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꾸기 바쁜’ 싱크홀 공포 진단

사람 죽어도 덮기에 급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자고 나면 도시 이곳저곳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도심 속 안전을 위협하는 싱크홀 이야기다. 싱크홀이 연달아 발생하고 이에 사망 혹은 실종 사고가 벌어지고 나서야 정부와 지자체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장에 투입한 인력과 장비가 심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시민들은 갑자기 발이 꺼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전국 곳곳서 지반침하, 이른바 싱크홀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발생하는 싱크홀에 정부는 추가 점검 대책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발밑의
시한폭탄

싱크홀 관리를 담당하는 국토안전관리원서 발간한 ‘2024 지하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 2023까지 총 957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2021년 142건 ▲2022년 177건 ▲2023년 161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지역별로 분석하면 서울에선 13건·15건·11건·20건·23건, 부산은 15건·29건·17건·8건·16건, 대구 3건·2건·1건·2건·4건, 인천 8건·20건·2건·1건·2건, 광주 20건·55건·13건·6건·28건, 대전 20건·20건·8건·9건·9건, 울산 1건·2건·5건·3건·0건이 나타났다.

지역 중 가장 많은 싱크홀이 발생한 곳은 경기도로, ▲2019년 53건 ▲2020년 47건 ▲2021년 35건 ▲2022년 36건 ▲2023년 26건이 발생했다. 이는 전체 싱크홀 발생 수의 약 16~30%의 비율이다.


올해는 더 빈번하게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전국적으로 총 12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그중 서울서만 5곳에서 싱크홀이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서울서 발생했던 16건의 약 3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서울 시내에 더 많은 싱크홀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해 지나가던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사망했다. 이후 지난 14일에는 명일동 대형 싱크홀 사고 지점으로부터 2.5km 떨어진 강동구 천호동 인근 횡단보도서 다시 소규모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13일 마포구 애오개역 인근서 지름 40cm, 깊이 1.3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해 차량 통행이 통제됐으며, 서울 성동구 옥수역 7번 출구 인근 1차선 도로에서는 가로·세로 약 60cm, 깊이 깊이 10cm 크기의 작은 포트홀이 발생했다.

지난 15일에는 서울 중랑구 신내동 중랑구청 사거리 인근 도로서 가로 40㎝,세로 30㎝,깊이 90㎝가량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같은 날 3곳에서 싱크홀이 발견된 셈이다.

부산에서는 같은 공사 현장 근처서 연달아 싱크홀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지난 13일 지름 5m, 깊이 5m의 싱크홀이 발생했고, 다음 날 불과 200m 떨어진 지점서 지름 3m, 깊이 2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인천서도 지난 15일 경인전철 1호선과 인천도시철도 1호선 환승역인 부평역 앞 건널목서 가로 5m, 깊이 10c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5년간 약 1000건 발생
“올해 들어 더욱 빈번해”


지난 11일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는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는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지하 35~40m 지점서 작업하던 50대 노동자 1명이 실종됐다가 124시간 만인 지난 16일, 결국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런 사고는 단순히 물리적인 피해를 넘어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며 사회적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싱크홀은 자연현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도시 기반 시설의 노후화, 무리한 지하 개발, 부실 시공 등 인간이 만든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노후 하수관로의 파손, 상수도 누수, 무분별한 지하 굴착공사 등은 도로 밑의 지반을 약화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싱크홀은 도시가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지하 인프라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조기 경보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예고 없이 나타나 인명까지 위협하는 싱크홀은 이제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서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싱크홀 위험 지역에 대한 정밀 탐사를 확대하고, 지반 정보 지도를 제작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이다. 예산 부족과 관련 부서 간 협업 부족으로 인해 일부 지역은 여전히 위험에 방치돼있는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싱크홀 관련 민원은 415건에 달했다.

