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꾸기 바쁜’ 싱크홀 공포 진단

사람 죽어도 덮기에 급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자고 나면 도시 이곳저곳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도심 속 안전을 위협하는 싱크홀 이야기다. 싱크홀이 연달아 발생하고 이에 사망 혹은 실종 사고가 벌어지고 나서야 정부와 지자체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장에 투입한 인력과 장비가 심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시민들은 갑자기 발이 꺼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전국 곳곳서 지반침하, 이른바 싱크홀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발생하는 싱크홀에 정부는 추가 점검 대책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발밑의
시한폭탄

싱크홀 관리를 담당하는 국토안전관리원서 발간한 ‘2024 지하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 2023까지 총 957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2021년 142건 ▲2022년 177건 ▲2023년 161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지역별로 분석하면 서울에선 13건·15건·11건·20건·23건, 부산은 15건·29건·17건·8건·16건, 대구 3건·2건·1건·2건·4건, 인천 8건·20건·2건·1건·2건, 광주 20건·55건·13건·6건·28건, 대전 20건·20건·8건·9건·9건, 울산 1건·2건·5건·3건·0건이 나타났다.

지역 중 가장 많은 싱크홀이 발생한 곳은 경기도로, ▲2019년 53건 ▲2020년 47건 ▲2021년 35건 ▲2022년 36건 ▲2023년 26건이 발생했다. 이는 전체 싱크홀 발생 수의 약 16~30%의 비율이다.

올해는 더 빈번하게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전국적으로 총 12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그중 서울서만 5곳에서 싱크홀이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서울서 발생했던 16건의 약 3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서울 시내에 더 많은 싱크홀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해 지나가던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사망했다. 이후 지난 14일에는 명일동 대형 싱크홀 사고 지점으로부터 2.5km 떨어진 강동구 천호동 인근 횡단보도서 다시 소규모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13일 마포구 애오개역 인근서 지름 40cm, 깊이 1.3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해 차량 통행이 통제됐으며, 서울 성동구 옥수역 7번 출구 인근 1차선 도로에서는 가로·세로 약 60cm, 깊이 깊이 10cm 크기의 작은 포트홀이 발생했다.

지난 15일에는 서울 중랑구 신내동 중랑구청 사거리 인근 도로서 가로 40㎝,세로 30㎝,깊이 90㎝가량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같은 날 3곳에서 싱크홀이 발견된 셈이다.

부산에서는 같은 공사 현장 근처서 연달아 싱크홀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지난 13일 지름 5m, 깊이 5m의 싱크홀이 발생했고, 다음 날 불과 200m 떨어진 지점서 지름 3m, 깊이 2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인천서도 지난 15일 경인전철 1호선과 인천도시철도 1호선 환승역인 부평역 앞 건널목서 가로 5m, 깊이 10c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5년간 약 1000건 발생
“올해 들어 더욱 빈번해”

지난 11일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는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는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지하 35~40m 지점서 작업하던 50대 노동자 1명이 실종됐다가 124시간 만인 지난 16일, 결국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런 사고는 단순히 물리적인 피해를 넘어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며 사회적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싱크홀은 자연현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도시 기반 시설의 노후화, 무리한 지하 개발, 부실 시공 등 인간이 만든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노후 하수관로의 파손, 상수도 누수, 무분별한 지하 굴착공사 등은 도로 밑의 지반을 약화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싱크홀은 도시가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지하 인프라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조기 경보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예고 없이 나타나 인명까지 위협하는 싱크홀은 이제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서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싱크홀 위험 지역에 대한 정밀 탐사를 확대하고, 지반 정보 지도를 제작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이다. 예산 부족과 관련 부서 간 협업 부족으로 인해 일부 지역은 여전히 위험에 방치돼있는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싱크홀 관련 민원은 415건에 달했다.

