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성북동 빌라 사기 의혹

서민들 등친 ‘성북 중개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내 집’에 대한 소시민의 열망은 남다른 데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집’이 갖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불과 몇 년 새 부동산시장이 변화를 거듭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속출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검은 손’의 수법은 교묘해지고 규모도 커지는 모양새다. 

어느 정부에서든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정책 중 하나가 ‘집값 안정’이다. 부동산시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곤 한다. 정부에서 부동산정책을 펼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정책에 따라 한 번 요동치기 시작한 시장은 쉽사리 그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다. 

올랐다
내렸다

‘부동산은 심리’라는 표현처럼 휩쓸리는 순간 호랑이 등에 탄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 시절 20번이 넘는 부동산정책이 실패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열풍을 넘어 광풍이 한국 사회를 덮쳤다. 근로소득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주식, 코인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주식과 코인 시장이 정세에 따라 널을 뛰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끊임없이 ‘우상향’을 거듭하던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열기가 대단했다. 지금 이 순간 집을 사지 않으면 뒤떨어진다는 생각에 ‘영혼까지 끌어 모아(영끌)’ 투자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가리키는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부동산이 사람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도구가 된 것이다.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은행 대출로 집을 산 영끌족은 높아진 대출금리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주택자, 실거주 1주택자, 무주택자 등이 정부 정책에 따라 상황이 뒤바뀌었다. 호랑이 등에 탄 사람은 내리질 못하고 호랑이 등에 올라타려던 사람은 걸음을 멈추는 형국이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다양한 부작용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G빌라를 둘러싸고 ‘분양사기’ 의혹이 불거졌다. G빌라는 2021년 12월 지상 5층, 16세대 규모로 지어진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2층부터 5층까지 각 층별로 4세대가 입주할 수 있다.

건축업자 홍씨가 직접 분양한 2세대를 제외한 14세대 가운데 6세대의 매수인이 분양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건물을 시공한 건축업자, 건물의 소유권을 가진 건물주 등을 고소했다.

A씨 등 2명은 지난해 5월 공인중개사 김모씨를 사기죄로 처벌해달라며 서울 성북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달에는 B씨 등 4명이 김씨와 건축업자 홍모씨, 건물주 김모씨 등을 사기죄와 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고소했다. 특히 공인중개사 김씨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을 추가했다. 

매매대금 공인중개사 계좌로
믿었는데 소유권 이전 안 돼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건의 고소장은 고소 주체, 피고소 주체, 범죄 혐의 등은 조금씩 달랐지만 내용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돈을 냈지만 내 집 마련에는 실패했다는 것. 즉 계약금, 중도금 등 돈은 치렀지만 집의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매수인의 돈은 매도인이 아닌 공인중개사와 건축업자의 계좌로 들어갔다. 

A씨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김씨는 “매매대금을 자신에게 입금하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자신이 소유권을 가진 건물주 김씨로부터 건물 매매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 김씨는 성북구에서만 30년 가까이 중개업을 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공인중개사 김씨의 말을 믿고 건물 매매대금 4억4000만원 중 1억2000만원을 기존 수분양자에게, 1억원을 김씨에게 직접 송금했다. 남은 2억2000만원은 A씨가 소유권을 취득한 뒤 전세를 놓고 그 전세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차용증을 작성했다. A씨는 매매대금 4억4000만원을 다 치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까지 완료해주겠다고 했던 소유권 이전은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건물주 김씨가 G빌라를 담보로 매매대금을 상회하는 대출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소유권을 이전받는다 해도 근저당이 잔뜩 설정된 이른바 ‘깡통 건물’을 갖게 되는 셈이다. 

14세대 중
6세대 고소

B씨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치렀지만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했다. 이들도 건물주 김씨가 아닌 공인중개사 김씨와 건축업자 홍씨에게 매매대금을 넣었다. B씨 등은 “분양계약을 진행할 당시 매도인(건물주 김씨)이 1차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준공 후 건물을 담보로 2차 대출을 받아 토지상의 PF 대출금을 상환해 근저당을 말소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차 대출금은 매수인의 잔금(세입자로부터 받을 전세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하고 그 원금은 건축업자 홍씨가 책임지고 상환하며 이자 역시 홍씨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절차대로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잔금(전세금)을 받아 근저당권을 말소한 후 소유권 이전을 했으면 됐다는 것. 

문제가 된 부분은 건물을 담보로 한 2차 대출금이다. G빌라 토지에는 경기남부수협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39억2400만원(채권최고액), 공인중개사 김씨가 설정한 10억원의 근저당권과 또 다른 인물이 설정한 6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있었다.

해당 근저당권은 지난해 3월30일 한 번에 해지되는데 G빌라 건물을 담보로 2차 대출금을 받아 변제한 것이다. 

현재 G빌라 등기부등본상에는 도림신협과 든솔신협이 공동근저당권자로 설정돼있다. 각각 채권최고액은 24억9600만원, 24억원 등 48억9600만원에 이른다. 고소인은 건물주 김씨 등이 잔금 이상의 대출금을 받아 세대별 부담이 최고액 기준으로 3억5000만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서 전세 세입자를 구할 수 없게 됐다는 것. 

