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한겨울 쫓겨나는 판자촌 사람들

“대책이라…얼어 죽을 수밖에요”

[일요시사 취재 1팀] 김철준 기자 = 서울 곳곳에 남아있던 판자촌과 달동네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주택 공급을 위해 개발하려 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삶의 터전을 갑자기 빼앗긴 주민들의 원성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무허가 건축물이라 낮은 보상금에 개발 이후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점에 주민들은 눈물 흘리고 있지만 서울시는 물러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17년 서울에 있는 모든 판자촌 개발계획을 세운 후 첫 삽 뜨기를 앞두고 있다. 서울 곳곳에 남아있던 판자촌의 재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계획이 수립된 지 4년이 지났지만 거주민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 
이주·철거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 최대 판자촌’이라 불리는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은 최고 25층, 3520세대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 곳은 2011년 서울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개발 방식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다 2016년에서야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최근 가구 수를 늘린 변경안을 확정했다.

시는 올해 말까지 이주·철거 작업을 마치고 내년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다.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도 최고 20층 1600세대 아파트 단지로 재탄생한다. 성뒤마을은 당초 최고 7층에 813세대 아파트 단지로 지어질 예정이었으나, 서울시는 토지 활용도를 높인다는 취지로 용적률을 높였다. 시는 내년 착공에 돌입해 2028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노원구 중계동의 ‘백사마을’은 최고 20층, 2437세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신을 앞두고 있다. 백사마을은 1960년대 후반 청계천 일대 서울 도심 개발 여파로 철거민들이 이주하며 형성된 주거지다.

백사마을은 2008년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고 이듬해 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손을 떼며 사업이 멈춰 섰다. 그러던 중 SH공사가 사업시행자로 변경되며 사업은 다시 본궤도에 올랐고, 내년 착공 및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성북구 정릉동 정릉골은 1411세대 규모 고급형 테라스 하우스로 재탄생할 계획으로 내년 하반기 착공에 돌입한다. 아울러 서대문구는 홍제동에 있는 낙후지역인 ‘개미마을’ ‘홍제4재개발 해제구역’ ‘문화마을’ 일대를 묶어 신속통합기획 재개발로 추진하기로 했다.

개발계획은 수립됐지만 지자체 및 정부와 거주민들의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구룡마을, 성뒤마을, 개미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6일 성북구 최대 판자촌이라 불리는 성뒤마을을 찾았다. 도로변에 있는 고물상을 지나치고서야 도착한 윗성뒤마을은 개미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적막함 속에 비 내리는 날씨와 더불어 각목 등으로 막힌 대문과 찢어진 현수막이 분위기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2017년 개발계획 따라 첫 삽 임박
끝나지 않은 갈등…낮은 보상금 고수

가벽으로 이뤄진 집들은 대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문에는 “기존 거주자의 이주에 의해 공가 폐쇄된 주택으로서 무단침입, 점유, 사용 또는 훼손 시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및 제366조(재물손괴)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는 서울주택공사의 안내문만이 붙어있었다.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아랫성뒤마을도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몇몇 가구는 이주를 마쳐 윗성뒤마을과 마찬가지로 안내문이 붙어있었고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70~80대 노인들 뿐이었다.

<일요시사>와 만난 한 주민은 “이주해야 한다는 안내는 서울주택공사에서 2년 전부터 받아왔다”며 “하지만 그들이 지급한다는 이주비로는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정년이 지난 사람들로 폐지를 줍거나 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며 “갖고 있는 목돈도 없어 주택단지가 건설된 이후에 분양권이나 입주권을 준다고 해도 다시 들어올 수도 없는 상황인데도 서울주택공사는 내년 초부터 공사를 시작해야 하니 여기(성뒤마을)를 떠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서울주택공사의 보상금 대부분은 토지주에게 몰렸다”며 “실제로 성뒤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 적은 보상을 받았다. 때문에 적은 보상금에 60년 넘은 삶의 터전을 버리고 지방으로 가게 됐다”고 토로했다.