권익위 측 관계자는 “최근 싱크홀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한 뒤 싱크홀 관련 민원이 급증했다”며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며 도로 균열 및 지반침식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최근 전국적으로 계속된 싱크홀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오인 신고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서울시는 관악구 삼성동 재개발구역에 땅이 꺼진 것처럼 보인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해당 구역은 싱크홀과 무관하게 도로 일부가 깨진 상태였다.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서도 싱크홀 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오인 신고였다.

서울시 측 관계자는 “최근 싱크홀 오인 신고가 많아졌다”며 “도로가 파손된 것을 싱크홀로 착각하는 등 오인 신고가 하루 최소 2~3건씩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각지대
위험 방치

사람들의 불안이 커진 상황에 지자체들은 재발 방지 대책으로 인공지능(AI) 도입과 지표투과레이더(GPR)를 통한 안전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GPR 탐사 확대와 노후 관로 교체를 포함한 ‘지반침하 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했고 ‘우선 정비구역도’와 ‘안전 지도’를 제작해 대응에 나섰다.

서울 시내 지자체들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정비 사업과 향후 진행될 안전 대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는 173억원을 투입해 관내 10.3km에 달하는 노후 하수관로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구는 지난 1월 전 지역의 노후 하수관로 7.1km에 대한 공사에 들어갔다. 오는 10월 준공을 목표로 하수관로 상황에 맞춰 굴착 개량, 보수·보강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방학1동, 도봉1동 지역의 노후 하수관로 3.2㎞ 구간 정비를 시작해 현재 공정률이 81%에 달한다고 전했다.

용산구는 지난달 ‘2025년 관내 노면 하부 공동조사’를 발주했고, 성동구도 오는 5월 용역 발주를 앞두고 있다. 두 지역은 공사장 주변과 노후 하수관 매설 도로 등의 내부 상황을 살펴볼 예정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공사장 인근의 주변 도로 함몰 징후 여부와 지반 균열 상태, 버팀대 상태 등도 점검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도 30년 이상 장기 사용한 하수관이 매설된 연남동 구간의 배급수관 정비 공사를 이달 내 완료하고, 2027년까지 구도 377km에 대한 탐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영등포구는 신안산선 붕괴사고 등 도로 침하 현상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4일, 7호선 신풍역 인근 공사 현장을 찾아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지난달 24일 거대 싱크홀이 발생한 강동구에선 해당 사고 이후 불안을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르자 인근 지역에 대한 공동 탐사를 진행, 하수관 접합부의 노후로 소규모 공동이 발견된 1개소에 대해 정비를 마쳤다. 다만, 사고가 발생한 지점의 조사 및 씽크홀 발생원인 등에 대한 분석은 정부 합동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강동구는 상반기 중 9호선 연장사업 공사 구간 일대 구 관리 도로에 대한 공동 탐사 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포트홀 중심으로 AI 탐지 장비를 도입해 선제 대응 중이고, 울산은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GPR 탐사와 천공 내시경을 통한 정밀 점검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GPR 탐사 차량을 확충하고, 지하 굴착 공사 때 자동 계측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실한 차수 공법이 시행된 사상∼하단선 구간 1100곳에는 물 침투를 막고 지반을 보강하는 그라우팅 공법을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지자체들은 인공지능(AI) 장비 도입이나 지반탐사 확대 등으로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GPR은 탐지 깊이가 2m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서 깊이 2.5m 싱크홀이 발생하기 3개월 전 이뤄진 GPR 탐사에서는 별다른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GPR은 도로 유지보수에는 도움이 되지만 대규모 싱크홀 조사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GPR로
예방 불가”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땅의 밀도를 추정하는 GPR은 2m 지반 아래까지만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도로 유지보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예측 불가한 대규모 싱크홀 조사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고성능 GPR 장비 도입을 통해 현재의 탐사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2m 깊이까지만 탐사 가능한 장비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최소 5~6m 깊이까지 탐지할 수 있는 고성능 GPR 장비 도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 투자와 장기적인 탐사 발주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싱크홀이 처음 문제 제기됐을 당시에도 지적됐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4년 국비 38억원과 연구진 211명을 투입해 ‘한국형 땅 꺼짐 예방 가이드라인’과 예측 기술개발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연이은 땅 꺼짐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그해 12월 ‘지반침하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이듬해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대전대 산학협력단 등이 합작해 땅 꺼짐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GSR(Ground Subsidence Risk·한국형 싱크홀 위험 예측 기술) 기법’을 개발했다.

