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21>부동산 사기 대처법

의심하라!…그리고 확인하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절박하게 전세를 구하려는 서민 등을 상대로 신분증 위조나 이중계약 등을 통해 전셋돈을 가로채는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과연 서민들은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부동산 사기 유형 및 예방법을 알아봤다.

임대·임차인 상대 전셋돈 가로채는 사건 빈발
‘이중계약, 주인행세…’상대방 신분 확인 필수

국토해양부가 부동산 사기 주의보를 발령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1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불법 중개 행위를 단속하고 자정 활동을 강화해달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또 홈페이지(
www.mltm.go.kr)를 통해 전세 사기의 주요 유형과 임대인·임차인 유의 사항을 게시했다. 이와 함께 2월 반상회보에 중개 피해 예방 안내문과 중개인 및 소유자 신분 확인 요령 등을 안내하는 홍보물을 싣도록 행정안전부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불법 중개 감시 강화”
국토부 종합대책 마련

국토부는 지자체에 보낸 공문에서 서민의 어려움을 고려해 전셋값 상승을 조장하는 불법 중개 행위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지도·단속,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및 다가구·다세대 주택 소유주에 대한 사기 주의 공문 발송 등의 대책을 자체 실정에 맞게 적극적으로 강구·시행한 뒤 결과를 통보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나 중개업 등록증을 빌려 사기 행위를 저지르는 범죄를 막기 위해 이를 대여하지 말도록 자격증 소지자나 중개업자에게 공문, 문자 서비스 등을 통해 홍보하고 단속도 강화하라고 요청했다.

공인중개사협회에도 회원들의 자격증·등록증 대여를 금지해 사기 사건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게 자정 결의 대회 개최, 자체 지도·점검 등 자정 활동 강화, 소비자 상담 활성화 등 부동산 중개업계가 소비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국토부는 이들 기관이나 단체에 보낸 공문에서 “최근 전세 사기 사건은 주로 집을 월세로 얻은 뒤 소유자의 신분증을 위조하고 중개업 등록증을 빌려 중개업자와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전세 계약을 맺고 나서 보증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오피스텔, 다가구주택 등의 소유자가 관리인이나 중개업자를 통해 임대차 계약이나 보증금 관리 등을 맡기는 과정에서 주의나 경각심 부족으로, 임대인은 소유주나 중개업자의 신분 확인을 소홀히 함으로써 전세금을 떼이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전·월세 관련 사기가 빈번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사기 피해를 보더라도 주의·확인 의무를 게을리한 임대인이나 임차인에게도 일정 책임이 돌아가는 만큼 다소 번거롭더라도 신분 확인을 철저하게 하고, 보증금 등은 임대/임차인이 직접 주고받는 게 안전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전세 수요 증가와 전셋값 상승 등을 틈타 세를 놓는 임대인이나 세를 구하는 임차인을 상대로 전셋돈을 가로채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 사기의 유형과 이를 예방하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전세 사기 주요 유형= 우선 건물 관리인의 이중계약을 꼽을 수 있다.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의 임대인으로부터 부동산 관리와 임대차 계약을 위임받은 중개업자나 건물 관리인이 집주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했다고 속이고 실제 임차인과는 전세 계약을 한 뒤 전세 보증금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중개업 등록증이나 신분증을 위조하는 예도 허다하다.

무자격자가 중개업 등록증 또는 자격증을 빌려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차리고 월세로 여러 채의 주택을 임차하고 나서 중개업자와 집주인으로 신분을 위장해 여러 전세 구입자와 중복 계약을 체결해 전세 보증금을 ‘꿀꺽’하는 수법이다. 월세 계약을 하고 세든 사기꾼이 주택 소유자의 신분증을 위조해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다른 임차인과 전세 계약을 한 뒤 보증금을 갖고 튀는 일도 있다.

