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북동 신축빌라 ‘바지 사장’ 의혹

폭탄 돌리다 펑 터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삐까뻔쩍’한 신축빌라의 이면엔 ‘복마전’이 있었다. 건축업자, 매도인과 매수인, 공인중개사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가 수면 위로 올라온 모양새다. 재개발 이슈와 맞물리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건축업자는 건물을 짓고 공인중개사는 거래를 알선한다. 매도인과 매수인은 계약서에 따라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주고받는다. 모든 거래가 마무리되면 건물의 소유권은 이전된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일정 정도의 보증금을 받고 전세 혹은 월세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고래 싸움
터진 새우?

문제는 거래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날 때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 신축빌라를 둘러싼 문제 역시 매매계약 과정에서 발생했다. G 빌라의 일부 매수인은 계약금 등을 건물주가 아니라 건축업자 혹은 공인중개사에게 송금했다. (<일요시사> 1414호 ‘<단독> 서울 성북동 빌라 사기 의혹’, 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8279

매수인은 계약금을 비롯한 잔금까지 전부 치렀다는 입장으로,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지 않자 건축업자와 건물주, 공인중개사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건물주 역시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등 G 빌라를 둘러싼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바지 사장’ 의혹까지 불거졌다. 매수인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건축업자 홍모씨가 G 빌라의 실소유주고 건물주 김모씨는 ‘바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G 빌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면 토지는 건물주인 김씨의 소유로 돼있다. 건물의 경우 건물주 김씨가 최초 소유권자로 나타나고 일부 호수는 매매계약이 성사돼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상태다. 소유자가 여전히 건물주 김씨로 돼있는 일부 호수의 매수인이 고소를 진행한 것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건물주 김씨의 이름으로 진행된 대출이다. 고소인은 “분양계약을 진행할 당시 건물주 김씨가 1차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준공 후 건물을 담보로 2차 대출을 받아 토지상의 PF 대출금을 상환해 근저당을 말소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건물주 김씨가 두 군데 신협으로부터 매매대금에 상회하는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매수인은 ‘깡통 건물’을 받게 될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 공인중개사와 건물주, 건축업자 사이에 물고 물리는 돈 거래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G 빌라를 둘러싼 논란은 복마전 상태가 됐다.

이 과정에서 분양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건물주를 바지 사장이라고 주장한 것.

매매대금 사기로 시작된 고소전
건축업자·중개사 폭로전 비화

<일요시사> 취재 결과 고소인도 이 같은 의심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소장에서 고소인은 “건축업자 홍씨는 G 빌라의 실질적인 매도인이고 건물주 김씨는 홍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바지 사장 또는 공범에 해당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씨는 건축주로서 수분양자에게 분양대금 지급 요청, 계약의 해지통보 등을 직접 하거나 김씨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G 빌라의 매매계약은 처음에는 홍씨의 명의로 체결됐다가 후에 김씨로 계약 당사자가 이전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2020년 12월18일 G 빌라의 ○○○호 분양계약서를 보면 건축업자 홍씨가 매도(권리자)로 도장을 찍었다. 건물주 김씨를 실제로 본 일부 고소인은 “(김씨는)말이 어눌하고 ‘대변인 같은 친구’와 함께 다닌다”고 설명했다.

건물주 김씨는 현재 세금이 체납된 상태다. 건축업자 홍씨와 건물주 김씨의 관계는 ‘동업자’로 추정했다. 

고소인의 주장은 지난해 7월19일 작성된 이행각서에서 일부 확인된다. 해당 문서는 G 빌라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지자 건축업자와 건물주, 공인중개사, 수분양자 등이 모여 작성한 것이다. 여기에 건물주 김씨의 ‘대변인 같은 친구’로 추정되는 손모씨가 등장한다.

“바지 내세워”
“사채업자다”

‘이행각서’라는 제목 아래 글 첫 줄에 ‘홍○○(건축업자)과 김○○(건물주) 그리고 손○○(친구)은 아래와 같이 이행하고 김○○(공인중개사)과 수분양자들은 이를 추인하기로 한다. 김○○(건물주)이 해야 할 사항에 대해 손○○(친구)가 책임지고 해결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손씨 역시 공인중개사 김씨가 바지 사장이라고 주장한 인물 가운데 1명이라는 점이다. G 빌라에서 도보로 3~5분 이내에 위치한 몇몇 신축빌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P 빌라에서 손씨의 이름이 확인됐다.