해당 기법이 실제로 개발됐지만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2020년 4월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지반함몰 위험성 예측 및 평가기술 개발 1세부 최종보고서’에 지반 변형 및 지반 함몰을 예측할 수 있는 신기법 GSR이 현장서 적용 가능한 형태로 수록됐다. 해당 용역 연구는 국토부의 의뢰로 2015년 12월28일부터 2020년 1월31일까지 진행됐다.

GSR은 공사 현장의 지반을 분석해 0~100점 사이의 GSR 점수(안전점수)를 산출, 땅 꺼짐 위험도를 5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100점에 가까울수록 땅 꺼짐 위험이 적은 양호한 지반을 뜻한다. 땅 꺼짐에 영향을 주는 흙의 재질, 공동의 유무, 암반의 특징을 조사한 뒤 인자마다 할당된 점수를 정해진 도식에 대입하는 방식이다.

GSR 개발을 주도한 임명혁 대전대 재난안전공학과 교수는 “한국 지질 특성에 맞는 인자 40개를 추리고 점수화하는 도식을 4년에 걸쳐 개발했다”며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인자별 입력값만 넣으면 안전점수가 곧바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시민 불안 커지자 안전 점검
5년 전 개발하고 도입 무산

GSR 기법은 한국 지질 특성에 최적화된 땅 꺼짐 예측·평가 도구로, 위험도 예측 신뢰성이 떨어지는 기존 기법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는 GPR로 관내 5개 도시·광역철도 건설공사 구간을 집중 탐사해 땅 꺼짐을 방지하겠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GPR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대부분 대형 땅 꺼짐은 최소 10m 아래서 발생하지만, GPR은 탐지 깊이가 2m 남짓에 불과하다”며 “서울시가 GPR 장비를 갖춘 지 10년이 됐는데 이 장비로 대형 싱크홀을 사전에 발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에 그치지 않고 굴착공사 시공 단계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4개 등급(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구분하고, 사건마다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미 개발이 끝난 GSR 기법과 매뉴얼은 막상 현장서 활용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GSR 기법은 사례가 부족하고 추가 연구가 필요해 검증된 기술인 GPR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지하 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향후 5년간 기술개발·장비 성능 검증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GSR 기법 활용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선 ‘만시지탄’이란 반응이다. 임 교수는 “신기술인 만큼 일찍이 현장서 적용해보고 보완했으면 많은 사례를 확보해 지금의 땅 꺼짐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국토안전관리원은 GSR의 도입이 아니더라도 장심도 도로지반조사 장비 도입을 매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장심도 장비는 투과 범위가 2~20m에 달해 보다 깊은 땅 속 공간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다. 해당 장비를 도입하면 기존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깊이의 싱크홀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게 된다.

국토안전관리원은 해마다 싱크홀 사고가 발생하자 지하공간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서 이 장비의 도입을 검토했다.

그러나 국토안전관리원이 계획한 장심도 장비 도입은 계속 무산됐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올해 초 분석 결과 장심도 장비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장심도 장비가 어렵게 된 이유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국토안전관리원의 이 같은 결정은 장심도 장비 자체의 성능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답이 없다
땜빵만 고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장심도 장비 자체가 성능 검증이 안 된 상태로 알고 있다”며 “장비 도입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게 우선이지만, 기술적으로도 검토할 부분이 많아 (장비 도입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을 미리 발견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고도 도입이 계속 무산되며 시민들은 발 딛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의 불안이 절정에 닿은 만큼 정부의 대처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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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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