건축업자 홍씨와 관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공자가 세우고 홍씨와 동업자로 추정되는 인물 등이 건물주인 빌라가 최소 3채 이상인 셈이다.

건축업자 홍씨와 P 빌라의 건물주 손씨는 바지 사장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손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바지 사장’이라는 말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씨(건축업자)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람이다. 김씨(G 빌라 건물주)는 내 친구다. 내가 김씨에게 건물 투자를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물고 물리는
복마전 자체

건축업자 홍씨는 “손씨가 3억원가량을 건물에 투자했다”며 일종의 동업자 관계라고 말했다. 손씨, G 빌라 건물주 김씨와는 건축업계 선후배라고 덧붙였다. 홍씨 역시 바지 사장이라는 말에 불쾌감을 표했다. 또 G 빌라 일부 매수인이 제기한 고소 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고소인도 문제가 많다. 그들은 다 갭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다. 재개발이 된다고 하니까 갭투자로 이익을 보려다가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공인중개사에게 돈을 준 것도 그 사람들 문제 아닌가. 왜 건물주가 아니라 공인중개사한테 돈을 주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건축업자 홍씨는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공인중개사 김씨에 관한 내용이었다. 홍씨는 성북동에 위치한 몇몇 신축빌라의 번지수를 불러주면서 ‘근저당권자’를 확인해보라고 귀띔했다. 공인중개사 김씨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홍씨는 공인중개사 김씨가 신축빌라 투자금으로 ‘사채놀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G 빌라를 예로 들었다. 공인중개사 김씨가 G 빌라 건축 과정에서 투자한 돈은 6억원인데 1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놨다고 말했다. 실제 G 빌라 토지 등기부등본에 보면 공인중개사 김씨가 설정한 10억원의 근저당권이 존재한다. G 빌라 건물주 김씨가 2차 대출을 일으키면서 말소된 근저당권이다. 

건축업자 홍씨는 공인중개사 김씨가 투자금보다 많은 액수의 근저당권을 걸어놓고 건축업자 등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G 빌라 매수인이 제기한 고소 건보다 김씨에 대해 더 수사해야 할 것”이라며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알고 있는 것을 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소 빌라 4군데 얽히고설켜
고소인 “3명 모두 공동정범”


건축업자 홍씨와 관계된 시공자가 세우고 홍씨의 지인이 건물주로 있는 신축빌라 등기부등본에는 어김없이 공인중개사 김씨가 설정한 근저당권이 확인됐다.

한 공인중개사는 “건축업자-공인중개사-건물주 등 3명이 한 팀으로 움직인 것 같다. 건물주가 대출을 일으키고 건물을 분양하면서 시세차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사이가 틀어져 서로 폭로전이 나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성북경찰서에는 G 빌라 일부 매수인이 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각각 접수돼있다. 고소인은 공인중개사와 건축업자, 건물주 사이의 다툼은 차치하고 3명은 사기죄 등의 공동정범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사이에 돈 거래 등의 문제는 G 빌라 매매계약 과정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고소인은 “3명은 수개의 빌라를 건축할 능력이나 충분한 자금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 한 빌라의 분양대금과 빌라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이 다른 빌라 사업에 쓰인다는 것을 수분양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며 “이 과정에서 분양대금을 편취하고 수분양자가 이전 등기를 해야 할 빌라에 애초 설명된 금액 이상의 대출을 받고 공동근저당권까지 설정해 돌려막기를 하는 등 사기 범행을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인중개사 김씨는 수십개의 빌라 건축에 관여하면서 수분양자를 모집·관리하고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면서 수분양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다른 사업장의 빌라 분양을 통해 받은 금원으로 무마하는 등의 수법으로 현재까지 법망을 피해 이득을 봐온 자”라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 김씨는 현재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도 고소당한 상태다.

경찰 수사
10개월 잠잠

현재 고소인은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G 빌라 일부 매수인은 지난해 5월 고소했는데 1년 가까이 경찰이 어떤 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 고소인은 “송치든 불송치든 경찰에서 결과를 내야 그 다음 방법을 논의할 것 아니냐”면서 “이 사이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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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