권익위 측 관계자는 “최근 싱크홀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한 뒤 싱크홀 관련 민원이 급증했다”며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며 도로 균열 및 지반침식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최근 전국적으로 계속된 싱크홀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오인 신고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서울시는 관악구 삼성동 재개발구역에 땅이 꺼진 것처럼 보인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해당 구역은 싱크홀과 무관하게 도로 일부가 깨진 상태였다.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서도 싱크홀 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오인 신고였다.

서울시 측 관계자는 “최근 싱크홀 오인 신고가 많아졌다”며 “도로가 파손된 것을 싱크홀로 착각하는 등 오인 신고가 하루 최소 2~3건씩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각지대
위험 방치

사람들의 불안이 커진 상황에 지자체들은 재발 방지 대책으로 인공지능(AI) 도입과 지표투과레이더(GPR)를 통한 안전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GPR 탐사 확대와 노후 관로 교체를 포함한 ‘지반침하 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했고 ‘우선 정비구역도’와 ‘안전 지도’를 제작해 대응에 나섰다.


서울 시내 지자체들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정비 사업과 향후 진행될 안전 대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는 173억원을 투입해 관내 10.3km에 달하는 노후 하수관로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구는 지난 1월 전 지역의 노후 하수관로 7.1km에 대한 공사에 들어갔다. 오는 10월 준공을 목표로 하수관로 상황에 맞춰 굴착 개량, 보수·보강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방학1동, 도봉1동 지역의 노후 하수관로 3.2㎞ 구간 정비를 시작해 현재 공정률이 81%에 달한다고 전했다.

용산구는 지난달 ‘2025년 관내 노면 하부 공동조사’를 발주했고, 성동구도 오는 5월 용역 발주를 앞두고 있다. 두 지역은 공사장 주변과 노후 하수관 매설 도로 등의 내부 상황을 살펴볼 예정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공사장 인근의 주변 도로 함몰 징후 여부와 지반 균열 상태, 버팀대 상태 등도 점검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도 30년 이상 장기 사용한 하수관이 매설된 연남동 구간의 배급수관 정비 공사를 이달 내 완료하고, 2027년까지 구도 377km에 대한 탐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영등포구는 신안산선 붕괴사고 등 도로 침하 현상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4일, 7호선 신풍역 인근 공사 현장을 찾아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지난달 24일 거대 싱크홀이 발생한 강동구에선 해당 사고 이후 불안을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르자 인근 지역에 대한 공동 탐사를 진행, 하수관 접합부의 노후로 소규모 공동이 발견된 1개소에 대해 정비를 마쳤다. 다만, 사고가 발생한 지점의 조사 및 씽크홀 발생원인 등에 대한 분석은 정부 합동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강동구는 상반기 중 9호선 연장사업 공사 구간 일대 구 관리 도로에 대한 공동 탐사 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포트홀 중심으로 AI 탐지 장비를 도입해 선제 대응 중이고, 울산은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GPR 탐사와 천공 내시경을 통한 정밀 점검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GPR 탐사 차량을 확충하고, 지하 굴착 공사 때 자동 계측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실한 차수 공법이 시행된 사상∼하단선 구간 1100곳에는 물 침투를 막고 지반을 보강하는 그라우팅 공법을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지자체들은 인공지능(AI) 장비 도입이나 지반탐사 확대 등으로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GPR은 탐지 깊이가 2m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서 깊이 2.5m 싱크홀이 발생하기 3개월 전 이뤄진 GPR 탐사에서는 별다른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GPR은 도로 유지보수에는 도움이 되지만 대규모 싱크홀 조사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GPR로
예방 불가”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땅의 밀도를 추정하는 GPR은 2m 지반 아래까지만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도로 유지보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예측 불가한 대규모 싱크홀 조사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고성능 GPR 장비 도입을 통해 현재의 탐사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2m 깊이까지만 탐사 가능한 장비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최소 5~6m 깊이까지 탐지할 수 있는 고성능 GPR 장비 도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 투자와 장기적인 탐사 발주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싱크홀이 처음 문제 제기됐을 당시에도 지적됐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4년 국비 38억원과 연구진 211명을 투입해 ‘한국형 땅 꺼짐 예방 가이드라인’과 예측 기술개발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연이은 땅 꺼짐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그해 12월 ‘지반침하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이듬해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대전대 산학협력단 등이 합작해 땅 꺼짐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GSR(Ground Subsidence Risk·한국형 싱크홀 위험 예측 기술) 기법’을 개발했다.