성뒤마을 입구 대로변부터 이어져있는 고물상 단지는 성뒤마을 재개발에 더욱 격노하고 있다. 사당역 1번 출구서 지도를 따라 성뒤마을주택단지로 향하면서 볼 수 있는 현수막은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성뒤마을상인연합회는 남부순환로(8차로)를 따라 설치한 펜스에 ‘SH는 들어라! 현실적 보상 안 하면 죽어도 이주 못한다!’ ‘서울시와 SH는 우리 소상공인들을 다 불태워 죽일 셈이냐!’라고 적힌 새빨간 현수막을 내걸고 서울주택공사의 제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상인연합회 소속 업주들은 서울주택공사가 토지주들에게는 보상을 제대로 해줬지만 20~30년 넘게 땅을 임차해 장사하던 상인들에게는 최소 수천만원서 최대 2억원 정도의 헐값 보상안을 내밀었다고 토로한다. 서울주택공사가 지장물 조사를 마친 후 이들이 생업에 활용하던 기계 등 물품을 실제 가치보다 낮게 금액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고물상
부지는?

이들은 낮은 보상금을 받기보다 인근에 고물상·석재상 등 지금 운영하고 있는 사업을 운영할 부지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한 고물상 업주는 “1960~1970년대 강남 개발로 이곳으로 이주해 온 주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땅을 임차해 고물상 사업을 시작했다”며 “지금까지 쭉 해오던 사업을 그만두라고 나가라면서 정원형 주택단지가 들어온다는 부지 주변에 벤츠 사업장, 버스 및 택시 회사에 넘기며 기만하고 있다”며 “택시·버스가 공익 목적 사업장이라 부지를 마련해줬다고 하는데 벤츠와 가스충전소도 공익 목적 사업장이라고 판단해 부지를 마련한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격분했다.

이어 “서초구와 강남권서 하루에만 280~320톤가량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 우리도 공익성을 띈 환경미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우리에게 대체 부지를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성뒤마을 고물상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다. 게다가 현행법에 따라 고물상들에게 이전비와 영업손실 명목의 배상안을 충분히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성뒤마을은 자진 이주 기간이다. 상인회와 서울주택공사는 명도소송도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명도소송 기간이 6개월서 8개월가량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성뒤마을 주민과 상인들은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마을을 비울 수밖에 없다. 60년가량 살던 집터와 생업에 대한 마땅한 대책도 없이 쫓겨나게 되는 셈이다.

명도소송은 부동산 인도명령 신청 기간이 지나거나 채무자·소유자 또는 점유자 등 인도명령을 받는 사람 이외의 사람이 해당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 매수인이 그 부동산을 점유하기 위해 넘겨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명도소송 판결이 나고 집행문이 발효되면 강제집행해 해당 부동산을 점유할 수 있다.

강남 최대 규모의 판자촌인 구룡마을과 지자체, 서울주택공사의 갈등은 더 심하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10m 망루를 세우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분양권용
농성 아냐”

지난달 23일 강남구청서 거주 사실 확인서 발급을 거절하자 구룡마을 주민들이 망루를 설치하고 그 위에 올라 농성을 펼치다가 6명이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들의 농성은 거주 사실을 인정받고 분양권을 획득하기 위한 과열된 투기꾼들의 모습처럼 비쳐졌다.

하지만 <일요시사>가 지난달 26일 직접 가본 구룡마을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는 구룡마을은 단순히 분양권 등 돈이 목적이라기보다 목숨을 건 사투 직전의 모습 같았다.


<일요시사>는 마을 망루 앞에서 구룡마을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인 유귀범씨를 만났다. 유씨는 “구룡마을은 1986년 아시안게임 때 생겨나기 시작해서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주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며 “36년 동안 이곳을 지키고 있었고 정부도 주민들을 30년 넘게 방치해 왔다”고 일침했다.

