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북동 신축빌라 ‘바지 사장’ 의혹

폭탄 돌리다 펑 터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삐까뻔쩍’한 신축빌라의 이면엔 ‘복마전’이 있었다. 건축업자, 매도인과 매수인, 공인중개사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가 수면 위로 올라온 모양새다. 재개발 이슈와 맞물리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건축업자는 건물을 짓고 공인중개사는 거래를 알선한다. 매도인과 매수인은 계약서에 따라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주고받는다. 모든 거래가 마무리되면 건물의 소유권은 이전된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일정 정도의 보증금을 받고 전세 혹은 월세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고래 싸움
터진 새우?

문제는 거래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날 때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 신축빌라를 둘러싼 문제 역시 매매계약 과정에서 발생했다. G 빌라의 일부 매수인은 계약금 등을 건물주가 아니라 건축업자 혹은 공인중개사에게 송금했다. (<일요시사> 1414호 ‘<단독> 서울 성북동 빌라 사기 의혹’, 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8279

매수인은 계약금을 비롯한 잔금까지 전부 치렀다는 입장으로,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지 않자 건축업자와 건물주, 공인중개사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건물주 역시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등 G 빌라를 둘러싼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바지 사장’ 의혹까지 불거졌다. 매수인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건축업자 홍모씨가 G 빌라의 실소유주고 건물주 김모씨는 ‘바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G 빌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면 토지는 건물주인 김씨의 소유로 돼있다. 건물의 경우 건물주 김씨가 최초 소유권자로 나타나고 일부 호수는 매매계약이 성사돼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상태다. 소유자가 여전히 건물주 김씨로 돼있는 일부 호수의 매수인이 고소를 진행한 것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건물주 김씨의 이름으로 진행된 대출이다. 고소인은 “분양계약을 진행할 당시 건물주 김씨가 1차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준공 후 건물을 담보로 2차 대출을 받아 토지상의 PF 대출금을 상환해 근저당을 말소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건물주 김씨가 두 군데 신협으로부터 매매대금에 상회하는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매수인은 ‘깡통 건물’을 받게 될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 공인중개사와 건물주, 건축업자 사이에 물고 물리는 돈 거래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G 빌라를 둘러싼 논란은 복마전 상태가 됐다.

이 과정에서 분양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건물주를 바지 사장이라고 주장한 것.

매매대금 사기로 시작된 고소전
건축업자·중개사 폭로전 비화

<일요시사> 취재 결과 고소인도 이 같은 의심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소장에서 고소인은 “건축업자 홍씨는 G 빌라의 실질적인 매도인이고 건물주 김씨는 홍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바지 사장 또는 공범에 해당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씨는 건축주로서 수분양자에게 분양대금 지급 요청, 계약의 해지통보 등을 직접 하거나 김씨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G 빌라의 매매계약은 처음에는 홍씨의 명의로 체결됐다가 후에 김씨로 계약 당사자가 이전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2020년 12월18일 G 빌라의 ○○○호 분양계약서를 보면 건축업자 홍씨가 매도(권리자)로 도장을 찍었다. 건물주 김씨를 실제로 본 일부 고소인은 “(김씨는)말이 어눌하고 ‘대변인 같은 친구’와 함께 다닌다”고 설명했다.

건물주 김씨는 현재 세금이 체납된 상태다. 건축업자 홍씨와 건물주 김씨의 관계는 ‘동업자’로 추정했다. 

고소인의 주장은 지난해 7월19일 작성된 이행각서에서 일부 확인된다. 해당 문서는 G 빌라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지자 건축업자와 건물주, 공인중개사, 수분양자 등이 모여 작성한 것이다. 여기에 건물주 김씨의 ‘대변인 같은 친구’로 추정되는 손모씨가 등장한다.

“바지 내세워”
“사채업자다”

‘이행각서’라는 제목 아래 글 첫 줄에 ‘홍○○(건축업자)과 김○○(건물주) 그리고 손○○(친구)은 아래와 같이 이행하고 김○○(공인중개사)과 수분양자들은 이를 추인하기로 한다. 김○○(건물주)이 해야 할 사항에 대해 손○○(친구)가 책임지고 해결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손씨 역시 공인중개사 김씨가 바지 사장이라고 주장한 인물 가운데 1명이라는 점이다. G 빌라에서 도보로 3~5분 이내에 위치한 몇몇 신축빌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P 빌라에서 손씨의 이름이 확인됐다.