검찰이 최근 강남 일대의 고가 아파트를 월세로 빌린 뒤 계약 때 알게 된 집주인 인적사항에 자신들의 사진을 붙이고서는 집주인인 양 전세를 놔 14억여원의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일당을 기소한 것이 그 예다. 중개업자가 임대차 중개 때 소음이나 누수 등 대상 건물의 하자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임차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거짓 정보 제공의 한 유형에 속한다.

▲임차인 유의사항= 중개업자와 거래 상대방의 신분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거래해야 안전하다. 해당 시·군·구청 중개 업무 담당 부서에서 중개업 등록번호, 공인중개사 자격증, 중개업자의 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알아낼 수 있다. 또 임차 건물 소유자가 맞는지 확인하고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거래 상대방에게 지급할 필요가 있다. 신분증이나 임대차 건물 공과금 영수증, 등기권리증 등을 대조하면 된다.

특히 신분증을 위조한 경우에는 진위 확인이 곤란하므로 다양한 방법으로 체크하고 소유자 등이 신분 확인에 미온적일 때는 절대 조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 건물 소유자로부터 위임을 받은 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는 소유자에게 실제 위임 여부나 계약 조건 등을 직접 물어보고 위임장이 위·변조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포괄적인 위임 자제
아니면 수시로 변경

아울러 주변 시세보다 가격 등의 거래 조건이 월등하게 좋으면 ‘사기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일단 의심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런 때는 해당 건물의 권리 관계, 위치, 환경, 소유자 등을 직접 확인하는 한편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계약하기 전에 들어갈 건물의 상태, 구조, 환경 및 누수, 소음 등 하자 여부를 낮이나 조명이 밝은 상태에서 유심히 점검해야 한다.

▲임대인 유의사항= 건물 관리를 맡긴 관리인이 전세 보증금을 빼돌리는 사기 사건에서는 임대인에게 상당한 책임이 전가되므로 계약 사항을 꼭 확인해야 한다. 예컨대 관리인이 집주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했다고 하고, 임차인에게는 전세 계약을 한 뒤 보증금을 가로챈 경우 판례에 따르면 임대인의 책임을 60% 이상으로 산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월세 계약에 대한 모든 권한과 보증금·월세 징수를 맡긴다’는 식으로 포괄적인 위임은 자제하고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수시로 변경하면 좋다. 관리인이 임대인 의사와 달리 계약을 하지 못하게 위임 사항을 명확히 하고, 관리인이 보증금을 받지 못하도록 조치할 필요도 있다. 임대차 계약 시 임차인이 임대인과 통화하고 나서 서명하도록 하도록 하는 한편 월세 및 보증금은 임대인 계좌로 직접 입금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이 월세인지 전세인지 전화나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관리인에게 인감증명서, 도장, 통장을 내주고 계약과 전·월세 보증금 등의 관리를 전체적으로 맡기면 사기 사건을 유발할 공산이 매우 크고, 이 경우 임대인 자신에게 가장 큰 책임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일간지 광고와 텔레마케팅 등을 통한 일명 ‘땅 쪼개기식’ 기획부동산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중동발 고유가와 주식 폭락, 저축은행 쇠락 등 경기불황 속에서도 ‘최고의 재테크’라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허위·과장광고 주의보
▲‘땅쪼개기’기획부동산
▲서비스드 레지던스 먹튀
▲‘무늬만’선임대 상가

지자체장과 연관된 일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가평 군수가 땅 쪼개기에 나선 기획부동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되기도 했다. 한 토지전문가는 “투기 목적의 토지분할인 ‘땅 쪼개기’가 불가능한 업무다보니 기획부동산업자가 가평군수 등에게 뇌물을 주고 분할을 청탁했다 검찰에 구속된 것”이라며 “기획부동산으로부터 광고를 접한 일반 시민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몰라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기획부동산이란 지주로부터 매입한 땅을 330㎡ 혹은 660㎡ 단위로 잘게 쪼갠 후 텔레마케터들을 고용해서 개발이 되면 값이 크게 오른다면서 주로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기는 부동산업체를 말한다. 이런 땅을 매입해서 돈을 번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쓸모없는 땅으로 판명되거나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피해자만 속출하고 있다.

