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배 꼬인' 구리 수택2동 정비사업 후폭풍

계속된 헛발질에 뿔난 주민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기도 구리의 대표 노후 지역인 수택2동에서 정비사업과 관련해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사업을 앞두고 지분 쪼개기 논란이 일었고, 사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최근에는 고층 아파트 편입을 두고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사업이 완료되기까지 갈 길이 먼 가운데 한동안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 경기도 구리시 수택2동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추진준비위(추진위)는 시에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입안 제안서를 제출했다. 수택2구역은 4~5개월 만에 정비사업 구역 지정에 필요한 기준선인 토지주 3분의 2(66.6%)를 넘어 70%대 동의를 받았다. 사업부지는 36만3000㎡으로 수택2동 일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며 세대 수는 6500여세대에 이른다.

사방이 걸림돌
새나오는 잡음

이런 수택2동 정비사업을 두고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수택2동은 주민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개발을 염두에 둔 지분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며 자제·근절을 촉구하는 청원이 등장해 논란을 빚었다. 실제 도로변 나대지 등을 중심으로 건축 후 여러개 등기를 낼 수 있는 다세대 건축허가 신청이 지난해 4월부터 시에 접수돼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조합원들은 수택2동 재개발 예정지역을 대상으로 신축 행위 등 알박기를 하는 투기꾼 차단을 시에 요구했다. 조합원 A씨는 “수택2동은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될 만큼, 노후도가 높고 14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보다 주거환경이 열악, 슬럼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업 전부터 ‘쪼개기’ 논란 난항
급물살 타다… 10년 전 실수 반복?


이어 “주민 스스로 허름하고 낡은 주거지역에서 불편을 개선하고자 정비계획 입안 제안(구역 지정)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동의율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 사이 다세대를 지어 지분 쪼개기를 하는 알박기꾼들의 행위가 만연되면서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지역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행위로 규정, 시의 적극 개입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원 B씨는 “수택2동이 열악한 환경과 주민들의 바람으로 최근 동의율이 폭발적으로 오르고 모두가 재개발을 염원하고 있지만 그 틈을 타 단독주택을 구입, 지분을 쪼개준다는 업자들이 홍보하고 사람들을 꼬드기고 다닌다”면서 “자기의 노후화된 주택을 허물고 새로운 주택을 바꾸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재개발을 노리고 주택 지분 쪼개기를 하는 건 엄연한 투기다. 시는 이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편입?
분담금 가중

문제는 또 있다. 최근 구리 수택2동 정비사업이 본격화한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고층 아파트인 무학·반석아파트 편입을 반대하고 나선 것.

A씨는 최근 시 홈페이지 청원란에 ‘무학·반석아파트’ 정비사업지구 편입을 반대한다’며 청원을 제기했다. 해당 아파트는 지상 11~15층 규모로 수택2동 정비사업지구 편입 시 주민들이 그만큼 분담금을 더 많이 낼 수밖에 없다는 게 청원의 이유다. 

A씨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고층 아파트까지 편입시켜 버리면 더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한다”며 “분담금이 많아지면 수택2동 주민들이 사실상 쫓겨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건축된지 13~14년밖에 되지 않은 무학·반석아파트가 정비지구에 편입되면 안전진단 통과도 어려운데 그렇게 추진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며 “입안권자는 보다 살기 좋은 수택2동으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10년 전에도…
황당한 주장

지난해 6월 초 구역 지정 동의서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정비 예정 구역엔 아파트들은 제외돼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주민들에게 동의, 통보도 없이 편입돼 시청에 접수됐다. 

A씨는 “굳이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구역 지정에 전혀 지장이 없으며 편입 시 멀쩡한 아파트를 부수게 되어 자원 낭비와 환경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빌라와 단독 소유자는 분담금 폭탄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 아파트는 구역 외 아파트 매매 시세로 평가하도록 한 감정평가법상 현재 구리시 소재 30평대 아파트 시세가 10억을 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빌라, 단독보다 아파트 감정가는 매우 높게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분양가가 시세의 50%~60%에서 결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아파트의 경우 토지 지분도 작아 아파트 외 조합원 땅을 보태서 새 아파트를 건축해 무상으로 줄 뿐 아니라 청산금으로 현금도 추가로 줘야 하는 어이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즉, 일반분양 수입 손실, 건축비, 철거비, 청산금 부담 때문에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크게 늘어나 사업성 저하로 원활한 재개발 추진에도 장애가 될 것이라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조합원들 “무학·반석 편입 반대”
분담금 가중에 안전진단 통과 어려워

수택2동 정비구역 지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뉴타운계획으로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던 적이 있다. 당시 50여년을 거주한 주민들은 주택이 낙후돼 재개발을 원했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뉴타운 사업을 우선적으로 원했다.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당시 시장과 추진위원장은 ‘뉴타운은 잘못된 법이고 주민들을 죽이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거주민들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2015년 정비구역이 해제됐다.  

A씨는 “뉴타운을 반대했던 두 사람이 그보다 못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니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재개발을 추진하는 이들은 이토록 비교분석도 없이 단순하게 ‘헌집 주고 새집 받자’는 이슈로 주민들을 홀리고 있으나 이 주장은 황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 측은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다 끝난 사안을 놓고 일부 주민들이 다른 생각이 있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문제 안 된다”
주민들의 몫

시 관계자는 “무학·반석아파트는 애초 추진위가 정비구역 제안서 제출 당시 주민 동의를 받아 제출된 사업구역에 있는 것으로 조합원들이 우려하는 아파트 건축연한이나 안전진단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편입이나 제척 문제는 주민들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ktikti@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27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