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좌초 위기’ 신도림 293번지 재개발 속사정

3조 초대형 프로젝트 백지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은 2000년대 들어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공업지역이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고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오면서 구로구서 가장 ‘비싼’ 동네가 됐다. 이제 남은 곳은 ‘신도림동 293번지 일대’. 신도림동의 마지막 불모지로 불리는 지역이다.

지하철 1·2호선이 지나가는 신도림역은 ‘환승지옥’이라고 불릴 만큼 혼잡도가 높다. 신도림역을 이용하진 않아도 이름은 알 정도로 악명이 높은 환승역이다. 과거에는 환승 승객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역 주변이 발전하면서 승·하차 인구도 크게 늘었다. 

하나 남은
낙후 지역

신도림동은 신도림역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다. 대단지 아파트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구로구서 가장 발전한 지역으로 성장했다. 반면 준공업지역인 신도림동 293번지 일대는 여전히 낙후된 상태다. 소규모 공장과 연립주택 등이 많아 잘 정비된 지역과 비교해 유독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신도림동 293번지 일대는 2009년 서울시가 마련한 ‘준공업지역 종합발전계획’에 따라 2012년 우선정비대상구역으로 지정됐다. 지하철 2호선 도림천역 일대 19만6648㎡ 규모의 낙후 지역에 아파트, 지식산업센터 등을 짓는 공사비 3조원의 초대형 사업으로 정식 명칭은 ‘신도림 도시환경정비사업’이다.

2006년부터 추진위원회, (가칭)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주민대표회의 등 여러 단체들이 난립하다가 현재 ‘신도림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사업 진행을 주도하고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조합이 아닌 ‘토지등소유자’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구로구청은 주민을 상대로 사업방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토지등소유자 방식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 방식은 별도의 조합 설립 없이 토지등소유자가 주체가 돼 사업을 이끄는 것으로, 조합 방식에 비해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토지등소유자가 재개발사업을 시행하려는 경우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하기 전 사업시행계획서에 대해 토지등소유자의 75% 이상, 토지 면적의 50% 이상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추진위에 따르면 2019년 전체 토지등소유자(965명) 가운데 3분의2 이상(685명)의 동의를 받아 건축심의를 완료했다. 이후 2021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이 반려된 끝에 토지등소유자 4분의3 이상(728명)의 동의를 받아 지난해 9월 다시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했다. 

공사비 3조원, 6만평 규모
아파트·지식산업센터 예정

문제는 최근 추진위와 구로구청 사이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면서 사업이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는 점이다. 교육환경평가를 두고 추진위와 구로구청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

교육환경평가는 교육환경의 근본적인 확보와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교 예정지나 기존 학교 일대의 위치, 교통, 일조, 지형, 환경, 위험시설, 공공시설 등의 항목을 평가해 위해성이 있는 환경은 사전에 배제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개발사업을 진행할 경우 교육환경평가서를 관할 교육감에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추진위는 아직 교육환경평가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구로구청은 추진위가 교육환경평가서를 승인받지 못한 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한 부분이 ‘절차상 하자’라고 보고 신청서를 반려하겠다는 입장을 통지했다. 교육환경평가를 완료하고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다시 받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하라는 입장이다. 


구로구청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과 시행령,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률’(교육환경법) 시행령 등에 의거해 “사업시행자는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 전에 사업시행계획서 작성 시 교육환경평가 결과 및 교육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계획 등을 포함해 작성하고 토지등소유자 동의서를 징구하도록 규정함”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현재 추진위가 제출한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서는 교육환경평가에 대한 내용 없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무효라는 것이다.

재수 끝에
3차 신청

한복순 추진위원장은 “55개 유관 부서 중 53개 기관과 인가 협의를 완료하고 교육환경평가를 비롯한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이하 중토위)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중 중토위 절차는 구로구청서 진행하는 것이라 실질적으로는 교육환경평가만 남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추진위는 교육환경평가에 대해 할 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2017년 2월 교육환경법이 시행되면서 학교나 교육환경보호구역이 재건축‧재개발 정비구역에 포함된 경우 반드시 교육환경평가서 승인을 받도록 했다. 법이 시행되기 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경우에도 예외는 없었다. 

