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공포’ 땅 꺼지는 공사 강행, 왜?

위험 경고에도 수직구 발파?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차가 달리던 도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길 한복판에 거대한 구멍이 입을 벌린다.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싱크홀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공사가 예정된 일대 주민들 역시 매일 창밖을 보며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공사가 인근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인해 주민들의 불안이 커진 가운데, 휘경동 일대 수직구 설치 계획이 알려지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포비아 확산

서울시는 2015년부터 추진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의 일환으로 휘경동 인근에 급기소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급기소는 지하터널 내부 공기 순환을 위한 환기 시설로, 이를 설치하기 위해 지하 깊숙이까지 파내는 ‘수직구(수직 통로)’ 굴착이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반 침하, 즉 싱크홀 위험이다.

휘경동 공사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해당 부지가 하천변에 인접해 지반이 약할 수밖에 없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실제로 공사가 예정된 위치는 중랑천 인근으로, 과거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곳이다. 주민 A씨는 “이곳은 예전부터 비만 오면 침수되던 지역이다. 그런 땅을 깊이 파내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안을 호소했다.


실제 약한 지반이 원인이 돼 싱크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은 수직구 공사를 우려하고 있다.

수직구는 발파 공법을 사용해 구멍을 파내는 작업이 이뤄진다. 발파 공법은 암석이나 단단한 지반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폭약을 이용해 폭발을 일으키는 공법으로 대부분의 지하공사서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발파를 이용해 굴을 파내게 될 경우, 발파로 인한 진동과 충격이 지반 약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공사 부지 아래에는 약 3만2000톤 규모의 저류조가 설치돼있다. 저류조는 폭우 시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빗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시설로, 도시 침수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주민들은 발파 공법으로 수직구를 굴착할 경우, 저류조 구조물에 금이 가거나 파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반대에도…
하천 옆 공사…주민들 “꺼질라” 우려

주민들은 저류조가 손상되거나 균열이 발생할 경우, 저장된 대량의 빗물이 한꺼번에 방출돼 인근 지역이 순식간에 침수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대심도 터널 공사가 지하 70~80m 화강암층서 진행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설계 당시 전문가 자문 및 심의를 거쳐 설계 확정된 사항”이라며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문제의 본질이 터널이 아니라 수직구 굴착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공사 예정지가 아파트 단지와 불과 3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만약 지반침하가 발생할 경우 주거지에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수직구 직경이 12m에 달한다. 아파트 바로 앞에서 이 정도 규모의 굴착이 5년 넘게 진행되는데, 어떻게 안 불안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서울시는 급기소만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60개월간 수직구를 만들고, 발파 작업을 반복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급기소에 대한 설명에 통합해서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해명했다.

주민 설명회 과정서도 논란이 있었다. 주민들은 공사 계획이 뒤늦게 알려졌으며, 초기에 충분한 고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서 만든 사업 세부 추진 현황에는 사업 초창기인 2019년 처음 주민 설명회를 가진 것으로 명시돼있었지만 실제 참석한 주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위치라도 옮겨라” 요구
시 “대체지 없다” 충돌

한편, 서울시는 대체 부지 검토 요청에 대해 “수년간 검토했지만 마땅한 부지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민들은 하천변으로 부지를 옮기거나, 최소한 주거지와의 거리를 두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른 대안으로 휘경유수지 내 저류조, 동대문구 자재 야적장, 중랑교 인근 변전소 앞 공원 등을 검토했지만, 한강유역환경청서 허가가 나지 않았다”며 “사유로는 복개 구조물 안전성, 통수단면 축소 등의 이유가 있었고, 특히 변전소 앞 공원은 교통 상충에 따른 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허가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강동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서 발생한 싱크홀과 광명시 신안산선 터널 붕괴 사고 등이 주민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특히 하천 인근은 지질 구조상 토사층이 두껍고 지반이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아, 발파 공법 사용 시 진동으로 인한 지반침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무조건적인 공사 강행이 아니라, 보다 안전한 방법과 위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지반 조사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공사로 인한 소음도 불만으로 제기되고 있다. 2025년 서울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휘경2동 주민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발파 빈도는 1일 2회로 예정돼있으며, 발파 시간은 약 1~2초 정도 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5년간 매일 폭발 소음에 시달려야 하는데 너무한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에 서울시는 방음벽과 방음판 등 여러 가지 현장 방음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주민들은 “아파트 바로 앞에서 공사를 하는데, 방음장치는 무용지물일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안전 불감증

주민들은 현재 공사 위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입주민 대표는 “우리는 공사를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개발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교통난 해소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지만, ‘싱크홀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안전 확보는 필수적이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대형 싱크홀 사고  대부분 지하 공사가 원인

최근 10년간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 중 40% 이상이 지하 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따르면, 2016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발생한 깊이 5m 이상 대형 싱크홀 35건 중 15건(42.9%)이 굴착·매설 등 지하 공사 미비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상하수도관 누수는 8건(22.9%), 나머지 12건(34.3%)은 원인 불명으로 분류됐다.

반면, 중소형 싱크홀까지 포함하면 상하수도관 누수 비율이 51.4%로 가장 많았고, 지하 공사 부실은 36.5%를 차지했다.

올해 서울 강동구 명일동과 경기 광명시 일직동서 발생한 초대형 싱크홀 사고도 모두 지하 공사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명일동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으며, 인근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를 원인으로 조사 중이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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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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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