이 과정에서 건물주 김씨는 물론 건축업자 홍씨, 공인중개사 김씨 등이 고소인의 동의 없이 필요 이상의 대출을 받고 공동근저당권을 설정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공인중개사 김씨의 경우 공인중개사로서 분양 계약 당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는 점을 들어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동의 없이
설명 없이

공인중개사법 제25조(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중개가 완성되기 전 ▲해당 중개대상물의 상태·입지 및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 사항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등에 대해 중개의뢰인에게 성실·정확하게 설명하고 토지대장 등본 또는 부동산 종합증명서, 등기사항증명서 등 설명의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고소인은 피고소인이 G빌라뿐만 아니라 성북구 여러 지역에 신축 건물을 세우는 과정에서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건축업자 홍씨가 건물주 김씨를 앞세워 대출을 일으키게 한 뒤 건물을 세우고 공인중개사 김씨는 여기에 투자를 하고 중개 및 분양업무를 맡고 있다는 주장이다. 

B씨 등은 “공인중개사 김씨는 단순히 중개업무만 한 게 아니고 여러 개의 분양사업 전반에 금전적으로 투자 등의 관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인중개사 김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G빌라 토지 매입 당시 10억원 이상의 돈을, 또 다른 건물 건축 과정에도 돈을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G빌라 건축 과정에서 돈을 투자했는데 이를 다 돌려받지 못해 매매대금으로 처리하기로 매도인(건물주 김씨)과 얘기가 된 상태였다. 계약서에도 특약사항에 이 같은 내용을 넣었고 그대로 이행한 것인데 고소가 들어와 억울하다. 공인중개사는 모두 근거를 남겨야 되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매수인에게 매매대금을 직접 받은 것은 건물주 김씨, 건축업자 홍씨 등과의 채무를 변제하는 과정이었다는 주장이다.

대출금, 잔금보다 많아
깡통 건물에 경매 위기

G빌라 분양계약서에 따르면 특약사항3에 공인중개사 김씨의 계좌가 기재돼있고 ‘채권자로서 채권금액을 회수하는 것임(토지에 근저당 10억원이 설정됨)’이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고소인은 별도 특약사항을 언급했다. 별도 특약사항3에 따르면 ‘통대출(2차 대출) 후 은행 채무에 대해서는 채무자 홍○○님이 책임지고 이자부담은 물론 상환 말소해야 한다. 늦어도 전세 잔금시까지는 상환 말소해 수분양자와 전세 입주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한다’는 문구가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김씨가 주장하는 채무관계는 김씨와 건축업자 홍씨 혹은 건물주 김씨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해당 채무관계가 제3자인 매수인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을 근거는 될 수 없다”며 “공인중개사 김씨는 건물주 김씨의 대리인으로 대금을 수령하는 것이라 했고 매수인은 공인중개사 김씨가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리라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 싸움에서는 매수인이 공인중개사·건축업자·건물주에 비해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신협에서 일으킨 2차 대출금 이자를 납부하지 않으면서 경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심지어 건물주 김씨는 현재 세금 체납 상태다. 최초 고소를 진행한 A씨 등은 가처분 금지 설정을 해둔 상황이지만 경매는 해당 사항이 없다.

여기에 경찰 수사는 더딘 상태다. 이 사건은 성북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에서 수사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최초 고소 이후 9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공인중개사 김씨는 1차례 조사를 받고 자료를 제출한 뒤 이후 조사를 받지 않았다. 수사 상황을 묻기 위해 성북경찰서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신은 오지 않았다. 

한 법조인은 “공인중개사는 중개업무를 잘하면 되는데 김씨는 준시행업자 역할까지 하려 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피해를 본 세대끼리 처음부터 공동 대응을 했더라면 경찰 수사가 이렇게 지지부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경찰 수사가 늦어질수록 없는 쪽이 더 피해를 보는 구조다. 빠른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 9개월째
사건 뭉개나?

고소인도 “경찰이 9개월 동안 사건을 뭉개고 있는 동안 어딘가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피고소인에 대한 압수수색·구속수사·출국금지가 필요하다”며 “최근 변호사가 수사 지연에 대해 항의하자 그제야 조금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건축업자-건물주-공인중개사 3각 관계?

동업자서 원수로?

서울 성북구 성북동 G빌라를 둘러싼 고소전은 매수인과 건축업자·건물주·공인중개사 사이에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다. 건물주 김모씨가 공인중개사 김모씨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한 것. 건물주 김씨는 지난해 5월 매수인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공인중개사 김씨의 횡령, 사문서 위조 증거가 있어 고소·고발 중에 있다”고 기재했다. 

공인중개사 김씨 역시 건물주 김씨로부터의 피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가 ‘바지사장’이라고 주장했다. 건축업자 홍모씨가 실질적 건물 소유주고 건물주 김씨는 그가 내세운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면서 홍씨가 건물주 김씨 같은 바지사장을 여럿 두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개사 “건물주는 바지 사장”

건물주 김씨는 건축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공인중개사 김씨가 내세운 근거다. 일부 매수인도 건물주 김씨가 바지사장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 건물주 김씨를 만난 매수인은 “말도 어눌하고 늘 누군가와 같이 다닌다”고 설명했다. 

건축업자 홍씨는 “누군가의 잘잘못에 대해 언급할 생각 없다”고 한 뒤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끊었다. 건물주 김씨는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바로 전화를 끊은 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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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