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성북동 빌라 사기 의혹

서민들 등친 ‘성북 중개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내 집’에 대한 소시민의 열망은 남다른 데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집’이 갖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불과 몇 년 새 부동산시장이 변화를 거듭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속출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검은 손’의 수법은 교묘해지고 규모도 커지는 모양새다. 

어느 정부에서든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정책 중 하나가 ‘집값 안정’이다. 부동산시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곤 한다. 정부에서 부동산정책을 펼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정책에 따라 한 번 요동치기 시작한 시장은 쉽사리 그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다. 

올랐다
내렸다

‘부동산은 심리’라는 표현처럼 휩쓸리는 순간 호랑이 등에 탄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 시절 20번이 넘는 부동산정책이 실패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열풍을 넘어 광풍이 한국 사회를 덮쳤다. 근로소득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주식, 코인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주식과 코인 시장이 정세에 따라 널을 뛰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끊임없이 ‘우상향’을 거듭하던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열기가 대단했다. 지금 이 순간 집을 사지 않으면 뒤떨어진다는 생각에 ‘영혼까지 끌어 모아(영끌)’ 투자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가리키는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부동산이 사람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도구가 된 것이다.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은행 대출로 집을 산 영끌족은 높아진 대출금리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주택자, 실거주 1주택자, 무주택자 등이 정부 정책에 따라 상황이 뒤바뀌었다. 호랑이 등에 탄 사람은 내리질 못하고 호랑이 등에 올라타려던 사람은 걸음을 멈추는 형국이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다양한 부작용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G빌라를 둘러싸고 ‘분양사기’ 의혹이 불거졌다. G빌라는 2021년 12월 지상 5층, 16세대 규모로 지어진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2층부터 5층까지 각 층별로 4세대가 입주할 수 있다.

건축업자 홍씨가 직접 분양한 2세대를 제외한 14세대 가운데 6세대의 매수인이 분양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건물을 시공한 건축업자, 건물의 소유권을 가진 건물주 등을 고소했다.

A씨 등 2명은 지난해 5월 공인중개사 김모씨를 사기죄로 처벌해달라며 서울 성북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달에는 B씨 등 4명이 김씨와 건축업자 홍모씨, 건물주 김모씨 등을 사기죄와 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고소했다. 특히 공인중개사 김씨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을 추가했다. 

매매대금 공인중개사 계좌로
믿었는데 소유권 이전 안 돼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건의 고소장은 고소 주체, 피고소 주체, 범죄 혐의 등은 조금씩 달랐지만 내용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돈을 냈지만 내 집 마련에는 실패했다는 것. 즉 계약금, 중도금 등 돈은 치렀지만 집의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매수인의 돈은 매도인이 아닌 공인중개사와 건축업자의 계좌로 들어갔다. 

A씨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김씨는 “매매대금을 자신에게 입금하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자신이 소유권을 가진 건물주 김씨로부터 건물 매매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 김씨는 성북구에서만 30년 가까이 중개업을 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공인중개사 김씨의 말을 믿고 건물 매매대금 4억4000만원 중 1억2000만원을 기존 수분양자에게, 1억원을 김씨에게 직접 송금했다. 남은 2억2000만원은 A씨가 소유권을 취득한 뒤 전세를 놓고 그 전세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차용증을 작성했다. A씨는 매매대금 4억4000만원을 다 치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까지 완료해주겠다고 했던 소유권 이전은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건물주 김씨가 G빌라를 담보로 매매대금을 상회하는 대출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소유권을 이전받는다 해도 근저당이 잔뜩 설정된 이른바 ‘깡통 건물’을 갖게 되는 셈이다. 

14세대 중
6세대 고소

B씨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치렀지만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했다. 이들도 건물주 김씨가 아닌 공인중개사 김씨와 건축업자 홍씨에게 매매대금을 넣었다. B씨 등은 “분양계약을 진행할 당시 매도인(건물주 김씨)이 1차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준공 후 건물을 담보로 2차 대출을 받아 토지상의 PF 대출금을 상환해 근저당을 말소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차 대출금은 매수인의 잔금(세입자로부터 받을 전세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하고 그 원금은 건축업자 홍씨가 책임지고 상환하며 이자 역시 홍씨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절차대로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잔금(전세금)을 받아 근저당권을 말소한 후 소유권 이전을 했으면 됐다는 것. 

문제가 된 부분은 건물을 담보로 한 2차 대출금이다. G빌라 토지에는 경기남부수협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39억2400만원(채권최고액), 공인중개사 김씨가 설정한 10억원의 근저당권과 또 다른 인물이 설정한 6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있었다.

해당 근저당권은 지난해 3월30일 한 번에 해지되는데 G빌라 건물을 담보로 2차 대출금을 받아 변제한 것이다. 

현재 G빌라 등기부등본상에는 도림신협과 든솔신협이 공동근저당권자로 설정돼있다. 각각 채권최고액은 24억9600만원, 24억원 등 48억9600만원에 이른다. 고소인은 건물주 김씨 등이 잔금 이상의 대출금을 받아 세대별 부담이 최고액 기준으로 3억5000만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서 전세 세입자를 구할 수 없게 됐다는 것. 

