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록 법무사의 쉬운 경매> 전세사기와 임차주택의 경매

[Q] 서울 소재 빌라에 2억30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전세를 살고 있습니다. 임대차기간이 끝났는데 임대인이 연락두절입니다. 요즘 전세 사기를 당한 사람이 많다고 해서 알아보니 제가 임차해 살고 있는 빌라도 시세가 임차보증금과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지는 못했으나,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둬서 다른 권리자보다 우선해 임차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빌라를 제가 경매로 낙찰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요?

[A] 강제경매신청을 하려면 우선 집행권원이 있어야 하므로 경매신청에 앞서 임차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민사본안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임차주택에 부동산가압류신청을 할지 여부를 먼저 검토해봐야 합니다.

임차보증금반환소송의 변론종결 전에 임대인이 소유권을 제3자에게 넘겨버리면 임대인에 대한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미치지 못하므로, 이런 우려가 있으면 우선 임대인을 채무자로 해서 부동산가압류를 신청해야 합니다.

변론을 종결한 뒤의 승계인에 대해서는 승계집행문을 받아 승계인에 대해 강제경매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18조 제1항, 대법원 63마14 결정).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 후 가압류목적물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 가압류채권자는 집행권원을 얻어 제3취득자가 아닌 가압류채무자를 집행채무자로 해서 그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강제집행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3다40637 판결).

이런 경우 실무에서는 당사자표시를 채무자란에 가압류채무자(임대인)를, 소유자란에 현 소유자를 ‘제3취득자 ○○○’라고 표시하고 있으며 현 소유자에 대한 송달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송을 일반 민사소송으로 제기할지 지급명령을 신청할지를 정해야 하는데, 임대인에게 송달이 잘 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합니다. 송달이 잘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지급명령을 신청해도 됩니다. 지급명령은 인지액을 소장의 1/10만 내면 되므로 저렴한 비용으로 집행권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송달은 만약 임대인이 구치소(형 확정 전 수감)나 교도소(형 확정 후 수감)에 수감 중이라면 해당 구치소장이나 교도소장에게 하면 됩니다. 임대인이 잠적한 경우라면 공시송달에 의해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시송달에 의한 재판이 예상되면 지급명령보다는 일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지급명령절차에서는 금융권 채권자가 행사하는 대여금 등 사건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공시송달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민사소송법 제462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의2).  

1심에서 가집행 선고부 판결을 받았다면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집행문이 부여된 집행력 있는 판결정본, 송달증명원 등을 첨부해 강제경매신청을 하면 됩니다. 

강제경매신청과 임차 주택 매수신청

다음은 강제경매신청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임차인의 임차주택 및 상가건물에 대해 보증금반환소송의 확정판결에 기한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반대의무의 이행(임차주택의 인도) 또는 이행의 제공을 증명하는 서면은 제출할 필요가 없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 2 제1항,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5조 제1항).

강제경매도 개시결정정본을 채무자(임대인)에게 송달해야 하고 송달이 되지 않으면 공시송달로 할 수밖에 없는데, 공시송달까지는 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다음은 임차주택 매수신청에 관한 내용입니다. 임차인을 대항력(인도와 주민등록)과 확정일자를 모두 갖춘 임차인 A와, 대항력은 갖췄으나 확정일자를 갖추지 못한 임차인 B로 나눠서, 이들이 매수신청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일반 임차인은 일반 매수신청자와 조건이 같습니다. 임차인이라고 해서 우선권을 주는 건 아닙니다. 

경매절차에서 우선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은 공유자(민사집행법 제140조), 구 임대주택법(법률 제13499호로 개정되기 전 것)에 의한 임대주택임차인의 우선매수(구 임대주택법 제22조),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사업자의 부도임대주택의 우선매수(공공주택특별법 제41조),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주택매입사업시행자의 우선매수(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2조) 등 특별한 경우만 인정됩니다. 

