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록 법무사의 쉬운 경매> 전세사기와 임차주택의 경매

[Q] 서울 소재 빌라에 2억30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전세를 살고 있습니다. 임대차기간이 끝났는데 임대인이 연락두절입니다. 요즘 전세 사기를 당한 사람이 많다고 해서 알아보니 제가 임차해 살고 있는 빌라도 시세가 임차보증금과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지는 못했으나,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둬서 다른 권리자보다 우선해 임차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빌라를 제가 경매로 낙찰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요?

[A] 강제경매신청을 하려면 우선 집행권원이 있어야 하므로 경매신청에 앞서 임차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민사본안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임차주택에 부동산가압류신청을 할지 여부를 먼저 검토해봐야 합니다.

임차보증금반환소송의 변론종결 전에 임대인이 소유권을 제3자에게 넘겨버리면 임대인에 대한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미치지 못하므로, 이런 우려가 있으면 우선 임대인을 채무자로 해서 부동산가압류를 신청해야 합니다.

변론을 종결한 뒤의 승계인에 대해서는 승계집행문을 받아 승계인에 대해 강제경매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18조 제1항, 대법원 63마14 결정).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 후 가압류목적물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 가압류채권자는 집행권원을 얻어 제3취득자가 아닌 가압류채무자를 집행채무자로 해서 그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강제집행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3다40637 판결).

이런 경우 실무에서는 당사자표시를 채무자란에 가압류채무자(임대인)를, 소유자란에 현 소유자를 ‘제3취득자 ○○○’라고 표시하고 있으며 현 소유자에 대한 송달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송을 일반 민사소송으로 제기할지 지급명령을 신청할지를 정해야 하는데, 임대인에게 송달이 잘 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합니다. 송달이 잘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지급명령을 신청해도 됩니다. 지급명령은 인지액을 소장의 1/10만 내면 되므로 저렴한 비용으로 집행권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송달은 만약 임대인이 구치소(형 확정 전 수감)나 교도소(형 확정 후 수감)에 수감 중이라면 해당 구치소장이나 교도소장에게 하면 됩니다. 임대인이 잠적한 경우라면 공시송달에 의해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시송달에 의한 재판이 예상되면 지급명령보다는 일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지급명령절차에서는 금융권 채권자가 행사하는 대여금 등 사건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공시송달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민사소송법 제462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의2).  

1심에서 가집행 선고부 판결을 받았다면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집행문이 부여된 집행력 있는 판결정본, 송달증명원 등을 첨부해 강제경매신청을 하면 됩니다. 

강제경매신청과 임차 주택 매수신청

다음은 강제경매신청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임차인의 임차주택 및 상가건물에 대해 보증금반환소송의 확정판결에 기한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반대의무의 이행(임차주택의 인도) 또는 이행의 제공을 증명하는 서면은 제출할 필요가 없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 2 제1항,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5조 제1항).

강제경매도 개시결정정본을 채무자(임대인)에게 송달해야 하고 송달이 되지 않으면 공시송달로 할 수밖에 없는데, 공시송달까지는 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다음은 임차주택 매수신청에 관한 내용입니다. 임차인을 대항력(인도와 주민등록)과 확정일자를 모두 갖춘 임차인 A와, 대항력은 갖췄으나 확정일자를 갖추지 못한 임차인 B로 나눠서, 이들이 매수신청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일반 임차인은 일반 매수신청자와 조건이 같습니다. 임차인이라고 해서 우선권을 주는 건 아닙니다. 

경매절차에서 우선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은 공유자(민사집행법 제140조), 구 임대주택법(법률 제13499호로 개정되기 전 것)에 의한 임대주택임차인의 우선매수(구 임대주택법 제22조),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사업자의 부도임대주택의 우선매수(공공주택특별법 제41조),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주택매입사업시행자의 우선매수(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2조) 등 특별한 경우만 인정됩니다. 

