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개발 가등기 명단에···대통령실 간부 투기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7.10 13:22:29
  • 호수 1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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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폐허로 방치된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에서 대통령실 관계자 A씨가 언급됐다. A씨가 사업구역 내 빌라 한 채에 매매예약 가등기를 설정하면서다. 2007년 시작된 노량진본동 주택개발 사업은 현재 약 70명의 가등기권자로 인해 삽도 못 뜬 형국이다. 이들이 가등기 말소 조건으로 시행사 측에 요구한 합의금은 1000억원 이상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 소속 간부 A씨는 노량진본동 주택개발 사업구역에 속한 영본빌라 202호에 가등기를 설정한 상태다. 통상 가등기는 미래에 이 집을 소유할 예정이라며 매매예약을 걸어두는 등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공유자만 33명, 가등기권자가 11명이나 되는 이들이 17평도 안되는 빌라 한 채에 주거 목적으로 가등기를 설정할 리는 없을 터. 실제로 A씨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가등기는 시행사와 협상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직접 말했다. 

17평 빌라에 
수십명 등기

2010년 노량진 지주택 사업이 한창일 때 A씨는 총 2억7600만원의 분담금을 입금하고 조합원 자격을 취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노량진본동에 아파트를 5억 정도에 분양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A씨가 주거용 오피스텔을 소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주택자만 해당되는 지주택 조합원의 자격을 잃었다고 한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유주택자들을 모집해 부지를 매입한 뒤 집을 지어 분양하는 사업을 한다.

영본빌라 가등기권자는 A씨를 포함해 총 11명이고 공유자만 약 30명으로 대부분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 소속이다. 재보연의 탄생 배경은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지주택)에서 출발한다. 2007년 대우건설과 협약을 맺고 시작된 지주택은 4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이 몰린 ‘노른자’ 사업을 이끌었다.

그러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2012년 3월 조합은 2700억원 규모의 PF 대출금 만기일 이내 돈을 갚지 못해 파산했다. 결국, 대우건설도 2012년 3월24일 PF 연장을 포기했다. 조합 부도 이후 대우건설은 그해 4월10일까지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처분권을 취득한 사업부지는 공매하겠다고 조합에 통지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로쿠스로 소유권이전등기 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대금 2100억, 신탁등기비 100억)가 이뤄져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공매로 나온 부지에 사업 주체가 바뀐 것이다.

부지 공매와 내분 사태를 겪은 해당 조합은 대외적으로 로쿠스와 대우건설 및 청와대 등에 민원을 제기(2017년 동작구청 중재로 시행사와 합의까지 약 670여회)했다. 내적으로는 공매 직전 공증서류를 통해 채권자 지위를 확보한 일부 조합원 및 투자자(약 156명) 등에게 “서로 힘을 합해 시행사와 시공사에 맞서 싸우자”고 3차례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들 중 36명을 제외한 122명은 끝내 조합에 대한 채권자 지위를 고수해 조합원 자격서 제명당하고 말았다. 현재는 최종 388명이 유효한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김모씨를 포함한 122명은 이미 파탄 난 조합에 대한 채권자 지위에 있을 뿐 시행, 시공사에 대한 어떠한 권리 주장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살지도 않는 집 매매 예약 가등기
시행사업 방해 목적? “전략일 뿐”

조합 이사 김씨는 공증서류로 공매 직전 채권자 지위를 확보한 사람들을 위주로 재보연이라는 미명하에 지주택조합과는 별도로 122명의 외부 조직을 결성했다. 향후 주도권 확보를 위한 집단적 위세와 단합된 행동을 위해 운영규정(행동강령) 및 개별서약서(운영규정위반시 제재 등)까지 만들어 2012년 4월 재보연을 꾸렸고, A씨는 여기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최종 388명이 현재 유효한 노량진본동 지주택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김씨를 포함한 122명은 2012년 말 제명되면서 재보연으로 독립한 셈이다.

A씨는 “오피스텔 소유로 인해 조합서 제명됐기에 시행사 합의 대상서 제외됐고, 분담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는데, 이자까지는 돌려받아야 하지 않겠나. 변호사 정모씨가 조언하길 (영본빌라 202호)에 가등기를 설정하고 버티면 시행사에서 협상하자고 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가등기를 설정하기 위해 재보연 측에 4000만원을 입금했다.