G 빌라 건물주 김씨의 이름도 또 다른 빌라에서 등장했고 건축업자 홍씨가 사내이사로 있다가 사임한 주식회사가 최초 소유권을 갖고 있던 빌라도 드러났다.

여기에 최소 4 군데의 빌라가 같은 시공자에 의해 지어진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시공자의 대표는 건축업자 홍씨가 사내이사로 있던 회사의 대표와 집주소가 같았다. 법인 등기부등본 상에 드러난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로 봐서는 부자 사이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건축업자 홍씨와 관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공자가 세우고 홍씨와 동업자로 추정되는 인물 등이 건물주인 빌라가 최소 3채 이상인 셈이다.

건축업자 홍씨와 P 빌라의 건물주 손씨는 바지 사장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손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바지 사장’이라는 말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씨(건축업자)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람이다. 김씨(G 빌라 건물주)는 내 친구다. 내가 김씨에게 건물 투자를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물고 물리는
복마전 자체

건축업자 홍씨는 “손씨가 3억원가량을 건물에 투자했다”며 일종의 동업자 관계라고 말했다. 손씨, G 빌라 건물주 김씨와는 건축업계 선후배라고 덧붙였다. 홍씨 역시 바지 사장이라는 말에 불쾌감을 표했다. 또 G 빌라 일부 매수인이 제기한 고소 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고소인도 문제가 많다. 그들은 다 갭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다. 재개발이 된다고 하니까 갭투자로 이익을 보려다가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공인중개사에게 돈을 준 것도 그 사람들 문제 아닌가. 왜 건물주가 아니라 공인중개사한테 돈을 주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건축업자 홍씨는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공인중개사 김씨에 관한 내용이었다. 홍씨는 성북동에 위치한 몇몇 신축빌라의 번지수를 불러주면서 ‘근저당권자’를 확인해보라고 귀띔했다. 공인중개사 김씨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홍씨는 공인중개사 김씨가 신축빌라 투자금으로 ‘사채놀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G 빌라를 예로 들었다. 공인중개사 김씨가 G 빌라 건축 과정에서 투자한 돈은 6억원인데 1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놨다고 말했다. 실제 G 빌라 토지 등기부등본에 보면 공인중개사 김씨가 설정한 10억원의 근저당권이 존재한다. G 빌라 건물주 김씨가 2차 대출을 일으키면서 말소된 근저당권이다. 

건축업자 홍씨는 공인중개사 김씨가 투자금보다 많은 액수의 근저당권을 걸어놓고 건축업자 등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G 빌라 매수인이 제기한 고소 건보다 김씨에 대해 더 수사해야 할 것”이라며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알고 있는 것을 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소 빌라 4군데 얽히고설켜
고소인 “3명 모두 공동정범”


건축업자 홍씨와 관계된 시공자가 세우고 홍씨의 지인이 건물주로 있는 신축빌라 등기부등본에는 어김없이 공인중개사 김씨가 설정한 근저당권이 확인됐다.

한 공인중개사는 “건축업자-공인중개사-건물주 등 3명이 한 팀으로 움직인 것 같다. 건물주가 대출을 일으키고 건물을 분양하면서 시세차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사이가 틀어져 서로 폭로전이 나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성북경찰서에는 G 빌라 일부 매수인이 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각각 접수돼있다. 고소인은 공인중개사와 건축업자, 건물주 사이의 다툼은 차치하고 3명은 사기죄 등의 공동정범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사이에 돈 거래 등의 문제는 G 빌라 매매계약 과정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고소인은 “3명은 수개의 빌라를 건축할 능력이나 충분한 자금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 한 빌라의 분양대금과 빌라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이 다른 빌라 사업에 쓰인다는 것을 수분양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며 “이 과정에서 분양대금을 편취하고 수분양자가 이전 등기를 해야 할 빌라에 애초 설명된 금액 이상의 대출을 받고 공동근저당권까지 설정해 돌려막기를 하는 등 사기 범행을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인중개사 김씨는 수십개의 빌라 건축에 관여하면서 수분양자를 모집·관리하고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면서 수분양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다른 사업장의 빌라 분양을 통해 받은 금원으로 무마하는 등의 수법으로 현재까지 법망을 피해 이득을 봐온 자”라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 김씨는 현재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도 고소당한 상태다.

경찰 수사
10개월 잠잠

현재 고소인은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G 빌라 일부 매수인은 지난해 5월 고소했는데 1년 가까이 경찰이 어떤 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 고소인은 “송치든 불송치든 경찰에서 결과를 내야 그 다음 방법을 논의할 것 아니냐”면서 “이 사이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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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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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