이어 “방관만 일삼던 정부가 도시개발법에 의해서 땅을 강제 수용하고 개발한다고 하며 우리를 거주민으로 취급도 안 하고 있다”며 “지금 강남구청에서는 구룡마을이 주거지가 아니라 간이공작물로 사람이 아닌 가축 등을 키우는 곳으로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양재대로 478(개포동)’이라는 주소에 등록됐고 주민세도 내고 있는데 갑자기 주민으로 인정을 안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법(토지보상법)에 따르면 무허가 판잣집 건축물 거주자는 토지보상을 못 받지만 예외적으로 1989년 1월24일 이전부터 실거주가 확인되면 토지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분양권을 원한다고 보고 있지만 이들은 그저 간이공작물에 사는 가축이 아니라 사람 대우를 받고 싶은 것으로 보였다. 더 나아가 이들은 구룡마을 단지에 주민 주택타운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씨는 “사람들은 거주민들이 거주 사실을 인정받고 분양권을 받기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분양권을 받게 되더라도 주변 부동산 시세를 고려하면 개발이 완료된 이후 다시 구룡마을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차라리 현대화된 구룡마을을 만드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간이공작물은 거주 인정 안 돼”
“편법 아닌 현행법 따라 해달라”

2020년도 국토부 훈령을 보면 도시개발지구에 사는 거주민에게는 토지를 조성 원가로 매매할 수 있다는 조항이 존재한다. 해당 훈령은 지난 5월에 법제화됐다. 유씨는 “간이공작물로 거주 사실 자체를 인정 못 받고 있으니 거주 사실을 인정받은 후 법에 따라 개발지구의 땅을 사는 것이 지금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많은 건설사와 협의를 통해 땅을 살 수 있게 되면 건설사가 땅을 사고 건물을 지은 후 해당 건물을 담보로 건설사에 공사대금을 납부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평균 10평의 집을 생각했을 때 지금 구룡마을 개발계획에 있는 용적률(250%)로는 약 800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거주민 주택타운 건립이 가능하다”며 “평수를 낮추거나 용적률을 올리면 지금 거주하는 약 1000세대 모두 수용할 수 있게 된다”고 부연했다.

유씨는 이제야 노인들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주니 더욱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열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는 “6개월 동안 강남구청에 시위를 해도 관심이 없다가 망루를 설치하니 여기저기서 인터뷰 등 취재하러 왔다”며 “우리가 편법으로 하자는 게 아니고 현재 행정상 거주가 등록돼있고 현행법상 토지를 조성 원가에 사겠다는 게 우리 행동의 핵심임이 널리 알려지고 지자체서도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갈등의 또 다른 불씨도 존재한다. 다수의 주민들은 위원회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분양권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 한 구룡마을 주민은 “분양권을 위해 수년 전부터 협상을 해왔는데 갑작스럽게 다른 이야기를 하는 주민들(위원회)이 생겨났다”며 “지금 시위에 참석하는 주민들은 거주 사실이 인정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 사람들 때문에 거주 사실이 인정된 사람도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룡마을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위원회 소속 한 주민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곳에 찾아오기 전까지는 농성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위원회 외 주민들도 힙을 합쳐 서울시에 우리 요구를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는 판자촌과 달동네를 비교하기 위해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개미마을도 찾았다. 앞서 방문한 판자촌들과 달리 개미마을은 패널과 나무, 가벽 등으로 지어진 건축물이 아닌 벽돌로 지어졌지만 무허가인 건물들이 언덕에 줄지어 있었다. 

달동네
사정은?

한 개미마을 주민은 “1950년대 6·25전쟁 후 피난민과 실향민들이 이곳 인왕산 자락에 천막을 치고 거주하기 시작한 이 마을은 토지 구분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토지 소유권도 불분명하다”며 “지난 2010년대부터 재개발 이야기가 나왔지만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고, 서대문구청장이 개미마을 내 들어설 공동전원주택인 타운하우스에 원주민들이 살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입주에 필요한 돈이 없어 사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호소했다.

<일요시사>가 만난 주민들 모두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삶의 터전서 강제로 떠나게 된 점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개발 속도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 적게는 20년, 많게는 40년 넘게 살아온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오랜 과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