2007년만 해도 기획부동산은 부동산 침체 및 정부의 각종 규제로 사경을 헤맸으나,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운하 사업 등 호재로 토지 시장이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자 다시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2008년 6월 대운하 사업이 중단되자 여주 등 제2영동고속도로 나들목 지역, 용인 등 시가화예정용지 주변 지역, 양평과 가평 등 전원주택 부지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신문광고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용인의 모현면과 백암면, 처인구 등은 실제로 지가 상승이 계속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들이라 관심이 쏠릴 만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파는 땅은 절대 사면 안 된다. 돈이 될 확률보다는 오히려 손해 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아파트 등 주택 시장이 매력을 잃자 많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선택한 것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특히 소액 투자가 가능한 소형 오피스텔이나 고시텔 등에 개미 투자자가 많이 몰렸다. 흔히 이들 고시텔을 포장하는 말은 ‘레지던스’다.

레지던스의 본래 의미는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준말로 보통 대형 숙박시설에서 호텔식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숙박업소를 말한다. 하지만 겨우 면적이 10㎡ 남짓에 불과한 고시텔에서 무분별하게 이 단어를 사용하면서 ‘레지던스=고시텔’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상태다.

레지던스 먹튀꾼의 수법은 투자자에게 자신들의 책임을 유난히 강조한다는 것. ‘확정수익 보장’, ‘책임 준공’등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지만 계약서 상에는 배제돼 있거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투자자가 계약서라고 믿게끔 작성해 놓은 문서도 투자 동의서나 약정서 등 법적 구속력이 거의 없는 문서가 대부분이다.

그중에서도 용도허가도 받지 않은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통상 레지던스 먹튀들은 상가 건물 1개 층을 부동산 경매로 낙찰 받아 용도허가도 받지 않은 채 시설 변경을 진행한다. 한창 공사 중이니 투자자들은 큰 문제를 삼지 않는다. 설령 투자자가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책임지고 허가받겠다고 장담하며 무마시킨다.

하지만 관할 자치단체가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문제는 커진다. 공사가 중단되고 철거당하는 상황까지 맞는다. 고시텔은 각 실마다 소유주가 다르다. 개별등기라는 말로 투자자를 유혹하지만 사실상 구분등기가 아닌 지분등기다. 고시텔 투자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매매가 가능하다. 재산권 행사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문제 해결을 위해 분양업자를 찾아봐야 이미 투자금을 들고 튀어버린 먹튀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익보장’광고·말
무조건 믿으면 낭패

가짜 임대차 계약서를 가지고 상가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짜 임차인을 내세워 계약금만 넣고 마치 임차인이 확정되어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든 다음 투자자가 분양을 받는 경우 임차인 계약금을 포기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전문가들은 몇 가지 사항만 꼼꼼히 챙기면 무늬만 선임대 상가를 피해갈 수 있다고 충고한다. 우선 분양계약서를 쓸 때 임대인의 계약 주체가 시행사인지 확인해야 한다. 계약의 주체가 분양 영업사원이라면 가짜 선임대일 가능성이 높다. 시행사와 체결한 계약서가 있어야 정상적인 임대차 계약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임대 계약금을 시행사가 보관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계약금이 시행사의 통장으로 입금된 내용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이 밖에 약국이나 부동산과 같은 특수 업종은 임차인의 면허증을 확인하는 것도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한 상가전문가는 “가짜 임대차 계약은 입주 기간까지 남은 기간이 길고 임차 계약금이 적다는 점을 이용한 사기이기 때문에 계약금 비중이 높다면 영업사원이 가짜 선임대를 통해 취할 이득이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상가114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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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