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프로젝트 이해충돌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5.07 10:17:13
  • 호수 1478호
  • 댓글 1개

관광특구에 구청장 건물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마포구 관광특구에 박강수 마포구청장의 건물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구 범위에 포함된 상수·당인 주택 재개발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부서지기 일보 직전의 노후 주택이 즐비한 이곳에선 “소방차도 들어오기 힘든데 무슨 관광특구냐”는 탄식이 쏟아졌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마포구청은 현재 홍익대학교를 중심으로 지정된 관광특구 범위를 상수·당인 지역으로 확장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강과 인접하고, 강변북로서 바로 진입이 가능한 이점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확장 범위 내에 박강수 구청장 명의에 상업 건물이 포함됐다. 

사업 내용은?

구청 측은 지난해 12월 ‘홍대 문화예술 관광특구 면적변경(확대)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마포구청은 이번 용역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에 관광특구 확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확대 범위가 상수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재개발사업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이곳 주민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이 사업은 상수역 인근 약 1만9000평 부지에 용적률 500%를 적용해 최고 높이 49층, 2700여가구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마포구청은 “관광특구 지정이 이미 2008년부터 예정돼있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주민들은 박 구청장의 사익 추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토지 및 건물 소유자 명의가 박 구청장으로 된 해당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1층으로 구성된 367㎡(대지면적) 빌딩이다.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등록된 이 건물에는 식당을 비롯해 박 구청장이 대표로 재직했던 S 언론사 등이 입주하고 있다. 박 구청장이 건물을 등기한 시기는 2002년이고, 마포구청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 2022년이다.

일부 주민들은 마포구청 홈페이지 열린구청장실 게시판에도 박 구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박 구청장 사유 건물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건물 가치가 오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포구청 관계자는 “(관광특구 확대가)사익과는 전혀 연관 없다”며 “관광특구 확대 연구용역은 관광특구 적정 범위와 타당성, 향후 발전 방향 등을 모색하는 목적이며, 상수동 관광 활성화를 위한 계획은 오래전부터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마포구 관광특구가 2021년 12월 처음으로 지정되고 관광특구 일대 상업용부동산의 자산가치가 오르기도 했다. 2021년 4분기 대비 2022년 1분기에 관광특구가 포함된 지역 임대가격지수가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지역별 임대가격지수’의 서울 ‘영등포·신촌 구역’을 보면 마포구 관광특구 지역이 포함된 ‘동교/연남’ ‘홍대/합정’ 지역 두 곳만 오름세를 보였다.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수 재개발
박 구청장 모르쇠···“종결 처리”

관광특구에 포함된 관련 시설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대여·보조받을 수도 있다. 마포구 관광특구 조례에 의한 지원도 가능하다. 다만, 관광특구 지원금이 개별 건물에 지원된 적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관광특구 지정 시 박 구청장에게 사적 이익이 발생하는지 여부는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포구 관광특구의 경우, 구청장이 관광특구 범위를 확정해 서울시에 신청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지정 협의를 하고 최종 지정은 서울시가 한다. 

박 구청장 소유의 건물이 포함된 ‘마포구 상수동 335-15번지 일원(7만3773㎡)’의 장기전세주택 건립사업 사전검토안이 구청 측의 심의 결과서 부동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박 구청장이 5층짜리 상업 건물의 재개발을 반대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관광특구 지정 과정을 법 적용 대상으로 본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수행 시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관광특구 지정 관련 공직자가 사업지구 내 부동산을 보유한 경우, 이해충돌방지법상 ‘부동산 신고’ 의무와 ‘직무회피’ 신청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직무회피는 공직자가 특정 업무의 사적 이해관계자일 때, 해당 사실을 신고해 해당 업무서 배제하도록 하는 제도다. 구체적인 이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사유 건물이 사업 범위 내 위치하는 경우 사적 이해관계자라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박 구청장은 어떠한 입장도 직접 밝히지 않았으며, 모든 답변은 구청 관계자가 대신했다.

구청 측은 “지난 2월 박 구청장이 직무회피 신청을 했다”면서 “지금은 관광특구 확대 사업과 관련해 박 구청장에 보고가 들어가지 않고, 결정권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구청장 건물이 포함된 범위로 연구용역을 모집한 것은 지난 2월보다 앞선 지난해 12월이었다.

소방차도 못 오는데 “보수부터 해줘야”
“쓰러져가는 주택 지역에 특구가 웬 말?”

직무회피는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안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해야 한다. 용역 모집 이전에 직무회피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마포구청은 “(이해충돌방지법 관련)모든 법조문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후 권익위에 유선 질의해 권고를 받은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어 마포구청 측은 “(관광특구 지정과 관련해)지난해 8월 감사원으로부터 관련 감사를 받았고, 감사가 종결 처리됐다”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현장을 취재한 결과, 해당 지역은 소방차도 진입하기 어려운 좁은 골목으로 이뤄져 있었다. 화재 예방은 집앞에 비치된 분말소화기로 대신한다. 30년 이상 노후된 건물이 즐비한 이곳은 비가 오면 물이 새는 경우가 다반사다. 혹여나 무너질까 불안을 느낀 기존 주민들이 빠져나가는 추세다.

제보자에 따르면 “주민들은 나갔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게스트 하우스로 쓰이고 있다”며 “이렇게 낙후된 지역을 관광객에게 공개하는 건 국가 망신이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와 마포구청이 정말 지역발전을 생각한다면 보수라도 해줘야되는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마포구 상수·당인 주민들은 물리적인 권리행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22일 주민들은 마포구청 앞에 모여 상수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재개발사업에 대한 구청의 ‘난색 입장 표명’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시위에 참석한 이수민 상수·당인역세권 재개발 추진준비위원장은 “우리는 개발보다는 주거권과 생존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 장마철이 되면 주민들은 상습침수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으며, 소방도로가 열악해 화마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고 말했다. 

커지는 원성

또 “구청장이 이를 방관하거나 우리 사업에 난색을 표하면서 서울시에 사전검토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은 고통받는 주민들의 삶을 외면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구청장은 조속히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 적극적으로 서울시에 사전검토 요청을 의뢰해야 한다”고 했다.

준비위원회는 지난 2021년 12월 마포구청에 사전검토 요청서를 접수한 이후 구청의 요구로 4~5차례에 걸쳐 사업방향을 보완해줬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이게 되면서 박 구청장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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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