매수인(이 사건의 경우 임차인)이 실제 배당받을 금액(배당재단)은 매각대금에다가 매수보증금의 이자를 더한 금액에서 집행비용을 뺀 금액이기 때문에 집행비용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집행비용과 선순위채권을 빼고 나면 경매신청채권자(이 사건의 경우 임차인)에게 배당할 돈이 없을 때는 경매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경매신청채권자에게 ‘무잉여통지’를 하게 됩니다.

집행비용은 송달료, 감정료, 현황조사 수수료, 신문 공고료, 매각수수료, 경매신청 법무사 보수 등을 합친 금액인데, 경매신청채권자(압류채권자라고도 합니다)가 경매신청할 때 예납하고, 배당절차에서 집행권원 없이도 최우선적으로 변상을 받습니다(민사집행법 제53조). 

선순위채권

다음으로 확정일자부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우선하는 선순위채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집행비용과 목적부동산에 투입된 제3취득자의 필요비·유익비(민법 제367조)를 먼저 공제하고, 그 다음 순위로 임대차보호법에 의한 소액임차인의 보증금 중 일정액(주택·상가건물 각 매각가격의 1/2 범위 내에서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4조)과, 같은 순위로 근로기준법 등에 의한 최종 3개월분 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등의 최우선변제 임금채권(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2조 제2항)이 있습니다.

이들 채권이 서로 경합하는 경우에는 채권액 비율에 따른 안분배당을 합니다.

그 다음 순위로는 집행목적물에 대해 부과된 국세, 지방세와 가산금(이른바 당해세, 국세기본법 제35조 제3항, 지방세기본법 제71조 제5항)이 있습니다. 국세로는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가, 지방세로는 재산세, 자동차세, 지방교육세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나 교부청구한 조세채권이 있다면 확정일자보다 조세채권의 법정기일이 빠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경매신청채권자는 경매기록 열람·복사 신청을 할 수 있다). 만일 조세채권의 법정기일이 확정일자보다 빠르면 조세채권을 우선적으로 배당합니다. 

위와 같은 선순위채권이 있으면 선순위채권을 먼저 만족시키고 나서 임차인의 보증금채권이 배당되므로 권리분석을 잘 해봐야 합니다. 


임차인이 낙찰을 받은 경우 반환받지 못한 임차보증금은 채무자(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96다38216, 97다28650). 

임차주택의 감정평가액이 토지, 건물을 합쳐서 2억5000만원이고, 집행비용은 300만원, 임차인보다 선순위채권이 700만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가 매수신청을 하지 않고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를 하는 경우에는 A는 매각대금에서 집행비용(300만원) 및 선순위채권(70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중에서 임차보증금을 배당받게 되고, 배당받지 못한 임차보증금은 매수인(경락인)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은 나머지 임차보증금을 다 받을 때까지 임차주택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A가 제1회 기일에 최저매각가격인 2억5000만원에 매수할 경우 배당은 먼저 집행비용(300만원)을, 그 다음 순위로 선순위채권(700만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2억4000만원 중 임차보증금 2억3000만원을 배당받고 남는 1000만원은 후순위채권자들에게 배당하게 되고, 후순위채권자가 없으면 채무자(임대인)에게 잉여금으로 반환됩니다. 

만약 제1회 기일에 최저매각가격 이상의 매수신청이 없으면 새매각(제2회 매각기일)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는 최저매각가격을 20% 저감(법원 또는 사건에 따라 30% 저감한 경우도 있다)해서 진행하게 됩니다.


A가 제2회 매각기일(최저매각가격 2억원)에서 2억4000만원에 매수하면 집행비용 및 선순위채권(합계액 1000만원)을 제외한 2억3000만원을 배당받게 되는데, 이때는 임차보증금은 전액 배당받지만 매각대금 2억4000만원에서 임차보증금액을 뺀 금액(1000만원)만큼 더 들여야 임차 주택을 살 수 있게 됩니다.

A가 2억3000만원에 매수한다면 집행비용 및 선순위채권액(합계 1000만원)을 공제한 2억2000만원을 배당받게 되고, 배당받지 못한 임차보증금 1000만원은 채무자(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 

결국 임차인이 경매절차에서 자신의 임차 주택을 매수하려면 경매절차 진행에 필요한 집행비용(300만원) 및 선순위채권(700만원)의 합계액만큼 돈을 더 들여야 합니다.