해당 기법이 실제로 개발됐지만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2020년 4월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지반함몰 위험성 예측 및 평가기술 개발 1세부 최종보고서’에 지반 변형 및 지반 함몰을 예측할 수 있는 신기법 GSR이 현장서 적용 가능한 형태로 수록됐다. 해당 용역 연구는 국토부의 의뢰로 2015년 12월28일부터 2020년 1월31일까지 진행됐다.

GSR은 공사 현장의 지반을 분석해 0~100점 사이의 GSR 점수(안전점수)를 산출, 땅 꺼짐 위험도를 5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100점에 가까울수록 땅 꺼짐 위험이 적은 양호한 지반을 뜻한다. 땅 꺼짐에 영향을 주는 흙의 재질, 공동의 유무, 암반의 특징을 조사한 뒤 인자마다 할당된 점수를 정해진 도식에 대입하는 방식이다.

GSR 개발을 주도한 임명혁 대전대 재난안전공학과 교수는 “한국 지질 특성에 맞는 인자 40개를 추리고 점수화하는 도식을 4년에 걸쳐 개발했다”며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인자별 입력값만 넣으면 안전점수가 곧바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시민 불안 커지자 안전 점검
5년 전 개발하고 도입 무산

GSR 기법은 한국 지질 특성에 최적화된 땅 꺼짐 예측·평가 도구로, 위험도 예측 신뢰성이 떨어지는 기존 기법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는 GPR로 관내 5개 도시·광역철도 건설공사 구간을 집중 탐사해 땅 꺼짐을 방지하겠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GPR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대부분 대형 땅 꺼짐은 최소 10m 아래서 발생하지만, GPR은 탐지 깊이가 2m 남짓에 불과하다”며 “서울시가 GPR 장비를 갖춘 지 10년이 됐는데 이 장비로 대형 싱크홀을 사전에 발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에 그치지 않고 굴착공사 시공 단계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4개 등급(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구분하고, 사건마다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미 개발이 끝난 GSR 기법과 매뉴얼은 막상 현장서 활용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GSR 기법은 사례가 부족하고 추가 연구가 필요해 검증된 기술인 GPR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지하 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향후 5년간 기술개발·장비 성능 검증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GSR 기법 활용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선 ‘만시지탄’이란 반응이다. 임 교수는 “신기술인 만큼 일찍이 현장서 적용해보고 보완했으면 많은 사례를 확보해 지금의 땅 꺼짐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국토안전관리원은 GSR의 도입이 아니더라도 장심도 도로지반조사 장비 도입을 매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장심도 장비는 투과 범위가 2~20m에 달해 보다 깊은 땅 속 공간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다. 해당 장비를 도입하면 기존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깊이의 싱크홀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게 된다.

국토안전관리원은 해마다 싱크홀 사고가 발생하자 지하공간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서 이 장비의 도입을 검토했다.

그러나 국토안전관리원이 계획한 장심도 장비 도입은 계속 무산됐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올해 초 분석 결과 장심도 장비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장심도 장비가 어렵게 된 이유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국토안전관리원의 이 같은 결정은 장심도 장비 자체의 성능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답이 없다
땜빵만 고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장심도 장비 자체가 성능 검증이 안 된 상태로 알고 있다”며 “장비 도입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게 우선이지만, 기술적으로도 검토할 부분이 많아 (장비 도입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을 미리 발견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고도 도입이 계속 무산되며 시민들은 발 딛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의 불안이 절정에 닿은 만큼 정부의 대처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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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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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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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