매수인(이 사건의 경우 임차인)이 실제 배당받을 금액(배당재단)은 매각대금에다가 매수보증금의 이자를 더한 금액에서 집행비용을 뺀 금액이기 때문에 집행비용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집행비용과 선순위채권을 빼고 나면 경매신청채권자(이 사건의 경우 임차인)에게 배당할 돈이 없을 때는 경매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경매신청채권자에게 ‘무잉여통지’를 하게 됩니다.

집행비용은 송달료, 감정료, 현황조사 수수료, 신문 공고료, 매각수수료, 경매신청 법무사 보수 등을 합친 금액인데, 경매신청채권자(압류채권자라고도 합니다)가 경매신청할 때 예납하고, 배당절차에서 집행권원 없이도 최우선적으로 변상을 받습니다(민사집행법 제53조). 

선순위채권

다음으로 확정일자부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우선하는 선순위채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집행비용과 목적부동산에 투입된 제3취득자의 필요비·유익비(민법 제367조)를 먼저 공제하고, 그 다음 순위로 임대차보호법에 의한 소액임차인의 보증금 중 일정액(주택·상가건물 각 매각가격의 1/2 범위 내에서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4조)과, 같은 순위로 근로기준법 등에 의한 최종 3개월분 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등의 최우선변제 임금채권(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2조 제2항)이 있습니다.

이들 채권이 서로 경합하는 경우에는 채권액 비율에 따른 안분배당을 합니다.

그 다음 순위로는 집행목적물에 대해 부과된 국세, 지방세와 가산금(이른바 당해세, 국세기본법 제35조 제3항, 지방세기본법 제71조 제5항)이 있습니다. 국세로는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가, 지방세로는 재산세, 자동차세, 지방교육세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나 교부청구한 조세채권이 있다면 확정일자보다 조세채권의 법정기일이 빠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경매신청채권자는 경매기록 열람·복사 신청을 할 수 있다). 만일 조세채권의 법정기일이 확정일자보다 빠르면 조세채권을 우선적으로 배당합니다. 

위와 같은 선순위채권이 있으면 선순위채권을 먼저 만족시키고 나서 임차인의 보증금채권이 배당되므로 권리분석을 잘 해봐야 합니다. 


임차인이 낙찰을 받은 경우 반환받지 못한 임차보증금은 채무자(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96다38216, 97다28650). 

임차주택의 감정평가액이 토지, 건물을 합쳐서 2억5000만원이고, 집행비용은 300만원, 임차인보다 선순위채권이 700만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가 매수신청을 하지 않고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를 하는 경우에는 A는 매각대금에서 집행비용(300만원) 및 선순위채권(70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중에서 임차보증금을 배당받게 되고, 배당받지 못한 임차보증금은 매수인(경락인)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은 나머지 임차보증금을 다 받을 때까지 임차주택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A가 제1회 기일에 최저매각가격인 2억5000만원에 매수할 경우 배당은 먼저 집행비용(300만원)을, 그 다음 순위로 선순위채권(700만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2억4000만원 중 임차보증금 2억3000만원을 배당받고 남는 1000만원은 후순위채권자들에게 배당하게 되고, 후순위채권자가 없으면 채무자(임대인)에게 잉여금으로 반환됩니다. 

만약 제1회 기일에 최저매각가격 이상의 매수신청이 없으면 새매각(제2회 매각기일)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는 최저매각가격을 20% 저감(법원 또는 사건에 따라 30% 저감한 경우도 있다)해서 진행하게 됩니다.


A가 제2회 매각기일(최저매각가격 2억원)에서 2억4000만원에 매수하면 집행비용 및 선순위채권(합계액 1000만원)을 제외한 2억3000만원을 배당받게 되는데, 이때는 임차보증금은 전액 배당받지만 매각대금 2억4000만원에서 임차보증금액을 뺀 금액(1000만원)만큼 더 들여야 임차 주택을 살 수 있게 됩니다.

A가 2억3000만원에 매수한다면 집행비용 및 선순위채권액(합계 1000만원)을 공제한 2억2000만원을 배당받게 되고, 배당받지 못한 임차보증금 1000만원은 채무자(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 

결국 임차인이 경매절차에서 자신의 임차 주택을 매수하려면 경매절차 진행에 필요한 집행비용(300만원) 및 선순위채권(700만원)의 합계액만큼 돈을 더 들여야 합니다.