취재진이 ‘4000만원을 입금하면서까지 지분을 확보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A씨는 “(영본빌라 202호 공유지분)매매 금액이 대략 1700만원인데 그냥 2000만원으로 하는 것보다는 4000만원으로 올려놓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우리 입장에서 어차피 2000만원 받으려고 제한 행위를 한 건 아니지 않겠나”라고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이처럼 A씨는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개발사업의 주체를 방해하고 합의금을 더 받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실제 영본빌라 202호의 감정평가액은 약 5억7000만원이며, 공유자 30여명을 기준으로 나누면 공유지분 금액은 1인당 1700~2000만원으로 계산된다. 

한 푼이라도
더 받자고…

지주택은 원수에게도 권하지 않을 만큼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사업이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이 가장 많이 추진되고 있는 곳은 서울 동작구다. 총 118곳 중 23곳(19%)이 몰려 있다. 준공된 지주택 아파트만 보면 24곳 중 8곳(33%)이 동작구에 있다. 문제는 사업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고,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주택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주택에 접근하는 경우 지주택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지주택은 조합이 사업 주체가 되는 만큼 비교적 개발 절차가 단순하고 중간마진을 없앨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종의 ‘공동구매’이기 때문에 순탄하게 진행한다면 조합원들은 일반분양가의 반값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지주택은 남의 땅에 집을 짓는 사업 구조인 만큼 얼마나 땅을 확보했느냐가 사업 성패의 키다. 지주택이 사업계획승인을 따내려면 구역 내 토지를 95%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알박기는 빈번하게 이뤄진다. 토지 매입에 시간이 소요되면 소요될수록 예상했던 토지 매입비가 대폭 상승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사업 주체인 조합원이 떠안게 된다. 

지주택 추진위와 업무대행사가 결탁, 유령회사를 만들어 토지 매입비 등을 가로채는 사기도 비일비재하다. 자금난 등으로 조합이 부도를 맞을 경우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조합원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조합이 토지 매입을 완료했다고 해도 추가분담금을 무시할 수 없다. 사업이 지연됐을 경우 시공사가 일반분양 지연 등에 따른 추가분담금을 통보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조합원이 일반분양가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수도 있다.

‘떼거리 등기’ 1인당 9억원 요구
2억7600만원 넣고···3배 뻥튀기

이에 따라 A씨 등 재보연이 투자금을 그대로 돌려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합의한 조합원들도 투자금의 50%만 돌려받은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A씨를 비롯한 재보연 관계자 122명은 1000억원의 보상을 시행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재보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지주택 조합원은 평균 2~3억원을 투자했다”며 “부동산 시세에 따라 1인당 기준 최소 9억원은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사업 주체가 가등기권자에게 9억원을 보상한다면, 2억7600만원을 낸 A씨의 경우 3배 이상의 차익을 가져간다. 


이를 두고 시행사 측은 “조합원 자격도 없는 가등기권자에게 보상할 의무는 없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현재 시행사 측은 가등기권자를 상대로 가등기말소 소송을 걸었다. 시행사 관계자는 지난 5월 “수십명에게 각각 가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소장 송달부터 1심판결까지 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과도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고 가등기권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조합원 피해
조직 운운

현재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주택건설 대지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의 모든 소유자에게 매도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가등기말소 또는 근저당권 말소 등을 강제로 청구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등기 또는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A씨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가등기 설정은 사업 주체에 대한 강력한 대항력이 있다”며 “가등기말소 소송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만, 사업 주체는 가등기가 말소돼야만, 착공과 분양이 되기에 우리의 재산권을 보존 받으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행사가 원하는 합의금을 주기 전까진 가등기를 말소하지 않고 버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양측의 합의가 오래될수록 비용부담은 분양가 상승에 원인이 되지 않나’라고 묻자, A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영본빌라는 202호를 제외하곤 창문마저 없는 사실상 폐가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가등기권자의 알박기로 인해 철거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로 가등기 말소가 이뤄지지 않은 부동산들은 시행사가 철거할 수 없어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재보연 측은 방치된 공사 현장에 대해 “시공사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수천억원의 보상금과 사업권도 요구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 입장이라는 주장이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지불했다”며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재보연은 법적 토지 소유권을 놓고 반발하면서 시행사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재보연 측은 2013년 7월부터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영본빌라, 에이스빌라, B건물에 가등기 및 공유지분 관계를 설정해 사업 주체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 