이 과정에서 건물주 김씨는 물론 건축업자 홍씨, 공인중개사 김씨 등이 고소인의 동의 없이 필요 이상의 대출을 받고 공동근저당권을 설정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공인중개사 김씨의 경우 공인중개사로서 분양 계약 당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는 점을 들어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동의 없이
설명 없이

공인중개사법 제25조(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중개가 완성되기 전 ▲해당 중개대상물의 상태·입지 및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 사항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등에 대해 중개의뢰인에게 성실·정확하게 설명하고 토지대장 등본 또는 부동산 종합증명서, 등기사항증명서 등 설명의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고소인은 피고소인이 G빌라뿐만 아니라 성북구 여러 지역에 신축 건물을 세우는 과정에서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건축업자 홍씨가 건물주 김씨를 앞세워 대출을 일으키게 한 뒤 건물을 세우고 공인중개사 김씨는 여기에 투자를 하고 중개 및 분양업무를 맡고 있다는 주장이다. 

B씨 등은 “공인중개사 김씨는 단순히 중개업무만 한 게 아니고 여러 개의 분양사업 전반에 금전적으로 투자 등의 관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인중개사 김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G빌라 토지 매입 당시 10억원 이상의 돈을, 또 다른 건물 건축 과정에도 돈을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G빌라 건축 과정에서 돈을 투자했는데 이를 다 돌려받지 못해 매매대금으로 처리하기로 매도인(건물주 김씨)과 얘기가 된 상태였다. 계약서에도 특약사항에 이 같은 내용을 넣었고 그대로 이행한 것인데 고소가 들어와 억울하다. 공인중개사는 모두 근거를 남겨야 되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매수인에게 매매대금을 직접 받은 것은 건물주 김씨, 건축업자 홍씨 등과의 채무를 변제하는 과정이었다는 주장이다.


대출금, 잔금보다 많아
깡통 건물에 경매 위기

G빌라 분양계약서에 따르면 특약사항3에 공인중개사 김씨의 계좌가 기재돼있고 ‘채권자로서 채권금액을 회수하는 것임(토지에 근저당 10억원이 설정됨)’이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고소인은 별도 특약사항을 언급했다. 별도 특약사항3에 따르면 ‘통대출(2차 대출) 후 은행 채무에 대해서는 채무자 홍○○님이 책임지고 이자부담은 물론 상환 말소해야 한다. 늦어도 전세 잔금시까지는 상환 말소해 수분양자와 전세 입주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한다’는 문구가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김씨가 주장하는 채무관계는 김씨와 건축업자 홍씨 혹은 건물주 김씨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해당 채무관계가 제3자인 매수인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을 근거는 될 수 없다”며 “공인중개사 김씨는 건물주 김씨의 대리인으로 대금을 수령하는 것이라 했고 매수인은 공인중개사 김씨가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리라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 싸움에서는 매수인이 공인중개사·건축업자·건물주에 비해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신협에서 일으킨 2차 대출금 이자를 납부하지 않으면서 경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심지어 건물주 김씨는 현재 세금 체납 상태다. 최초 고소를 진행한 A씨 등은 가처분 금지 설정을 해둔 상황이지만 경매는 해당 사항이 없다.

여기에 경찰 수사는 더딘 상태다. 이 사건은 성북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에서 수사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최초 고소 이후 9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공인중개사 김씨는 1차례 조사를 받고 자료를 제출한 뒤 이후 조사를 받지 않았다. 수사 상황을 묻기 위해 성북경찰서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신은 오지 않았다. 

한 법조인은 “공인중개사는 중개업무를 잘하면 되는데 김씨는 준시행업자 역할까지 하려 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피해를 본 세대끼리 처음부터 공동 대응을 했더라면 경찰 수사가 이렇게 지지부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경찰 수사가 늦어질수록 없는 쪽이 더 피해를 보는 구조다. 빠른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 9개월째
사건 뭉개나?

고소인도 “경찰이 9개월 동안 사건을 뭉개고 있는 동안 어딘가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피고소인에 대한 압수수색·구속수사·출국금지가 필요하다”며 “최근 변호사가 수사 지연에 대해 항의하자 그제야 조금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건축업자-건물주-공인중개사 3각 관계?

동업자서 원수로?

서울 성북구 성북동 G빌라를 둘러싼 고소전은 매수인과 건축업자·건물주·공인중개사 사이에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다. 건물주 김모씨가 공인중개사 김모씨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한 것. 건물주 김씨는 지난해 5월 매수인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공인중개사 김씨의 횡령, 사문서 위조 증거가 있어 고소·고발 중에 있다”고 기재했다. 

공인중개사 김씨 역시 건물주 김씨로부터의 피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가 ‘바지사장’이라고 주장했다. 건축업자 홍모씨가 실질적 건물 소유주고 건물주 김씨는 그가 내세운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면서 홍씨가 건물주 김씨 같은 바지사장을 여럿 두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개사 “건물주는 바지 사장”

건물주 김씨는 건축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공인중개사 김씨가 내세운 근거다. 일부 매수인도 건물주 김씨가 바지사장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 건물주 김씨를 만난 매수인은 “말도 어눌하고 늘 누군가와 같이 다닌다”고 설명했다. 

건축업자 홍씨는 “누군가의 잘잘못에 대해 언급할 생각 없다”고 한 뒤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끊었다. 건물주 김씨는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바로 전화를 끊은 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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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