G 빌라 건물주 김씨의 이름도 또 다른 빌라에서 등장했고 건축업자 홍씨가 사내이사로 있다가 사임한 주식회사가 최초 소유권을 갖고 있던 빌라도 드러났다.

여기에 최소 4 군데의 빌라가 같은 시공자에 의해 지어진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시공자의 대표는 건축업자 홍씨가 사내이사로 있던 회사의 대표와 집주소가 같았다. 법인 등기부등본 상에 드러난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로 봐서는 부자 사이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건축업자 홍씨와 관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공자가 세우고 홍씨와 동업자로 추정되는 인물 등이 건물주인 빌라가 최소 3채 이상인 셈이다.

건축업자 홍씨와 P 빌라의 건물주 손씨는 바지 사장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손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바지 사장’이라는 말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씨(건축업자)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람이다. 김씨(G 빌라 건물주)는 내 친구다. 내가 김씨에게 건물 투자를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물고 물리는
복마전 자체

건축업자 홍씨는 “손씨가 3억원가량을 건물에 투자했다”며 일종의 동업자 관계라고 말했다. 손씨, G 빌라 건물주 김씨와는 건축업계 선후배라고 덧붙였다. 홍씨 역시 바지 사장이라는 말에 불쾌감을 표했다. 또 G 빌라 일부 매수인이 제기한 고소 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고소인도 문제가 많다. 그들은 다 갭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다. 재개발이 된다고 하니까 갭투자로 이익을 보려다가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공인중개사에게 돈을 준 것도 그 사람들 문제 아닌가. 왜 건물주가 아니라 공인중개사한테 돈을 주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건축업자 홍씨는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공인중개사 김씨에 관한 내용이었다. 홍씨는 성북동에 위치한 몇몇 신축빌라의 번지수를 불러주면서 ‘근저당권자’를 확인해보라고 귀띔했다. 공인중개사 김씨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홍씨는 공인중개사 김씨가 신축빌라 투자금으로 ‘사채놀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G 빌라를 예로 들었다. 공인중개사 김씨가 G 빌라 건축 과정에서 투자한 돈은 6억원인데 1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놨다고 말했다. 실제 G 빌라 토지 등기부등본에 보면 공인중개사 김씨가 설정한 10억원의 근저당권이 존재한다. G 빌라 건물주 김씨가 2차 대출을 일으키면서 말소된 근저당권이다. 

건축업자 홍씨는 공인중개사 김씨가 투자금보다 많은 액수의 근저당권을 걸어놓고 건축업자 등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G 빌라 매수인이 제기한 고소 건보다 김씨에 대해 더 수사해야 할 것”이라며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알고 있는 것을 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소 빌라 4군데 얽히고설켜
고소인 “3명 모두 공동정범”


건축업자 홍씨와 관계된 시공자가 세우고 홍씨의 지인이 건물주로 있는 신축빌라 등기부등본에는 어김없이 공인중개사 김씨가 설정한 근저당권이 확인됐다.

한 공인중개사는 “건축업자-공인중개사-건물주 등 3명이 한 팀으로 움직인 것 같다. 건물주가 대출을 일으키고 건물을 분양하면서 시세차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사이가 틀어져 서로 폭로전이 나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성북경찰서에는 G 빌라 일부 매수인이 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각각 접수돼있다. 고소인은 공인중개사와 건축업자, 건물주 사이의 다툼은 차치하고 3명은 사기죄 등의 공동정범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사이에 돈 거래 등의 문제는 G 빌라 매매계약 과정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고소인은 “3명은 수개의 빌라를 건축할 능력이나 충분한 자금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 한 빌라의 분양대금과 빌라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이 다른 빌라 사업에 쓰인다는 것을 수분양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며 “이 과정에서 분양대금을 편취하고 수분양자가 이전 등기를 해야 할 빌라에 애초 설명된 금액 이상의 대출을 받고 공동근저당권까지 설정해 돌려막기를 하는 등 사기 범행을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인중개사 김씨는 수십개의 빌라 건축에 관여하면서 수분양자를 모집·관리하고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면서 수분양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다른 사업장의 빌라 분양을 통해 받은 금원으로 무마하는 등의 수법으로 현재까지 법망을 피해 이득을 봐온 자”라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 김씨는 현재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도 고소당한 상태다.

경찰 수사
10개월 잠잠

현재 고소인은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G 빌라 일부 매수인은 지난해 5월 고소했는데 1년 가까이 경찰이 어떤 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 고소인은 “송치든 불송치든 경찰에서 결과를 내야 그 다음 방법을 논의할 것 아니냐”면서 “이 사이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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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