현재 시행사가 확보한 주택건설 대지면적은 95% 이상이다. 이 중 가등기가 설정된 부동산 3곳은 1% 미만에 해당한다. 현재 영본빌라 202호는 33명의 공유자에 11명의 가등기권자, 에이스빌라 502호는 55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 있다. B 건물의 경우 1명의 가등기가 설정된 상태로 현재 가등기말소 소장이 접수된 상태다.

시행사와 합의한 다수의 조합원은 재보연의 ‘알박기’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면서 아직 합의금 잔금도 못 받고 있다.

한 합의 조합원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감정가 7억도 안 되는 영본빌라는 11명이 가등기를 치고, 10억도 안되는 에이스빌라에는 55여명이 가등기를 설정해 지분을 쪼개 알박기하며 개발 사업을 방해 중”이라며 “영본빌라 가등기권자 중에 대통령실 간부가 연루됐다는 사실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묵묵부답 

한편, A씨는 지난 2일 <일요시사>와 첫 통화에서 “공직자인 내 신상정보를 누구에게 전달받았는지 왜 대답하지 않나. 많이 불쾌하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갈 경우, 개인정보 노출과 공직자 명예훼손이 될 수 있고, 손해를 끼칠 경우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 있음을 고지한다.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후 A씨는 재차 연락을 취해 “공무원이라는 게 요즘은 최고의 약자다. 보도가 한 번 나가면 어떻게든 스크래치가 나지 않나”라며 “조직(대통령실) 대 조직(<일요시사>)의 싸움이 돼 버릴 수 있지 않나”고 말했다. 취재진은 대통령 대변인실에 “대통령실 간부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입장을 달라”고 질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장진영 후보 지주택 투기 재조명

22대 총선 서울 동작갑서 낙마한 장진영 국민의힘 후보가 지역주택조합 투기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그는 자신을 상대로 제기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지역주택조합 끼고 투기하는 바보도 있느냐”며 전면 반박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3월12일 장 후보 부친이 ‘2020년 동작구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지의 한 필지를 매입했다가 1년 6개월 후 매도해 약 2배 시세 차익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토지는 맹지에 가까운 ‘ㄷ’자 모양의 비정형 필지로 가등기가 설정된 토지인데, 장 후보 부친이 이를 샀다가 지역주택조합에 되팔면서 시세보다 2배 넘는 가격에 팔아 7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장 후보와 지역주택조합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이를 반박했다. 장 후보와 지역주택조합 관계자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2020년 지역주택조합인 한강주택조합은 서울 동작구 본동 지역을 매입해 재건축·재개발을 진행 중이었다.

주택법상 조합인가를 받으려면 사업 대상 지역 토지의 80%를 확보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

당시 한강주택조합도 사업부지를 매입했는데, 대상 토지 중 한 곳에 문제가 있었다. 동작구 본동(노량진동) 190-19 토지에 가등기가 설정된 것이다.

게다가 가등기 설정시기가 1970년대로 필지 등기부등본에 사실상 등기권리자 이름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주소가 명시돼 있었지만 그사이 행정구역 등 개편으로 주소지명이 달라져 권리자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장 후보 부친 도움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당시 매매가는 7억 9000만원이었다.

매매는 장 후보 부친과 조합 측이 직접 진행했다. 가등기 말소 소송도 장 후보 부친이 원고로서 수행했다.

1년 6개월 뒤인 2022년 6월 장 후보 부친은 조합 측에 해당토지를 매각했다. 평당 2800만원으로 같은 시기 조합이 매수한 다른 토지 가격의 2분의 1 수준이었다.

장 후보 부친은 7억9000만원에 해당 토지를 샀다가 15억원에 되팔았지만 시세차익의 절반을 양도소득세로 납부했다고 한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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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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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