B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B는 대항력은 있으나 확정일자에 의한 우선변제권은 없으므로, 매수신청을 하지 않고 권리신고를 하면 매수인(경락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 전액을 변제받을 때까지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배당요구를 해도 배당은 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B의 임차보증금은 매수인(경락인)에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B가 낙찰을 받으면 B가 매수인의 지위를 겸유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해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고, 양수인인 B가 임대인의 자신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를 인수하게 돼, 결국 B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혼동으로 소멸하게 됩니다(96다38216, 97다28650).

그러므로 B가 매수신청을 하려면 임차보증금(2억3000만원) 상당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입찰표에 입찰가격으로 적어야 합니다. 다른 매수희망자들도 B의 임차보증금 2억3000만원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매수해야 하므로, 최저매각가격이 매수희망금액에서 2억3000만원을 뺀 금액 이하로 내려갈 때까지 매수신청을 하지 않고 기다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임차 주택을 2억5000만원에 살 계획이면 입찰가격은 2000만원을 적어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저매각가격이 2000만원 이하로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제1회 최저매각가격이 2억5000만원이고 20%씩 저감한다면 제15회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이 1099만3000원, 제16회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이 879만4000원이 됩니다(저감의 계산방법은 전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에 0.8을 곱하되, 1000원 미만은 절삭하고 있다. 물론 이때는 30%씩 저감하는 방법이 합리적일 것이고, 저감의 정도는 법원의 자유재량이지만 경매신청채권자(임차인)는 30%씩 저감해줄 것을 법원에 신청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집행비용이 300만원, 경매신청채권자의 채권보다 선순위채권이 700만원이었으므로 집행법원은 제15회 기일까지만 진행하고, 그때까지 적법한 매수신청자가 없으면 경매신청채권자(압류채권자)에게 “최저매각가격으로 집행비용과 선순위채권을 제외하면 경매신청채권자에게 배당될 돈이 없으므로 경매절차를 더 진행하려면 충분한 보증을 제공할 것과 다른 매수신청인이 없으면 경매신청채권자가 매수신청을 할 것”을 요구하는 무잉여통지를 하게 됩니다(민사집행법 제102조).

B가 매수를 하려면 경매사건이 속행돼야 매수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 위 통지를 받은 경우 1주 이내에 집행비용(300만원) 및 선순위채권(700만원)을 변제하고 남을만한 가격을 정해, 그 가격에 맞는 매수신고가 없을 때에는 자기가 그 가격으로 매수하겠다고 신청하면서 충분한 보증을 제공해야 다음 기일 진행을 하게 됩니다(민사집행법 제102조 제2항).

어느 정도의 금액이 충분한 보증으로 되는가에 관해 실무에서는 ‘저감된 최저매각가격’과 ‘매수신청(우선하는 부담과 비용을 변제하고 남을 가격)’의 차액을 보증액으로 하고 있습니다.

강제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서 매각허가결정을 받았다면 납부할 매각대금(총매각대금-매수보증금)에 대해서 매각결정기일이 끝날 때까지 상계신청을 할 수 있고, 다른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이의가 없으면 배당기일에 배당받을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만 납부하면 됩니다.

이의제기가 있으면 배당기일이 끝날 때까지 이에 해당하는 매각대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경매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에도 매매와 같은 세율의 취득세, 지방교육세 및 농어촌특별세 등을 납부해야 합니다. 취득물건 소재지가 조정대상지역인지 여부, 1주택자인지 다주택자인지 등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고, 낙찰로 인해 일시적 2주택이 된 경우에도 신규주택을 취득한 날로부터 일정한 기간 내(종전주택과 신규주택이 모두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경우에는 2년 이내)에 종전주택을 처분해야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지방세법 시행령 제28조의5) 등은 일반 매매의 경우와 같습니다.

<02-535-3303 · www.김기록법무사공인중개사.com>


[김기록은?]

법무사·공인중개사
전 수원지방법원 대표집행관(경매·명도집행)
전 서울중앙법원 종합민원실장(공탁·지급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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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