B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B는 대항력은 있으나 확정일자에 의한 우선변제권은 없으므로, 매수신청을 하지 않고 권리신고를 하면 매수인(경락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 전액을 변제받을 때까지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배당요구를 해도 배당은 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B의 임차보증금은 매수인(경락인)에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B가 낙찰을 받으면 B가 매수인의 지위를 겸유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해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고, 양수인인 B가 임대인의 자신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를 인수하게 돼, 결국 B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혼동으로 소멸하게 됩니다(96다38216, 97다28650).

그러므로 B가 매수신청을 하려면 임차보증금(2억3000만원) 상당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입찰표에 입찰가격으로 적어야 합니다. 다른 매수희망자들도 B의 임차보증금 2억3000만원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매수해야 하므로, 최저매각가격이 매수희망금액에서 2억3000만원을 뺀 금액 이하로 내려갈 때까지 매수신청을 하지 않고 기다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임차 주택을 2억5000만원에 살 계획이면 입찰가격은 2000만원을 적어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저매각가격이 2000만원 이하로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제1회 최저매각가격이 2억5000만원이고 20%씩 저감한다면 제15회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이 1099만3000원, 제16회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이 879만4000원이 됩니다(저감의 계산방법은 전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에 0.8을 곱하되, 1000원 미만은 절삭하고 있다. 물론 이때는 30%씩 저감하는 방법이 합리적일 것이고, 저감의 정도는 법원의 자유재량이지만 경매신청채권자(임차인)는 30%씩 저감해줄 것을 법원에 신청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집행비용이 300만원, 경매신청채권자의 채권보다 선순위채권이 700만원이었으므로 집행법원은 제15회 기일까지만 진행하고, 그때까지 적법한 매수신청자가 없으면 경매신청채권자(압류채권자)에게 “최저매각가격으로 집행비용과 선순위채권을 제외하면 경매신청채권자에게 배당될 돈이 없으므로 경매절차를 더 진행하려면 충분한 보증을 제공할 것과 다른 매수신청인이 없으면 경매신청채권자가 매수신청을 할 것”을 요구하는 무잉여통지를 하게 됩니다(민사집행법 제102조).

B가 매수를 하려면 경매사건이 속행돼야 매수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 위 통지를 받은 경우 1주 이내에 집행비용(300만원) 및 선순위채권(700만원)을 변제하고 남을만한 가격을 정해, 그 가격에 맞는 매수신고가 없을 때에는 자기가 그 가격으로 매수하겠다고 신청하면서 충분한 보증을 제공해야 다음 기일 진행을 하게 됩니다(민사집행법 제102조 제2항).

어느 정도의 금액이 충분한 보증으로 되는가에 관해 실무에서는 ‘저감된 최저매각가격’과 ‘매수신청(우선하는 부담과 비용을 변제하고 남을 가격)’의 차액을 보증액으로 하고 있습니다.

강제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서 매각허가결정을 받았다면 납부할 매각대금(총매각대금-매수보증금)에 대해서 매각결정기일이 끝날 때까지 상계신청을 할 수 있고, 다른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이의가 없으면 배당기일에 배당받을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만 납부하면 됩니다.

이의제기가 있으면 배당기일이 끝날 때까지 이에 해당하는 매각대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경매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에도 매매와 같은 세율의 취득세, 지방교육세 및 농어촌특별세 등을 납부해야 합니다. 취득물건 소재지가 조정대상지역인지 여부, 1주택자인지 다주택자인지 등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고, 낙찰로 인해 일시적 2주택이 된 경우에도 신규주택을 취득한 날로부터 일정한 기간 내(종전주택과 신규주택이 모두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경우에는 2년 이내)에 종전주택을 처분해야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지방세법 시행령 제28조의5) 등은 일반 매매의 경우와 같습니다.

<02-535-3303 · www.김기록법무사공인중개사.com>


[김기록은?]

법무사·공인중개사
전 수원지방법원 대표집행관(경매·명도집행)
전 서울중앙법원 종합민원실장(공탁·지급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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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