한 위원장은 “2019년 7월 서울남부교육청에 교육환경평가서를 제출하고 한국교육환경보호원과 협의하는 과정서 지난해 3월 공문 한 건을 발견했다”며 “2011년 구로구청과 서울남부교육청이 협의한 내용이 담긴 문서였다”고 설명했다.

추진위에 따르면 공문에 담긴 협의 내용에는 교육환경평가에 대한 내용이 정확하게 명시돼있지 않았다. 

추진위는 해당 공문을 근거로 이의 신청을 진행했고 교육부는 지난 5월 신도림 정비사업이 교육환경평가 대상인지 법제처에 질의했다. 법제처는 교육환경법이 시행되기 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정비사업 역시 교육환경평가서를 제출하고 승인받아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구로구청은 법제처의 답변을 근거로 추진위의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반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려하면
백지화?

추진위 측은 교육환경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미 진행 중인 사안인데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을 반려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로구청서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서를 되돌려 보내면 총회를 열 수 없는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특성상 모든 절차를 원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한 위원장은 “구로구청의 결정에 따라 건축심의를 위한 동의서(전체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2 이상), 사업시행계획 동의서(전체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3 이상)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물론 200억원 이상 사용한 사업비 손실도 불가피하다”며 “사업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윤석열 대통령님께 호소합니다. 구로구청의 부당한 행정처리를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했다. 동의서를 받은 이후 사업시행계획이 변경됐다는 것을 이유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의사 표시를 무효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험하고 낙후된 환경서 벗어나 새로운 안전한 보금자리에 안착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또 구로구청의 사전통지에 법무법인의 의견서를 받아 회신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의견서에 따르면 “제출된 사업시행계획서에 교육환경 영향평가 결과 및 교육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계획 등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현 상황서 곧바로 반려하는 것은 인가권자의 재량권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법무법인은 “추진위가 교육환경평가서를 제출해 사업시행계획안이 일부 변경된다고 해도 정비 사업비를 10% 범위서 변경하는 경우, 대지면적을 10% 범위서 변경하는 경우 ‘경미한 변경사항’으로 정하고 있다”며 “교육환경평가서의 제출로 인한 사업시행계획 변경은 경미한 변경사항에 준한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교육환경평가’ 쟁점으로
떼쓰기냐, 직권남용이냐

다시 말해 사업시행계획안이 일부 변경되더라도 기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의사표시가 무효가 되는 게 아니니 동의서를 새로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추진위서 신문광고, 소식지 배포 등 사업 관련 정보를 전달하면서 구로구민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구로구민은 “지자체에서는 허가권자가 말 그대로 왕이다. 구로구에서는 구청장이 왕인 셈이다. 선거 기간에는 신도림동 293번지 재개발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하더니 지금에 와서 사업을 백지화하려 든다”며 “이것이야 말로 ‘말바꾸기’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구로구민은 “추진위는 법을 위반한 상태다. 법률에 명시된 대로 진행해야지, 떼를 쓰고 우긴다고 들어주는 게 말이 되나. 추진위에서는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서를 반려하면 사업 자체가 백지화될 것이라고 겁을 주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진행하면 충분히 금방 삽을 뜰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추진위는 현행법에 명시된 교육환경평가를 피하려는 게 아니다. 구로구청은 추진위가 아예 교육환경평가를 받지 않으려 한다면서 주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하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토지등소유자 방식에 대한 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황서 여러 잣대를 맞추다 보니 벌어진 것이다. 2006년부터 진행돼온 정비사업이 좌초되지 않도록 중지를 모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누가 맞나
진실공방

구로구청 관계자는 “추진위서 낸 신문광고는 일방적인 주장만 담긴 것”이라며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서에 절차상 하자가 있는 상태서 인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게 구로구의 입장이다. 구청도 변호사 자문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문헌일 구청장이 선거 때와 말이 달라졌다’는 일부 주민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 신도림동 293번지 재개발사업은 구청장의 공약 사업이다. 구청도 사업이 잘 진행돼 좋은 방향으로 가길 원한다”며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서의 반려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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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